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11화 (411/846)

411화

리아와 알고 지낸 지도 벌써 1년.

무슨 브라운아이즈도 아니고 시간이 어느새 그렇게나 지나갔다.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리아에게는 말이다.

일반인이라면 평생 경험하지 못할 사건·사고들.

"오빠."

"응?"

"저 잘했잖아요~ 네~?"

"잘했지."

강아지 달래듯 손끝으로 턱을 쓰다듬어 주자 몸을 맡겨온다.

그러면서도 유난히 내밀고 있는 입술과 가슴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엄청 예쁘게 잘 컸지.'

몸뿐만이 아니다.

성격적으로도 순둥순둥하기만 했던 이전과는 다르다.

만날 때마다 나를 유혹하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해온다.

그것도 싼티가 안 나게.

나의 취향으로 다져진 몸과 남자를 가지고 노는 법을 깨달아버린 악녀의 얼굴을 적극 활용한다.

"오빠."

"응?"

"이 정도 여자 어디 가서 찾기 힘들어요?"

"그렇지."

"그것도 오빠가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있고 술시중도 아~ 잘 먹는다. 헤헤."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그 속마음은 어떨지.

이글이글 불타고 있는 질투심이 눈동자 깊은 곳에 보인다.

'진짜 귀엽다니까.'

BJ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을 잘 따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머리가 컸다는 걸 과시하고 있다.

"짜리몽땅한 애들보다 저처럼 안을 맛 나는 몸이 좋지 않으세요?"

"취했냐?"

"맞아요. 저 취했어요. 오빠가 저 너무… 소홀하게 대해서. 아앙."

품에 안기며 훌쩍훌쩍 울음을 쏟아낸다.

연기라는 사실을 나는 알지만, 웬만한 남자는 분위기 때문에라도 속을 것이다.

'진짜 귀여운 짓 하네.'

마음 같아서는 확 엎어트리고 싶다.

궁디를 팡팡 쳐서 진짜 울음보를 터트리고 싶다.

그러기는 다소 아깝다.

170cm에 육박하는 장신.

벗겨 놓아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육체는 흔치 않다.

"리아야."

"네, 오빠……."

"우는 척 그만하고."

"헤헤, 티 나요?"

"그래."

"그치만 저 노력했는데~ 오빠 위해서 뭐든 다 하고 있는데~ 상 주시면 안돼요?"

"안 주면?"

"저 삐뚤어질 거예요!"

섹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한 손에 잡기도 버거운 손잡이와 뾰족한 곳 없이 부드러운 곡선의 몸은 리아의 말마따나 안을 맛이 난다.

'그것도 노력으로 이루어진 거고.'

처음부터 목표 의식이 확고했다.

선을 긋기는 했지만, 한사코 거부하면 의욕이 떨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남자라도 사귀게?"

"아, 아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럴 리가……."

"살짝 흥분할 뻔했는데."

"오빠 못됐어요 정말."

남 주기 아까울 지경이다.

정말 탐스럽게 커서, 이 정도 외견에 마음 씀씀이는 텐프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연예계에서도.'

이런 야한 몸은 오히려 연예인으로 적합하지 않다.

여캠과 SNS스타에 최적화된 스타일.

내가 원했던 그대로의 색깔이다.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다.

"그래서 뭐 사귀고 싶다고?"

"치이, 마음에도 없으면서."

"잘 아네."

"저도 오빠 잘 아니까 많은 건 안 바라고요. 첩으로 삼아주세요."

"뭐 첩?"

"첩 정도는 괜찮잖아요~ 저 이 이상은 양보 못 해요!"

꼭 품에 안겨 매달려온다.

정공법의 떼쓰기.

떼어낼 수도 있지만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렇게 꾸준하게 말도 잘 듣고 엇나가지도 않는데.'

여자들이 귀찮은 이유.

워낙 감정적이라 자신이 한 말조차 안 지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 명쯤 옆에 둬도 괜찮다.

친근감 있고, 눈치도 빨라서 내가 먹고 싶은 안주와 술을 먹여준다.

잘근잘근

입으로.

연어회를 질겅질겅 씹어 침과 섞는다.

입안에서 즉석 생연어 타르타르가 완성된다.

촤압?

꿀꺽!

혓바닥 위에 먹기 좋게 올린다.

키스와 함께 삼키고, 이어서 술까지 한 번 더 입을 맞추자 완벽하다.

"그리고요."

"또?"

"저 갖고 싶어요."

"뭘?"

"아앙~ 알면서."

"……."

잘하는 만큼 원하는 것도 많다.

내 손을 살며시 들어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는다.

꾹 누르자 야릇한 신음을 뱉으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진심인 것 같지.'

요즘 세상에 꼭 결혼을 할 필요는 없다.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되는 연예인 비슷한 직업은 특히 그러하다.

BJ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리아가 원하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줄지.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이를 것이다.

"못된 엄마네."

"괜찮아요. 잘 키울 거니까."

"리아 하는 거 보고."

"못됐어. 여기는 오빠 아기 갖고 싶어서 매일매일 쑤시는데."

근육이 생겨 단단하면서도 겉 표면은 말랑하다.

허리도 얇아 한 손으로 꽉 잡고 있으면 정복감까지 든다.

'목표가 있는 편이 동기 부여가 되니까.'

엄지로 배꼽 아래를 꾹꾹 누르자 부드럽게 풀린다.

손가락 한 마디가 푹 잠긴 바로 밑이 쑤신 모양이다.

"오빠 때문에 저 정말 못된 아이가 된 것 같아요."

"몸은 원래부터 아이는 아니었는데."

"헤헤, 글두 여러 가지 배웠으니까~"

이미 시동이 걸렸다.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터치를 즐기고 있다.

애초부터 끼는 충만했다.

마음의 장벽을 서서히 무너뜨리기까지 했다.

"다른 남자랑 사귀면 그 남자는 재미 좀 보겠네?"

"치이, 그럴 일 없거든요."

"그래도 세상일 모르는 거지."

"사실 오빠가 저 하~도 안 놀아주고, 다른 여자랑만 노니까 생각은 해봤는데요."

술에 취해 거칠고, 알코올 섞인 숨소리가 고막을 다이렉트로 간지럽힌다.

속삭여오는 상상은 질투심이 일어나게 만든다.

'그게 잘 안 되지.'

BJ 업계.

자극에 익숙해지는 건 시청자뿐만이 아니다.

BJ 본인도 심심한 것에는 도저히 만족하지 못한다.

어지간한 플레이로는 말이다.

이렇게 야하게 돼버린 몸뚱이는 평범한 관계가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오빠가 아니면 혼자 할 때도 집중이 안 돼요."

"상상력이 풍부하네."

"헤헤, 오늘은 상상을 이뤄주실 거죠? 그렇죠?"

리아가 나를 잘 따르는 건 단순히 순종적이어서가 아니다.

예쁜 여자는 언제 엇나갈지 모르고, 관리를 하는 게 여간 힘이 들지 않다.

나에게 목을 메게 만드는 것이 베스트다.

악녀가 되어도 리아와 나 사이의 관계 주도권은 고삐를 꽉 잡고 있다.

"오늘은 리아 몸으로 장난 좀 칠래."

"?"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면."

"또, 또 사진 찍으려고!"

"싫어?"

"진짜 못대쪄. 즐길 거면 같이 즐기지."

술기운에 벌겋게 달아오른 볼을 부풀린다.

조금 더 노가리를 까며 먹이자 눈꺼풀이 서서히 무거워진다.

축 늘어지는 몸.

연기인지는 몰라도 매한가지다.

공주님 안기로 들자 역시 좀 무겁다.

'얘가 좀 커서.'

그래서 볼 맛은 더욱 난다.

콜렉션을 추가할 시간이다.

* * *

2013 LCK 스프링 시즌.

수많은 팬들의 관심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이는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베테랑 of 베테랑이라 불리는 로쿠도쿠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북미에서의 용병 활동을 실패하고, 한국에 돌아와 마진 실드에 소속되었다.

그 과정에서 별별 일을 다 겪었다.

가볍게 손을 풀려고 참가했던 아마추어 리그에서 망신을 당하고, 고작 BJ에게 자존심을 굽히는 등 말이다.

"어이, 정노페씨!"

"무슨 일이지 로쿠도쿠?"

물론 과거의 일.

이제부터 새 역사를 써 내리면 된다.

글자 그대로 자신이 중심이 되는 LCK의 역사다.

"우리 라인 스왑할 거니까 리쉬는 탑한테 받던가 해."

"저번에도 그래서 정글 힘들었는데……, 이제 좀 정버프 하면 안 되겠니?"

"Fuck you! 원딜이 풀려야 게임을 이기든 말든 할 거 아니야? 군소리 말고 역버프나 해!"

"……."

정규 시즌을 뚫고 올라왔다.

성적이 다소 안 좋긴 했지만, 플레이오프부터 잘하면 그만이다.

'정글러가 완전 noob이어도 내가 원딜인데 당연히 이기지.'

8강 경기를 앞두고 있다.

로쿠도쿠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다.

오늘이야말로 자신의 부활을 LCK팬들에게 알린다.

그럴 만한 기회이기도 하다.

상대는 신인팀인 SKY T1 K.

A조에서 다소 화제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베테랑인 자신에게는 신생아들에 불과하다.

"경기 전부터 왜 이렇게 죽상이야."

"정노페가 꼴받게 하잖아. Fucking 백정 새끼가."

"크킄."

서포터인 우르프와 합도 완벽하다.

바텀 차이를 필두로 게임을 깨부숴 버릴 근거.

바로 운영이다.

뇌지컬이야말로 로쿠도쿠가 장기로 삼는 것이고, 신인팀을 요리할 수 있는 무기다.

'라인 스왑으로 흔들면 신인팀은 반드시 틈을 보이게 돼있어.'

2016년 이전에는 포탑 퍼블이 없었다.

게임 시작 후 5분 동안 바텀을 제외한 모든 1차 포탑이 받는 피해가 50% 감소하는 요새화라는 효과도 없었다.

<마진 실드! 지금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요?!>

<맞습니다. 라인 스왑을 할 생각이 있어 보이고, SKY T1 K가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존재했던 것이 라인 스왑 전략.

바텀과 탑이 라인을 바꿔서 라인전을 진행한다.

어떻게 보면 데칼코마니의 서로가 대등한 조건 같지만.

[03:20] 로쿠도쿠 (배인)님이 캐낸 (이펙트)를 지목!

솔로랭크에서는 보통 경험하지 않는다.

빅 웨이브를 몰아서 홀로 있는 적 탑솔러를 강제 다이브 쳐버린다.

하아!

그것도 3인 다이브.

정노페의 리심이 뒤를 잡는다.

고립된 캐낸을 확실하게 포위해 잡아먹는다.

'신인팀들은 운영으로 가면 정신 못 차려.'

일반적인 게임과 많은 부분이 다르다.

자잘한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경험의 차이로 초반 이득을 보기 쉽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이렇듯 말이다.

선취점과 더불어 포탑까지 먼저 깬다.

반대쪽에서 비슷한 상황이 이루어져 봤자.

<깔끔하게 빠지는 선택하네요.>

<베테랑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 아닙니까? 라인 스왑 대처법 완벽하거든요~!>

?빅 웨이브를 다 버려?

?대회 게임은 이렇게 하는 게 맞음ㅋㅋㅋ

?와 뭐지 솔랭이랑 완전 다르네

?LC게이가 또

LCK가 운영을 대표하게 만든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라인 스왑을 할 줄 아는 팀과 미숙한 팀의 격차는 어마무시하다.

─레드팀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탑 1차 포탑을 빠르게 깬다.

귀환 후 바텀으로 내려가면 용 타이밍을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다.

물론 비판도 받는다.

솔로랭크와 180도 다르다.

시청자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게임이 패턴화가 된다는 측면도 있다.

언제 어느 때 킬이 터질지 뻔하니, 라인 스왑 전략을 야유하기도 한다.

와아아아아─!

인기팀이라면 상관이 없다.

상대팀인 SKY T1 K는 막 창단한 신생팀.

그에 반해 마진 실드는 LCK 초창기부터 입지가 탄탄한 강팀이다.

"졸린 것 보니 마진 실드가 이기겠구나!"

"마치 젠지 같네."

"젠지가 뭐야?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길 바란다.

텅텅 빈 상대팀 팬석과 달리 마진 실드의 팬석에서는 시끌벅적한 환호 소리가 쏟아진다.

'내가 작정하고 하면 이 정도는 우습지.'

계획했던 대로 초반 승기를 가져왔다.

이대로 기세를 몰아 첫 세트를 이기면 멘탈이 무너진 신인팀은 알아서 자멸할 것이다.

퍼펙트 플랜.

SKY T1 K는 첫 단추에 불과하다.

자신이 칼을 갈고 있는 친정팀 얼밤과 오정환을 무너뜨릴 발판이다.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출전했다고 한다.

심지어 8강까지 이겼다고 하니 거슬린다.

진짜 프로가 무엇인지 보여줄 생각에 불타오르고 있었는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미드에서 들려오는 패전보.

경기 중에 있을 만도 한 일이지만 서늘하다.

순간적으로 느낀 감각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경기 중에는 도저히 깨달을 수 없었다.

<오우, 쀄이커?!>

때로는 자신이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