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91화 (391/846)

391화

질풍노도의 시기.

흔히 급식을 얌얌쩝쩝 맛있게 먹는 시기를 그렇게 부른다.

사람에 따라서는 학식을 먹는 기간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흰자만먹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화가 무척 났어

"그런 거예요."

?화가 나씀ㅋㅋㅋ

?뚱한 얼굴도 귀엽네

?봄이야……

?와 봄이다!

봄이와는 썩 상관없는 이야기다.

오히려 왔으면 하고 기대를 할 때도 있다.

'그런 거 있잖아.'

이제 아빠하고는 말도 안 할 거야!

사춘기가 찾아온 딸이 속을 썩인다.

그런 틀에 박힌 스토리도 한 번쯤 겪어보고 싶다.

아직은 많이 이른 모양이다.

"저 고등학교 2학년이 됐어요."

"그래."

"저 거의 어른이에요. 어른 직전이에요!"

"그렇구나."

ㅋㅋㅋ

좀 상당히 많이.

하지만 나무늘보의 삶도 알고 보면 치열하듯, 우리 봄의 성장도 진척이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는 30 처먹고도 애새끼인 맥도 있는데.'

씨지맥에 비하면 아득히 빠르다고도 볼 수 있다.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르듯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고 한다.

"저에게도 후배가 생겼어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봄이 후배?

?신입생들 왔겠지 ㅋㅋ

?봄이가 선배구나

?아 상상 안 돼 ㅋㅋㅋㅋㅋ

학교 생활.

봄이에게도 당연히 사생활이 있다.

이것저것 주워 먹고 다니며 무럭무럭 크는 것 외에도.

'인간 관계라는 게 참 복잡하긴 하지.'

학창 시절에도 말이다.

급식이라고 우습게 볼 수 없다.

급식 먹을 때만 해도 줄 서는 게 전쟁이다.

딩동댕동~♪

두두두두?!!

4교시가 끝나자마자 급식실로 전력 질주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저 1학년 때는 정말 서러웠어요."

"그래."

"전 최약체였던 거예요. 2학년, 3학년 선배 투성이였어요!"

"그렇구나."

ㅋㅋㅋ

아무래도 유명 인사다.

급식 관련 사건도 있었거니와, BJ라는 직업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더 드물다.

'특히 급식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될 만도 하다.

봄이 입장에서는 무서운 선배로 보일 수도 있지만, 2학년이든 3학년이든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급식이다.

"쉬는 시간마다 선배들이 찾아와서 귀엽다 귀엽다 하는 거예요."

"귀여운 걸 어떡해."

"쭈구리마냥 앉아서 가만히 있어야 돼요. 완전 인형이 된 기분이었어요."

?쭈구리 ㅋㅋㅋㅋㅋ

?인형 맞긴 하지 ㅎ

?봄이가 너무 커여워서 그래!

?선배들이 무서웠어?

인기BJ가 학교에 있다!

인기BJ가 아니더라도 유명인이 학교에 있으면 쉬는 시간에 몰려가는 것이 국룰이기도 하다.

'게다가 나름 여캠인데.'

애들도 알 건 다 안다.

요즘 고등학생들 팔다리에 털이 무슨 원숭이처럼 나 가지고 성인인지 급식인지 외견만 보면 구분도 안 된다.

실물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서라도 한 번씩 들린다.

그것도 전교생이 돌아가면서 말이다.

굉장히 서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최약체이기 때문에, 한번 겪어본 과정이기 때문에, 마치 군인이 진급을 기다리듯 호시탐탐 때를 노렸다.

"저는 이제 최약체가 아니에요."

"신났어?"

"저보다 더 귀여운 것들이 온 거예요~"

"아우, 진짜."

"꾸웨엑?!"

봄이의 대가리는 여전하지만 말이다.

못 만난 지도 고작해야 한 달 반 남짓이고.

'물론 본인 입장에서는 어깨가 으쓱할 수 있어.'

복도 돌아다니다 보면 후배들이 인사를 한다.

봄이 외의 친구들은 실제로 위엄이 있다.

놀 거 같은 느낌의 무서운 언니들인데.

같이 다니면 정말 선배가 된 기분이다.

3학년들은 작년에 재미를 봤고, 수능 준비 때문에라도 2학년 교실에 올 일이 드물다.

"그럼 신바람이 난 거 아니야?"

"정말이지 인생은 호락호락한 게 아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 시무룩해

?봄생이 만만치 않아!

?근데 학교에서 진짜 힘들긴 했겠다

봄이도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나야 뭐 사람 많은데 잘 안 가서 그렇지.

유명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축복 받은 일만이 아니다.

그렇기에 먼저 이미지 작업을 해놓은 것이기도 하다.

적어도 학교 내에서 봄이를 괴롭힐 사람은 없게 만든다.

귀여움을 당해서 문제다.

지난 1년간 봄이는 약했다.

보다 강력해진 봄이에게도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닌 듯했다.

"요즘 애들은 정말 버르장머리가 없는 거예요!"

"봄이도 가끔 없잖아."

"오빠처럼 머리가 없지는 않아요."

"이 자식이?"

"꾸웨엑……."

그도 그럴 게 앙증맞다.

선배로서의 위엄이 생기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개쩌는데.'

말이 고등학교 1학년이지.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교복도 쫄여 입고, 화장도 떡칠하고, 담배도 피고, 껌 좀 씹어본 언니들도 있을 것이다우리 봄이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 그냥 귀엽지.

게다가 익숙한데.

방송에서 맨날 얌얌쩝쩝 맛있게 먹고 있으니 현실에서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게 라이트 시청자다.

"이게 다 오빠 때문이에요!"

"맛있는 거 먹을래?"

"후~, 일단 먹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걸 달래?

?챌린저 1위의 어그로 핑퐁 ㄷㄷ

?아 맛있는 건 못 참지 ㅋ

?봄이 머리 좀 그만 씹어;;

의외로 심각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 * *

최근 중·고등학교.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학생들은 대중 매체의 영향을 다이렉트로 받는다.

특히 '인터넷 유행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빠악!

강력한 타격음과 함께 교과서가 들썩거린다.

올려져 있던 동전이 360도 공중제비를 여러 번 돈다.

"븅신."

"그러니까 무승귀신이지~"

"소리 난 것만 봐도 어?"

판치기.

책 위에 참가자들의 동전을 내어 놓고, 손으로 책만 쳐서 동전을 뒤집어 모든 동전이 앞면 혹은 뒷면이 나오면 승리하는 일종의 도박이다.

스마트폰이 완전히 보급되고, 폰게임이 발전하기 전에는 쉬는 시간 남학생들의 주요 오락거리였다.

그런 만큼 척하면 착이다.

소리 크기만 들어도 대략적인 결과가 짐작이 간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힘을 너무 줘서 쳐버리면 십중팔구 실패하게 되는데.

"아니, 이게 된다고?!"

"응 요즘 연승 귀신이야."

"하 진짜 씨지맥……."

"인정하는 부분이구연 키킼."

"오정환팀 물오르니까 이 새끼도 물오르네."

십중일이.

낮은 확률이지만 될 때는 된다.

친구들과 판치기를 할 때마다 매번 지던 최승옥은 최근 연승가도에 올랐다.

'씨지맥도 이겼는데 나라고 못 이기리란 법이 없지!'

e스포츠팬이다.

아니, LoL을 안 하는 친구가 주위에 없다.

LCK를 챙겨보고 있고, 관련 화제는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니들 그거 알아?"

"그거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 이 븅딱 새끼야!"

"인정하는 부분이구연 키킼."

"아니~ 씹새끼들아! 2학년에 BJ하와와 있대."

""레알 참트루?!""

BJ에 대해서도 말이다.

학교에서 화제는 한 반이 공유한다는 측면이 있다.

소문이 퍼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랄 것도 없었다.

아장아장

워낙 눈에 띄기도 하다.

도내 최상위 랭크일지는 몰라도, 교내 최상위 랭크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매점 근처에 가끔 출몰한다.

전설의 포켓몬 느낌으로 만날 수 있다.

한창 때의 남학생들에게 있어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는 대상.

"와."

"와!"

"귀엽다 진짜."

"화면이랑 똑같은데?"

"머리 엄~청 작다. 한입에 깨물 만하네!"

학교의 유명 인사다.

신입생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 * *

보글보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애호박과 청양 고추를 썰어 넣고, 게 다리로 국물을 우린 매콤칼칼한 된장찌개.

"이, 이건 못 참아요!"

"참아."

"히잉……."

?이걸 어떻게 참아 ㅋㅋㅋㅋㅋㅋ

?입꼬리에 침 아님?

?진짜 침 흘렸는데?

?역시 먹방퀸!

한국인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가 없다.

이거 한 그릇만 있어도 한 끼 뚝딱이지만 보통 내놓는 식당이.

치이익……!

고깃집.

하나쯤 썰어주지 않으면 섭섭하다.

두꺼운 삼겹살을 불판 위에서 기름을 튀기며 익어간다.

"봄이 손."

"손!"

"이쪽 손."

"이쪽 손!"

"잘했어."

"저, 저 이제 먹어도 되는 걸까요?;;"

ㅋㅋㅋ

굉장히 다급한 듯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우리 봄이의 솔직담백한 모습은 가까이서 봤을 때 더 일품이다.

'너무 필사적이라 안타깝긴 한데.'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우리 봄이.

집에서는 꽉 잡혀 살고 있다.

나와의 동거를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먹을 걸로 장난치면 안 됩니다……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우리 봄이랑 밀당한 거예요."

"헐! 밀당 처음 해봐요. 저 두근두근해요."

?봄이식 밀당ㅋㅋㅋㅋㅋㅋㅋ

?밀당 맞지 ㅋ

?여고생 밀당 ㅓㅜㅑ

?별풍 밀당이였눜ㅋㅋㅋㅋㅋ

간만에 목구멍에 기름칠을 할 기회다.

나와 시청자들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체면도 잊고 삼겹살을 해치운다.

"지, 진짜 이 맛이에요."

"그래."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되는 거예요!"

"그렇구나."

ㅋㅋㅋ

봄이 어머님을 좋아한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요리가 영 잼병.

후우! 후우!

쇠숟가락 위에 놓여진 된장찌개 국물과 하얀 두부.

호호 불며 한입 겨우 뜨지만 혓바닥이 데이는 것은 피하지 못한다.

"오빠가 끓여주는 찌개는 정말 맛있어요. 엄마가 끓여주는 거랑 정말 비교가 안돼요! 비결이 뭘까요?"

"미원."

"히잉……."

?가차 없누 ㅋㅋ

?맛집의 비밀……

?엄마가 보면 한 대 맞겠다

?정환이 음식 잘하긴 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다.

혀가 데인 것이 전혀 후회가 안 될 정도로 매콤한 된장찌개와 기름진 삼겹살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꼴깍! 꼴깍! 꼴깍!

잔여감을 깨끗이 씻어내 줄 콜라도.

런닝머신 10분짜리 제로 콜라지만 이미 충분히 만족한 봄이는 개의치 않는다.

"후~ 이게 사람 사는 맛이에요."

"사람이 먼저야?"

"그런 거예요"

정말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다.

무척 났던 화도 떠오르지 않는 듯 눈앞의 음식들을 먹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밥공기를 싹싹 긁어먹는다.

딱 반 공기.

탄수화물은 부족하게 줬지만 그 이상으로 풍족한 단백질이 입꼬리를 춤추게 만든다.

'여자들이 단백질을 좋아해.'

리아나 서은의 경우도 좋아한다.

유민이는 구체적으로 물어본 적이 없다.

같은 맥락이 아니긴 해도 어느 정도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봄버지망생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간만의 먹방 잘 봤습니다 흑흑 ㅠㅠ

"헐! 저 방송 중이었던 거예요."

"봄이방 부회장님 2천 개 감사합니다."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기분 탓이야."

?그걸 까먹었어?

?몸이 시키는 먹방

?잘 먹으면 ㅇㅈ이지

?왜 화났는지 까먹음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만족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한동안 바빴다.

개학 초는 반도 새로 배정되고, 2학년 생활도 적응하고, 중간고사도 코앞인 등 정신이 없다.

그보다 더 일상을 정신없게 만드는 방해 요소가 있다.

에너지를 공급 받자 생각났다는 듯 눈을 번쩍 뜬다.

땡그란 눈으로 나를 하염없이 노려본다.

"오빠 이걸 보셔야 돼요."

"볼에 붙여 놓은 밥풀?"

"아니에요! 그건 제가 이따 먹을 거예요."

자신의 스마트폰.

작은 손가락으로 톡톡톡 두들긴다.

요즘 아이답게 그 속도가 범상치 않다.

「덕진고 에이스」

30분 전。

#오정환_챌린지

[머리 깨물리는 사진. jpg]

간지러워 ㅅㅂㅋㅋㅋㅋㅋㅋ

이내 띄워진다.

페이스북의 최근 트랜드.

급식들이 생각보다 재미있게 노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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