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화
클럽 놀이
사람이 붐비는 장소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당연하다.
시청자 수가 천 명이든 만 명이든 하다못해 10만 명이든 BJ는 방 안에서 방송을 한다.
연예인처럼 화려한 조명 아래 있는 직업은 아니다.
오히려 인지부조화.
나라고 예외가 될 리 없다.
안에서의 평화로운 일상과 밖에서의 인기가 주는 괴리감이 있다.
─너를위하논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 클럽 자주 옴?
"100개 감사합니다. 자주 오게 생겼어요?"
?아 ㅋㅋ
?생겼는데?
?정환이 인기면 여자 무적권 붙지 ㅇㅇ;
?방송 끝나고 안 가?
특히 유흥장소.
안 좋은 기억이 많다 보니 들어오자마자 꺼림칙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상한 애들을 하도 봐서.'
일반 이용자는 상관이 없다.
그 정도로 쉽게 드러나면 버닝썬 같은 게 2019년에나 터지지 않았겠지.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편한 감이 있다.
자주 먹던 라면에서 벌레를 발견한 그런 느낌.
"오빠! 나 오빠 아는데!"
"예, 안녕하세요."
"나랑 놀까?"
"방송 중이라 실례하겠습니다."
"딱딱해. 에이."
물론 한 일주일쯤 지나면 잊는 것이 사람이다.
학창 시절 닭대가리 버거도 잘만 먹었다.
'먹고 살기 팍팍하지.'
우리 봄이의 심정을 나도 이해한다.
눈앞의 아가씨 심정은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헐벗은 처자들이 많네요."
?여기도 환순이가
?이걸 참아?
?눈나나 쥬지가 이상해
?클럽 누나 ㅓㅜㅑ
클럽도 분명 재미는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만 빼면.'
사람 많은 장소.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 한다.
대놓고 놀기는 제한되는 측면이 있는 직업이다.
진짜 논다는 게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도 하다.
모름지기 클럽에서 잘 나간다는 것은.
"오빠, 오빠 같이 가요!"
"우리 길 잃겠어……."
"진짜 복잡하다. 시끄럽고 막."
"친구들이랑 안 와봤어?"
"우린 아직 히힛."
끼고 있는 여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여자 중에 가장 예쁜 여자는 어린 여자.
BJ빵순와 그녀의 친구들이다.
올해 대학교 1학년.
불과 두 달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원래는 더 빨리 만나야 했는데.'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다.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소의 시간이 소요됐다.
─팩트만말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탈모예요 오정환 탈모예요 오정환 탈모예요
"매니저 일 안 해?"
""깔깔깔깔깔""
?찐텐으로 빡쳤네
?이건 못 참지 ㅋ
?착한 악질 ㅇㅈ
?팩트는 사람을 화나게 만든다^^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뒷받침되지 않은 유언비어.
진지하게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흐즈믈르그.'
아무래도 어린 나이다.
짓궂은 시청자들의 장난에 휘말릴 수가 있다.
두 달 미뤄지고 만 합방.
그만큼 더 즐거운 경험을 주고자 기획한 이벤트다.
"이렇게 네 분 테이블 잡으시려고요? 메뉴는 고르셨고요?"
가벼운 클럽 경험을 시켜준다.
거의 마실 정도지만 재미는 있을 것이다.
'나도 재미있고.'
원래는 방송을 하면 안 된다.
가드와 직원들이 철저하게 주의를 준다.
사생활 노출 문제도 있거니와, BJ들 중에 개념 없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게 되기 이전.
"이 레이디들을 위해 콜라 보틀로 하나 주세요."
"……."
"콜라래."
"난 사이다!"
"깔깔깔!"
?콜라 보틀ㅋㅋㅋㅋㅋㅋㅋㅋ
?쫓겨나기 1초 전
?직원 얼굴 똥 씹었는데?
?보틀 시키면 VIP 맞지 ㅋ
이색적인 방송 콘텐츠다.
* * *
보라판.
〔개인 방송 갤러리〕
─요즘 김군 이 새끼 느낌 없네
─팬을 그냥 개돼지로 보는 거지ㅋㅋㅋㅋㅋ
─모바일이 튕기는 거 씹에바 아니냐?
─20년 안에 미소녀 TS 기술 나오겠지??
.
.
.
오정환의 복귀 이후 그럭저럭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전의 성세도 성세거니와.
─지금 오정환 방송 미쳤네
갓 민짜 탈출한 새삥들이랑 클럽에서 놀고 있음 퍄퍄
└대학교 새내기들?
글쓴이? 그건 모르겠고 물은 좋음
└한창 물 좋을 나이짘ㅋㅋㅋㅋㅋㅋㅋ
└한 명 BJ인데 졸귀임
자극적인 방송.
게임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한 번 길들여진 이들은 같은 맛을 반드시 찾기 마련이다.
공급과 수요가 맞물린다.
여전한 폼을 자랑하는 오정환의 방송은 매번 화젯거리다.
그것이 마음에 들 수가 없는 한 사람.
'내가 저 새끼보다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짭꾸라지는 BJ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정환에게 처참하게 깨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용납받는다.
─요즘 짭꾸라지 맘에 들지 않음?
주제 파악하는 거 ㅇㅇ
삼대장급 방송 킬 때 알아서 꼬리 말잖아
철꾸 인지도빨이라 ㅍㅌ는 치는데
억텐 내다가 철빡이들 민심만 안 조지면 볼 만함
└딱 ㅍㅌㅊ
└짭꾸쉨 이 글 봤으면
└걍 그릇이 안 됨
└옷도 시계도 짝퉁 쓰다 보면 뭔가 허전하잖아~ 그게 딱 짭꾸라지임
오정환이기 때문이다.
명실상부 파프리카TV 최고의 BJ.
그렇게 단언을 해도 위화감 없는 입지를 자랑한다.
그런 오정환한테 깨졌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대외적으로는 짭꾸라지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오 익태 형님만 아니었어도…….'
심익태.
자신을 BJ로 데뷔시켜준 은인이다.
그의 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이만큼 빠르게 뜰 수 있었다.
《오정환은 그렇다 쳐도, 니 팬덤한테는 확실하게 사과해라.》
지시를 착실히 따른 이유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등을 돌렸던 철빡이들의 민심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 그때는 형님 말씀을 듣는 게 맞았어.'
방송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특히 팬덤에 대해 가볍게 여겼다.
생각 이상으로 철꾸라지의 영향력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일.
자신만의 특기를 꾸준히 어필했고, 오리지널과는 구별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철빡이17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짭꾸 오늘 야방이야?
"아 행님들 짭꾸 방송 켰습니다. 화력 왜 이 모양이죠?"
?오정환이 있으니까
?짭꾸야 빈집 털자……
?이 새끼 정신 못 차렸눜ㅋㅋㅋㅋㅋㅋㅋㅋ
?ㅊㄲㅇ
바로 사심.
솔직한 컨셉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그것이 심해서 패착을 맛보았던 게 사실이다.
'적당히 조절만 잘하면 반응 좋더라고.'
BJ 짬이 나름 쌓였다.
실수를 발판삼아 발전도 했다.
자신이 어떤 방송을 해야 잘 먹히는지.
"행님들 짭꾸 클럽 들어가겠습니다."
??
?입뺀 ㅄ아
?최소 200은 깔아야 들여 보내준다 ㅋ
?니 얼굴에 그 복장으로 무슨ㅋㅋㅋㅋㅋㅋ
구체적으로 말이다.
머릿속에 번뜩인 방송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과감히 움직인다.
「K―클럽」
클럽 입구가 보인다.
클럽 가드들이 지키고 있다.
짭꾸라지는 성큼성큼 자신감 있게 다가간다.
"입장 안 돼요."
"입장 왜 안 돼요?"
"네. 손님 스타일이 입장할 수 없어요."
"스타일이 안 맞으면 입장할 수 없어요?"
"입장할 수 없어요."
"이쪽으로 나오세요. 뒤에 줄 길어요~"
그리고 바로 컷.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시청자 반응이 즉각 터져 나온다.
?ㅋ
?신분증도 안 보곸ㅋㅋㅋㅋㅋㅋㅋㅋ
?문지기 센스 좋네
?될 거라 생각한 게 레전드
?오늘 방송감 ㅅㅌㅊ다 짭꾸야~~
?스타일=면상
?패완얼 알제?
이 또한 방송이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
"즈즈즈 즈기요."
"아 끌어내기 전에 곱게 나가세요~"
"저 모르세연? 대가리에 든 게 없으세연?!"
BJ란 어떤 것인지.
철꾸라지를 보고 배운 짭꾸라지는 고스란히 실행한다.
자신이 보고 배운 그대로 말이다.
"어? 설마……."
"야 이 새끼 들쳐!"
"혹시 철꾸라지 형님 아니세요?"
"응 아니야~"
"맞네, 맞아! 지금 방송하고 계신 거예요?"
"유명한 분이야?"
빠꾸 좀 먹었다고 물러나면 방송이 안 된다.
병신짓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시청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철꾸라지의 모습을 재현하며 말이다.
이것이 키포인트.
"마 개때끼야! 이미 기분 다 상했다."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행님! 부킹 빡세게 해드릴 테니 화 푸시고 들어가주십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떡대들이 설설 기네
?역시 인방 대통령 철꾸라지!
?응 짭이야
?역시 앰창 인생들답게 철꾸 하면 껌뻑 죽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나라는 방송인을 알아줬으면 싶은데, 시청자들은 철꾸라지만 찾고 있다.
'서서히 팬으로 만들어가면 되는 거지.'
어차피 가버린 인간이다.
이름값만 철저히 이용하면 된다.
철빡이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준다.
─진성철빡이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근데 K―클럽 지금 오정환 있는 곳 아닌가? ㅋㅋ
"철빡이 행님 500개 감사합니다! 맞죠. 맞죠. 여기 오정환 그 쉐이……, 아니 있더라구요 헤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도 확실하게 어필하며 말이다.
짭꾸라지가 하고 많은 클럽 중에서 이곳을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새끼 방송 보니까 클럽 몇 번 가보지도 않았더만.'
불과 얼마 전까지 유흥업소 직원이었다.
심익태의 눈에 들어 BJ가 되었고, 돈을 번 후에도 제집 드나들 듯 다니고 있다.
즉, 매우 잘 안다.
이곳은 자신의 홈스테이지다.
오정환이 클럽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번뜩였다.
"행님들 제가 이 클럽 S급 여자 다 꼬시겠습니다. 미션 걸어주시죠!!"
?ㄹㅇ?
?이건 찐꾸라지면 절대 못 한닼ㅋㅋㅋㅋㅋㅋㅋ
?짭꾸라지가 사심충짓은 잘하지
?응 절대 못 꼬셔~
어떻게 방송을 할지도.
오정환은 예나 지금이나 미적지근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
'인생 한 방이야 이 새끼야.'
이 보라판이란 곳은 낮에 다르고, 밤에 다르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철새를 방불케 한다.
각만 한번 잘 잡으면 충분히 비빌 수 있다.
최근 압도적인 성세를 자랑하고 있는 오정환이라도 말이다.
"캬~~~!! 물 지기네. 야 가시내야."
"네?"
"오빠 능력 이따 아이가. 함 와봐라."
"왜요 뭐. 위스키라도 깔아주시게영?"
끌어내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동시각 방송에서 차이를 내고, 하나의 큰 사건화시킨다.
"마아아아아!!!"
"아 시끄러! 클럽에서 시끄럽긴 처음이네. 별꼴이야."
"젤 비싼 거 가꼬 온나. 퍼뜩 온나!"
"혹시 철꾸 형님 아니세요? 입구에서 들었는데."
"퍼뜩 까라바라."
"어?"
?오
?김치녀는 능력으로 꼬시는 거짘ㅋㅋㅋㅋㅋ
?이게 먹힌다고?
?오늘 짭꾸 느낌 있네!
오정환의 방송감은 인정한다.
자신은 몰라도 바깥에서 그리도 빨아주니 신경을 안 쓰기도 힘들다.
'여기는 안이야 이 새끼야.'
클럽에서는 자신을 당해낼 사람이 없다.
이곳 K―클럽의 수질 관리를 자신이 독차지해 버린다.
"잭 다니엘, 조니워커, 골든블루 다 가꼬 온나!"
"와 오빠 대단하다."
"오빠가 양주 먹고 싶은 거 다 먹여 준나."
값비싼 위스키들.
하나씩 늘여 놓고 따라준다.
과시하는 것만큼 여자한테 잘 먹히는 것이 없다.
'하~~~ 없을 때는 알고도 못 했는데.'
지금은 있다.
차고 넘친다.
부족하면 시청자들이 알아서 적당히 잘 쏴줄 것이다.
자신의 방송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
그런 조련을 그동안 해왔고, 이제는 그 수확을 거둘 때다.
─철꾸라지74호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짭꾸 클라스 미쳤다 ㅠㅠ
"74호 행님 1004개 감사합니다. 끼요오오옷!!"
"짭꾸?"
?아무튼 철꾸임ㅋㅋㅋㅋㅋㅋ
?워나잇 가냐?
?먹고 인증하면 ㄹㅈㄷ
?오늘 짭꾸 볼 맛 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짭꾸라지가 인생을 건 시동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