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15화 (415/846)

415화

경기는 예상대로 진행된다.

┌──────────┐

│1세트│ POG│마따  │

│2세트│ POG│테이커│

│3세트│POG │다대기│

┗──────────┘

한 세트씩 주고받는 접전.

치열한 승부에도 결국 끝이 있다.

어떠한 결말을 맞게 될지 어렴풋하게 예상된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또 모르는 법이다.

세트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의 흥분은 높아지고 있는데.

"면세점 가면 살 수 있나?"

"면세점에는 안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저도 지인 통해서 조금 힘들게 구한 거라."

"허허……, 진짜 맛 나네 이놈."

?회장 아재 엄청 좋아하네

?그렇게 맛있음?

?저거 와인인가요?

?아재들 술잔치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방송.

그리고 회장님의 접대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열혈과의 방송이라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야.'

열혈과 사적으로 친한 BJ는 흔하게 있다.

열혈 시스템 자체가 이를 장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만나는 경우도 심심찮다.

혹은 방송에 특별 출연하기도 한다.

그 결과물이 좋은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다.

"이게 참 뭐라 해야 하지? 과일향이 확 치고 들어오면서 오묘하게 섞이는 다른 맛들이 특이~허네."

"예, 매력이 있는 술이죠."

"위스키 마시면서 부드러운 거랑 매운 거 빼곤 느낀 적이 없는데 거참 신기해."

당연한 말이고, 구태여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현실에서 만나면 다르다.

자칫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BJ가 연예인처럼 아우라를 가지는 경우는 드무니까.'

여캠도 그럴진대 일반BJ는 따질 것도 없다.

별거 없는 새끼였네?

애써 첫인상을 억눌러도, 2차적인 실망을 하기 쉽다.

인간성.

그래서 열혈과 BJ의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심심찮다.

현실에서의 접대법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꿰고 있는 입장이다.

"좀 취기가 올라와서 남은 건 집에 가서 처리해야겠어."

"지금은 덜 풀려서 에어링을 하면 훨씬 맛있어질 겁니다."

"호오……."

고작해야 두세 잔.

회장님의 주량을 생각하면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주섬주섬 술 케이스를 닫아 재포장을 하고 있다.

그만큼 이 술이 가진 가치를 알아보셨다는 뜻이다.

나이 드신 분들은, 특히 상류층에 계신 분들에게는 통할 만한 화제다.

'술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그쪽 세계에서 환심을 사기 위함이 있었지.'

사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먹는, 그리고 입는 유행은 위에서부터 내려온 게 많다.

패션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왜 상류층은 항상 잘 살까?

부자는 망해도 정말 3대를 갈까?

미리 알고 있으니 사업적으로 이용하기 쉽다는 측면이 있다.

입이 고급으로 다져졌고, 술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니 특별함을 느끼신다.

그게 아니더라도 검색하고 하다 보면 다 알게 된다.

─비비고왕만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찾아보니까 돈 백만 원 하는 거네 ㄷㄷ

?ㄹㅇ?

?25년이 뭐 이리 비쌈

?원래 싱몰은 값 좀 나가지

?저기에 주세 붙으면 ㄷㄷ

방송이 끝난 이후.

열혈들도 사람이고, 방송을 알기 때문에 반응이 어땠는지 체크도 하고 다시보기도 돌려본다.

'그때 안 좋은 반응이 있으면 기분이 팍 상하지.'

열혈과의 합방이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반대로 신경을 잘 쓰면 관계가 더 끈끈해질 수 있다.

<와아아아아~~!!>

잡담을 하는 사이에도 경기는 진행된다.

4세트에서 삼선 화이트가 게임을 굳히고 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바텀 차이가 시종일관 극심했다.

'임프트와 마따인데 뭐 어쩌겠어.'

삼선 화이트도 선수 라인업이 화려하다.

e스포츠를 늦게 접한 사람이라도 선수명을 들으면 대충 알 만한 네임드들.

"우리 우승각 잡힌 거 아니야?"

"고전파가 가장 신경 쓰였는데……."

"고전파와도 정환 형이 잡아주겠지~!"

?오정환>>고전파

?정환이가 고전파 담당 일찐이지

?얼밤을 한 번도 안 만난 게 개꿀임

?진짜 할 만한데?

현재 시점에서는 얼밤과 불밤이 짱짱이다.

그중 하나를 격파했고, 비교적 이름이 안 알려진 삼선 화이트가 상대이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롤드컵 우승자들에게 개 패듯이 두들겨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결승 진출이라는 성적만 해도 대견한 건 인정해줄 만하다.

"형님, 말씀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취했냐? 갑자기 극존대를 써."

"혹시 있잖아요. 진짜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팀의 정글러.

진성이가 시청자가 안 들리게 몰래 속삭여온다.

그 옆에서는 코물쥐가 관심 없는 척 코를 벌렁벌렁 하고 있다.

"저희 만약에 우승하면요."

"어."

"여캠 한번 소개시켜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 여캠?"

"아니, 아니 그게 헤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여캠은 못 참지 ㅋ

?이걸 밑밥을 깐다고?

?남자다!

여자.

한창 때의 남자면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는 화제다.

하물며 예쁘다는 소문이 자자한 여캠이라니?

'왜 그 소리 안 나오나 했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커뮤니티의 화제에 귀를 기울이는 건 당사자들이 더하다.

자신들이 경기를 치르는 사이에 귀한 손님이 왔다 갔다.

신경이 안 쓰이기도 힘든 일이다.

"형님!"

"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형님 친한 여캠 많으시잖아요?"

"그냥 알고 지내는 정도지."

"저희가 뭐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한번 존안이라도 뵙고 싶어서 헤헤."

"나도야?"

"나도, 나도!"

수줍어하고 있던 다른 팀원들도 솔깃해 한다.

저 멀리 키즈존에서 놀고 있는 한 애새끼를 빼고 말이다.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히히 못 가."

순수한 동심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같은 남자로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목표가 있는 편이 동기 부여도 되고.'

만나게 해준다고 닳는 것도 아니다.

아니, 스토리텔링.

파프리카TV의 여캠은 인지도로 먹고 산다.

─오정환열혈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나도 보고 싶다 제발…… 풍 많이 쏠게

"천사 개 감사합니다. 10위권 내로 와주시나?"

?이걸 유도해?

?풍수급 개오질 듯 ㄹㅇ

?솔직히 우승인데 축하하러 와줄 만하지 않낰ㅋㅋㅋㅋㅋㅋ? 리아님 그때 우시기까지 했는데 ㅠㅠ

살짝 튕겨주는 편이 기대치와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

선수들과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콘텐츠를 진행하기도 편하다.

'그래서 운 건 아니긴 한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마찬가지다.

지면 지는 대로 그때 가서 스토리텔링을 짜면 된다.

"리아 님 있잖아요."

"왜 자꾸 속삭여."

"헤헤, 파프리카TV 4대 여캠이시잖아요. 실물이 진짜 말도 안 되게 예쁘시다던데 진짜에요?"

"나도 들었어!"

"실물갑 아니야?"

이미 있다면 더더욱.

최근의 화제로 더욱 잘 나가게 되었다.

특히 롤청자에게도 어필했다는 것은 크다.

"자주 봐서 알지. 생얼도 반반하더라고."

"오~~"

"와우~~~!"

"괜히 실물갑이 아니네."

"처음에는 급이 좀 떨어지긴 했는데 요즘은 괜찮지."

""?""

?급 떨어지는 아이돌ㅋㅋㅋㅋㅋ

?'그 발언'

?오정환이면 섭외 가능하다

?이거 보고 안 오는 거 아님?

개인 방송은 자연스럽기에 의미가 있다.

살아가는 방식, 나의 삶이라는 드라마를 시청자가 직관한다.

'대본이 없는.'

그 과정에 MSG를 톡톡 쳐줄 뿐이다.

감독인 나조차 최종 결과물이 어디로 튈지는 알 수가 없다.

<슈퍼 미니언이 물밀듯이 오고 있습니다!>

<끝났죠! 끝났죠 이건~!>

<삼선 화이트가 결승 진출 앞두고 있습니다!>

결승전 상대팀이 정해진다.

* * *

패배.

전설이라는 불리는 선수들일수록 더욱 많은 좌절을 딛고 일어난다는 팬들은 의외로 알지 못한다.

"내가 진짜 화가 나."

""죄송합니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밖에 게임을 못해? 스스로 얼마나 한심하고 멍청한지 모르겠지?"

""…….""

준결승이 끝났다.

패배한 SKY T1 K의 선수 대기실로 돌아간다.

숙소로 갈 채비를 하는 게 아닌 진정한 피드백이 시작된다.

"엉망진창이야. 니들 라인 스왑 대처법이 왜 그래? 내가 몇 번을 말해줘야, 짚어줘야 이해를 하는 거야? 난! 난……, 난 너희들이 실수를 하는 걸로 화를 내는 게 아니야. 당연히 해야 될 걸 못하니까 깝깝해서 그렇지."

""…….""

김다균 코치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선수들을 윽박지른다 이를 듣는 선수들은 입도 벙끗 못 하고 기죽어 앉아있다.

"아니, 다 좋아. 긴장을 했다고 쳐어~ 그러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선에서 도와주잖아. 야 강진이."

"네, 네 코치님……."

"너는 라인전이 약한 픽을 해도 지고, 강한 픽을 해도 지면 왜 프로를 하냐? 집구석에서 BJ나 하지."

"……."

고막을 콕콕 찌르는 고음은 선수들의 뇌리에 새겨진다.

심지어 빠른 속도로 랩처럼 던져지니 DPS란 면에서도 훌륭하다.

'진짜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 싶다…….'

SKY T1 K의 원딜러 채강진.

끠글렛이 느끼는 심적 부담감은 엄청나다.

큰마음 먹고 시작한 프로게이머지만 팀에서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 BJ들도 결승에 진출했어. 난 너희들에게 너무 실망이 커."

""…….""

"내가 너흴 어떻게 해야 되겠니?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대해야 쪼금이라도 잘해지겠니?"

""…….""

다른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경기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꼬치꼬치 지적한다.

극성 엄마처럼 달달 볶는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경기가 끝난 지 이제 30분도 안 되었다는 사실이다.

"저 죄송한데……."

"나는 정말!"

"코치님."

"코치님! 저기, 저기 저기."

"대기실 비워주셔야 할 것 같거든요. 예……. 말씀 바쁘신 건 아는데."

경기장 직원이 찾아오고 나서야 끝맺어진다.

하지만 순간의 모면.

숙소로 돌아가면 지옥 같은 피드백이 기다릴 거라는 건 순진한 예상에 불과했다.

"예, 30분 안에 비울게요."

"모쪼록 20분 안으로 좀 부탁드립니다."

"어디까지 했더라……, 그래! 너희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없어."

""…….""

승부욕.

김다균 코치는 굉장히 못 나갔던 선수 출신이다.

거품이 가득했던 LCK 초창기 2012 스프링 시즌에도 유별나게 못해 '한국 롤판 최초 방출자'라는 상징적인 지위까지 얻었다.

'내가 우승하든가, 할머니랑 딸기 농사 지으러 내려가든가 둘 중 하나야.'

그 말이 야심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LoL은 물론 스타크래프트에서도 프로에 도전하다 실패했다.

코치로라도 무언가 이루고 싶다.

선수들을 닦달하는 건 맡은 바 책임임과 동시에 이루지 못한 꿈도 녹아있었다.

"우승도 못 한 놈들이 이름으로 불릴 염치가 있는 거 아니지?"

""…….""

"너희는 앞으로 번호로 부를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알겠어, 1호?"

"네?"

"너 말이야 정언용!"

탑부터 서폿 순서대로 1호부터 5호라고 번호를 매긴다.

우승을 하기 전까지 그렇게 부르겠다는 김다균 코치의 선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짝도 아니고 1호, 5호야.'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래도 첫 시즌에 4강이면 충분히 잘했지…….'

'BJ 걔네들은 경기 보니까 뽀록으로 이겼더만.'

억울한 부분이 많다.

베테랑 선수들도 아니고 죄다 신인 or 살짝 발을 담근 정도.

이제 막 창단한 팀에서 4강이란 성적은 결코 못났다고 할 수 없다.

속으로만 분을 삼킨다.

상하 관계가 엄격한 한국 사회에서 선수가 코치에게 말대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단 한 사람만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으음.'

3호기가 조용히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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