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화
일탈이라는 건 가끔 필요하다.
"야."
"네에엥……."
"야."
"히익!"
알코올에 절어져 맛이 간 년.
손잡이를 터트릴 듯이 꽉 움켜쥐어도 반응이 늦게 온다.
'리아를 이렇게 했으면.'
모양 망가진다면서 책임지라고 화를 냈겠지.
가벼운 년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오빠 이거 맛있다~♡"
"그래?"
"그러게? 이렇게 맛있는 위스키 처음 마셔봐."
"도수 보이지? 독한 거니까 천천히 마셔. 멍청하게 취하지 말고."
"멍청하게 말이지?"
"하하핳!"
다른 두 년하고도.
서로 친하지 않은 듯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꼴좋다고 여기는 듯한 분위기다.
'부드럽고 따듯해서 여자 끼고 있으면 참 좋지.'
다만 연약하다.
걸핏 하면 아프다고 짜증내서 ±0인 감이 있는데 꽐라가 되면 그 점이 해소된다.
팡!
이렇듯 말이다.
허벅지를 소리 나게 때려도 반응이 무디다.
그 안쪽도 마음대로 해도 완전히 무방비 상태다.
"형님 시가 찾으셨어요?!"
"있으면 좋다고."
'정식으로 파는 건 아닌데 가끔 찾으시는 VIP분들이 계셔서 헤헤…… 응?"
두림이가 눈치 빠르게 시가와 터보 라이터를 들고 온다.
테이블에 세팅을 하고 불을 지지면서 의아한 듯이 바라본다.
혹시 뭐 여자가 마렵나.
클럽에서 한두 번 본 광경도 아닐 텐데 반응이 유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이 누님 취했어요? 엄청 빡세신 분으로 아는데."
"아는 년이야?"
"그게 좀 헤헤……."
"얘 오줌통 좀 비우고 와주라."
"아 알겠습니다."
"꼭 다시 데리고 와~"
유명한 년인 듯하다.
골반에서 배로 이어지는 문신부터가 한두 번 굴러먹은 년은 아니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후우…….'
시가를 태운다.
연초를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도 가끔 피워야 할 때가 있는데 이때.
"히끅."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온다.
도망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존심이 있는 모양이다.
취기 때문에 다리를 덜덜 떨고 있다.
겉보기에는 무시할 수 외관을 꾸리고는 있어도.
"앉아."
"야, 너……."
"앉으라고 말했잖아."
이미 정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말을 들은 시점에서 말이다.
강아지처럼 앉아 고분고분 턱과 손잡이를 내준다.
"비웠으니 다시 마시고 싶지?"
"지금 그게 문제가……."
"혹시 못 마셔? 술 약하나 보네~"
"마실 수 있거든!"
"그래야지."
"그, 그거 물컵……."
술이 다소 깬 듯 사람 말을 한다.
너무 취해서 정신이 나가도 곤란하지만, 정신이 들어도 놀기 곤란해진다.
꿀꺽! 꿀꺽!
반 컵쯤 마신다.
세 샷이 넘어가는 분량.
식도 근처 시원한 알코올이 손바닥 피부에도 느껴지고 있다.
'내용물은 병신이어도 몸은 괜찮으니까.'
다시 얌전해진다.
부드러운 손잡이를 꽉 움켜쥐어도 무반응.
엄청나게 꽉 움켜쥐어야만 무어라 중얼거린다.
후우
시가 연기를 내뱉는다.
겉담배만 해도 짜릿하게 올라오는 니코틴이 기분을 고조시킨다.
대신 고이게 되는 침.
워낙 독한 연기가 훑고 지나가 마시기 찝찝하다.
그렇다고 뱉는 것도 미관상 안 좋은데.
"아~ 해."
"아……."
"퉤!"
"꿀꺽. 딸꾹!"
마침 좋은 짬통이 있다.
벌린 입으로 가볍게 슛을 성공시킨다.
깜짝 놀란 듯 입을 닫지만 삼켜버린 후다.
쓰읍?
시가를 머금고 입을 맞춘다.
숨을 불어 넣자 평소 담배 피듯이 들이마시고 코로 내뿜으려 한다.
'독하지.'
일반 담배처럼 피면 눈앞이 핑핑 돈다.
입안에 고인 침을 먹인 후 입을 떼자 기분 나쁘게 실실 웃는다.
다량의 니코틴.
흡연자이니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훨씬 고분고분해져서 좋은 여자가 되었다.
"오빠."
"응?"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
"맨입으로?"
"아잉♡"
물론 다른 여자도 있다.
ㄷ자 테이블 한쪽의 인구 밀도가 높다.
자신을 소희라고 소개한 여자가 살을 비벼온다.
'뭐, 괜찮네.'
두툼한 스테이크도 맛이 있지만, 가끔은 가볍게 썰은 구이용 고기도 땡길 때가 있다.
주무르는 맛은 없어도 몸매 라인이 느껴져서 좋다.
"BJ에 관심 있어?"
"응~"
"나도! 나도!"
"대체 왜?"
"나 정도면 여캠 유망주 아니야?"
"룸망주는 될 거 같은데."
"?"
이런 애들이 꽤 많다.
몸을 대주고,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경우가 흔하다.
'쉬워 보이잖아.'
실제로도 쉽고 말이다.
그리고 여자는 질투심의 동물.
비슷하게 혹은 자신보다 못난 년들도 별풍선을 몇 만 개씩 받는다는데.
"리아 급은 못돼도 웬만한 여캠 급은 되잖아! 아님?"
"아~ 리아."
"알아?"
"오빠, 친해?"
"내가 업어 키웠지 그냥. 아무것도 모를 때부터."
"대박!"
"오빠, 오빠. 나도 키워주라~ 소희도 키워주세용~♡"
빛나며 주목받는 직업.
자신들도 할 수 있어 보이는 직업.
외모가 되는 여자애들은 최소 한 번씩은 생각해본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될까?
아몰랑! 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듯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손을 놓는다.
"키워줘? 사육해줘?"
"헤헹."
"너 귀엽다. 몇 살이냐? 뭐 하냐?"
"저 스물넷이요. 학원 강사 하면서 취직 준비하고 있는데…… 아!"
그래서 자주 듣는다.
업계의 당사자이니 말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여캠, 혹은 일반BJ도 인맥 전형으로 데뷔를 한다.
'파프리카TV는 거의 그렇지.'
파프리카TV 내에서는 인기기 많은데, 밖에서는 거론되지도 않는 BJ들은 대개 이 케이스다.
개인적으로 인맥 전형을 혐오하긴 하지만.
"오빠 키스 잘한다……. 만지는 것도 뭔가 달라."
"애들한테 이런 거 가르쳐?"
"아, 당연히 아니죠! 그래도 섹시하게 입는 편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헤헹."
재능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자 쑥스러워 하는 게 아주 골 빈 년은 아닌 듯싶다.
"오빠 나 갈래."
"벌써?"
"나만 쏙 빼놓고 놀고…… 난 앉을 데도 없고~"
내 팔이 두 개밖에 없어 소외가 돼버린 한 여자.
삐친 듯이 일어나 툴툴거린다.
가만히 두면 정말로 갈 기세.
'좋네.'
두 처자로 충분해서가 아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덕에 못 보고 있던 허벅지가 시야를 채운다.
"너도 놀면 되잖아."
"난 앉을 데가 없어."
"여기 있잖아."
"어디?"
"여기."
테이블.
갸우뚱한 눈치로 쳐다본다.
고개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자 그제서야 납득을 했다는 듯 앉아본다.
"이거 부러져도 내가 무거워서 아니다?"
"걱정도 많네. 다리나 줘봐."
"다리?"
"하이힐 벗고."
아무래도 대리석이나 원목으로 된 고급 테이블이 아니다.
성인 여성의 무게로도 축이 꺾일 수 있다.
무게를 던다면 가능하다.
다리는 사람 전체 체중의 1/3.
막 신발을 벗은 따듯한 발이 내 무릎에 올려진다.
스타킹 너머로도 체온이 느껴질 정도다.
손을 잡는 느낌으로 꽉 잡고 고개를 올리자 자연스럽게 입술이 내려온다.
촤압?
할짝, 할짝
그동안 못 놀았던 만큼 꽤 오랜 시간 텀을 두고 애정을 쏟아준다.
흘러내린 긴 생머리가 간지럽다고 느껴질 참에 입을 뗀다.
"됐어? 만족해?"
"응……, 근데 부끄러워."
"이제 와서 뭐가?"
"발가락 너무 그렇게 만지면 아흑♡"
발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성감대다.
살짝 힘을 줘서 작은 발을 주물러줬을 때 싫어하는 여자는 본 적이 없다.
'다리도 노골적으로 즐길 수 있고.'
시선.
나보다 위치가 높은 테이블 위에 있다.
단순히 앞만 봐도 배와 그 아래의 골반+허벅지가 시계를 차지한다.
검은 스타킹의 보정 효과를 감안해도 제법 잘 빠진 다리다.
이렇듯 각자가 가진 개성과 재능을 살려 시청자의 입장을 고려해주는 직업병.
"채이라고?"
"이름 처음 불러주네……."
"너 진짜 잘 삐친다. 너는 뭐 하고 사냐?"
"나도 소희랑 같은 학원 히."
"그 학원 막장이네. 학생들 공부 되겠어?"
가끔 타 업계의 인재를 스카웃할 때도 있다.
정말로 적성이 맞는지는 여러 가지 시험을 거쳐야겠지만 말이다.
"오빠 근데 이러면 술은 어떻게 먹어? 안주는?"
"니가 먹여주면 되지."
"내가? 아 그러네. 근데 불편할 텐데……."
괜한 걱정을 하며 잔을 가져다 준다.
학원 강사를 해서 그런지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인성 +1점.'
이런 느낌이다.
물론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여기다 꽂으면 되지."
"꺄~♡"
"오빠 천재야?"
"물컵은 허벅지 사이에."
목이 긴 스텐드 글라스를 주문했다.
눈앞의 살덩이 사이가 끼우기 아주 좋은 거치대다.
안주는 입으로.
기본적인 것이다.
황홀한 분위기 속에서 점점 달아오른다.
"오빠."
"응?"
"오빠♡."
"응?"
"오빠 진짜 크다~"
"어디? 어디, 어디?"
"너희들 손이 엄한데 가 있다?"
"난 발인데 히."
뭐, 자연스럽다.
이런 데 오는 것 자체가 젊음을 식히기 위함이니 당연하다.
'한창 배울 게 많은 나이이긴 하지.'
직업이 학원 강사.
남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본인부터 배움을 갈고 닦을 필요성이 있다.
다소 도움을 주는 것도 인생의 선배로서 베풀어야 할 요량일 것이다.
터치가 더 노골적으로 변한다.
"이러다 싸면 어떡행? 막 이래."
"절대 그럴 일 없어."
"진짜? 시험해 봐도 돼?"
"내가 이기면 너희 오늘 집 못 간다?"
"우리 둘 다?"
"와……, 오빠 대단하다."
생일반인 중 하이 레벨은 만나기 쉽지 않다.
그것도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건전한 사회인은 희귀한 수준이다.
'생긴 여자들 중에 백조 엄청 많거든.'
인기 있으니까.
잘 나가니까.
생각 없이 살아가다가 막상 사회에 진출하니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애들 말이다.
그렇게 된 시점부터 정신적으로 정상은 아니다.
데리고 있기만 해도 피곤하다.
정상인 아이들이라면 친해져서 나쁠 것은 없다.
"히끅!"
딱 반대의 케이스.
있었다.
여전히 내 오른손의 심심함을 책임지고 있다.
"이년도 가는 거야?"
"나 이년은 싫은데…… 오빠~♡"
"빼고 가자 웅?"
친구인 두 처자와 달리 사이가 썩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재밌게 놀아준 상을 안 주기도 뭣한 일이다.
"어? 얘 왜 이래."
"설마 지린 거 아니야?"
"음, 반쯤 맞지."
""?""
충분히 주고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너무 가지고 놀아 질린 손잡이를 대신해 하체에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술이 조금씩 깨며 한순간에 터진다.
우스꽝스러운, 마치 원숭이와 흡사한 신음 소리를 내며 부르르 떨어댄다.
"진짜 별 병신년이 다 있다. 클럽에서. 쪽팔린 줄도 모르고."
"버려두고 가자~ 얜 어울리는 남자가 있겠지."
"오빠도 이런 싸 보이는 년은 싫지? 응?"
그러한 진짜 속사정.
알 리가 없는 두 처자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험담을 늘어놓는다.
사진까지 찍으며 낄낄 웃는다.
'여자들이 참 무서워.'
세 명이 있으면 반드시 따가 생긴다.
남자라고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여자들의 뒤끝은 가끔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걱정은 안 해도 괜찮을 것이다.
이쪽 클럽 소속이라면 뒤처리는 알아서 할 테니까.
위도, 아래도, 군기도 바짝 서게 만들었으니 더 까불 일도 없다.
후웁
마지막 정으로 깊은 시가 연기를 선물해주고 간다.
가득 고인 침을 흘러 넣으며 손잡이를 꽈악 비틀자 잠깐 버둥거리더니 이내 삼킨다.
"꺼어억! 히끅……."
"꺼억이래 하하핳!"
"오빠 우린 저런 년이랑 다른 거 알지?"
"어떻게 다른데?"
"2차 가면 알지 않을까? 헤헹."
"음……."
알코올과 니코틴의 더블 펀치.
모르긴 몰라도 본인은 행복할 것이다.
추하게 벌린 양다리만 오므려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끔은 재밌지 가끔은.'
골 빈 년들하고 노는 것도 말이다.
다른 두 명은 아니라고 하지만 과연 어떨지.
속 빈 강정인지 아닌 지는 속을 봐야만 알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