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99화 (399/846)

399화

여러 여캠들을 보다 보면 감이라는 게 생긴다.

'그냥 척 보면 알지.'

무슨 관심법도 아니고.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지만, 대부분 예상 범위 안에서다.

"후회 없지?"

"저 오빠라면 괜찮다고 생각해……."

?캬

?꺄아~~~~~

?이걸실?

?몸에 좋은 건 다 먹어버리네 ㄷㄷ

반응이 신선하다.

억지로 비집어 여는 입안은 처음 여는 플라스틱 뚜껑처럼 강고한 구석이 있다.

한 번 뜯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술술 풀린다.

하지만 이음매가 이어진 곳이 남아있고, 한 번 더 힘을 줘야만 완전히 분리된다.

'거부감 느끼는 게 재밌지.'

이 여자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완전무결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 말이다.

순진한 것과, 순진한 척하는 건 차이가 확연하다.

"읍! 읍읍……."

조금 굼뜨게 오는 반응이 남자의 정복 심리를 자극한다.

이미 허락한 입안에서도 부끄러운 부분이 있고, 그곳을 굳이 파고들어 심리적으로 개방시킨다.

경직돼있던 눈 주위 근육이 풀려간다.

어느 샌가 거부감을 잊고 즐기고 있다.

딱 그렇게 돼버린 시점에.

─유기농보라님, 별풍선 892개 감사합니다!

해?

"안 해. 누군 만 개 쏘고."

?892 ㅋ

?아 만 개 쏘면 하냐곸ㅋㅋㅋㅋㅋㅋ

?줜나 부끄러워하네

?풋풋하다……

풀어준다.

시청자와의 농담 따먹기가 한참 진행되고 나서야 정신이 든 듯 주위를 둘러본다.

'진짜 새삥이네.'

의식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의자를 빼는 반응 또한.

한동안 묵묵하게 앉아서 체이서나 홀짝거릴 것이다.

다른 애들이랑 놀면 된다.

이미 적극적으로 들이대고 있다.

술병을 들어 없는 화제도 만들어온다.

"오빠 이 병 진짜 이쁘다."

"가운데 사슴 있어요!"

"이 사슴이 어떤 건지 알아?"

"어떤 건데요?"

"옛날 스코틀랜드 왕가의 문장인데……."

적당히 이야기해준다.

입으로 직접 먹여준 달모어에 큰 뿔을 가진 사슴 머리가 장식된 사연.

스코틀랜드의 왕이 사냥에 갔다가 흥분한 사슴 때문에 죽을 뻔한다.

그걸 본 신하 한 명이 목숨을 던져 구해냈다.

감동한 왕은 왕가의 문장인 사슴 문양을 쓰는 걸 허락해준다.

그것이 이어져 내려와 달모어의 위스키병에 박혀 있다.

"그럼 이건 왕가가 인정한 술이네요?"

"그런 마케팅이지."

"영화에도 나오고…… 진짜 좋은 술인가 보다!"

?근본 있는 술이네

?캬

?그래서 입술로 맥인 거임? ㅋㅋ

?더 먹자! 더 먹자! 더 먹자! 더 먹자! 더 먹자!

사실 이야기의 내용은 전혀 상관이 없다.

이 두 처자는 이미 헤롱헤롱 상태라는 사실.

'술자리 대화라는 게 다 그렇지.'

그냥 적당히 떠들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한다.

빨개 벗은 것처럼 적나라하게 노출돼있다.

속마음 말이다.

딱히 나에게 반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이토록 밀당도 없이 일방통행이 돼버린 건.

"이거 다시 마셔보니 맛있다~"

"독한데."

"오빠가 가르쳐줘서 맛을 알 것 같아요."

"저도요!"

"적당히 마셔. 취하면 오빠가 진짜로 먹어버린다?"

""꺄~~~~!""

여자들 사이에 흐르는 기류 때문이다.

둘도 아니고 셋.

경쟁 관계가 형성되는 건 필연적이다.

'이걸 잘 이용하면 한 명은 무조건 꼬실 수 있지.'

이미 그러한 구도가 형성됐다.

친구 두 명이 등을 떠밀어준 덕분에 수월하게 맛을 보았다.

지긋이 노려보고 있다.

자신의 첫키스를 가져간 상대.

다른 여자들과 히히덕거리고 있는 나를.

"하린이 졸린가 본데?"

"졸려?"

"얘 잠 좀 많음!"

"딱히 안 졸린데요."

"졸리면 택시 불러줄게."

"괜찮……, 아요."

?오오

?뭔가 재밌어지는 분위긴데

????: 할 말이 있음

?첫키스잖앜ㅋㅋㅋㅋㅋ

가장 이쁘다면 견제를 당한다.

친구들 사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건 흔한 레퍼토리다.

'나쁜 친구를 그래서 사귀지 말라고 하잖아.'

혼자 순결하게 앉아있는데.

경험한 자신들이 이상한 것 같다.

끌어들이려 할 거란 건 불 보듯 뻔하다.

이래 봬도 건실하게 살고 있지만, 가끔은 장난도 좀 치고 싶다.

의도적으로 무시하자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이 재밌다.

"술 마시고 싶으면은."

"이건 알아요."

"우리 동네 편의점에도 이거 있는데!"

"나 이거 좋아하는데 오빠도 마셔요?"

기네스 맥주.

편의점 4캔 행사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물건이다.

전용잔을 꺼내 적당히 따라준다.

콸콸콸!

검은색의 맥주가 콜라 잘못 따른 것처럼 거품이 일어난다.

서징(Surging).

전용잔을 굳이 꺼낸 이유다.

'로고 위치 반까지 따른 후에 대류 현상이 일어나는 걸 기다리라고 하는데.'

2분 정도.

전용잔이 있으면 타이밍 잡는 것이 편해진다.

이런 뻔하기 짝이 없는 인싸 매직을 보여주려고 꺼낸 술은 아니다.

"위스키가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졌잖아? 영국 위쪽, 우리나라로 따지면 북한."

"북한이래 깔깔!"

"알아요. 남자가 치마 입고 다니는 나라!"

?그거 맞지

?북한 ㅅㅂ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영국 아니야?

?치마는 교복 치마 미만잡임

스카치 위스키라고 한다.

이 스카치가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를 뜻한다.

기네스도 근처 지역에서 만들다 보니 같이 마신다.

'입가심용 체이서로 많이 쓰지.'

기네스는 달콤쌉싸름하다.

위스키는 독하고, 복잡한 맛을 낸다.

위스키를 마시고 난 다음 기네스를 마시면 혀를 씻어준다.

콸콸콸!

서징이 끝났다.

기네스를 마저 예쁘게 채워 넣는다.

영양가 없는 술 잡담이 그 시간을 벌어준다.

"와 맛이……."

"왜 어떤데?"

"맛있어진 거 같아!"

"진짜? 따르는 법이 따로 있었구나."

신맛이 덜해지고 부드러워진다.

드라마틱한 차이가 나진 않지만, 기분적인 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술맛 자체가 기분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그러한 음료다.

알고 마시면 뭔가 좀 더 재미있고, 술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측면이 있다.

반대로 기분이 안 좋을 때 마시는 술은.

"야, 하린아."

"왜요……."

"그렇게 마시면 취해. 그만 마시든가 집에 보내주든가 할게."

"오빠가 무슨 상관이에요."

??

?술 챘네

?빵숙이 술주정 심한 편이야?

?폭풍 전야 ㄷㄷ

빨리 취한다.

혀끝도 둔탁하게 무뎌진다.

체이서를 겸하니 더 술술 넘어간다.

'아 재밌어.'

이 맛에 보라BJ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

* * *

오정환의 방송.

─오정환 오늘 좀 막 가나 싶었더니

또 또 이 새끼 선비질이네 ㅉㅉ

클럽에 데리고 갔으면 춤을 추게 해야지

앉혀 놓고 훈장질을 하고 있어

└ㄹㅇㅋㅋㅋㅋ

└그럴 거면 왜 데리고 갔냐고!

└저런 애들 안 오면 클럽 수질 떨어지잖아 ㅡㅡ

└룸망주로 딱이던데

커뮤니티의 반응은 평소와 마찬가지다.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게스트 선정과, 그와 반비례하는 다소 밋밋한 진행.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보라판 시청자들이 답답함을 느낄 만도 하다.

일부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글도 올라오고 있다.

─아니 성인이면 뭐 문제될 것도 없는데

술 좀 맥이고

알딸딸하게 만들어서

데리고 놀면 존나 꿀잼 보장이겠구만 에휴

└애들 반응도 찰짐 ㅋ

└니가 방송해라

└오정환 좋아하는 눈치더라 찐팬인 듯

└줘도 못 먹어 ㅅㅂ

보라를 즐기는 가장 흔한 방법.

과몰입은 유별날 것도 없는 현상이다.

시청자들의 참견은 방송의 조미료가 되어준다.

요리사의 기량이 탁월하다면 적절한 때다 메인 요리를 서비스한다.

2부 합방.

빵숙과 친구들이 딱 2개월 전에 입던 복장으로 나타났다.

─역시 갓정환은 갓정환이네

템포 조절이 미ㅋ침ㅋ

애들 살살 구슬려서 진짜 하고 싶은 대로 가지고 놈 ㅋㅋ└이 새끼가 은근히 사악함

글쓴이? ㄹㅇ

└딴 보라BJ가 저랬으면 이미 쇠고랑 찼지

└솔직히 하는 짓만 보면……

투덜거림이 쏙 들어갈 만도 하다.

서서히 데워지다 확 끓어 넘치며 보라판 시청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킨다.

그리고 스토리텔링.

언제 깔았는지도 모를 장치가 폭발한다.

눈물샘이 맺히는 여자는 당사자만 아니면 꿀잼이다.

─오정환 이 새끼도 제정신은 아님

빵숙<<

얘 생처녀인데

지 재미 보려고 첫키스 먹더니 결국 일 내네

└요즘 세상에 20살 처녀가 어딨누?

└친피셜이잖아. 컨셉질 할 거면 다 처녀라 했겠지

└술 핑계로 다 먹고 다님

└ㅅㅂ놈 3명은 선 넘었지 ㅋㅋㅋㅋㅋㅋ

그 이유.

대략적인 짐작이 간다.

막장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는 보라판에서는 오히려 환영하는 바다.

보라를 끊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갑론을박이 오간다.

BJ들의 사정을 저마다의 뇌피셜로 추측한다.

─키스 좀 했다고 분위기 ㅈ창 내는 게 문제 아님?

지가 괜찮다며

뭐 잠을 잔 것도 아니고 입 좀 맞췄다고 비싼 척은 ㅅㅂ이래서 여자들이 문제임└첫키스 했으니까 책임지라고요 빼애액!

└씹선비 새끼들 개많음 ㅋㅋ

└젖 주무르는 방송 보면 환장하겠네

└오정환 정도면 신사지

불도 안 나는 곳에 연기를 피워 휘발유를 부어서 산불을 내는 곳이 보라판이다.

불쏘시개가 제공됐으니 더할 나위 없다.

갑작스러운 사고.

화제로 번지는 건 당연하다.

동시각 더 큰 역대급 재해가 같이 덮쳐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크아~ 쥐기네."

"오빠 안 독해?"

"마아아?!!"

"왜 갑자기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너처럼 예쁜 년이 따라주는데 오빠가 어떻게 안 먹어."

?ㅋ

?가오 잡눜ㅋㅋㅋㅋㅋㅋ

?여자 앞에서는 무조권 원샷이지 ㄹㅇ

?저 독한 걸 잘도 마시네

짭꾸라지의 방송.

정반대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오정환이 다소 주춤할 때 충분한 지분을 확보했다.

꾸준하게 자극적으로 이어지는 뒷심도 흥행에 한몫한다.

"오빠 능력 있어?"

"마 오빠 못 민나?"

"있으면 됐고."

"크크크."

사심 또한.

마음껏 채우고 있다.

캠에 잘 보이지 않을 만한 각도에서 더듬는다.

'X년 빨통 봐라.'

이전이었다면 말도 걸기 힘들었을 여자다.

도도하기를 넘어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미인.

성형 티가 다소 나지만 그래서 더 취향이다.

짭꾸라지는 이 클럽의 중심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만끽한다.

─한남더힐77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다른 년으로 갈아타면 5천 개 ㅋ

"더힐 행님~~~! 당장 갈아타야죠. 늬에늬에! 야 안 꺼져?"

"별꼴이야 진짜 X같이 생긴 게."

?ㅋㅋㅋㅋㅋㅋㅋㅋ

?ㅈ같이 생긴 건 맞지

?생긴 뇬이라 자존심 있어서 한 마디 뱉고 가네

?침이나 뱉어주지 포상인데 ㅋ

수준 높은 여자가 굴러다닌다.

한두 명에게 목을 맬 필요가 없다.

적당히 손짓해서 눈치를 보고 있는 MD를 부른다.

"다음! 다음!"

"아니 형님 아무리 그래도 지금 벌써 다섯 번째인데……."

부킹을 해주는 애들이다.

무어라 불만을 씨부리지만 앞주머니에 신사임당을 두 장 꽂아주자 꾸벅 90도 인사를 박고 사라진다.

'이게 인생이지.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시발!'

얼마 지나지 않아 데리고 온다.

다른 타입의 미녀.

노출된 피부 사이로 문신 같은 게 보이긴 해도.

"너 귀엽다."

"이 누님분 화끈하네……."

"몸만 화끈할 것 같아?"

오히려 노는 법을 안다.

대뜸 찐하게 입을 맞추며 혀까지 넣어온다.

화한 은단과 담배 냄새가 섞인 침 맛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이년은 방송만 아니었으면 무조건 홈런 때렸겠는데?!'

이것이 돈의 힘.

이 클럽의 주인공은 자신이다.

동시에 돈도 벌고, 여자까지 마음껏 해버릴 수 있다.

?캬

?돈 많으니까 별거 다 해주네 ㄷㄷ

?호구 알아본 거 아님?

?호구라도 좋아……

이만한 직업이 또 있을까?

시청자들의 부러움까지 더해지며 짭꾸라지는 도취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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