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화
불량 봄이.
생각만 해도 재밌긴 하지만 목표는 당연히 그것이 아니다.
"후~ 맛있는 걸 주셔야 되는 거예요."
"없다니까?"
"어흥! 저는 무서운 언니예요. 순순히 주셔야 돼요."
?어흥ㅋㅋㅋㅋㅋㅋㅋ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 대!
?무섭다 ㅠㅠ
?봄이 완전히 몰입했네 ㅎ
봄이는 장래가 유망하다.
내가 이 정도로 평가할 정도면 연예인 중에서도 탑급이라는 소리다.
'그 정도 급이 되면 아우라라는 게 있어.'
범접하기 힘든 거리감.
연예인이 왜 연예인인지.
구구절절한 설명을 안 붙여도 한눈에 알아보는 첫인상이다.
"저 정말 힘들어요."
"그래."
"오자마자 깨물리고, 인형처럼 갈아 입혀지고 있어요."
"그렇구나."
"오빠가 맛있는 걸 준다고 한 약속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ㅋㅋ
물론 원석이다.
아직은 애새끼가 따로 없다.
화장 자체가 기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일찐들 마스카라 찐하게 칠한 걸 보면 생얼이 더 예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듯이 말이다.
美를 살리는 적합한 방법은 아니다.
딩동?!
일단 밥부터 맥인다.
실제 프린세스 메이커와 달리 식비를 절감하는 일은 없다.
"헐~! 완전 감동이에요. 저 오빠를 믿길 잘했어요!"
"하린이도 신전 떡볶이 좋아해?"
"없어서 못 먹죠~"
?봄이 침 질질 흘러!
?형은 다 계획이 있구나?
?포브스 선정 한국 여자가 좋아하는 음식 1위
?떡볶이녀가 또
치즈를 추가한 신전 떡볶이 2인분과 김밥 두 줄, 그리고 순대와 튀김 추가.
봄이가 허겁지겁 해치우기 시작한다.
'한창 그럴 나이지.'
떡볶이 헌터로서의 본능을 주체하지 못한다.
볼따구에 미련하리만큼 떡볶이를 욱여넣는다.
좋게 말하면 복스럽지만, 나쁘게 말하면 아직 아이.
─우리집강아지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두 분 첫키스한 건 의식 안 하나요 ㅋㅋㅋㅋㅋ
"이걸 어그로를 끈다고?"
"히힛, 오빠한테 줬죠, 제 처음."
"헐!"
?갑자기?
?봄이 있는뎈ㅋㅋㅋㅋㅋㅋㅋ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봄이 눈동자 땡그래진 거봐
과한 자극은 어울리지 않는다.
봄이의 포텐셜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다.
'불량 봄이는 그냥 재미로 한 거고.'
실제로 한국에는 있다.
아니, 보편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K? 뷰티의 골자가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후~ 오빠랑 언니는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거예요."
"아니야. 그냥 친하니까 뽀뽀 좀 한 거지."
"오빠는 아는 언니가 참 많은 거 같아요."
"……."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하는 입을 새우튀김으로 틀어막는다.
기름이 식지 않아 뜨거운지 버둥대지만 이내 눈이 큼지막하게 떠진다.
우적우적!
무척 맛있는 듯 탐욕스럽게 먹어 치운다.
초당 3회 속도로 움직이는 턱이 대상을 가볍게 분쇄한다.
'이런 아이가 풀메를 하면 어떤 느낌이겠어.'
설사 한다고 해도 소화할 깜냥이 되지 못한다.
핫도그 먹다가 볼따구에 케찹 묻히고 다닐 수도 있다.
"봄이야."
"후후, 배가 빵빵한 거예요."
"그럼 다시 일을 해야지."
"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요~"
?ㅋㅋㅋ
?여한이 없다!
?봄이 행복해
?봄이 일당이 신전 떡볶이야??
K? 뷰티.
앞에 K가 붙으면 뭔가 묘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한국 패션업계는 진짜 중의 진짜다.
아시아 쪽은 사실상 점령했다고 보는 게 옳다.
프라다, 샤넬, 에르메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브랜드들도 아시아에서 사업할 때는 무조건 한국과 협업을 한다.
하지 않으면 흥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기본 베이스다.
'스타성이 필요한 패션 업계는 국뽕이 불가능하거든.'
아시아권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서양처럼 대놓고 하는 화장이 선호되지 않는다.
중국, 일본, 동남아쪽은 너무 독자적이거나 어설프거나 둘 중 하나다.
한국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호불호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먹힌다는 특성이 있다.
아시아 쪽 시장을 점령한 것이 우연이나 과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빠, 제가……."
"아냐, 이번엔 내가 할게."
물론 자연스럽다는 게, 화장을 안 하거나 덜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해서 어설프게 따라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어디 보자.'
우리 봄이의 작은 대가리.
워낙 작고 오밀조밀해서 터치를 하기도 힘들다.
본판이 뛰어나다는 건, 어설프게 건들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싯적에 많이 해봤다.
딱히 메이크업에 재능이 있거나 심도 깊은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주위에 지인이 있다 보니 실전 기회가 많았다.
"와… 아니 오빠 왜 이렇게 잘해요?!"
"그냥 하는 거지 뭐."
?화장 ㅈ도 모르는데 잘해 보이네
?대학 미용학과임?
?떡볶이녀의 재림인가 ㄷㄷ
?봄이는 후식이 먹고 싶다
우리 봄이 대가리로도 많이 장난을 쳐봤다.
한국식 화장법.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연예인 메이크업이다.
오직 한국에만 있는 방식이다
한 듯 안 한 듯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 위해 사실은 자잘한 터치를 겁나 세세하게 해야 한다.
"간지러워요."
"입 움직이지 마."
"근즈르으으."
ㅋㅋㅋ
받는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 있다.
하는 입장에서도 귀찮기는 하지만, 예쁜 애한테 할 때는 보람이 생긴다.
─봄버지망생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떡볶이녀가 이렇게 탄생했군요!!
"천사개 감사합니다. 우리 봄이가 한다면 하는 아이죠."
?하게 만든 거 아님?
?오우
?진짜 사기급인데……
?봄이가 더 예뻐짐!
예쁘다, 덜 예쁘다를 떠나 그 이상 가는 개념이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연예인급, 아우라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다.
'고급스럽다는 표현이 맞겠지.'
특별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패션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에게도 말이다.
기품이란 타고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꾸웨엑……."
아님 말고.
* * *
결승전.
그 자리는 굉장한 가치를 지님과 동시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중연) 무승귀신 퇴치한 거 아니었나요??
─ㅈ방충팀 멸망 1시간 전ㅋㅋㅋㅋㅋ
─???: 왜 이렇게 빨리 끝내나요 삼선 화이트!
─오늘 진짜 어케 되려나
.
.
.
경기의 결과에 따라 말이다.
우승팀은 모든 것을 가지지만, 준우승팀은 길어야 며칠 사이에 언급조차 뜸해진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홍진호가 들으면 뒷목 잡을 만한 명언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니다.
실제 2등 팀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회자되지 않는다.
무관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준우승만 해대면 모를까.
그런 특정 선수나 팀이 있기는 해도, 인정이 아닌 조롱에 가깝다.
─오정환팀은 거품으로 올라온 게 맞지 ㅇㅇ
[슬램덩크 북산 엔딩. jpg]
불밤이 얼밤과의 사투에서 모든 힘을 쏟아내서 그럼
기력 소모+전략 노출 아니었으면 질 일도 없었음
마찬가지의 이유로
모든 힘을 쏟아낸 오정환팀은 결승에서 참패할 거라 본다 └씨불얼충 정신 못 차렸네 └니 논리대로면 그런 ㅈ밥팀한테 광탈한 불밤은 개씹거품팀이 되는 건데? ㅋㅋ글쓴이? 니 애미?
└그 팬덤 무섭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징조가 이미 보이고 있다.
저평가.
그렇다기보다는 애시당초 결승이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굴러 들어온 돌은 박해받는 법이다.
올라오는 과정에서 증명한 게 있지만, LCK의 우승에는 부족하다는 시선이 절대적이다.
─오정환팀이 지금 ㄹㅇ로 ㅈ된 이유. Fact
[무승귀신 퇴치한 도사. jpg]
강원도 도사가 멸망의 씨앗을 심어 놓음
큰 귀신 퇴치하고 싶으면 1억 달라고 했는데 안 줬지?
준우승하면 이거 계속 생각 나서 잠도 못 잠
└도사님 큰 그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노후 대비의 짬인가?
└이러다 진짜 1억 내면……
└영험한진 몰라도 사업 수완은 인정한다
롤 커뮤니티가 벌써부터 시끌벅적한 이유다.
팀 오정환.
워낙 이례적인 행보를 밟고 있다 보니 별별 이야기가 다 쏟아진다.
전원이 BJ.
여러 가지 스토리텔링까지 써 왔다 보니 당연하다.
평가는 아직이어도, 인지도는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태용이가 보기에 이번 시즌은 빈집임!
얼밤이 4강에도 못 왔자너 ㅋㅋ
윈터? 스프링 스케줄 빡세서 강팀들 쉬는 거임 ㅇㅇ
근본팀 하나 없는 병신 결승전 ㄹㅇㅋㅋ
└태용좌 왔능가
└하나도 못 맞추고 거품 빠진 새끼가 ㅋㅋㅋㅋㅋㅋ
└롤북공정 하고 있네
└근본팀 없는 건 맞지 ㅋ
그렇기에 생기는 시기의 여론.
팀 오정환은 물론, 상대팀인 삼선 갤럭시 화이트도 썩 유명팀은 아니다.
기존 강팀들의 팬덤은 시끄럽다.
경기를 치르는 당사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만큼 말이다.
"다대기."
"응?"
"안 넣을 거면 가져간다고."
"……."
삼선 갤럭시 화이트의 선수들.
경기장 근처 음식집에서 얼큰하게 국밥 한 사발 하고 있다.
팀의 미드라이너, 다대기라는 선수명을 쓰는 배우진은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다.
'내가 왜 선수명을 이렇게 지었지?'
점심으로 먹던 국밥이 너무 맛있던 것이 화근이다.
다대기를 넣어 먹은 기억이 선명해서 그렇게 제출했다.
이는 그다지 드문 일도 아니다.
실제로 일본의 유명 비디오 게임 '슈퍼 마리오'의 보스 쿠파는 한국의 국밥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고구려 시대 벽화 수박도에서도 증거들이 나오는 엄연한 사실이다.
다대기도 그 유지를 이어받으려고 했으나.
"다대기!"
"쟤가 가져갔어요."
"아니, 너 결승이라고 너무 긴장한 것 같아서."
"……."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 잘할 거라고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우승이 가까워질 거라고는 아무래도 생각하지 못했다.
'진짜 빈집인가.'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반응.
신경을 안 쓴다면 거짓말이다.
결승전을 앞에 두고 싱숭생숭해진 마음은 이를 부추긴다.
꿈은 현실로 다가왔을 때 막상 멀어지는 감이 있다.
이룬다고 자신의 공허한 마음이 충족될 수 있을지.
"너도 알겠지만 하던 대로만 하면 우승이야."
"감독님 말씀이 맞죠."
"다른 생각하지 말고 오늘 치를 경기만 생각해."
그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기운을 돋아주는 감독의 말대로, 결승전은 승리 확률이 매우 높다.
스크림 압승.
프로팀은 연습 경기를 가진다.
결승전에 진출한 팀은 4강 파트너를 맞교환해 스크림을 잡는 게 관례다.
'불밤이 생각보다 싱거웠지.'
불밤과 접전을 치른 팀 오정환을 이기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결론이 도출되고, 관계자들도 알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승리일지.
커뮤니티의 빈집이라는 반응과, 오정환 본인에게 가진 복수 심리가 목적 의식을 흐릿하게 만든다.
"정신 차려."
"LCK 우승이 한국 최고인데."
"그깟 인방충 신경 쓸 짬이냐 우리가?"
그 사정을 알고 있는 동료들의 응원으로 정신을 차린다.
그렇다.
더 이상 오정환 하나에 얽매이기에는 먼 거리를 온 것이다.
'그깟 BJ 하나에 휘둘릴 위치가 아니지.'
사실상 우승이 확정됐다.
경기를 치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된다.
한국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면 그 아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끼익?!
팀 차량을 타고 경기장에 도착한다.
마음을 먹은 다대기의 발걸음은 홀가분하다.
그런 그조차 도끼눈을 치켜 올릴 수밖에 없는 광경.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이리저리 뛰노는 아이들 사이로 확실하게 보인다.
팀 오정환의 선수들과 이를 갈고 있는 오정환 본인이 말이다.
그럴 수 있다.
피차 경기를 준비하러 들어가는 시간은 비슷하다.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을 뿐.
'뭔 여자가 저렇게 많아……?'
다대기의 전투력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