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화
"30~40년 전인가요. 리조트가 들어서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중년의 남자가 이 작은 마을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 정자나무에 모여 있던 주민들 앞에 괴이한 차림의 도사가 나타났다.
행색은 볼품없었지만 눈에는 광채가 돌았다.
그는 한동안 마을 사람들을 노려보더니 “저 앞산이 노다지가 될 것이오”라고 말했다.
모두 그를 비웃었다.
이 벽촌에 노다지가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자손 대대로 살았기 때문에 금광이 있었다면 모를 수가 없다.
─베라아빵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도사님 예지력 ㄱㅆㅅㅌㅊ네
"아무렴요. 리조트가 들어설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정말 신이 내린 분이니까 아셨던 거죠."
"대단하신 분이네요."
?ㄱㅆㅅㅌㅊ를 알아?
?도사님 최소 진선각
?요즘은 신선 아님?
?바람의 나라 5차 승급 생김ㅋㅋㅋㅋㅋㅋㅋ
차후에는 7차 승급도 생기며 소위 말하는 '메이플화'가 진행된다.
같은 회사에서 서비스를 하는 만큼 별일은 아닐 것이다.
'뭐, 지랄병이 났겠지.'
그쪽에는 그쪽의 검은 마법사가 있을 것이다.
원작 만화가 있기는 하겠지만, 유저들 등골 빼먹으려면 여러 가지 꼼수가 필요하다.
"그때 도사님 말을 믿고 땅을 사셨다고요?"
"역시 인생은 한 방이었습니다 허허."
신뢰를 바탕으로 성공한 분도 계셨다.
그 수저를 물고 태어나신 문호준 씨도 50대 나이에 아주 정정하시다.
강원도 산골의 한 마을.
이곳에 온 것은 딱히 성공 신화를 보기 위함이 아니다.
신비스러운 도사와 나무에 대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그 나무인가요?"
"맞습니다."
"확실히 영험해보이긴 하네요."
"아버님 대 이전부터 신성하다는 이야기는 있었는데 제대로 모시기 시작한 저희 대부터죠."
?리조트는 못 참지 ㅋ
?개부럽다
?나무도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원랜 그냥 동네 나무였다는 거 아님?
충신지빡이님이 채팅금지 1회가 되었습니다!
무승귀신의 퇴치.
성당이나 절에 갈 수도 있겠지만, 토속 신앙에도 한번 기대보기로 했다.
'그 편이 보는 맛도 있고.'
어디까지나 콘텐츠다.
보는 재미에 초점을 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도사님도 수명을 못 버텼을 킹능성이 크다는 건데.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처음에는 착각인가 싶었던 방울 소리가 점점 또렷이 돌려온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광경.
"리조트가 건설된 후로 이곳에 정착하셔서 매년 굿판을 벌여주고 계십니다."
"혹시 도사님과 지분은 몇 대 몇으로?"
"7 대 3입니다."
노년 준비도 확실하게 해놓으신 모양이다.
역시 영험하다는 도사는 자신의 인생 설계도 철저했다.
'물론 그런 걸 믿지는 않는데.'
부모님 세대도 아니고, 할머니&할아버지 세대쯤 되어야 귀를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흥미가 이는 것은 사실이다.
"도사님 오셨습니까?
"……."
"연세가 좀 드셔서 신 내릴 때 빼고는 입을 잘 안 여십니다."
"그렇군요."
?오우
?진짜 무속인스럽긴 하네 ㅋㅋ
?K엑소시스트
?이분이 코리안 무천도사인가요?
과연 신통함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잔바람에 흔들리는 백발을 빼면 미동도 없던 도사님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바라보는 방향에 있는 건.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동네 꼬맹이들.
익숙한 놀이를 하고 있다.
진짜 실물을 보자 흥분을 도저히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이런 데 온다고 소용이 있을까?"
"그냥 플라시보 효과 믿고 오는 거지."
"우리 엄마도 주말마다 교회 다녀!"
"히히 못 가!"
""꺄아아아악~~!!"
내 팀의 선수들이다.
가장 떡대가 있고, 동네 바보형처럼 생기고, 유명하기도 한 씨지맥이 어린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
"도사님 어디 편찮으신 대라도……."
"저 청년. 귀신이 붙어있어."
"정말이십니까?"
"그것도 아주 악독한 녀석."
?뭐지? 뭐가 보인다는 거지? ㅎㅎ
?무승귀신 소리 듣고 반응했눜ㅋㅋㅋㅋㅋㅋㅋㅋ
?쇼하네
?에혀 무당들이 다 그렇지
그런 씨지맥을 보고 있는 도사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마치 항거할 수 없는 적을 만난 듯한 두려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의미불명의 소리를 중얼거린다.
그리고 품 안에서 낡은 종이뭉치를 꺼내 무언가 쓰더니 나에게 건네온다.
"10만원."
"네?"
"이 부적이면 저 사내에게 씐 작은 귀신 정도는 퇴치해줄 걸세."
"아 그래요?"
한자도 아니고 갑골문자 정도일까?
해석 불가능한 기묘한 문자가 고풍스러운 한지에 적혀있다.
─나댈때만풍쏨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함 사보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 개 감사합니다. 이거 혹시 카드 결제되나요?"
?안된다는데?
?도리도리하는 거봐
?카드 결제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당쉒 탈세하려고 현금으로 받네 ㅉㅉ
아깝긴 하지만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낀다면 충분하다.
지갑에서 신사임당 두 장을 꺼내서 건네자 부적의 사용법을 알려준다.
"이 부적을 신수에 붙이게."
"이 거목 말씀이시죠?"
"예의를 깍듯하게 차려 부탁하면 신령님께서 굽어봐 주실 걸세."
"오~"
할 맛만 딱 마친 채 다시 입도 잘 안 여시는 모드가 된다.
그 와중에 돈은 제대로 챙긴 걸로 미루어봐 컨셉이 아주 확고하시다.
'BJ 하시면 잘 하시겠어.'
실제 약도 플라시보 효과가 반이라고 한다.
10만원으로 연패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셈이라 칠 수 있다.
씨지맥이 부적을 나무에 붙인다.
그대로 설날 제사상에 절을 하듯이 두 번 큰 절을 올린다.
지켜보던 도사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입을 연다.
"큰 귀신을 퇴치하고 싶으면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네."
"아, 예."
"1억 원의 복채면 될 게야."
"그렇게나요?"
"천지가 점지해준 내 수명은 앞으로 5년이니 반드시 그 안이어야 하네."
?돈만 밝히는 돌팔이 도사였네
?1억이면 LCK 우승 상금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정환이 방송 공 많이 들였음^^
?짜고 치는 거 맞지?
그제서야 할 말을 마치셨는지 사라진다.
느린 걸음걸이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시야 저 건너편에서 보이고 있다.
─대깨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더 큰 귀신이면 뭐 무관귀신이라도 되나 ㅋㅋ
"그러게나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액수가 너무 크다.
당사자인 씨지맥에게도 물어봤지만 10만 원도 아깝다며 펄쩍 뛰었다.
'정말 영험한 분일 수도 있고.'
아니면 동네 꼬맹이들 이야기를 듣고 추측한 걸 수도 있다.
실제 무속인들 중에 그런 케이스가 많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 일은 아니니 말이다.
내가 강원도 산골까지 내려온 이유는 따로 있다.
* * *
오정환의 방송.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이걸 진짜로 퇴치한다고?
─오정환 미친놈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문난 도사도 아는 무승귀신ㅋㅋㅋㅋㅋㅋ
─무승귀신 소리는 더 안 나오겠네 ㄹㅇ
.
.
.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팀 오정환에게 씌워진 프레임.
무승귀신은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제법 진지하게 거론된다.
─아니, 무승귀신을 퇴치하는 건 좋은데
[씨지맥 절하는 사진. jpg]
왜 진짜로 퇴치하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방송 천재 오정환!
└귀신도 어이가 없어서 도망갈 듯
└심지어 도사님께 부탁함
└저 바보형 대갈빡이나 때리지 에혀
그 밈을 방송으로 승화시켜며 호평 받는다.
롤 커뮤니티에서 뿐만 아니라, 세간에서도 관련 소식이 퍼진다.
이종격투기 ― 「무승귀신에 칼 빼든 오정환 근황. jpg」
樂 SOCCER ― 「속보) 오정환팀 무승귀신 퇴치 성공!」
도탁스(DOTAX) ― 「그 BJ의 무승귀신 퇴치하는 방법」
무승귀신.
LCK팬들, 특히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종의 유행어화가 되었을 정도다.
화제성이 더욱 커졌고, 적절할 때 거둬들인다.
[Best Comment]? 최대 수혜자: 둘마트
└ㅋㅋㅋㅋㅋㅋㅋㅋ
└둘마트 존재감 무엇
└바이럴 마케팅 제대로 됐네 깔깔!
└팩트) 정말로 광고 중이다
실효성 또한.
씨지맥이 절하는 사진.
그 등에는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팀 오정환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로고가 말이다.
화제가 되며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낳는다.
"이슈가 되고 있다고?"
"검색 빈도도 많이 늘었고, 특히 오정환과 LCK의 연관 검색어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오호~"
둘마트의 홍보팀.
커뮤니티와 SNS의 이슈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미지는 곧 돈이다.
그래서 스포츠팀에 후원을 많이 하지만, 투자금 대비 재미를 못 보는 게 사실이다.
"오정환이라고 했나? 능력이 좋네.
"어린 친구가 머리가 비상합니다. BJ인지 뭔지를 해서 그런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해당 팀을 후원하는 스폰서.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팀의 팬들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과 달리 팀과 팬이 으쌰으쌰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
의도적인 이슈 메이킹이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낳으며 광고주들을 만족시킨다.
와아아아아아─!
물론 프로팀이다.
프로는 경기로 말하는 법이다.
이러니저러니 유명해지고, 스토리텔링을 쌓아도 결과가 나쁘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POINT OF THE MATCH〕
1. 전 시즌 우승팀 마진 소드! 무승귀신 퇴치한 팀 오정환!
2. 다전제는 프로팀이 유리? 이변 생길 수 있을까
3. 토너먼트 리그!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정규 시즌이 끝났다.
플레이오프 8강이 시작되었다.
해설진이 잔뜩 고양된 목소리로 매치 포인트를 설명한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오정환팀 더 이상 힘든 거 아니냐? 아마추어팀의 한계가 온 것 같다! 저희들도 그렇고, 팬들도 그렇고 이야기가 솔직하게 있었거든요.>
세간의 화제.
해설진이라고 모를 리 없다.
아니, 오히려 챙겨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피드백만큼 즉각적인 반응이 없다.
하지만 방송 용어와 해설의 무게감을 생각했을 때 활용하기가 힘든데.
와아아아아아─!
팀 오정환이 무대 위에 올라선다.
팬석에서 떠드는 시끄러운 소리에 드디어 해설진들도 동참할 수 있다.
<씨지맥 선수 걸음이 위풍당당합니다!>
<듣기로 영험한 도사님이 무승귀신을 퇴치해주셨다고 하하핫.>
?무승귀신!
?무승귀신 아시는구나~
?이걸 해설이 언급해도 됨?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스폰서와 관련된 화제는 용인 받는다.
세간의 인지도가 높고, 다수의 시청자가 알고 있다면 더더욱이다.
<제가 알기로 1라운드 전패를 했을 때 생긴 별명인데. 팬분들의 창의력도 대단하고, 그걸 받아치는 팀의 반응도 대단히 유쾌하네요.>
<정말 귀신이 붙었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퇴치를 했다고 하니 이제부터라도 승승장구하면 되잖아요!>
공식석상.
LCK의 해설진이 언급하는 것으로 공신력을 얻는다
더욱 수많은 팬이 이 화제를 알게 되고, 팀과 선수들의 인지도를 높인다.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면 말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재도약의 계기가 될지는 선수들의 두 어깨에 걸려있다.
"진짜 무승귀신 퇴치 됐을지 흥미진진하네……."
"지금 무승귀신이 문제냐?"
"그럼 뭐가 문젠데?"
"저걸 봐!"
경기장 중앙의 전광판.
대회 경기는 물론, 해설이나 기타 진행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아주 간혹 팬석을 비출 때도 있는데.
?오정환이다!
?옆에 누구냐고 ^^ㅣ발
?헐 여친 들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여캠 같은데
이슈가 메이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