390화
팀 오정환.
팀명을 내 이름을 지은 것은 방송적 홍보를 위함이다.
'그 정도는 해야지.'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
팀 단위에 후원을 한다는 것은 말이다.
아무리 선수들이 열정 페이.
월급 문제가 없다고 해도 부담이 적지 않다.
"안녕하세요! 바론광고기획 영업부 부장 이다윤입니다."
"명함 주고 받을 사이는 아닌 것 같고. 본론만 들어보죠."
"……."
때문에 필요하다.
기업과 협업을 통해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
'이다윤씨라.'
아무래도 안면이 있다.
썩 좋지 않은 쪽이라 문제지.
얼마 전 뒷광고 사태의 책임자다.
쫄딱 망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
BBC 치킨만 해도 안 망하고 잘 굴러가니 말 다했다.
사업적인 수완이 뛰어나다면 그럴 수 있다.
나름의 목적을 가진 듯 만남을 주선해왔다.
그래도 알긴 아는지 저자세로 나온다.
"저희가 첫 만남부터 꼬인 실타래를."
"본론."
"……팀 오정환에 광고 협찬을 문의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것.
상대가 머리를 굴릴 틈을 주면 안 된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기꾼이라서.'
대표적인 사기꾼으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이 있다.
되든 안 되든 뻥카부터 치고 보기.
물론 그 정도로 능력 있는 사람이면 걸어볼 만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팩트만 놓고 살펴 보자면.
「광고 대행 List」
1. 나라오갈비 │1000만원
2. 비디디코리아 │1200만원
3. HS커뮤니케이션│2000만원
4. 레오나넷 │800만원
5. 대양엠코리아 │700만원
그럭저럭 해볼 만한 거래.
딱히 금전적인 이득을 얻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
'나 말고 선수들에게 좋은 일이지.'
월급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게임단 운영은 판이 너무 커진다.
선수들의 복지.
그리고 기 살리기.
그 두 가지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보다 좀 더 네임벨류 기업은 없어요?"
"네임벨류?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은 기업."
"중견기업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연습 환경은 돈을 바를수록 정직하게 편해진다.
'팀의 사기에도 영향이 있고.'
학교에서 운동회를 할 때.
부모님한테 오지 마, 오지 마 해도 정작 진짜로 안 오면 움츠러든다.
극성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 기 살린다는 말을 할 만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필요하다.
"저희와 연줄이 있는 곳은 이 정도."
"흐음."
"……페이에서는 조금 불만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매출이 1조 원대 들어가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계약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그럴듯한 스폰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형식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
'지금이야 도전자의 마음가짐이지만.'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 주위의 시선도 신경 쓰인다.
구단주격인 내가 해결해줘야 할 문제다.
실제로 종종 있다.
LCK 프로팀들.
선수들은 잘하는데 프론트 문제로 터지는 일 말이다.
"저도 지금 당장 확답을 드릴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래요?"
"네! 찔러보는 식으로 들어갈 겁니다. 단가를 높게 올려 칠 수가 없다는 점을 양해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당연하게도 쉽지 않다.
돈이 얽히고설키면 복잡해진다.
그 점을 악용하여 중간 이익을 챙기려는 것도.
'봐 봐.'
장사치라는 것 자체가 그런 직업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래야 돈을 벌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휘둘려줄 이유가 없다.
네임벨류가 있는 스폰서.
개인이 다리를 놓을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받아, 그쪽의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할지 모른다.
"저번 일도 있고 하니 저희가 신경을 써서! 요구하시는 방향에 부합하는 스폰서를 붙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네."
"그럼 일단 계약서에 사인부터 먼저 할까요? 흐흐."
준비해온 게 많은 듯 서류 뭉치를 꺼내 놓는다.
가뜩이나 작은 카페의 테이블에 커피잔 자리도 찾기 힘들어진다.
'확실히 그래.'
아무리 내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해봤어도 구단주 경험은 없다.
이쪽 분야의 일을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BJ라는 직업을 하다 보면 느낀다.
나의 일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기쁨을 나눠온 만큼 돌려받을 때도 있다.
내가 아닌, 나라는 BJ의 입장을 활용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이래 봬도 시청자 수만 명의 대기업이다.
* * *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삼선 갤럭시 블루를 잡아내고 3연승! 8강 진출의 교두보를 여셨습니다.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그러니까 그게…….>
?C언어 ON
?말 좀 대충 하지 마요 씨지브이맥스!!
?드디어 POG 받네
?가슴 보다 꼴려서 말을 못하는 거 아님?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아나운서와의 인터뷰.
승리팀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한이다.
돋보여야 할 자리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오정환팀은 스폰서가 돈이 없음?
그 흔한 유니폼도 제대로 못 맞췄네
└아마추어팀한테 스폰서가 있겠누……
└애초에 프로가 아니잖아 ㅋㅋ
글쓴이? ㄹㅇ?
└유입들 꺼라위키 검색이나 하고 와라
구석에 처박혀있을 때는 당연하다.
대우를 받지 못해도 '못하니까' 한 마디로 납득을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승리를 하고, 스토리텔링을 써 내리며 팬이 생겼다.
여론이 불붙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
─노른자만먹음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이걸로 선수들 생활비 보태 쓰세요 ㅠㅠ
<500개 감사합니다! 근데 근본적인 해결이 안되는 게 잠자는 것도 돈이고, 이동하는 것도 돈이고, 밥 먹는 것은 말할 것도 없어서. 씨지맥 그 새끼 얼마나 처먹는데.>
?갑자기?
?대체 얼마나 처먹길랰ㅋㅋㅋㅋㅋㅋㅋ
?서럽다 씨지맥!
?하긴 갈 때마다 지하철 탈 수도 없고
그리고 스피커.
BJ다.
굉장히 우습게 볼 수도 있는 직종이지만, '대기업'이라 불리는 최상위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LoL) 오정환. 스폰서 구합니다(야한 거 아님ㅎ)」_ ?3, 1112명 시청
수만 명의 시청자.
어지간한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에 준한다.
JTBC의 뉴스와 맞먹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를 자랑한다.
개인이 말이다.
KBS, MBC, SBS 등과 비교하면 당연히 손색이 크게 있지만, 비교 대상 자체가 이미 기업을 논해야 하는 레벨이다.
"그런 일이 있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후원을 해줄 스폰서를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물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팬들과 시청자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진다.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마추어팀이라. 소재가 사네!'
기업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긴다.
정의의 사도.
기업의 목적인 이윤 추구와는 정반대되는 성격을 지녔다.
하지만 신경을 써야 한다.
한탕 벌고 때려치는 어중이떠중이면 모를까.
중견 이상의 규모 있는 기업들은 이미지를 매우 중요시한다.
─머기업홍보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오정환님^^ 저희 쪽에서 좋은 제안 드리고 싶은데 쪽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쪽지요? 방송 끝나고 확인해보겠습니다.>
?와 머기업!
?진짜 진짜임?
?개청자 낚시면 OTL
?제발 트루였으면 좋겠다
이미지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진짜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원가를 후려친다든지.
가격을 올린다든지.
다소의 소비자 우롱을 해도 넘어가 준다.
거의 웬만한 기업은 다 병신짓을 하기 때문에 유달리 눈에 띄지 않는 이상 괜찮다.
그 기준을 이미지가 좋으면 높일 수 있다.
─대기업 대기업 하더니 진짜 대기업이랑 노눜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방송 캡처. jpg]
오정환 존나 대단하네
└팩트) 중견기업이다
글쓴이? ㄹㅇ? 저 정도면 대기업 아님?
└매출액 5조원 넘어야 대기업으로 분류되는데 한국에 30개가 안됨└이미 대단하긴 해
기업은 이미지와 이윤을 저울질해서 장사를 한다.
고작 수백 수천으로 살 수 있다면 남는 장사 수준이 아니다.
이미지 메이킹.
그 선행 투자를 목적으로 접근해도 말이다.
숫자로 추산되지 않는 광고 효과를 생각한다면 더더욱이다.
─이러다 오정환팀 우승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 ㅋㅋ
후원한 기업은 땡 잡은 거 아님?
└진짜
└이미지 마케팅만으로도 뽕 뽑을 만큼 뽑았는데 우승까지 하면 ㅋ└우승은 에바임└아마추어팀이 우승하면 LCK 멸망이지 ㅋㅋㅋㅋㅋㅋㅋ
LCK.
게임을 천대하는 사회적 시선이 있다.
그렇기에 주목 받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엄청나다.
사업적인 관점에서만 따져도 가치가 충분하다.
기업들 사이에서 팀 오정환의 후원을 놓고 경쟁이 펼쳐질 만도 한 것.
<정말 대단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아마추어팀이잖아요?>
<얼마 전까지 BJ를 하고 있었다면서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날고 기는 프로들과 전혀 밀리지 않고 경쟁 중이에요. 이것만으로도 이미 LCK를 뒤흔드는 엄청난 성과를 해내고 있다고 과언이 아닙니다.>
시청자 수십만의 리그에서 언급이 된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제집 드나들 듯하고 있으니 좌시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여러 기업이 경쟁하고 걸러지며 선순환.
아마추어팀임에도 남부럽지 않은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된다.
고질적인 자본 문제가 해결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뜬금없지만 오정환 진짜 대단하긴 하다
솔직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프로팀 운영하려면 돈 ㅈㄴ 깨지는 거 아니야
그걸 사비로 다 대고 있었던 거네 ㄷㄷ
└그걸 이제 앎? 째트킥!
└성적 안 나올 때는 입 꾹 닫고 있었지 속이 깊음
└갓정환 ㅠㅠ
└엄마 내 이름은 왜 오정환이 아닐까요??
물론 가장 큰 홍보 효과를 얻은 이는 따로 있었다.
* * *
광고.
사실 기업이나 장사치 같은 딴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 방송이라는 것부터가 어그로 없이는 못 살아남으니까.'
인지도를 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BJ인 나에게 당장 와닿는 이야기다.
양 뿐만 아니라 질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기업에게 광고를 받는다?
그런 것도 이미지가 좋으니 가능하다.
철꾸라지가 성심성의껏 홍보해준다고 어떤 기업이 광고를 줄까.
일이 잘 풀린 것은 지금까지 해온 행보가 밑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을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도 의미가 있었지만.
딩동―♪
솔직하게 알 바는 아니다.
경기를 치르는 건 선수들이고,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오빠 제가 왔어요."
"봄이가 왔어?"
"그런 거예요."
"꾸웨엑……."
봄이 대가리도 말이다.
한 손에 꽉 잡히는 그립감과 피도 안 마른 두피는 여전하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
BJ의 길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생각이 있는지도 모를 아이다.
즐겁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중간고사와 4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고삐가 풀렸다.
"머, 머리가 너무 아파요."
"그래."
"저 화가 무척 났어요!"
"그렇구나."
물론 성장을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봄이도 나름의 성취가 있었는지 거부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지만.'
사춘기가 온 거라면 깨물기 전에 반항을 했겠지.
나름의 고민이 있는 모양이다.
보나마나 별건 아니겠지만.
"저 요즘 학교 생활이 정말 힘들어요."
"반에서 적응을 못했어?"
"그런 건 아니에요. 다 오빠 때문이에요!"
"오빠 때문이야?"
"그런 거예요."
ㅋㅋ
아닐 수도 있고.
우리 봄이의 사생활을 파헤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