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화
클럽.
젊음을 불태우는 장소.
"그렇게 유명해?"
"저희 세대에서는 거의 웬만하면 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흥업소 업자들에게는 돈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지배인인 명태는 저 멀리 앉아있는 정환을 훑어보며 어림잡아 계산한다.
'가치가 있겠는데.'
가장 어린 MD.
반쯤 흥분해서 설명을 해왔다.
비슷한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으니 신뢰해도 될 것이다.
BJ오정환.
연예인에 준하는 인지도를 구가하고 있다.
클럽에 찾아오는 주고객층들이 열광한다는 건 중요하다.
"내가?"
"특기잖아?"
"아니, 뭐 그렇긴 한데……."
그가 이 클럽에서 자주 출몰한다.
그러한 정보가 퍼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일전의 사건을 흔쾌히 용서해준 이유.
고작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안다.
'나은이면 확실하게 해주겠지.'
클럽에는 '알바형 손님'이 있다.
수질 관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풀어 넣는 예쁜 아가씨.
글자 그대로 알바도 쓴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중 예쁘장한 아이들 말이다.
바람잡이 역할.
간판 사진 역할.
양주를 시키도록 꼬시는 등.
"나은 누님 보냈습니까?"
"흠."
"역시 지배인님이십니다! 건수 하나 만들어두면 두고두고 이용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이상의 복잡한 일도 제법 있다.
클럽의 내부 사정을 알고 움직여줄 여자도 필요하다.
'챙녀도 아니고 저런 진도가 가능하겠냐고.'
그것도 속 시원히.
밀당인지 뭔지.
하룻밤 깔짝 만나는 사이에 불필요한 탐색전은 시간 낭비다.
화끈하게 기세를 잡고 대화를 원하는 대로 이끈다.
주량도 세서 남자들 술 상대하기에 이보다 더 적격이 없다.
자신이 데리고 온 아이.
명태는 업소도 몇 곳 운영하고 있다.
일이 안 맞는다며 은퇴하려는 에이스들을 이쪽에 돌린다.
"혹시 2차까지 주문하셨습니까?"
"왜? 신경 쓰이냐?"
"아니, 그게 그……."
"너 혹시 눈 맞았냐?"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냥 물어본 겁니다. 헤헤."
MD 한 명이 굉장히 신경 쓰이는 눈치를 보인다.
그도 그럴 게 클럽.
젊은 남녀끼리 썸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색기 흘리는 건 일반인과 비할 바가 안 되는 전문직이지.'
알 만한 애들도 넘어갈 만큼 매혹적이다.
한창 물이 오른 색기는 옆에서 숨만 쉬어도 눈이 돌아가게 만든다.
노골적인 스킨십으로 대쉬까지 하니 시간 문제.
본인도 재미를 보고 싶어서 클럽으로 내려온 것이기도 하다.
"오빠 그렇게 유명해?"
"그냥 방구석에서 방송하는 BJ지. 뭐 별 거 있다고."
"으음~ 그런 것치곤 말 많던데."
나은은 유심히 관찰한다.
상대가 어떤 남자인지.
한두세네 명 만나온 게 아닌 만큼, 하루에도 손가락이 부족하게 업데이트 되는 만큼 잘 알고 있다.
'허당 같은데.'
흔히 있다.
특히 클럽에는 말이다.
젊을 때 큰돈이 생겨도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껏해야 유흥 쪽.
그렇다고 룸싸롱 같은 데 드나들긴 겁이 나니 그나마 알고 있는 클럽에 발걸음을 옮긴다.
가장 봉이 되는 이들이다.
비위 좀 맞춰주고, 자존심 좀 살살 긁어주면 센 척하려고 카드를 팍팍 긁는다.
"나도 오빠 알아!"
"오빠 방송 본 적 있는데~"
"그러니."
"오빠 뚱하다? 이렇게 여자를 셋이나 껴놓고."
물론 오늘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인플루언서.
누구누구가 드나드는 클럽.
'요즘 자주 들르긴 하더라고 BJ.'
클럽에 드나들던 호구들이 요즘은 여캠에게도 뿌린다.
경쟁 업체 같은 느낌이다 보니 모르기도 힘들다.
그러한 파프리카TV.
몇몇 BJ들은 연예인처럼 유명하다.
오정환은 합석한 다른 여자들도 전부 알고 있다.
"나 정도 되나?"
"글쎄."
"근데 걔네는 못 만지잖아. 나는 오빠만 원하면 이렇게."
바로 옆자리.
선객의 이점을 살려 엉덩이를 조금 더 밀착시킨다.
살갗을 일부러 닿게 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진짜 별거 없네.'
그대로 입을 맞추며 찐한 키스를 나눈다.
보란 듯이 말이다.
새로 온 두 여자는 벙찌며 술만 홀짝거린다.
과시.
이미 이 남자는 나한테 넘어왔다.
여자들 간의 기 싸움에 승리하며 마무리까지 짓는다.
"오빠. 나 좀 더 맛있는 거 마시고 싶다. 이런 거 말고."
"뭐 발렌타인 30년 이런 거?"
"나한테 어울리는 거. 오빠가 하나 시켜주라."
너희들은 그런 거나 마셔.
술을 홀짝이는 두 여자를 기세로 찍어 누른다.
키스 중 파고든 품에서 팔을 잡아 자신의 어깨에 둘러버린다.
'들러리년들은 재롱이나 부리라지.'
여기까지 왔으면 시간 문제다.
술이 들어갈수록 취할 테고, 정신도 헤까닥할 테고, 스킨십은 더더욱 격해진다.
바로 손에 들어오는 만질 만한 것.
그 역할을 해주며 반쯤 뻗은 남자를 모텔에 데리고 가면 할 일은 끝난다.
딱히 잘 필요도 없다.
증거 사진만 찍어두면 된다.
지배인이 주문한 내용을 완벽히 완수할 수 있다.
"어울리는 술이라. 근데 클럽에서 파는 거라고 해봤자 고만고만하잖아?"
"난 고만고만한 년이 아니야?"
"글쎄, 어떨까……."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탐색해온다.
자신 있게 드러낸 몸매.
어딜 훑어봐도 만족스러운 구석밖에 없을 것이다.
손짓을 한다.
MD를 부르더니 무어라 속삭인다.
잠시 후 바텐더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두림아 PX 캐스크 비율 높은 CS 하나 있냐?"
"그건 좀 구하기 힘들지 않나요? 엔트리급은 절대 아닌데……, 일단 클럽에는 없습니다."
"아쉽네."
"아! 형님 저 여기 근처 살거든요? 제 컬렉션 중에는 있을 수 있어요."
"그래? 부탁 좀 한다."
"도, 돈은 넣어두시고요. 제가 대접해야 속이 편하죠. 헤헤. 빨리 갔다 오겠습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PX? CS? 그게 뭐야. 뭐 군납 양주야?'
자신을 위한 술.
너희들 것은 아니다.
다른 두 년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 승리감을 더욱 고취시킨다.
* * *
클럽이라는 장소.
'유흥이 아니라고 선 긋는 곳도 있긴 한데.'
시장 구조상 불가능하다.
세상 만만하게 장사를 하면, 경쟁 업체에서는 강렬한 수단을 쓴다.
꼴꼴꼴
내 옆자리에 앉은 처자처럼 말이다.
처음 봤을 보틀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다.
"이것도 위스키야?"
"어."
"몇 년짜리?"
"한 6~7년."
"모야~~~ 그거밖에 안 돼?"
살짝 실망한 듯 인상을 찌푸린다.
마음 같아서는 귀싸대기를 후려 갈겨주고 싶다.
「카발란 솔리스트 PX 캐스크」
숙성 연수와 위스키의 맛, 가격은 크게 상관이 없다.
생각보다 좋은 것을 들고 와서 나도 당황스럽다.
'물론 현재는 그렇게 비싸진 않지.'
대만의 위스키.
증발량이 많은 후덥지근한 기후 덕에 같은 연수 대비 빠르게 숙성된다.
그 점이 주목 받아 차후에는 가격이 폭등한다.
현 시점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때?"
"음……, 어?"
"괜찮지?"
"이거 혹시 뭐 탔어? 너무 달콤하고 맛있다!"
이런 년한테 주기는 아깝지만.
상당히 입에 맞는 듯 샷 잔에 한 잔 더 따라 목에 넘긴다.
'PX 캐스크가 달달하지.'
셰리 와인 중에서 가장 달콤한 품종.
그 단맛이 위스키에도 배어들어 특이할 정도로 달큰하다.
달달한 만큼 산미는 부족하다.
끝맛이 옅어서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크게 선호되지 않는다.
"색 진한 거 봐."
"발렌타인 30년산도 이거보단 옅던데~"
"비싼 거 사주는 게 부끄러웠나 봐. 오빠 되게 귀엽다."
술을 좋아하는 여자들한테는 잘 먹힌다.
잘 숙성된 위스키는 작업주 역할을 겸한다.
'달달하고 알코올도 안 느껴지고, 스파이시한 피니시도 없어서 술술 넘어가거든.'
이런 데 잡혀오는 년들.
VIP 비위를 맞춰주거나, 술을 빼먹기 위함이니 싫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건 얘 주려고 산 거니까 너희 다른 건 먹어."
"아앙~!"
"오빠 우리도 술 하나 시켜줘요."
어깨 두른 손으로 턱을 살살 긁어도, 엄한 곳을 만져도 가만히 있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는 않았다.
'아마 전자겠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챙녀처럼 들이대는 여자는 만화나 애니에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고용이 된 여자.
분위기를 띄워주기 위해 붙인 건지.
아니면 무언가 노리는 바가 있는 건지.
어느 쪽이든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오빠 그럼요. 저희 그거 해주면 안 돼?"
"뭘?"
"위스키 키스!"
"이것도 안 돼요? 진짜 되는 게 뭐야……."
다른 두 처자.
얘네들은 그냥 적당히 불려온 듯하다.
내 방송도 알고 있다고 하니 너무 심한 짓을 하긴 그렇고.
"다음."
"꺄~♡"
"와, 이게 이런 거구나…… 재밌다."
살짝만 먹어준다.
발렌타인 12년을 물고 입에서 입으로.
이렇게 먹으면 실제로도 맛이 더 깨어난다.
'얼음 타서 밍밍하게 먹다가 상온으로 먹으면 확실히 다르지.'
혀로 살살 먹여주기까지 한다.
홍대답게 젊은 애들이 많아서 노는 맛도, 그냥 맛도 있다.
그 광경을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보는 한 처자.
"오빠 나는?"
"필요해?"
"내가 훨씬 잘해줄 수 있는데 키스."
"그래."
"이걸로 해줘."
"그렇구나."
불만을 해소시켜 줘야 할 듯싶다.
그러는 편이 원하는 바를 빨리 진행할 수도 있고 말이다.
한 입 가득 문다.
그대로 어깨 아래 손잡이를 꽉 잡고 기다리고 있는 입술에 전해준다.
꿀꺽.
뜨거운 혀.
침이 섞인 위스키를 흘려 넘긴다.
입맛에 맞는 듯 속도 조절을 안 해도 꿀꺽꿀꺽 잘 삼킨다.
적당히 먹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혀가 섞인다.
처음 할 때도 느꼈지만 능숙하다.
가지고 노는 맛이 제법 있다.
"한 번 더?"
"콜!"
다시 먹인다.
아주 찐하게 오랜 시간 이어진다.
다른 두 처자는 기다리다 지쳐 스테이지를 보고 있다.
'원래 그렇지.'
이렇게 세 명쯤 있으면 경쟁 관계가 반드시 구축된다.
한 년 잘해주면 나머지 두 년이 토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히끅!
물론 그냥 잘해주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빠른 속도로 마신 두 입.
아니, 볼이 살짝 튀어나올 정도로 머금었으니 두 샷 분량이다.
'그걸 두 번이라.'
양주 네 샷이라 하면 상당히 독하다.
소주로 따지면 한 병이 가뿐하게 넘어간다.
그런데 이건 CS.
캐스크 스트랭스 (Cask Strength).
물을 타지 않은 위스키의 원액이다.
60도에 가까운 걸 물처럼 마셔댔으니.
"이 언니 취했는데?"
"사람 부를까?"
"됐어. 오늘 얘는 내 장난감이거든."
"장난감이래!"
"장난감 하하하핳!"
정신이 나가는 것도 당연하다.
아까운 카발란 솔리스트를 벌써 절반.
빨간뚜껑 기준 3병에 가까운 분량이다.
'달달하니까 취하는 줄도 모르지.'
비싼 술이라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나름 알 만큼 알 만한 년도, 그보다 더 상위의 포식자에게는 먹히기 마련이다.
"여기 시가 있냐?"
"없을 걸요……."
"피는 거 못 봤는데."
"그럼 담배라도 줘봐. 니들 피는 거."
""…….""
"눈치 보지 말고 내놔. 피는 거 다 아니까."
오랜만에 담배를 핀다.
누구에게나 있을 ON/OFF 모드.
나라고 딱히 옛날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연초는 오랜만에 피는데.'
사람은 너무 행복하면 안 된다.
나의 지론을 이 담배와 위스키는 너무 충족시켜 준다.
여자도 한 명 끼고 있다면 더욱 말이다.
"여기……, 요."
"저희 거 아니고 맡아두고 있던 건데."
"됐고 붙이나 붙여."
"네, 오빠……."
아니, 세 명.
정신 나간 한 명 외에도 시중을 들어줄 두 명이 더 있다.
오랜만에 피는 거라 목이 따갑긴 해도, 느낌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아…….'
클럽 조명에 흩어지는 연기를 보면 참 덧없다.
언제 환상처럼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모를 두려움도 든다.
"히익!"
만지는 촉감을 보니 확실히 현실이다.
재미를 본다는 건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