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화
나의 놀이
내부 사정은 내부 직원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칠성파두목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애들 갔나요? ㅠㅠ
"술 좀 깨라고 화장실 보냈어요. 곧 올 겁니다."
?분위기 좋았는데
?바텐더 씹새끼야!
?힝
?술 깨면 안돼……
바텐더의 조언을 수용하여 조금 이르게 자리를 떴다.
집에 돌아와서 나머지 방송을 진행한다.
'예정보다 조금 빠르긴 했는데.'
클럽은 방송을 진행하기에 썩 좋지가 않다.
선정적인 장소, 시끄러운 소음 등을 떠나서 분위기.
라면에 고급 토핑을 얹어도 라면맛인 것처럼 클럽 특유의 분위기에 묻힌다.
내 방송을 진행할 수가 없다.
"오빠!"
"짜잔~"
"진짜 옛날 생각난다 히힛."
의상 체인지.
처음 찾아왔을 때 맡아두고 있었다.
방송의 체이서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세상이 참 팍팍해져 가지고.'
귀여워서 머리 쓰다듬어주는 것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대다.
학생과 친해지고 싶어도 사회적 벽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획한 방송.
급식들의 솔직한 마음을 듣고 싶다.
불과 얼마 전까지 당사자였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이다.
─벌떡서버림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센세……
"별풍선 천사개 감사합니다. 야 리액션해."
"저희가요?"
"전 BJ가 아닌데."
"내가 해야 돼?"
?이미 충분하짘ㅋㅋㅋㅋㅋㅋㅋ
?일찐 눈나 ㅗㅜㅑ
?형은 다 계획이 있구나?
?이게 요즘 고딩이지 ㅋ
고등학교 시절 교복을 가지고 오라고 주문했다.
경험담을 듣기 위해서는 비슷한 상황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
'아무튼 그럼.'
우리 봄이와 달리 세상 달라졌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치마부터가 교복인지 미니스커트인지 구분이 안 간다.
"솔직히 말해. 이거 얼마나 쫄였어?"
"저희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구~ 수능 끝나고 일탈 히힛."
"졸업 사진 이쁘게 보이려구요!"
"담배 폈지?"
"아 안 펴요옹~"
"얘 금연 중임."
세상 말세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나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취향인 걸로 보인다.
"함 물어봐."
"진짜 안 핀다니까요?"
"됐고, 물어만 보라고."
"진짜 안 피는데……."
?캬
?정환이가 뭘 좀 아네 ㅎㅎ
?담배 피는 년들 침 줜나 뱉는데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에쎄 체인지.
얇은 담배를 마지못해 받아 든다.
입에 무는 꼬락서니를 보니 경험이 정말 없는 듯하다.
'피는 애들은 잡는 손가락부터가 다르지.'
BJ빵숙, 하린이라는 아이다.
클럽에서 놀면서 대충 파악한 바, 이 그룹의 중심격에 위치한다.
이 아이가 엇나가지 않았다는 건 다른 아이들도 그렇겠지.
나쁜 아이들이면 혼내주려고 했는데 다행이다.
"이렇게 잡아. 다리 꼬고."
"네……."
"잠깐 만진다?"
"어?"
순수한 아이들이기에 데리고 노는 재미가 있다.
포즈를 조정시켜준다.
자연스럽게 스치는 허벅지의 부드러운 살.
'이거지.'
희고 통통하다.
젖살이 빠지기 전의 자연스럽게 올라와 있는 지방이 만드는 꿀벅지다.
다리를 꼬자 강조된다.
살짝 올린 치마는 아슬아슬하다.
교복이기에 더해지는 긴장감이 있다.
─킹복페티쉬님, 별풍선 892개 감사합니다!
이건 예술이다……
"와 별풍선 감사합니다…… 892개?"
"팔이 곱다고 쏘는 거야."
"아 진짜요?"
??
?ㄹㅇㅋㅋ만 치세요 여러분!
?이걸 모른다고?
?진짜 모르는 거 같은뎈ㅋㅋㅋㅋㅋㅋ
뭇 남성들의 로망이다.
안타깝게도 법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허락 받지 못하는 취향이지만 성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블라우스 단추를 살짝 풀고, 넥타이까지 헐겁게 푸니 완벽하다.
학교 다닐 때 어쩌다 만나면 눈을 깔게 되는 누나.
"일진 누나."
"아 일진 아니에요옹~"
"연기 모드."
"야 돈 있냐? 막 이래. 장난인 거 아시죠?"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침을 이빨 사이로 찍 뱉는 거야."
"이빨로는 해본 적 없는데……."
마지못해 뱉는다.
알코올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시도조차 안 했을 아이.
본인이 놀라서 눈치를 본다.
'재밌네.'
진짜 흡연자라면 있을 수 없는 맑은 침이다.
일부 시청자들이 보편적인 도덕 관념에서 있을 수 없는 채팅을 친다.
─보라매니아님, 별풍선 17개 감사합니다!
섹두산 올리겠습니다 ㅋ 이건 못 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ㅇㅈ
?아재들도 벌떡 세우겠는데?
?바닥에 침 줜나 핥고 싶네 ㅎ……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취향을 가진 사람이 있고, BJ를 하다 보면 존중하는 도량이 생긴다.
"69, 74, 104…… 이거 설마."
"설마 뭔데?"
"아 몰라요 오빠 진짜!"
"왜 웃어?"
"오빠 못됐다."
"아 섹드립이었어~??"
"근데 104랑 204는 뭐에요?"
"그런 게 있어."
""?""
섹두산.
17, 69, 74, 104, 204, 584, 892개로 이어지는 일종의 별풍선 릴레이다.
숫자 하나하나가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배에다가 하는지, 입에다가 하는지 뭐 그런 게 있지.'
정말 모르는 듯한 눈치로 쳐다보면 설명하기가 난감하다.
내가 그렇게 나쁜 오빠는 아닌데 말이다.
본인들이 원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셋이서 뭔가 쿵짝이 맞았는지 갑자기 의자를 당겨 가까이 오기 시작한다.
"오빠."
"오빠~♡"
"술냄새 난다 애들아.."
"저희 애 아니에요."
"애 아니거든용~"
"이렇게 섹시한 애 봤어요?"
?꺄!!
?취해서 볼 빨간 거봐
?진짜 취한 거 아니야?
?거리 위험한데 ㄷㄷ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이제 막 머리에 피가 마른 스무 살 아이들의 촉촉한 입술이 보인다.
알코올이 섞인 달콤한 숨결이 간지럽힌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던져온다.
"오빠한테 먹히고 싶어요."
"저도."
"저두요."
"크흠! 아무리 그래도 그런 노골적인 건 방송 끝나고……."
"머리 깨물어주세요!"
"……."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최근 급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막 급식을 벗어난 어른(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빠 보고 먹으라고? 너희들을 다?"
"먹어주세요. 여기."
"진짜 어른 무서운 줄 모르고."
"꾸웨엑!"
"아파?"
"하나도 안 아픔 킼."
"봄이는 엄청 아파하던데 꺄르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前여고생 먹방 ㅓㅜㅑ
?봄이 엄살이었어?
?와 우라야마시~!!
한 입씩 씹어준다.
마치 사과를 베어 무는 듯한 느낌이지만, 실상은 앞니와 송곳니로 압력을 주는 정도다.
'작으면 작을수록 입 안 가득 넣을 수 있고.'
그것이 쉽지 않다.
머리 크기 자체가 유전적으로 타고 나는 거고, 여자는 머리카락도 남자보다 훨씬 많다.
봄이가 특이 케이스다.
작은 대가리와 비단 같은 머리카락.
그와 견줄 정도는 도저히 되지 않지만.
"아! 아야……."
"아픈 척 노."
"난 아픈데."
"머리에 여드름 났어?"
하린이도 제법 작다.
씹을 보람이 있는 대가리다.
상징적인 의미로도 차고 넘친다.
─방장님빨리님, 별풍선 584개 감사합니다!
세 명을 교대로 먹어버리네 ㅗㅜㅑ
"오빠한테 먹혔어요."
"나 먹혔엉……."
"책임져줄 거예요?"
"오빠가 너희 세 명쯤 못 먹여 살릴까?"
""꺄아아~~!!""
?오정환 찐텐이눜ㅋㅋㅋㅋㅋ
?현실 의자왕 ㄷㄷ
?가슴 닿은 거 아님?
?오늘 정환이 텐션 높네 ㅋ
파릇파릇한 애들과 있다 보면 들뜨는 감이 있다.
조금 까놓고 말해서 마음만 먹으면 안 될 것도 없고.
'진짜 하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상황 자체가 감정을 고조시킨다.
클럽 분위기가 좋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눈앞의 이성.
간접적인 정복감을 가진다.
직접적으로 정말 연결시킬 수도 있고 말이다.
꼴꼴꼴
좁은 병 입구를 타고 흘러내려 간다.
황금빛 액체가 글랜캐런 잔을 얕게 채운다.
"이거는 클럽에서 마셨던 것보다 안 독하긴 해."
"어디…… 콜록! 콜록!"
"독해."
"나, 나 한 번 시도해볼래."
예나라는 아이.
친구들 중 가장 피부가 희다.
이미 상기돼있는 볼이 위스키를 머금자 더욱 붉게 물든다.
독하기 때문이다.
달모어 15년.
40도밖에 안되는 도수지만, 고도수가 으레 그렇듯 처음에는 점막이 따가워서 머금고 있기도 힘들다.
반사적으로 내뱉거나 흘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직전에 머리를 잡고 당긴다.
기왕 뱉을 거면 내 입에.
"어머."
"와, 꺄……."
?눈 가린 척 뭔데?
?사이로 다 보고 있잖앜ㅋㅋㅋㅋㅋㅋ
?친구가 먹히는데 안 도와줘?
?졸라 맛있겠다……
맛있다.
달달해서 달모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 술이다.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해서 꺼낸 감이 있다.
'킹스맨에 나오는 그거잖아.'
킹스맨 초반부.
눈 덮인 산장에서 박사가 납치를 당한다.
납치범曰 우리는 당신을 해치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 의미로 좋은 걸 주겠다.
"그게 이거예요?"
"뭐 대충."
"맛있다……. 수, 술이요."
"너도 맛있더라."
"헤, 헤헤……."
물론 진짜는 62년 숙성이다.
박사가 껌뻑 믿을 만도 했다.
12병 한정 생산돼 최고가 2억 원에 낙찰되고, 현재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아서왕과 12명의 원탁의 기사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의 속뜻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고 하는데.'
실상은 달모어의 가격을 존나게 올리고, 맥캘란처럼 장난질을 치게 만든 계기로밖에 안 보인다.
어차피 맛은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별풍셔틀님, 별풍선 8285개 감사합니다!
세 명 다 할 거죠? 제발
"허억……."
"8천 개면 얼마야? 나 네 자리도 처음 보는데."
"넌 못 받아봤어?"
"나는 그런 거 못 받지."
?지금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닌데
?빨리빨어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두산 최고봉이 벌써 나온다고??
?큰손들도 이건 못 참는다
매개체에 불과하니 말이다.
여자들끼리 있으면 그런 게 있다.
한 명이 앞서가는 것을 두 눈 뜨고 못 본다.
'여적여라고도 하는데, 사실 남자도 해당돼서 케바케야.'
한 가지 확실한 건 시간 문제다.
지랄도 멍석 깔아주면 못한다고 우물쭈물하기 전에 스타트를 끊은 이유다.
"혹시 처음은 아니지?"
"저 남친 있긴 했어요."
"그럼 괜찮겠지."
지우라는 아이.
가장 짜리몽땅하다.
그만큼 슬림해서 안기가 편하다.
못 움직이도록 팔을 둘러 고정시킨다.
위에서 아래로 머금고 있는 위스키를 침으로 풀어 살살 흘러 넣어준다.
다시 혀를 찔러 긁어낸다.
입안 상황이 수위가 살짝 걱정되게 만든다.
캠의 각도나 화질의 한계상 의미 있게 나가진 않을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졸려?"
"아, 아뇨 그냥……."
"저쪽 가서 쉬고 다음."
?다음!
?미쳤다
?이걸 순서대로 다??
?진짜 해버리네……
본인들이 원한다니까.
나로서는 그 소망을 들어준 것밖에 없다.
뭐든지 한 번쯤 경험이 있으면 인생에 참고가 된다.
"하린이 남았나?"
"네, 오빠……"
"오빠, 얘 처음이에요. 진짜 처음."
"남친도 없었어? 이 얼굴에?"
"있긴 했는데 안 좋게 헤어져서……."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늦다면 늦다고 할 수 있어도, 갓 스물이라면 이상할 것까지는 없다.
'참 난감하지.'
처음은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과.
동방예의지국의 미덕을 지켜나가는 것이 옳다.
한 가지 예외만큼은 조상님들도 용납해주셨다고 한다.
─유기농보라님, 별풍선 3333개 감사합니다!
성공시 빵숙이방에 만 개 쏨ㅋ
"내 방은?"
"와 만 개면 얼마야?"
"10만 원? 아니 100만 원?"
"야 한 번만 해 그냥! 진짜 별 거 없어."
"하, 하지만……."
?넌 ㅅㅂㅋㅋㅋㅋㅋㅋㅋ
?처음 먹으면 됐지
?우리가 분위기 몰아줄 테니까 빨리
?이거 품번 뭐냐곸ㅋㅋㅋㅋㅋㅋㅋ
술이 들어간다는 건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