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14화 (414/846)

414화

3호기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하지만 때로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기도 한다.

<정말 어제는 상상치도 못한 대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나요?>

<동의합니다. 정말 마지막까지 경기 결과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이…….>

?동의? 어 보감~

?동의준

?'용준' 해 버렸지

?과학이 또

특히 대회 무대.

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가려진다.

졌잘싸라는 말도 있지만, 당연히 이기는 쪽에 더욱 많은 찬사가 쏟아진다.

─어제 실시간으로 못 본 애들 어캄?

[준결승 명장면 캡처. gif]

인생의 절반 손해 봤는데

└못 본 흑우 없제?

└설마 이걸 못 봤겠냐곸ㅋㅋㅋㅋㅋㅋ

└다시보기로 봄

└내가 보면 질까 봐 안 봤는데 ㅡㅡ

그 과정이 버라이어티했다면 더더욱.

팀 오정환 대 불밤의 준결승 경기는 과정도 결과도 LCK팬들에게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오늘도 그런 명경기가 나올 수 있는 거거든요~!>

<맞습니다. 아마추어팀이라는 전무후무한 케이스가 나와서 그렇지, 사실 SKY T1 K도 첫 출전이고 주목해서 봐야 하는 팀입니다.>

최종 결승 진출팀이 오늘 확정된다.

삼선 갤럭시 화이트 대 SKY T1 K.

어제와 비슷한 신과 구의 구도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쟤넨 팬이 없나?"

"듣보팀이잖아."

"하긴 SKY T1 K 같은 팀을 누가 응원하겠어!"

팬석의 밀집도.

준결승전임에도 SKY T1 K의 팬석은 여전히 듬성듬성하다.

앞서 인기팀들의 경기가 치러졌기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는다는 측면도 있다.

"냉랭하네."

"야유가 없는 게 어디야?"

"경기에나 집중해. 이 녀석들아."

선수들 입장에서 신경이 쓰인다.

그토록 꿈만 같았던 프로게이머로 데뷔.

그런데 팬도 없고, 상대팀 팬들의 응원은 야유처럼 느껴진다.

"너희들이 좋은 경기를 보여주면 팬은 자연스레 붙는 거야. 너희들이 경기를 못하니까 팬이 안 붙는 거고."

""네, 코치님~!""

신인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

선수 출신인 김다균 코치는 잘 알고 있다.

따끔한 지적으로 선수들이 한눈팔지 못하게 만든다.

'흠…….'

팀의 상황은 객관적으로 좋지 못하다.

연습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팬도 없어서 기세부터 눌린다.

하지만 상정했던 어려움이다.

자신이 옥석처럼 고른 이 선수들이라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마추어 대회나 나가서 졸전이나 하고. 이런 데서 지면 너희 리벤지도 못 하고 평생 쪽팔리게 사는 거야."

""…….""

"난 안 나감."

"나도."

그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낸다.

동기 부여를 통해 선수들이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코치진의 역할이 아닐지.

'이 녀석들이라면 분명 그렇게 해줄 거야.'

특히 고전파.

아무리 즐겜으로 참가한 대회라도 패배를 가볍게 생각할 리 없다.

굉장히 얌전한 성격 같아도, 당한 것은 반드시 되돌려주는 일류 선수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와 테이커~! SKY T1 K의 키플레이어 하면 이 선수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솔로랭크 1, 2위를 동시에 차지하면서 이 사람 누구냐? 프로 선수의 부캐 아니냐? 심상치 않은 등장을 알린 역대급 신인이죠.>

?아닌데? 오정환인데?

?포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다음 거품

?딱 봐도 롤드컵 우승 3번밖에 못하고 즙이나 짤 것 같은 상이네 ㅉㅉ

기량 또한 보여주고 있다.

신생팀인 SKY T1 K의 중심이 되어 4강이라는 자리에 올려놓았다.

금일 경기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보여줄 거라 기대되고 있지만.

'반드시 이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은 다대기도 마찬가지였다.

* * *

BJ는 직업이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이다.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히히 못 가."

씨지맥이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

무승귀신이 퇴치되었다는 소식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모양이다.

'다 그런 거지.'

시청자들이,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어준다.

그것을 행하는 것이 참된 BJ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른이된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애들 놀라고 있는 키즈존에서 어른이 놀고 있네;;

"게임도 알고 보면 노는 거죠. 다 뭔가 있겠지 신발."

?모르는 척하자……

?왜 어른이 노냐고!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단하다 애새끼맥!

아님 말고.

식당에 왔다.

좋은 곳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노는 키즈존이 거의 작은 유원지 수준이다.

'장하다 김씨지맥. 잼민이를 네 손으로 멸망시켜 버리렴.'

딱히 씨지맥의 동심을 찾아주기 위함이 아니다.

식당은 밥을 먹는 장소.

준결승을 승리한 회포를 풀려고 왔다.

"혹시 실례지만 어떤 일 하시고 계시는지……."

"야, 야 그런 거 묻는 거 아니야;"

"작은 사업체 몇 곳 운영하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

"진짜 회장님!"

"사장님이시지~"

회장님께서 우리 팀의 선수들에게 한 턱 쏘기로 하셨다.

별풍선 10만 개라는 과도한 선물 대신 말이다.

'그런 느낌이지.'

사람인 이상 누구나 분위기를 탄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혹은 흥분해서 과도하게 넘칠 때가 있다.

그것을 이용하는 방송도 많다.

특히 여캠은 취객을 꼬시는 게 주수입이다.

풍싸움 붙이면 수백 뜯어내는 건 일도 아니다.

"오늘 회장님께서 마련해주신 자리입니다."

""와아아아~~!!""

"한우 배 터지게 먹고, 그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우 배 터지게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좋은 고기 같은데

?딱 보니 1++ 등급

?회장님 후회하시겠눜ㅋㅋㅋㅋㅋ

별풍선을 쏘는 것.

일반 시청자가 보기엔 저 사람 소고기 몇 kg을 허공에 뿌리는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아까운 건 돈이 아니라 쏘는 보람이다.

'많이 쏘면 그만큼 무언가 있기를 바라는데 그걸 충족시켜 주는 BJ가 거의 없어.'

누구처럼 간장 퍼마시는 게 고작이지.

대기업일수록 BJ의 기쁨을 위한 단가만 오른다.

리턴은 없다시피 한 것이 파프리카TV의 현실이다.

그렇게 되면 팬들은 떠난다.

보상 심리가 실망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신이 받는 별풍선을 유지하기 위해 BJ는 악독한 짓을 저지른다.

업체와의 협업, 바람잡이 고용 등.

내부적으로 썩어 문드러질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다.

BJ 본인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여기가 회장님이 추천해주셔서 왔던 맛집이거든."

"오 그래요?"

"어쩐지 맛있더라~"

"스끼다시부터가 우리가 가본 고깃집들이랑 차원이 달라!"

특별한 리액션이 필요한 게 아니다.

사람 관계라는 게 편한 것이 으뜸이다.

회장님과는 몇 번 만나 뵌 적도, 식사도 한 적이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쉽고, 누군가를 신뢰하기도 힘들어지니까.'

Give&Take다.

열혈이다 뭐다 해도 결국 팬 입장이고, 너무 과도하게 잘해줄 필요도 없다.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열혈에게 별풍선을 오래 짜낼 수 있는 비결.

<와아아아아~~!>

물론 심심한 회식 위한 방송이 아니다.

사석으로 끝내도 되는 걸 굳이 송출까지 하고 있는 이유는.

─양파소스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러너리그때 이미 고전파 개씹거품인 거 뽀록 났지 ㅋㅋ

"야유는 하지 마시고 봐주세요."

?고전파 올라오면 꽁승인데 ㄲㅂ

?정환이 착하네

?역대급 신인이라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이 데뷔했으면 고전파가 있었을까??

싸움 구경.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것이다.

이미 올라간 입장에서 여유를 가지고 지켜본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재미가 있고.'

한 팀의 팬이 된다는 건 그런 것이다.

마치 자신의 상황이 된 것처럼 몰입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선수가 아닌 BJ.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고, 소통을 나눌 수 있으니 몰입도가 훨씬 배가 된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이거 난리 났는데요?!>

준결승 B조.

삼선 화이트 대 SKY T1 K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세트가 남긴 했지만 삼선 화이트의 승리가 유망해 보인다.

'딱히 놀랄 일도 아니지.'

세상에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SKY T1 K도 로열로드를 걸은 팀은 아니다.

더욱이 상대가 현존 최강의 팀.

─춰퀄릿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이디는 무슨 순댓국에 넣을 것처럼 생겨서 잘하네 ㄷㄷ

"다대기가 참 매콤한 게 맛있죠. 저는 한 번 끓여서 먹는 걸 선호합니다."

??

?팬이랑 BJ가 쌍으로 맥이네 ㅋㅋㅋ

?다대기는 ㅇㅈ이지

?다대기도 솔랭 1위 출신이에요!

삼선 갤럭시 화이트는 2013 스프링 시즌의 우승팀이다.

후일 앰빠따의 회고에서 밝히건데 프로팀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스크림을 해봤을 테니까.'

상대의 전력이 어떠한지.

직접 경험도 해볼 수 있고, 다른 팀에나 선수들에게도 알음알음 전해 듣는 게 있다.

삼선 화이트가 가장 강하다.

특히 다대기가 원액 수준으로 진하고 매콤하고 칼칼하게 우러났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화락!

챠라락?!

선수의 폼.

그리고 메타의 영향도 크다.

다대기는 챔피언 폭을 지적 받던 선수였지만, 그 점이 해소된 것이다.

'AD를 정말 잘하는데 제임스, 카직트, 자드가 메타픽이던 시절이거든.'

어느 시즌이나 있다.

폼이 최절정에 오른 선수.

다대기가 테이커를 마크하고, 나머지 라인이 이기는 것으로 삼선 화이트가 SKY T1 K를 상대로 우세를 점한다.

키즈존이 있는 식당 3층.

사실상 전세를 냈다.

사장님께 양해를 받고 대형TV에서 오프게임넷 채널로 이를 시청하는 중이다.

"회장님."

"응."

"회장님 드리고 싶어서 준비한 선물입니다. 뭐 별건 아니지만."

"허허허."

신경이 팔린 사이에 건네 드린다.

좋게 쳐드리면 30대 후반, 실제 나이는 불혹이신 회장님이 사람 좋은 웃음소리와 함께 받으신다.

─호두강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김군한테는 발렌타인 30년 까주면서 겨우 25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허허허, 괜찮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장님이 몇 만 개는 쐈을 텐데

?수십만 개일 걸?

?몰래 주려다 딱 걸렸네 ㅋ

당연한 말이지만 방송 중.

선물 또한 콘텐츠이자 방송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걸로 쓰기에는 안 어울리긴 해.'

로얄 샬루트 38년처럼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게 낫다.

하지만 진심이 담긴 선물은 그런 것을 계산하지 않는다.

「스프링뱅크 25년」

발렌타인, 로얄 샬루트, 맥캘란 등 유명 브랜드를 포함한 대부분의 술은 공장화가 이루어졌다.

발베니 등 일부 제품이 수제를 주장하지만 개씹소리.

"이거 다들 한 잔씩 돌……."

"회장님 드시라고 특별히 구한 거기 때문에 회장님이 드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허허허."

유일하게 스프링뱅크 쪽의 증류소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같은 숙성 연수라도 특별하게 비싸고, 특별하게 구하기 어렵다.

'막입한테 주기는 아깝지.'

일전에 클럽녀한테 먹인 카발란.

차라리 그런 건 캐릭터가 단순하고, 마음만 먹으면 구하고도 남는 것들이다.

꼴꼴꼴

그에 반해 스프링뱅크는 없다.

안 그래도 수제라 소량 생산인데, 2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해서 얼마 풀리지도 않는다.

"거의 와인 색깔인데?"

"맛은 조금 다를 겁니다."

"허허허, 사업하다 보면 좋은 술 많이 마시긴 하거든. 근데 어? 이건 참……."

그 진가를 알아줄 거라 앞선 만남에서 확인을 마쳤다.

유난히 입맛을 다시는 게 감흥이 꽤 있으신 모양이다.

'특별한 경험, 그리고 대화가 통하는 것만큼 유대 관계를 다지기 좋은 게 없지.'

술은 가장 훌륭한 매개체다.

특히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에게 말이다.

취미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큰손을 관리할 때는 더더욱.

만남의 이유와 만족을 드리는 것으로 좋은 관계를 길게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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