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화
연기 지도
여자가 세 명이 있으면 정말 편하다.
'적어도 실패각은 안 뜨니까.'
여자는 승자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인기 많은 남자를 굳이 쫓아다니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한 명을 병신 만들면 나머지 두 명은 어지간하면 넘어온다.
지금 양옆에 누워있는 두 명처럼.
"일어나."
"아, 아앙……."
"우우웅……."
만화처럼 5분만 같은 소리는 안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년들이 아침이 약하다.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주물러줘야만 일어난다.
찰싹!
아니면 때리거나.
어젯밤 학습한 두 처자의 특성에 맞춰 한쪽은 하체를, 한쪽은 상체에 적당한 자극을 준다.
"아……, 일어나셨어요?"
"네, 일어났어요."
"갑자기 왜 존대 써?"
"그게 어제는 좀……, 분위기를 타서."
잠에서 깨어난 두 처자.
살짝 뻘쭘한 듯 쭈뼛대고 있다.
그도 그럴 게 평범한 상황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여러모로.'
딱히 그런 변태적인 성취향은 없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 단품 먹을 생각하다가 세트 메뉴 시키듯, 메리트가 충분하면 다다익선을 추구하기도 한다.
"……."
"……."
그 뒤처리가 만만치 않을 뿐.
차라리 그냥 노는 애들이었으면 레벨업 수준이었겠지만, 슬라임만 잡다가 엘리니아↔오르비스 배에서 크림슨 발록을 만나면 컬쳐 쇼크를 겪기 마련이다.
'원래 듀오나 솔로 플레이만 하다가 파티 플레이 처음 하면 적응 안 돼.'
자신이 어젯밤 무슨 짓을 했는지.
현자 타임이 씨게 오는 것도 당연하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전에 생각을 그만두게 만든다.
"잠깐만요."
"아……, 흑."
몸이 기억한 대로 행동하게 말이다.
한바탕 뒹굴며 땀을 빼고 샤워실로 데려가 몸을 씻겨준다.
쏴아아아아─!
따듯한 물을 쐬고 있으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
있던 고민도 사그라진다.
"너희 출근해?"
"아뇨."
"오늘은 쉬어요!"
"그래?"
"오빠랑 좀 더 놀아도 되고……."
물론 딱 그 정도.
눈앞의 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지금은 몰라도 내가 사라진다면 말이다.
"너희 입 가벼워?"
"아, 아뇨. 절대 아니에요!"
"입이 찢어져도 오늘 일 어디 가서 말 안 해요……."
"흠."
딱히 이런 걸 걱정하는 게 아니다.
질문을 하며 손잡이를 살짝 세게 쥔다.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는 것으로,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떠오르게 만든다.
'문제는 내가 아니지.'
이 둘.
어쩌다 만난 사이도 아니고 같은 학원에서 일하고, 같이 클럽에도 올 만큼 절친하다.
어색해질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오빠."
"응?"
"억지인 건 아는데 조금만 더 쉬고 가면 안돼요?"
"저도 조금 더 쉬고 싶어요."
둘만 있으면 굉장히 서먹하겠지.
그런 기류를 벌써 읽은 듯 매달리고 있다.
같이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섞여 들지 못한다.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나를 위해서도 말이다.
세상에 처음부터 입이 가벼운 사람은 없고, 무언가 계기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배가, 배가 너무 아파서……, 잘 못 걷겠어요."
'저도 그래요."
"왜?
"그야 오빠가……, 너무 크니까."
"헤헹."
유혹을 해온다.
나에 한해서는 완전히 오픈마인드.
배꼽 아래쪽을 살짝 쓰다듬어주자 반응이 재밌다.
털썩!
힘을 줘서 밀친다.
그대로 침대 위에 눕힌다.
갓 씻은 두 처자가 샤워 가운을 걸치고 있으니 나름 그림이 된다.
"둘이 키스해봐."
"둘……, 이요?"
"저랑 소희랑??"
고개를 끄덕이자 머뭇거린다.
배를 누르는 것으로 마치 버튼처럼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다.
시키는 대로 순종한다.
선홍빛을 띄는 두 처자의 입술이 겹쳐지고, 한 번 더 누르자 혀를 섞으며 농밀하게 이어진다.
'딱히 이런 취미가 있는 건 아닌데.'
남자가 끼지 않으면 대체 무슨 생산적인 의미가 있을까.
둘이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생님들이 둘이 손 잡고 화해하세요! 같은 느낌이다.
진짜 선생님들이니 더욱 잘 알 것이다.
잠시 후 입술이 떼어지며 침이 실처럼 이어진다.
서로의 얼굴을 꽤 오랜 시간 마주 본 후에 고개를 휙 돌린다.
"잘 어울리는데?"
"저, 저 이런 취미 없어요……."
"저도!"
"왜 보기만 좋은데. 오빠는 너희 둘이 친한 게 좋다."
배를 다시 꾹 누르자 야릇한 신음 소리를 낸다.
그리고 서로를 묘한 표정으로 다시 쳐다본다.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워낙 강렬한 기억.
사회적 도덕 관념에 어긋나니 서먹해질 수 있다.
그것은 서로 간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아예 선을 넘어버리면 괜찮을 것이다.
배를 꾹꾹 누르니 입을 맞추며 헐렁이는 샤워 가운이 흘러내리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너희 만날 때 항상 세트로 만날 거니까 친하게 지내."
"세트요?"
"항상 같이?"
"그래."
무언가 요구를 해두는 편이 확실하다.
원래부터 친한 사이였고, 친하게 지낼 이유가 있다면 틀어질 일은 어지간하면 없겠지.
'돈까스점에 가도 그런 게 있어.'
단품으로만 시켜 먹을 거면 전문점 가는 게 나은데.
어? 돈까스에 소바가 세트 메뉴라고?
맛도 꽤 괜찮고 가격도 착하다.
볼빨간사춘기처럼 말이다.
혼자보다 둘이 있어야 빛나기도 한다.
실제로 듀오여야만 괜찮은 케이스들이 제법 있다.
할짝
키스를 나눈다.
남자와 달리 얇고 뾰족한 혀가 교차되는 장면은 넋 놓고 보게 만든다.
없던 마음도 샘솟게 할 만큼.
참전을 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둘 사이에 껴 적당히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여자끼리 몸을 섞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질 적에.
"체크아웃 연장해줄 테니 느긋하게 놀다 가. 다음에 봤을 때는 오빠가 질투할 정도로 친했으면 좋겠다."
"아, 아아……."
"네, 오빠……."
짐을 챙겨 방을 나간다.
뭔가 안중에도 없어진 기분이라 살짝 진 듯한 기분도 든다.
'뭐, 알아서들 잘 지내겠지.'
원래 친한 사이였으니, 물꼬만 틀어주면 앞으로도 친하게 지낼 것이다.
수강 하는 남학생들은 다소 큰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예, 형."
<어……, 문자 보냈는데! 어제 전화를 해도 안 받더라고~>
"저 클럽에 있어 가지고. 그냥 가기는 뭣해서 매상 좀 더해주고 왔습니다."
<아~ 그렇긴 하겠지. 돈 쓴 거 있으면 말해! 형이 보태줄 테니까.>
심익태의 큰일은 해소시켜 줬다.
클럽에 간 이유.
젊은 애들처럼 본능이 시키는 대로, 스트레스나 해소하기 위함이 아니다.
'썩 좋아하진 않는데.'
가끔은 나쁘지도 않다.
생각보다 수확도 있었다.
심익태의 일처리도 해줬으니 불만은 없을 것이다.
숙취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는다.
보다 우선시되는 용건이 있기 때문이다.
?하린?
「오빠」
「저 요 며칠간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요…….
세 명의 여자.
나머지 두 명을 꼬시는 경우도 있지만, 한 명한테만 집중할 때도 가끔씩 있다.
'그렇더라고.'
첫키스만으로 애가 타는 처자도 있었다.
* * *
얼마 전의 화제.
<도 넘은 인터넷 방송의 유해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마치 누가 더 선정적이고 위험한지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단속과 처벌은 한계가 있는 걸까요? 보도에 김혜지 기자입니다.>
뉴스에도 송출되며 사태가 커진다.
자극적이고, 반사회적인 기사일수록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얻을 수 있다.
─[개추요청] 짭꾸라지 뉴스 탐ㅋㅋㅋㅋㅋㅋㅋㅋ
[CBS 8시 뉴스. jpg]
이 정도면 본판의 50%는 따라갔나?
└이왜진
└나 이거 아빠랑 보면서 개쪼갬
└50%는 ㅅㅂ 10%도 못 따라 갔짘ㅋㅋㅋㅋㅋㅋ
└대단하다 미꾸라지 일족!
보라판에서는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오히려 훈장 느낌으로, 마치 교도소에서 징역 연수가 많은 수감자일수록 대우받는 느낌이다.
철꾸라지 시절에는 분명 그러했다.
그 고인물이 말라 비틀어가며, 최근에는 점차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오정환이라는 비교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시각 동위치에 있던 두 보라BJ의 행보를. Araboza
1. 짭꾸라지
철꾸라지라고 속이고 갑질함
클럽 S급 여자들 꼬시는 콘텐츠로 별풍 벌어들임
방송 중인 거 MD한테 알려지고 쫓겨남 (안 뒤진 게 다행)
2. 오정환
막 민짜 탈출한 햇병아리들이랑 클럽 나들이
칵테일 만들어주면서 분위기 달달하게 이어감
1층에서 짭꾸라지 사고 친 소식 듣고 바로 Run각 잼
└이게 챌린저의 무빙인가
└솔랭 1위의 킬각 탐지 능력 ㄷㄷ
└이걸 산다고?
└오정환도 눈치챈 걸 짭꾸 혼자 몰랐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같이 휩쓸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180도 다른 결과를 낳는다.
세간의 평가 또한 완전히 다르다.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한 것이었다.
─현 시각 철빡이들도 절대 부정 못하는. Fact
짭꾸라지 이 새끼는 하꼬가 맞다
방송 경력 없는 티가 남 ㅇㅇ
평소에는 그나마 조절이 되는데
술 들어가고, 청자 수 많아지면 감당이 안 됨
이 새끼 철꾸라지 코스프레 안 했으면 절대 못 떴음
└라고 철빡이가 눈물의 실드를 쳐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댓 때문에 개추
└느그 주인 뒈진 게 팩트라고 철빡이 새끼야 ㅋㅋ
보라판은 힘의 논리를 따른다.
그 힘이 지금 누구에게 있는지.
커뮤니티의 여론만큼 가시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는 없다.
단순히 어그로를 끄는 것.
1차원적으로 인지도를 높인 짭꾸라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특히 지속성이라는 면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뭐, 무승귀신?!"
"그 팀을 이끄는 오정환이라는 BJ가 있는데……."
그렇기에 일어나는 사고도 있을 뿐.
세간에서, 특히 어른들의 시선에서 프로게이머와 BJ는 옛날의 만화가와 같은 포지션이다.
'때리면 시청률과 투표율이 나오는 기계!'
언론사들은 눈여겨본다.
나이 든 세대는 역시 그럼 그렇지라는 레퍼토리를 좋아하고, 이를 충족시켜줄 기사가 있다면 높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뉴데일리― 「“여고생과 뽀뽀하기? 별풍 몇 개 주냐” 인기BJ 선 넘은 방송 논란」
전자신문― 「학생들과 스킨십 웬 말? 건전한 청년BJ의 추악한 이면」
오마이뉴스TV― 「”선정적 방송……” 여자 머리채 잡고 '강제 키스' 시도한 BJ (영상)」
그 건수가 잡혔다.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는 이야기.
기자들에게 있어서 약간의 가공만 거치면 좋은 기삿거리다.
─속보) 철꾸라지 게섯거라?! 오정환도 기사 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이버 뉴스 오정환 기사 검색. jpg]
응 진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주작이 아니라고?
└ㅈ정환 ㅈ됐누……
└ㄹㅇ 이거 사고 터질 줄 알았음ㅋㅋ
└나만 아니면 돼에에에에~~!!
보라판 시청자들에게 또한.
자극적인 이슈거리에 항상 고프다.
그것도 인기BJ의 사건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누구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잘나가다도 언제 고꾸라질지 모르는 것이 인터넷 방송의 세계다.
BJ오정환에게 쏟아지는 급격한 관심.
─오정환 이 새끼는 언젠가 업보 터질 줄 알았음
다른 보라BJ들이랑 다른 척하면서
여캠들 꼬셔다가 재미는 볼 대로 봤지 ㅋㅋ
하린은 심지어 첫키스라고 했는데 그걸 처먹어?
└진짜 첫키스라고??
글쓴이? 실시간으로 봤는데 ㄹㅇ임
└개부럽네 ㅅㅂ
└하핫 죽어랏!
그리고 질투심.
인기가 많다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팬들만큼이나 안티팬도 자연스럽게 양산된다.
〔철꾸라지 단톡방〕
「오정환 묻을 기회 아님?」
「ㄱ다」
「이 새끼는 무조건 ㅈ되게 만들어야 함」
「미꾸라지처럼 물고 늘어지자고」
「물귀신이 아니고?」
하물며 적이 많다면 더더욱이다.
인방판의 어그로가 오정환에게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