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화
SNS.
최신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업계다.
〔대한민국의 트렌드〕
1. #소주칵테일
2. #이아이가_이렇게_됐네요
3. #Unhappy
4. #아이유_사복
5. #오정환_챌린지
그리고 가장 대중적인 화제를 다룬다.
그 두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불이 붙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
─요즘 클럽에서 파는 칵테일 근황. jpg
[소주 칵테일 사진. jpg]
빨간 뚜껑에 설탕+과일 꽂아서 줌
이름하야 K? 칵테일
└가슴이 웅장해진다……
└저기 클럽 상호도 K? 클럽임ㅋㅋㅋㅋㅋㅋ
└국뽕 여기 주모 한 사발~
└주모도 이건 안 팔아 ㅋㅋ
일부 비웃음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칵테일.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형식을 갖춰 먹어야 하는 비싼 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접근성이 필요하다.
소주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최소 한 입씩은 마셔본다.
아니, 물처럼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 TOP 10」
1위 : 진로 (Jinro)
2위 : 엠페라도르 (Emperador)
3위 : 오피서즈 초이스 (Officer's Chioce)
4위 : 처음처럼 (Chum? Churum)
5위 : 스미노프(Smirnoff)
2007년부터 진로소주가 패황 자리를 꿰차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가 국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지극히 이례적이다.
─소주 마시면서 개폼 잡는 놈들 특징. txt
"취하려고 술 마심"
"주량 몇 병인지 자랑함"
"소주 마시면서 달다고 함"
이중 2개 이상 해당되면 반성해라 ㅉㅉ
└넌 힘든 일 없이 걍 순탄하게 자라서 그래……. 힘든 일 많이 겪고 나면 그냥 달달한 음료수 같다 글쓴이? 네 행님;;
└반병만 마셔도 취할 것 같은 놈들이 허세질은 ㅋㅋㅋㅋㅋ└팩트) 감미료 넣어서 실제로 달다
한국인들에게 소주는 애증의 대상이다.
국민술이라 불리고 있음에도 기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층에서 외면받는 추세다.
숙취도 심하고, 화학약품 냄새 나고, 도수는 드럽게 높은 등.
「꿀팁 페이지」
5일 전。
#소주칵테일
[소주로 칵테일 만드는 과정. jpg]
여러분 소주 좋아하시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칵테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와웅
?소주로도 칵테일을 만들 수 있었군요! 좋아요 누르고 가요 춍춍? 소주 그냥 먹기 맛없었는데 이거 좋네요? 페이지 공유해도 되나요?
그러한 소주를 맛있게 마실 수 있다.
물론 다른 술을 골라도 되겠지만, 젊은 학생 및 사회 초년생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K? 주세라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가혹한 세법 때문이다.
업장에서 이윤을 붙인다면 2배, 3배는 우습다.
「클럽녀」
3일 전。
#K? 클럽#소주칵테일
[소주 칵테일 사진. jpg]
클럽 가면 맨날 맥주만 홀짝거리고 나오는데
K? 클럽에서 소주 칵테일 타주는 거 맛있네요!
?예거밤 맛나던데
클럽녀? 갈 때마다 시키긴 비싸요 ㅠㅠ
?이거 과일 안주 시켜서 만들 수도 있음 ㅋ
?오정환 유튜브에도 있어요!
클럽 특유의 높은 가격.
2배가 아닌 10배까지도 치솟는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도저히 그 가격을 주기 싫다.
돈을 뿌리는 문화인 강남 클럽이면 모를까.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이 많은 홍대 클럽에서는 파격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소주 칵테일 20잔 만들어줘!"
"20잔이나?"
"주말이라고 드럽게 많이 온다……. 힘내자."
K? 클럽의 바텐더 박두림.
어깨 너머 배운 칵테일 레시피 하나로 최근 인생이 바뀌었다.
'바쁜데 기분 좋긴 처음이네 히히.'
클럽이라는 공간은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손님으로 올 때도 그렇지만, 안에서 일을 할 때는 더더욱이다.
언제 갑질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돈 쓰는 게 자랑인 인간 탈을 쓴 짐승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소주로 칵테일? 요즘 애새끼들은 별걸 다 하네."
"취하셨으면 나가세요, 손님."
"뭐 이 새끼야? 술로 장난질이나 치는 게 직업인 새끼가……."
이렇듯 말이다.
불과 얼마 전이었으면 X 밟은 셈 치고 고개를 끄덕여야 했지만.
"자, 자 취객 지나갑니다~!"
"안 놔? 안 놔 이 씹!!"
"다치기 전에 아가리 여무세요. 좋게 좋게 갑시다."
"……."
동료 직원이 가드에게 연락해 바로 쫓아낸다.
클럽 내에서 확실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게 다 정환 형님 덕분이지~'
소주 칵테일.
굉장히 기발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물건도 홍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정환의 인지도가 가능케 했다.
방송과 더불어 커뮤니티와 SNS에서 2차적으로 퍼져나가며 손님을 불러 모았다.
"오빠~"
"오빠~~!"
"주문 있으시나요?"
"서비스로 주신 칵테일요. 따로 팔거나 하진 않아요?"
"더 먹고 싶은데!"
"죄송합니다. 따로 판매하진 않습니다."
그것도 여자 손님.
클럽에서 여자는 곧 ‘돈’이다.
클럽 수질이 맑으면 남자는 알아서 몰린다.
좋은 여자를 꼬시기 위해 지갑 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돈을 쓰면 쓸수록 클럽은 매출과 위상이 오른다.
"째째하다 오빠."
"째째해."
"하하, 죄송합니다. 주문이 좀 많이 몰려서."
"그럼 하나만! 하나만 물어볼게요."
"응?"
"여기 오정환 오빠 언제 또 와요?"
"자주 와요?!"
이를 마술처럼 해낸 한 남자.
자신은 그의 위광을 빌린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알겠냐고.'
본능적으로 물어봤다.
한 명의 바텐더로서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당시에는 BJ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유명한 사람이구나!
그것도 손님들의 입을 통해서 알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보충한 정보다.
감사 쪽지는 당연히 보냈지만 답장이 없다.
그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한가할 리 없다.
자신은 연락할 수단도 없는데.
웅성! 웅성!
안 그래도 시끄러운 클럽의 내부가 더욱 혼잡스러워진다.
칵테일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는 두림조차 느껴질 만큼.
'어?'
당사자가 찾아온다.
* * *
클럽.
어릴 때는 누구나 몇 번은 찾아가는 장소다.
'호기심 때문에라도 한 번은 가지.'
사실은 별거 없다.
별거 없는 새끼들 투성이다.
하지만 어릴 때 가면 뭔가 대단해.
급식들이 센 척하는 BJ를 좋아하듯, 어릴 때는 센 척하는 형을 선망하게 된다.
이렇듯 잘 모르는 장소면 더더욱.
"오랜만이네요."
"아니, 형님!"
"무슨 형님이야."
"형님이죠! 거의 인생의 형님이신데……."
일전에 봤던 바텐더.
프런트에서 헐레벌떡 달려 나온다.
이제 겨우 초면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드문 반응이지만.
'그렇더라고.'
나에 대한 화제는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된다.
직원에게서 말이다.
직원이 하는 일의 90%가 거의 그런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날로 먹는다.
그만큼 신속성을 요하는 화제는 가치가 있고, 얼마나 더 빨리 대처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별것도 아닌 걸로 뭘."
"별것도 아니긴요! 아시는 형님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칵테일 레시피라는 게 원래 아이디어가 전부 아닙니까?"
상대가 나에게 은혜를 느낄 때.
그것도 내 영향력이 남아있을 때.
'접대 문화가 괜히 안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
사람의 판단은 기분에 크게 좌우된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보다 당장 선명할 때가 훨씬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뭐 술이라도 한잔 사주게?"
"뭐 술뿐이겠습니까~ 안 그래도 지배인 형님께서 형님 오시면 연락하라고……."
그 과정이 녹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떤 곳이든 책임자를 만나는 일이 쉬울 수만은 없다.
가끔은 쉬울 때도 있는 모양이다.
두림의 전화.
채 5분을 지나지 않아 이 클럽의 지배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귀인이 언제 찾아왔는지 제가 이제서야 듣고 왔네요."
"분에 넘치는 환영 감사합니다."
"분에 넘치다뇨~ 정환 씨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최근에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BJ 한 놈이 깽판을 쳐놔서."
"……."
꼭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어서 문제지.
아무래도 대충 넘어가기에는 비중이 큰 사안이다.
"하아~~ 익태랑 그 새끼 똘마니 때문에 정환 씨가 중간에서 고생하네."
"같은 BJ로서 망신스럽더라고요."
"하긴 나쁜 놈도 있는 법이지."
"당사 놈이랑 익태 형이 찾아뵐 건데 제가 먼저 사정 설명 좀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싱겁게 끝났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선물을 받아 든다.
인사치레로 가져온 명품 시계.
심익태가 준비한 물건을 전해주는 것뿐이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한테 저걸 줬으면 아가리 잘 털어서 무마했을 텐데.'
현 시세로 400만 원 상당으로 보인다.
꿀꺽하기에는 걸리는 게 많다.
아쉬움을 삼키고 있던 찰나.
"선물에 대한 보답 같은 건 아니고."
"예."
"빨리 가야 하나? 바쁘나?"
"그건 아닙니다."
"클럽 왔으면 놀고 가야지~ 정환 씨 때문에 생긴 일도 아니고, 오히려 우리 클럽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귀인인데."
선뜻 제안을 던져온다.
선의인지. 무언가 의도가 있는지.
이런 상황에서 거부할 수도 없거니와.
'클럽이라.'
썩 좋아하진 않는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입장상 말이다.
서로가 알 만한 관계라면 그 점이 다소 해결된다.
"정환 씨가 재밌는 칵테일 만든 게 반응이 대박이더라고."
"아~."
"정환 씨 찾아온 팬들도 많아! 오면서 느끼지 않았어?"
"제가 모자 쓰고 와 가지고."
선의에 가깝다면, 업장 입장에서 원한다면 놀아줄 수도 있다.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그런 거 있잖아.'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맛집!
정말 맛집도 있겠지만 십중팔구는 뒷광고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마찬가지로 놀아주기도 한다.
딱히 돈을 받고 하는 것도 아니니 문제가 될 소지는 없을 것이다.
"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
"초메인 하나 비었거든요? 형님 위해서 빠듯하게 세팅해놨습니다!"
이렇듯 말이다.
MD로 보이는 둘이 테이블까지 안내한다.
스테이지가 가장 잘 보이는 초메인 테이블.
"아시겠지만 여기 주말 몇 백 기본으로 깨지거든요."
"어."
"물론 전혀 신경 쓰지 마시고요!"
"여자도 저희가 제일 쌔끈한 년으로 바로 잡아오겠습니다. 흐흐."
소위 말하는 퍼스트 클래스다.
안락한 여행이 되면 좋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중심이 여긴데,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잖아.'
당일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방문객들에게 정보가 빠르게 퍼져 나간다.
유명인을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접대를 받는 것은 공짜임과 동시에 공짜가 아니다.
"얘 어떠세요, 얘?"
"나은이라고 불러줘~ 오빠 혼자야?'
"혼자긴 한데……, 그릇은 혼자 크기가 아니지."
"더 데리고 오겠습니다 형님!"
그렇다면 뽕을 뽑으면 될 뿐.
유흥이라는 게 원래 남자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
'누가 방송이라도 하는 게 아닌 이상 보장받을 수 있는 사생활이고.'
어떤 등신처럼 말이다.
MD들이 다른 여자를 구하러 간 사이.
먼저 온 선객이 익숙하다는 듯 엉덩이를 붙여온다.
"오빠 되게 어려 보인다. 금수저야?"
"니가 연상 같은데."
"알면서 말을 까?"
"싫어?"
"아니~"
이러한 가벼운 분위기.
짧은 만남도, 쉽게 만난 연애도 아닌, 하룻밤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굉장히 불량해 보이긴 하는데.'
화려한 조명 탓에 가려져 있지만 성형 티도 나고, 문신도 얼핏 보인다.
이런 여자도 하룻밤 정도라면.
"먹어도 되지?"
별 제스처도 안 취했는데 대뜸 입을 맞춰온다.
아무리 관리를 해도 담배 피는 여자는 티가 안 날 수가 없다.
찐득하다.
립스틱이 입가까지 번질 만큼.
화장품 맛이 침을 타고 느껴질 정도가 돼서야 입을 뗀다.
"벌써?"
"다른 년들 오기 전에 선수 쳐놓게."
"재밌는 년이네."
"오빠도."
안 그래도 재미를 못 봤던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