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화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진 않는다.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학생팬들.
물론 나이가 어리다고 차별하는 꼰대 같은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어서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실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애들이 자아가 없잖아.'
호불호.
BJ를 하다 보면 겪을 수밖에 없다.
한평생 부끄럽지 않게 살아온 방송인이라 할지라도 까가 있다.
그래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구나 까이는데 나라고 별 수 있나?
진짜 억울한 건 내 잘못이 아닐 때뿐이다.
그렇기에 중요하다.
팬덤이 이성적인 것.
모든 급식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급식은 이성과 거리가 멀다.
'급식 팬덤 많으면 진짜 힘들어.'
워낙 철없는 짓을 많이 저지른다.
빠가 까를 만드는 건 당연하고, 이상한 오해가 불거지게 만들기도 한다.
가장 최악인 건 지들끼리 실망할 때.
좋다고 빨아 놓고 한순간에 등을 돌리기라도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여기 진짜 무승귀신이야."
"히히 못 가."
""무! 승! 귀! 신!""
동네 바보형한테 맡겨둔다.
봄이네 학교.
혼자 오기도 적적하고, 상징적인 의미도 필요해서 씨지맥을 대동했다.
'급식 팬덤 하면 대깨맥이라서.'
평균 연령이 낮은 편이다.
그런 이들을 다루는 데 도가 텄다.
동심을 간직한 채 ^꿈^을 보여주는 것은 그의 전문 분야다.
최근 불밤전의 패배.
무승귀신이라는 오명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그 또한 인기가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애시당초 상정하고 있던 일이기도 하다.
정규 시즌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플레이오프에서 팁합을 완성시킨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정환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건 그가 할 일이다.
나는 달리 할 일이 있다.
한국고등학교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별일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급식 문제.
한 번 해결은 했지만, 무슨 일이든 지속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적어도 봄이가 졸업할 때까지는 기부금을 낼 생각이다.
이는 혹시 생길지 모르는 교내 문제를 원활히 대처하기 위함도 있다.
<끼야아아악!! 무승귀신이다~~~~!!!!>
"허허, 밖이 좀 소란스럽죠?"
"애들이 참 기운이 넘치네요."
"정말 난리도 아닙니다."
훤칠하게 벗겨진 이마.
교장 선생님이 송골송골하게 맺힌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머리숱이 부족하면 저런 불편함도 생길 수 있구나.'
나로서는 전혀 공감이 가진 않는 일이다.
기부금을 전달할 겸 봄이의 최근 일상도 전해 듣는다.
"학생들이 장난기가 많다 보니 비…… 뭐라 했죠?"
"BJ입니다. 개인이 하는 라디오 정도로 생각하시면 돼요."
"이게 참 나이가 들다 보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아니, 상정을 하고 있었다.
한 차례 실드를 두텁게 쳤다고 해도.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서.'
신입생들이 입학하기도 했다.
우리 봄이의 즐거운 학교 생활이 방해 받아도 이상하진 않다.
"서문봄 학생이 인기가 많다 보니 수업에 지장이 가는 일이 간혹 생기긴 합니다. 허허."
"그래요?"
"그래도 걱정할 일까진 아니고요~"
선생님들이 신경을 써주면 좋겠지만, 학교 선생님들이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할 리가 없다.
실질적인 도움도 안 될 테고.
'애들 일은 어설프게 나서면 안 하니만 못해.'
괜히 일만 복잡해진다.
이곳에 온 건 기부금을 전달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양해 받기 위함이다.
* * *
〔중·고등학생 희망 직업 TOP 10〕
1. 교사: 11.6%
2. 공무원: 6.9%
3. 의사: 5.6%
4. 요리사: 5.5%
5. 법률전문가: 4.5%
6. 경찰관/군인: 4.2%
7. 프로게이머: 3.5%
8. 연예인: 3.2%
9. 뷰티 디자이너: 2.9%
10. BJ: 2.6%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이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 없었던 직업이라 하더라도.
<요즘 중·고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를 보니 생소한 직업들이 보입니다. 프로게이머는 이름에서 짐작이 가지만 BJ는 어떤 직업인지 도통 감이 안 잡히는데요. CEO를 순위권에서 밀어내고 희망 직업 10위에 올랐다고 하는데 어떤 직업일까요? 김혜지 기자?>
꿈을 꾸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훨씬 가시적이라는 측면이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다양한 답변이 나옵니다.>
화면이 전환된다.
김혜지 기자에 의해 한 중학교의 풍경이 적나라하게 송출된다.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알 수 없는 단어를 외치고 다니는 학생들.
하지만 한 학생만은 진득하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제 꿈은 프로 바둑기사고 바둑이 수가 많아서 생각하는 게 재밌어요.>
어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아이의 상이다.
좀 못 벌어먹을 것 같지만 적어도 사고는 치지 않는다.
<아니거든~ LoL이 더 복잡하거든!>
<요즘은 프로게이머도 흥미가 있어요. 제가 무승귀신보다는 잘할 것 같거든요.>
뭔가 노는 것 같은 직업보다 말이다.
한 아이가 어른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직업 중 하나를 이야기한다.
<오정환이나 하와와처럼 날로 먹는 인생도 나쁘지 않죠.>
그리고 문제의 직업이 나온다.
해당 학생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최소 아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무승귀신은 한 프로게이머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야구의 한화나 롯데가 떠오르는 말이군요. 그럼 BJ는 어떤 직업이죠?>
<예. 인터넷의 성능이 올라감에 따라 방송국의 도움 없이도 개인이 직접 방송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몇몇은 연예인급의 인기를 얻으며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연예인급이요?>
이미 알 사람은 안다.
하지만 뉴스를 보는 나이 드신 세대는 모를 수 있다는 점을 뉴스는 반영하고 있다.
─아니, 뉴스 보는데 요즘 애들 꿈이 BJ임?
프로게이머는 그럴 만한데
BJ가 꿈이라는 건 당최 ㄷㄷ
└무승귀신이 별미였지
└뉴스 보다 빵 터지긴 처음ㅋㅋㅋㅋㅋ
└으악 무승귀신이다!
└요즘 급식들은 ㄹㅇ 모르겠다
20·30대의 성인들에게도 놀라운 소식이다.
BJ나 프로게이머.
그 정도였다는 사실은 생각조차 못 해 봤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생각은 어른들의 시선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슈가 되고 있는 일이다.
공지? 『한국고등학교 이벤트 안내』
봄이네 학교에 가려는데
봄이가 허락을 안 해줘서
교장 선생님께 직접 허락을 구했습니다.
한 BJ가 진행하는 이벤트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유명인이기도 하거니와.
─속보) 오정환 또 한국고 가네
[8시 뉴스 급식 방송. jpg]
이거 다시 한번 재현하냐?
└이때 진짜 컬쳐쇼크였는데
└영양사님 잘 계시냐?
└오정환 대단하긴 함
└억빠 거르고 잘한 일이지 이건
스토리텔링.
뜬금없이 가는 게 아니다.
오정환과 한국고는 이러니저러니 짙은 인연이 있다.
「오정환찐팬」
1시간 전。
#오정환#한국고
[BJ오정환 방송국 공지]
오정환이 또……
「환순이」
1시간 전。
#오정환#한국고#하와와
[서문봄 고등학교 1학년. jpg]
한국고를 왜 가나 했는데 ㅋㅋㅋ
「덕진고 학부모」
1시간 전。
#고등학교#급식문제
[한국고 급식. jpg]
이 사진이 1년 전이네요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으려나요?
SNS에서도 깜짝 화제가 된다.
최근의 해시태그 챌린지와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홍보가 된다.
* * *
한국고등학교.
교내 촬영은 어렵지 않게 인가 받을 수 있었다.
'학교의 쩐주이기도 하고.'
세상에 돈만큼 일처리를 수월하게 해주는 건 없다.
액수가 적지 않다 보니 대우가 상당하다.
교장 선생님께서 귀빈처럼 맞으신다.
물론 그것만이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겠지만.
"봄이야."
"몰라요."
"오빠가 부끄러워?"
"말 걸지 마세요. 진짜아!"
ㅋㅋㅋ
한 차례 깽판을 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대 수혜자인 봄이의 볼따구가 터지려고 한다.
'상처받네.'
나중에 봄이에게 정말 사춘기가 왔을 때.
이런 반응을 하면 졸도할지도 모른다.
현재도 졸도하기 직전이다.
"꺄#^@#%$끼야@%@!! $^꺄아학냐!"
"오빠, 오빠 저 팬이에요! 저 팬!"
"그래, 고맙다."
"꺄하하핳학하하학라하타하하!"
?환순이들 보소
?이 세상 텐션이 아니다……
?하와와 여고생쨩 무서운 거시야요
?이게 찐여고생인가??
이전에 봤던 그 친구들은 아니다.
봄이네 반의 다른 친구들로, 평소 내 방송을 즐겨보는 모양이다.
'원래 그래.'
우리 봄이 정도면 차분한 편이다.
바로 앞에서 네모난 철판을 든 채 입을 꾹 닫고 서있다.
식판 말이다.
한국고의 급식이 어떠한지.
풍문으로만 들었던 그 맛을 직접 체험해보려 한다.
"더 필요해 봄이양?"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주머니랑 친하나 보네. 반찬도 특별히 많이 주시고."
"몰라요. 오빠 미워요."
?봄이 필살기ㅋㅋㅋㅋㅋㅋㅋㅋ
?먹고 살기 팍팍하구나?
?얼마나 친하면 이름까지 아네
?급식은 ㅇㅈ이지
줄을 서서 급식을 받고 있다.
아주머니께서 우리 봄이를 아시는지 반찬을 다른 학생들보다 눈에 띄게 많이 주신다.
"정환씨 아니야. 정환씨!"
"예, 안녕하세요."
"정환씨 덕분에 우리가 살판났어~ 지금 뭐 방송 같은 거 하는 거야?"
"학교 측과 하게 된 일이 있어서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린 괜찮지, 괜찮지! 맛있게 먹고 가!"
"다음에 또 와도 될까요?"
물론 작년 급식 사태 때문도 있다.
급식 퀄리티가 낮을 때 힘든 건, 영양사뿐만 아니라 급식 조리사분들도 해당된다.
'비용 절감할 때 가장 먼저 깎는 것이 인건비잖아.'
예산이 부족해서 급식맛이 없다?
조리사 아주머니들의 숫자와 대우는 이미 삭감했으리란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학생들을 위해 굉장히 힘들게 일해주시는 분들이다.
내가 선인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었다면 보람은 느낀다.
"어디 가서 먹을까, 봄이야."
"따라오지 마세요오!"
"오빠 여기예요 여기!"
"꺄하하핳흐하핳."
ㅋㅋㅋ
우리 봄이도 덕분에 잘 먹고 있고.
학교의 수많은 친구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는 사실이 영 쑥스러운 모양이다.
'알고 있지.'
이러한 관심.
방송 중이면 몰라도 평소에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 점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급식 맛있어요, 친구들?!"
""네~~~!!!""
급식실이 급식을 먹는 급식충들에 의해 시끄러워진다.
다소의 소란은 방금 막 양해를 받은 마당이다.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게 참 어려워.'
우리 봄이한테 보디가드를 고용주면 좋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안 그래도 터지려고 하는 볼따구만 더 커진다.
"오빠 때문에 장조림 곱빼기로 못 받았어요. 너무 화가 나요."
"오빠 거 줄게."
"저 그 정도로 용서해주는 여자 아니에요."
ㅋㅋㅋ
관심을 받는다는 게 절대 좋은 일만이 아니다.
눈을 돌리는 것은 한시적인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봄이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BJ들의 고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시간을 들여 천천히 노력해온 것이기도 하다.
"급식을 맛있게 먹는 먹방을 찍어서 응모하면 문화상품권과 봄이의 머리를 씹어볼 기회를 줄 테니 열심히 해줘요."
""와아아아아아~~!!!""
세상 모든 분쟁을 종결시키는 방법.
역지사지만큼 효율적인 해결책은 없다.
'볼따구 터지겠네. 증말.'
당장의 희생은 따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