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화
LCK.
굉장히 무시되는 감이 있지만, 사실 규모나 시청자 수로 따졌을 때 KBO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국제적으로는 특히 그렇고.'
실제로 차후 KBO 선수들의 연봉을 싸대기 칠 만큼 프로게이머들의 연봉이 높아진다.
이는 e스포츠의 급격한 성장, 이라기 보다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다는 표현이 옳다.
<오정환 선수가 자기팀의 경기를 보러 온 모양인데요?>
<사실상 선수가 아니라 구단주님이라고 봐야 하하핫!>
김서준 해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유난히 고막을 찌른다.
집에서 봐도 똑똑하게 들리는 부드러운 음성이지만, 현장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까놓고 말해서 무승귀신이 안 떨어졌을 수도 있는데 와야지.'
이슈성.
핫도그에도 케찹이랑 머스타드 뿌려먹듯 하나로 부족하면 둘을 때려 박으면 된다.
아니, 셋.
<옆에 계시는 분은 여자친구……, 아니면 뭐 연예인분이신가요?!>
<동의합니다. 정말 연예인 같은 외모신데 아마 개인 방송 진행하시는 스트리머 동료로 알고 있습니다.>
혼자 온 게 아니다.
여자와 결혼에 대한 반응이 밋밋하고, 수준 높은 코스프레로 인해 게이라는 루머가 따라다니는 김서준 해설의 말마따나 동료에 해당된다.
따분하고 밋밋한 관람이 될 바에야 약간의 스릴을 맛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단순한 직장 동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긴 하지만.
─치킨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니가 리아님이랑 왜 있는데 ㅡㅡ
"10개 감사합니다. 혼자 가기 적적해서 불렀는데 왔네요."
?응 다 들켰어
?10개 감사합니다 ㅇㅈㄹ ㅋㅋㅋㅋㅋ
?할 말 없지?
?진짜 사귀는 건 아니겠지……
시청자들에게는 매우 자극적이다.
아니, 절대 다수의 남자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입고 오라고 했으니까.'
오는 길에도 난리도 아니었다.
관계자 신분으로 샛길로 와서 그렇지.
일반 관중처럼 왔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예쁜 여자.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만큼 안다.
데리고 다니다 보면 눈치가 나빠도 모를 수가 없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리아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
─용준좌 틀딱이라 모르누
─파프리카 4대 여캠 클라스 ㄷㄷ
─왜 오정환이랑 같이 있냐
.
.
.
그만큼 얻는 것도 많다.
커뮤니티의 상황.
이렇듯 이슈 메이킹에는 여자만 한 게 없다.
어떻게 쓰는지에 달렸다.
LCK는 국내 스포츠 중계 중에서는 이례적인 수준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10·20대로 한정한다면 비교 대상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 방송을 보는 시청자 연령층과 크게 겹친다.
─숟가락입니다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진짜 사귀는 거임?? 진지하게 대답 좀
"500개로 질문 감사합니다.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아무것도 없으면 허세는."
"……."
?ㅋ
?'허세충'
?할 말은 한다 리카콜라!
?고년 존나 도도하네 흐흐
그냥 옆에서 요염하게 색기만 내뿜고 있어도 이슈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
위이잉~
장난감을 착용하게 했다.
진동 모드로 사용자가 큰 만족도를 얻을 수 있게 만드는 물건이다.
'재밌는 걸 샀더라고.'
최근 바쁘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했다.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토로하더니 대뜸 자랑해왔다.
?리아?
「오빠2.jpg」
「다른 오빠 사귀지롱~」
「이 오빠는 매일매일 사랑해준다」
「지금도♡♡」
귀여운 짓을 해온다.
그래서 오늘 데리고 오라고 했다.
물론 재미를 보는 건 나.
'리모컨이 있더라고.'
아무래도 직접 만지는 건 제한된다.
클럽에서 가지고 놀던 이름 모를 년처럼 망가뜨릴 수도 없다.
그러면서도 큰 재미.
버튼을 누르자 작은 신음이 새어 나온다.
시끄러운 경기장의 환호 소리에 금방 묻힌다.
"리아야."
"응……."
"뭐 불편한 거 없어?
"으응……, 아!"
가장 높은 세기다.
피부에 대보면 아프다고 느낄 수준으로 둘만 있을 때도 거의 자지러진다.
아랫입술을 베어 물며 필사적으로 참는다.
비비 꼬는 다리는 얼핏 보기에 섹시하기만 하다.
'의자 시트 어떡하냐.'
처음부터 너무 스퍼트를 높이는 건 안 좋다.
본인을 더욱 애타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내려준다.
─보라판큰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여친인 척 손 잡으면 1000개 ㅋ
"콜?"
"뭔 콜이야. 받는 건 오빠면서."
"자기 방에도 쏘면 된답니다. 빨리 결정하세요. 맘 변하기 전에."
"자, 잠깐!"
?콜!
?이걸 한다고?
?아무튼 된다고 했음ㅋㅋㅋㅋㅋㅋㅋ
?열혈들 대노각
사람도 많고, 카메라도 언제 비칠지 모른다.
훌륭한 여캠이 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시련을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
"아, 누구 마음대로."
"방송이야 방송."
"몰라 진짜……."
튕기는 척하는 리아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아무래도 손은 잡아봤자 티도 안 나니까 말이다.
─보라판큰손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이대로 1분만 더 있을게요."
"후……, 난 몰라."
아무래도 여캠이다.
이미지 관리 및 명분이라는 게 필요하다.
카메라에 보이지 않는 옆 얼굴은 좋아서 죽으려고 한다.
'얘가 M기질이 있어서.'
선을 넘는 장난은 싫어한다.
하지만 적정선에서는 오히려 즐긴다.
그 역치를 조금씩 올려가는 재미가 있는 아이다.
위이잉~
마음 같아서는 손잡이를 잡고 싶다.
어깨의 부드러운 살덩이로 만족한다.
리아는 지방기가 있는 편이라 만질 맛이 난다.
꽉 힘을 주고 세기를 올리자 살짝 떤다.
다리를 바꿔서 꼬며 안간힘을 주고 버티려는 모습이 귀엽다.
<마진 소드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죠?>
<맞습니다. 이미 2승 0패의 상대 전적을 갖고 있고, 상위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기 때문에 진영 선택권까지 가지는 상황에서 팀 오정환의 어떤 영리한 대응할 수 있을지 주목해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포장 열심히 한다
?이걸 엄 대 엄을 만든다고?
?무승귀신 떨어져 봤자 약팀은 약팀이지 ㅋ
?다전제의 씨지맥이면 또 모름!
리아가 바쁜 와중에도 경기는 진행되고 있다.
딱히 안중에도 없긴 하지만 일단 내 팀이라는 입장상 편파 중계를 하는 편이 옳다.
"제 방송은 철저한 편파 방송이니까 그렇게 아시고 재밌게 봐주세요."
"재, 재밌게 봐주세요."
?팔이나 내려 ㅡㅡ
?여신님 미소
?니 팔 때문에 기분 언짢으시다
?이 새끼 진짜 주제 파악 못하고 남친 행세하넼ㅋㅋㅋㅋㅋ
내 팀이니까.
마치 연고지와 비슷한 개념이다.
내 팬들은 물론, 파프리카TV의 시청자들도 기왕이면 아는 팀을 응원한다.
'BJ들이 선수들한테 숟가락 얹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그거고.'
해당 팀의 팬.
시청자 유입 효과와 더불어 스토리텔링까지 자연스럽게 짤 수 있다.
편파 방송이나 해당 선수에 대한 썰 등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자아낸다.
─신축성자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무승귀신 진짜로 떨어진 거 맞냐고 ㅋㅋㅋ
"그 도사님이 정말 영험한지 지금부터 함께 확인해봐야겠죠."
이렇듯 말이다.
자극적인 유행어와 이슈 메이킹.
팬들 입장에서 훨씬 몰입해서 경기를 볼 수 있게 만든다.
─퍼스트 블러드!
진행되는 경기.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리고 있다.
바텀에서 선취점이 나오며 스노우볼의 첫 단추가 꿰어진다.
'뭐, 자신은 있었겠지.'
워낙 되도 않는 헛소리를 해서 그렇지, 그만큼 능력 또한 받쳐준다.
프리저가 빙의했던 건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팀원들의 심리적인 불안감도 해소시켜줬다.
정말 도사님이 무승귀신을 퇴치해준 건지는 몰라도 상황이 괜찮게 흘러간다.
와아아아아아─!
우리쪽 팬석.
함성 소리가 고막이 아플 지경을 넘어 몸 안쪽이 울린다.
아니나 다를까 리아도 힘들어하고 있다.
워낙 피부가 민감하다.
장난감의 여파까지 더해지며 죽으려고 한다.
옆에서 보면 이슬처럼 맺힌 땀이 장난이 아니다.
위이잉~
한 번 보내준다.
리아가 좋아하는 템포대로 함성이 터지는 타이밍에 맞춰 스퍼트를 올리자.
"하으……, 아! 아흫 아아아!"
입을 가리고는 있지만 새어 나오는 신음을 다 막을 수는 없다.
눈물샘도 열려서 굉장히 애처롭다.
'오늘 진짜 맛있겠네.'
리아의 취향이다.
잔뜩 고양된 상태에서 안기는 것 말이다.
그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잔뜩 남았다.
첫 번째 세트를 우리팀이 승리로 장식한다.
─삼성갤럭시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이걸 진짜로 퇴치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
─시몬스침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세트승 축하드립니다!
─파리바게트꿀맛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대로 3 대 빵 가즈아~~~!!!
.
.
.
별풍선 또한.
내가 뛰지 않아도 엄연히 오정환팀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수영복페티쉬님, 별풍선 3000개 감사합니다!
여신님 감동해서 우는 거 대박 ㅋㅋㅋ
"진짜 울었어?"
"아 그냥 잠깐……."
"나도 울고 싶어!"
"잠깐 꺄아!"
???!
?오정환 이 새낔ㅋㅋㅋㅋㅋㅋ
?분위기 때문이라고요!
?2002 월드컵때 이걸로 떡 많이 쳤지 ㄹㅇ
그렇게 해석되는 모양이다.
기껏해야 캠에 살짝 비친 정도이니 실제 상황을 알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본인은 부끄러울 테고.'
달래줄 겸 안아서 등을 툭툭 쳐준다.
가늘게 떨고 있는 게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반응이다.
우오오오오~~!!
그 광경이 고스란히 송출되고 있다.
카메라가 이쪽 좌석을 비추고, 전광판에 나와 리아의 포옹이 나타난다.
<아~! 이거 참 낯 뜨거운 장면이.>
<오정환 선수가 옆자리의 지인분과 첫 세트의 승리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모습이네요!>
약간 과한 편이 좋다.
그래야 이슈 메이킹이 된다.
LCK에서도 환영하는 방향이고 말이다.
'많이 있잖아.'
티오피녀, 재호녀, 얼밤녀, 와드녀 기타 등등.
그렇게 조금 반반한 일반인 수준이 아니다.
예뻐졌다.
연예인이라 착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두고두고 화젯거리가 될 것이다.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잘 닦고 와."
"으응."
"잘 닦고."
"……."
?챙겨주는 척 ㅉㅉ
?빡빡 닦아
?오정환 묻었다
?이대로 집에 가면 ㄹㅈㄷㅋㅋㅋㅋㅋㅋ
자리를 비울 이유를 만들어준다.
서둘러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옷차림을 단정히 하기 위해 경기장을 빠져 나간다.
'오늘 진짜 쫀득쫀득해져 있겠네.'
보기에는 도도하게 앉아있는 것 같아도 골반에 힘을 주고 머리로는 온갖 음란한 상상을 하고 있다.
특별한 경험도 달아오를 만한 요소다.
<아마추어팀이 다전제의 첫 세트를 이겼다! 이거 의미가 꽤 크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마진 소드도 우승팀의 품격을 보여줘야 할 테고. 다음 세트는 더 치열한 접전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경기장의 분위기도 그러하다.
일방적인 매치업보다 치열하고, 변수가 많은 쪽이 흥미가 넘친다.
와아아아아아─!
언더독의 반란.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직관이 가지는 매력이다.
우리팀의 팬석이 떠들썩하다.
직접 경기장까지 온 보람이 참고 넘친다.
e스포츠 직관도 가끔은 와볼 만한 게 사실이다.
"여기는 뭐 키스 타임 같은 거 없나? 야구장을 갈 걸 그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정했누
?열혈들한테 맞아 죽어야 정신 차리지 ㅋ
?이 새끼 대놓고 사심 챙기네
옆구리가 허전하지 않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