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화
공인 받은 데이트다.
"우리 학교에 왜 오빠가 있는 거예요. 선생님한테 이를 거예요!"
"응 허락받았어."
"히잉……."
?선생님한테 이른데
?일러라 일러라 일름보!
?봄이 화가 무척 났어
?근데 ㄹㅇ 존나 싫긴 할 듯ㅋㅋㅋㅋㅋ
물론 명목은 급식 실태 조사와 학생들의 잔반 줄이기 캠페인.
그럴듯한 취지로 진행하고 있다.
'그냥 대놓고 BJ의 방송을 허용하겠습니다, 하면 학부모들이 민원 넣을 수도 있잖아.'
무슨 일이든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중요하다.
그리고 사사로이 이익을 취하는 것 또한.
"나오는 거예요?"
"나오는 거예요?"
"어, 그래."
"우와!"
"우와! 우와!"
"꺄하하핳학하하학!"
한국 정치인분들이 하는 짓이니 분명 옳을 것이다.
남는 점심 시간을 활용해 봄이와 이곳저곳 쏘다니고 있다.
여고생들.
발에 채이듯이 굴러다닌다.
젊음이 살아 숨 쉬는 장소라는 사실이 적잖게 체감된다.
'그래봤자 애들이지만.'
몇 년 되지도 않았다.
얼마 전의 추억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 생활을 다시 한번 체험해보고자 한다.
"오빠가 쏜다!"
"우와!"
"우와! 우와! 우와!"
"웬일이야!"
"오빠 완전 능력남!"
"능력남이래 꺄핳흐하핳!!"
?능력남ㅋㅋㅋㅋㅋㅋㅋㅋ
?개부럽다
?나도 신사임당 한 장 내줄 수 있는데……
?한국고 의자왕 ㄷㄷ
매점.
학창 시절 애증의 대상이다.
동전 하나만 더 있으면 맛있는 거 사먹을 수 있는데.
「핫바」
「찐 만두」
「피크닉 사과맛」
「피크닉 청포도」
「제빵왕 김탁구 행복한 빵」
.
.
.
고기 들어있는 것들은 사먹기가 특히 난감했다.
핫바?
그거 하나 값이면 닭껍질 강정에 피크닉을 사고도 거스름돈이 남는다.
'어른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지.'
까놓고 말해서 매점에 있는 간식 전부 살 수도 있다.
그만한 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근데 요즘 애들은 그거 안 먹냐? 돈갑내기랑 벗겨 먹는 고오스랑 고구마 피자."
"그게 뭐임?"
"아는 사람?"
"그런 건 완전 틀~"
""틀이랰 으향컁컁컁!""
"……."
?틀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개씹틀 맞지
?아니 돈갑내기를 모른다고??
?요즘 애들은 좋은 거 먹어서 잘 컸네 ㅎㅎ
아닐 수도 있고.
요즘 애들은 정말 버르장머리도 없고, 옛것을 배우려고 하는 마음가짐도 덜 돼있다.
'나 때는 정말 선배님이 한마디 하시면 옳든 그르든 박수부터 쳤는데.'
물론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라지는 것이 맞다.
불량식품은 어디까지나 불량식품이고, 꿀꿀이죽처럼 시대의 흐름에 뒤쳐졌다.
─우리집강아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거 닭대가리로 만든 거 아님?
"100개 감사합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네요."
"닭대가리?"
"닭대가리래."
"캬핡흐컁컁 오우어꺄핳핳!"
?이게 웃겨?
?여고생들 텐션 돌+아이급임 ㄷㄷ
?피닉스김 패티라니
?봄이 이런 곳에서 어케 생존했누
QC(Quality Control)가 전혀 안 된다.
길거리 음식 정도가 아니라, 공장에서 찍어내는 수준이다.
위생 장갑 없이 일하는 건 기본이고.
기름때를 끌칼로 긁어내며 오븐을 돌리고.
공업용 공기압축기로 소스를 찍찍 뿌리는 등.
'닭대가리 패티는 루머라고 하긴 하는데.'
목뼈에서 살 발라내는 비용이 더 들을 것이다.
자투리 고기를 짓이겨 사용한다고 하지만, 이미 위생 점수가 아스팔트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이런 거 많이 먹으면 살 찌지 않아 근데?"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그거 완전 인정!"
"꺄하하핳학하하학라하타하하!"
아이들의 웃음을 볼 수 있다면 전혀 아깝지 않은 진출이다.
단 한 명만은 화 난 복어처럼 볼따구를 부풀리고 있다.
"봄이야."
"몰라요."
"오빠가 사주는 거야. 봄이도 먹어야지."
"매점에서 군것질 하면 엄마한테 혼나는 거예요."
"봄이 착한 아이라 안 돼요~"
"봄이 엄마 졸 빡셈 킼킼."
?먹으면 혼나?
?봄이야……
?혼자 못 크는 이유가 있었누
?매점에서 먹어야 무럭무럭 크지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어머님께서 식단 관리를 빡세게 하시고, 별도의 군것질도 철저하게 통제한다.
우리 봄이가 말을 잘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콜라 한 잔도 눈치 보며 마시다 30분만 뛰라고 하면 환장하지.
"뭐 하는 거야?"
"맛보는 건 괜찮은 거예요~"
"봄이 맨날 얻어먹음."
"우리가 몰래 한입씩 주고 있어요!"
"그래도 돼?"
"그치만, 그치만 먹고 살기 팍팍한 거예요."
ㅋㅋㅋ
물론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해가 갈수록 잔머리가 늘어만 간다.
'딱히 머리가 부러운 건 아니고.'
미묘한 거짓말을 잘한다.
질서 선에서 중립 선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인다.
잘 키워야만 하는 아이다.
"이런 아이입니다."
"저도 이제 거의 다 컸기 때문에 군것질 정도는 해도 되는 거예요~ 내년부터는 정식으로 요구할 거예요!"
?거의 다ㅋㅋㅋㅋㅋㅋㅋㅋ
?성장을 하긴 하네
?고3인데 매점 못 가게 하면 선 넘었지 ㄹㅇ
?두렵다 고3 실세 서문봄!
어머님께서 이 영상을 보고 어떤 판단을 하실지는 모를 일이다.
세상 모든 한 입씩이 그러하듯 포식을 한 봄이였다.
* * *
한국고등학교.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단 한 가지를 빼놓고 말이다.
"무승귀신을 진짜 봤어?"
"빼박이라니까? 등가죽에 무승귀신이 붙어서 안 떨어져!"
"씨지맥이 그럼 그렇지 쯔쯧."
얼마 전 거대한 폭풍이 들이닥쳤다.
그 후폭풍이 여전히 한국고를 집어삼키고 있다.
인기BJ들의 방문.
학생들에게 연예인만큼 화젯거리다.
개중에서도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건.
"자~ 이거 어묵볶음이거든요? 짭조름해서 맛있죠?"
"그냥 처먹어 븅신아."
먹방.
먹는 방송의 줄임말로, 파프리카TV를 중심으로 유행을 탔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더 드물다.
'나도 먹방BJ로 데뷔하면 대박 나는 거 아니야?'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말이다.
BJ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거니와, 한 가지 특별한 이벤트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오정환님의 방송국〕
─한국고 1학년 먹방 이벤트 응모합니다! +1
─이벤트 응모요 형
─3학년도 응모되나요? [1]
─하와와 게섰거라! 한국고 먹방퀸 나가신다~~ [3] +5
직접 먹방을 해본다.
오정환의 방송국에 올려 1등을 하면 문화상품권뿐만 아니라 특별한 부상이 주어진다.
"사실 어묵볶음은 일본에서 온 거거든요~"
"어묵볶음은 한국고에서 먹으세요…… 제발!"
"여기 이 어묵볶음,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다.
학생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먹방이 실시간으로 업로드된다.
'혹시 나도?'
한국고 1학년 학생.
최승옥도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의 먹방이 1등에 선정되는 것 말이다.
롤 스킨 지를 문상이 문제가 아니다.
진짜는 봄이의 머리를 씹어볼 둘도 없는 기회.
"내 먹방 어때? 1등각 아니냐?"
"응 니M미."
"응 우리 엄마밥 존나 맛없어."
요지는 속도가 아닌 '퀄리티'다.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식욕을 돋우는 먹방을 찍는다.
얌얌쩝쩝!
하지도 않던 야자까지 신청해 석식도 챙겨 먹고 있다.
오로지 먹방을 찍기 위함이다.
'아니, 이게 보기보다 쉽지가 않네…….'
처음에는 분명 진척이 있었다.
몇 번 더 트라이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하면 할수록 알게 된 건 어림도 없다.
먹방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하와와는 기본 와꾸가 되잖아."
"겁나 귀엽지."
"선배지만 크크."
"……."
자신들의 먹방.
솔직하게 썩 별로다.
자신이 시청자라도 하와와의 방송을 볼 것이다.
'하지만 남자 먹방BJ도 분명 있잖아.'
인기BJ인 하와와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먹방BJ 정도는 될 줄 알았다.
되기는커녕 배고픈 급식충A.
보잘 것이 없다.
식욕을 전혀 돋우지 못한다.
친구들과 달리 승옥은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공지? 『한국고 먹방 콘테스트 발표』
1등〉 cso1234 최**
2등〉 jpk6323 김**
3등〉 lck8282 박**
그 외 참가한 학생 여러분들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본 이벤트는 한국고등학교의 협찬으로 진행됩니다.
그 결과.
한국고 먹방 콘테스트 1위에 선정될 수 있었다.
노력한 만큼 보답을 받은 것이다.
"니가 한국고 먹방킹이네!
"믿고 있었다구 쥐엔장!"
"넌 영웅이야, 최승옥!"
"수고했어!"
"어서 와!"
굉장히 찝찝하지만 말이다.
결과만 보고 난리법석이 난 친구들과 달리 승옥은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하 진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영상의 각도.
음식을 먹는 템포.
씹을 때 턱의 움직임 기타 등등.
시청자 입장에서 식욕을 돋울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
그동안 먹방을 찍어보며 알게 된 점들이 있었다.
"봄이 대가리 씹으면 맛 좀 알려줘라."
"어, 그래."
"니 아가리 똥내 말고."
"니엄마?"
먹방BJ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먹기만 하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알았다.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한국고 1학년 복도.
얼마 전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맛있는 급식을 먹은 급식충들이 미쳐 날뛴다.
학생들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우리 학교 급식이 맛있긴 해."
"정환이형이 해줬다는 거 처음 알았어."
"낸들 알았냐?"
겉보기에는 말이다.
성장 중.
학생들은 아직 어리지만, 그만큼 빨리 성장한다.
귓구멍을 열고 있지 않을 뿐이다.
자신이 관심을 가진 대상에 대해서는 스펀지처럼 빠르게 흡수한다.
"먹방을 찍으면서 느낀 건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
"화면 신경 쓰면서 어떻게 먹지?"
"졸라게 못생기게 나옴 크킄."
방송에 대해서도.
상당수 학생이 깨닫게 된다.
방송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구나?
직접 겪어보자 모를 수가 없다.
전부가 아니더라도 상당수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야 2학년 이동 수업이래!"
"근데?"
"아니, 봄이 만나러 가야지."
"하와와 선생님이 니 친구냐?"
"먹방퀸이시긴 하지."
자정작용이 된다.
얼마나 철없는 짓인지.
모르니까 저질렀던 거지, 알고 나면 현자타임이 씨게 온다.
'먹방 한번 찍어봐야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먹방 콘테스트에서 우승해 교내 유명인이 된 최승옥을 중심으로 개념이 잡히고 있다.
물론 그도 포기한 건 아니다.
한 번 씹어보고 싶다!
대체 어떻길래 눈에 보이기만 하면 못 참는지.
하와와의 팬이기도 하지만, 오정환의 열성팬이기도 하다.
아장아장
우승의 부상.
오정환과 합방을 하는 것이다.
하와와의 머리를 씹을 기회를 한 번 얻게 되는데.
'어?'
눈앞에 보인다.
매점 근처에 전설의 포켓몬 느낌으로 가끔씩 출몰한다는 그녀가 말이다.
"와 2학년인가?"
"너무 예쁘다……."
"눈나 나 이상해."
"니들 왜 그래?"
친구들은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방금 전까지 머리를 씹을 계획을 세우고 있던 녀석들이 어째서?
'아!'
달라졌다.
특유의 걸음걸이를 빼놓고 몽땅 다.
가까이서 보니 교복도, 화장도, 피부톤도 평소와는 상이하다.
수준 높은 먹방을 찍기 위해 BJ하와와의 방송을 몇 번이나 돌려본 자신이니 알아보는 것이다.
그것으로 납득은 가지만.
"봄이라고?"
"하와와라고?"
"대가리를 잘근잘근 씹는 그?"
"그래."
"원래부터 귀엽긴 했는데 와……."
"역시 여자는 풀메를 하고 봐야 되는 건가."
침을 질질 흘리는 친구들과는 다르다.
승옥은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구나!'
먹방을 통해 방송을 진득하게 공부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