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화
와아아아아아아!!
용산 e―Sports 경기장.
스프링 시즌을 돌아봐도 이만한 반응은 없었다.
<게임팬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용산 경기장에서 인사드리는 캐스터 진용준입니다~!>
<해설 김서준 인사드립니다.>
<해설 강민철입니다.>
그만한 위상이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장팬이라는 특성은 양 팀 모두에게 적용된다.
"하~ 진짜 그지 같네. 내가 불밤 보려고 예약한 4강이 아닌데."
"어쩌겠어."
"그래, 다른 팀이 결승 가는 것보단 낫지."
불밤.
LCK에서 손꼽히는 인기팀이다.
형제팀인 얼밤을 잡고 올라와 화제성과 응원 열기가 더욱 커졌다.
집안 싸움은 암묵적인 룰이 있다.
패배한 쪽 팬들은 이긴 쪽을 응원한다.
얄밉기는 해도 식구라고 보는 시선이다.
"무승귀신 퇴치한 거 인정?"
"인정하는 부분이죠. 키킼."
"판사님도 인정하시죠?"
"네 그렇습니다!"
팀 오정환.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특이성 때문에 인기가 많다.
농도 높은 순수 팬들로 양 팀의 팬석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POINT OF THE MATCH〕
1. '형제팀 얼밤 꺾고 질주한 불밤' vs '언더독의 반란! 팀 오정환의 반전!
2. '정규 시즌 리매치' 0 : 2 패배한 팀 오정환, 파훼법 찾아낼 수 있을지!
3. 미드 교체 가능성 보여준 '팀 오정환', 준결승 선발 엔트리는?
전광판에 관전 포인트가 비춰진다.
양팀은 정말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다.
2012 Spring 시즌 초대 LCK부터 경력을 쌓아온 불밤과 다르게.
<4강입니다! 준결승이에요! 이 자리에 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거든요~~~ 손가락에 꼽아도 몇 팀 안돼요??>
<맞습니다. 일부 강팀들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대고, 아마추어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왔으면 충분하다, 라는 소리가 나왔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무려 신인팀이다.
아니, 프로팀조차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게 아마추어.
?그런데!
?그건 맞지 ㅋ
?여기까지 올라올 줄 누가 알았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 졌잘싸만 하자……
심지어 프로지망생도 아닌 방송을 하는 BJ다.
어그로를 끌기 위한 수작이라고 대부분의 롤팬들은 여겼다.
하지만 결과는 모든 것을 말한다.
준결승의 자리에 오른 것이 우연이라면, 모든 프로팀들의 업적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오늘 경기로 확실해진 것
오정환팀<<
져도 까이진 않겠다 싶으면 개추 ㅋㅋ
└프로 상대로 1승만 챙겨도 추억이겠다 싶었는데
└무승귀신 퇴치하더니 각성했음 ㄷㄷ
└정환추
└응 지면 존나 깔 거야~
BJ에 대한 편견.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다.
프로와 비교하기에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예외가 있다는 사실을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오늘 경기의 결과와 상관없이 인정받는 분위기지만.
"얘들아."
""네, 형님!""
"잘하자."
""알겠습니다!""
당사자들로서는 다른 기분이 든다.
불밤의 부스 안.
평소와는 다른 진중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불밤의 주장 앰빠따가 자신의 야구방망이를 만지작거린다.
배팅센터에서 취미를 끝낸 후 실수로 들고 왔다.
'격 떨어지게 무슨 BJ야. 스트리머나 뭐니 하는 건 진짜 찬밥 취급당하는 놈들이나 하는 거고.'
프로게이머로서 자존심이 걸려있다.
그만한 말을 해도 될 만한 입장이다.
LCK의 첫 문을 열었다.
2012년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프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상대가 아마추어.
어중이떠중이도 유분수가 있다.
완전히 박살을 내서 격의 차이를 보여주자.
"근데 형님."
"왜 그러지?"
"아니, 그게 그…… 형님 신경 거슬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혹시 아시나 싶어서요;;"
팀의 정글러 엘리오스.
앰빠따가 든 야구방망이를 살피며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그도 그럴 게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흠……'
한 BJ가 자신을 도발했다.
불밤의 구멍이 자신이라고.
그것도 팀 오정환의 오정환 본인이 말이다.
"히익!"
야구방망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딱히 엘리오스를 압박 주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어이가 없다.
'솔로랭크 1위가 뭐 대수인 줄 아나.'
조금 이름을 날렸다고는 들었다.
러너리그를 우승하고, SKY T1 K에 한 방 먹이고, 솔로랭크 1위를 찍는 등.
프로인 자신에게는 별 일도 아니다.
특히 솔로랭크 1위쯤은 자신이 은퇴한 후에도 널널하게 찍을 자신이 있다.
"너희들은 자존심도 없냐."
""아닙니다!""
"걔가 나온다고 뭐 대수나 될 것 같아?"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
BJ라는 인종들은 간장이나 퍼마시며 캠 앞에서 별풍선이나 달라고 뒹구는 게 어울린다.
'이런 대회에 나오는 순간 찬밥 신세 되는 거지.'
오정환이든 피닉스김이든 마찬가지.
자신이 구멍이다?
주제넘은 소리를 하며 어그로를 끈 대가를 치를 것이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상대는 피닉스김.
아니나 다를까 허세였던 모양이다.
BJ들이 그렇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특별히 놀랍지는 않다.
'어차피 질 걸 아니까 관심이라고 받고 싶은 거겠지.'
어느 쪽이든 좋다.
프로의 벽을 느끼게 해준다.
커뮤니티와 팬들에게 시답잖은 소리가 더 이상 안 나오게 만든다.
쿠직!
츄륵!
게임은 무난하다.
미드 라인.
앰빠따의 카직트가 라인을 당겨 먹는다.
'컨디션 관리도 좋고 CS도 앞서고 있으니까.'
귀환 타이밍 잡아서 여눈을 사온다.
6레벨을 찍고, 블루를 먹은 후에 더티 파밍을 하면 완벽하다.
이후로는 이 힘을 바탕으로 게임을 끝내면 된다.
이것이 바로 불밤이 자랑하는 승리 공식인데.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공식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 * *
불밤.
정형화된 승리 공식을 가진 팀이다.
초기에는 공략법이 알려지지 않아 팀의 에이스라 일컬어지던 앰빠따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퍼블션이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긴 거고.'
갱킹으로 죽여도 의미가 없다.
베테랑 of 베테랑.
앰빠따의 방어력을 뚫고 라인전 스노우볼을 굴릴 피지컬파 선수가 없었다.
그사이에 다른 라인은 성장을 한다.
앰빠따는 알아서 복구하며, 더티 파밍으로 CS를 만들어 먹는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지만.
쯔쯧!
아군 이블퀸에게 랄라의 버프가 걸린다.
그 빠른 속도 그대로 적 정글에 침입하여 앨리스와 마주한다.
터억!
챠라랑!
깜짝 놀란 앨리스는 스턴.
바로 고치를 던진 반응은 훌륭했다.
그와 동시에 교차된 보라색 창에 상쇄돼서 문제지.
"거미줄 타봤자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죠? 카직트 미드에서 CS 먹고 있고."
?ㅁㄷㅊㅇ
?미드 지박령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앰빠따가 구멍이네
?정글을 노려야 하는구나!
불밤의 약점.
미드가 오로지 파밍에만 몰두한다.
그 방패를 뚫을 생각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 포인트다.
'미드&정글 합 맞춰서 정글러만 조지면 게임이 쉽게 풀려.'
그 이후까지 말이다.
단순히 정글이 대신 말린 게 아니다.
공식 방송의 화면은 적 정글러의 상황도 비춰준다.
취익!
툭!
앨리스가 잔반 처리를 한다.
이블퀸이 먹고 남긴 작은 늑대.
그리고 아래 캠프로 내려가려다 동선을 위로 튼다.
쿠화악!
촤락―! 펑!
카직트가 칼부를 맛나게 먹고 있기 때문이다.
아군 미드의 더티 파밍을 위해 정글러가 희생한다.
'현 시점에서는 드물지도 않지.'
정글러가 천민 소리 듣던 시절이다.
다른 프로팀들도 그러한 현상이 있지만, 불밤은 워낙 그 정도가 심했다.
위이잉
어쩔 수 없이 탑으로 동선을 튼 앨리스.
갱각도 안 나오고, 적 정글에 침입하기도 겁나니 귀환을 한다.
"CS를 만들어 먹는다는 건 없어요. 다 누군가의 희생이 바탕되는 거지."
?진짜 진짜임!
?정글 감수성 터지네
?역시 정글러라 이걸 캐치하네
?정글 탈주각 ㅋㅋㅋㅋㅋㅋ
죽어서 성장도 말린다.
정글몹은 아군이 빼먹는다.
카정까지 당하면 정글 입장에서 탈주가 씨게 마려워진다.
'성장 못 했으니 잘리기도 쉬워서 게임에서 붕 떠버리지.'
불밤의 공략법.
미드가 수동적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에는 강팀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 시점이 조금 빨라질지도 모르겠다.
─치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진짜 제갈공명이네 머단 ㄷㄷ
"치즈님 천 개 감사합니다! 근데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LoL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 있어도, 그것을 팀 차원에서 소화할 수 없으면 말짱 도루묵.
기본기가 다져진 덕분이다.
무승귀신을 퇴치한 보람이 아예 없지는 않은 듯하다.
이는 단순히 위안 정도의 효과가 아니다.
와아아아아─!
경기의 승리와 함께 팬석에서 함성이 쏟아진다.
나는 직관이 아닌 집관을 하고 있지만, 직접 가서 보고 있는 팬들도 많다.
─GPS829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 오는 줄 알고 직관 왔는데 없음 ㅠㅠ
"제가 아니라 리아를 기다린 거 아니에요?"
?눈치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들키누
?진짜 이거 때문에 암표도 거래되더라
?리아좌 실물 보고 싶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스토리텔링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는 소리다.
현장 경기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경기 중요도가 올라갈수록 말이다.
'팬이 많으면 그 점이 해소가 되고.'
씨지맥이 이끄는 팀들은 항상 고질적인 약점을 가진다.
지나친 피드백.
선수들의 멘탈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과하다.
그 점을 해소시키기 위함이다.
애초부터 내가 환기를 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성적이 잘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결승 가면 10만 개 쏠게 ㅎㅎ
"회장님 너무 흥분하셨네. 10만 개는 제가 받기가 너무 부담스럽고 결승 가면 애들 밥 한 끼 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걸 거부해?
?10만 개를 거절하는 남자 ㄷㄷ
?10만 개면 천 만원 ㅁㅊ;;
?근데 우승하면 LCK 역사가 뒤집히는 거 아님?
세상일이라는 게 항상 내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담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편이다.
'대신 굴러온 기회는 잡는 게 맞다고 생각해.'
롤이라는 게임은 분명 운빨이 있다.
그것이 나쁠 때도 있지만, 좋을 때는 이렇듯 활용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와아아아아─!
진행되는 경기.
희비가 연달아 교차한다.
아무리 공략법을 안다고 해도 다전제의 강팀이 호락호락할 리 없다.
?와
?역시 불밤은 불밤이네
?코물쥐가 뻘짓하다 잘린 게 ㄹㅇ 컸다
?개ㅈ쥐 또 너야??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다.
기본적으로 체급이 딸리다 보니 장기전이 될수록 유리한 게임도 말리게 된다.
<어? 어?! 플레인 고립됐는데요?>
<미니언 욕심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탑솔러 사망 원인 1위 한 웨이브 더!>
하지만 이는 마찬가지다.
준결승전.
그 무게감 넘치는 자리는 프로 선수들도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상대가 아마추어인데 첫 세트를 지기까지 했다면.'
만약 내가 같은 상황이더라도 멘탈이 평소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실수가 터져 나오며 게임에 변수가 많아진다.
와아아아아─!
슈퍼 플레이가 터질 여지 또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흥미진진하다.
이를 지켜보는 내 심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롤순이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결승 가면 어쩔 거임? ㅎㅎ
"글쎄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올라갈 수 있다면 가는 게 좋겠죠."
?님이 생각을 안 하면 어캄?
?이걸 어떻게 예상하냐곸ㅋㅋㅋㅋㅋ
?진짜 먹힐 줄 몰랐던 듯
?아니 불밤이……
만에 하나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