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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421화 (421/846)

421화

와아아아아아아─!!

팀 오정환의 팬석이 흥분으로 가득 찬다.

금일 터트린 환호성 중에서 가장 압도적이다.

처음으로 선취점을 가져왔기 때문.

이~쿠우!

리플레이 화면.

음파를 맞히고 들어간 리심이 점멸로 화끈하게 걷어찬다.

임프트의 케이클린이 배달된다.

하지만 순간적인 킬견적은 아니었다.

자칫 역갱이라도 당했으면 게임이 터질 수도 있었던 순간인데.

<차르반이 미드에 보였기 때문에 근거는 충분했죠. 망설임 없이 들어간 리심의 판단이 훌륭했습니다!>

?캬

?이게 오정환팀이짘ㅋㅋㅋㅋㅋㅋㅋ

?김서준 방끗

?이제야 시동 걸리네

그럴 만한 근거가 있었다.

김서준 해설의 설명이 더해지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진짜 귀신 들린 거 맞았다니까……."

"무승귀신 신발 새끼야!"

"외쳐 갓정환!"

징크스가 깨질 조짐을 보인다.

1, 2세트 연패로 기죽었던 팬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줄 만하지만.

<드래곤까지 가져왔는데요? 기세 좋습니다, 팀 오정환!>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 유리하다고 할 단계는 아닌 게.>

<어, 이래도요? 글로벌 골드 차이가 2천 가까이 나는데…….>

변화의 조짐이라 보기에는 미약하다.

김서준 해설이 신랄한 비평은 딱히 감정을 실은 것이 아니다.

퀴리릭!

탕!

바텀 라인.

복귀한 케이클린이 라인을 푸쉬한다.

갱킹을 당하긴 했지만 CS는 오히려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

촤락?! 펑!

미드 라인.

카직트도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르풀랑이 드래곤을 먹으러 간 사이에 귀환 타이밍을 잡았다.

<후반 조합이 차이가 나는군요~?!>

<맞습니다. 성장 기대치가 높은 챔피언이 둘이나 있고, 조합적으로도 굉장히 안정적이에요. 그에 반해 팀 오정환은…….>

LoL에는 수많은 챔피언들이 존재한다.

RPG와 마찬가지로 같은 레벨이라도 더 센 쪽이 있고, 약한 쪽이 있다.

조합적으로 본다면 더더욱.

삼선 갤럭시 화이트는 초반에 조금 밀리더라도 후반에 든든한 보험을 들어두었다.

<선취점과 첫 용까지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 거고요.>

<아~ 당연한 거군요!>

<추가적인 스노우볼이 굴러가지 않으면 게임이 점점 답답해질 수 있습니다.>

?ㄹㅇ

?조합 미래 없긴 함ㅋㅋ

?그 정돈가?

?상체가 완전 유통기한이라……

팀 오정환은 초반 중심의 조합을 골랐다.

그것이 팀 컬러이기도 하지만, 정도라는 측면에서 이전보다 더하다.

탑 앨리스.

정글 리심.

미드 르풀랑.

상체 챔피언 모두 반드시 라인전 단계에 이득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터억!

파앗!

특히 르풀랑.

무난하게 파밍만 하고 있다.

해설자의 언급으로 더욱 애간장이 타게 된 시청자들은 걱정이 높아간다.

─오정환 이 새끼도 거품 잔뜩 꼈지 ㅇㅇ

러너리그?

솔랭 1위?

고전파 솔킬?

그래봤자 현실은 르풀랑으로 카직트랑 반반도르 ^오^

└르풀랑 할 거면 솔킬은 무적권 따야지

└진짜 보여주기식임

└방송각 재려고 나온 듯

└기회주의자야 이 새끼도 그냥

부정적인 소리도 새어 나온다.

결승전이라는 자리에서 교체 출전된 것은 한 가닥 희망임과 동시에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다.

* * *

진행되는 게임.

터억!

파앗!

그렇게 유의미한 플레이는 할 수가 없다.

상대가 가드를 올리고 있기도 하거니와, 챔피언이 가진 근본적 한계상 말이다.

'W선마를 해도 르풀랑은 르풀랑이고.'

라인 푸쉬에 강점을 둔 픽은 아니다.

라인 주도권을 잡아주는 게 고작이다.

무리하게 솔킬각을 보는 것은 소모값이 크기 때문에.

파앗!

내가 하는 것은 지탱.

적 레드 지역에 와드를 박고, W를 재사용해 되돌아간다.

롤이라는 게임은 분명 답답하고, 억울한 측면이 있다.

'라인전을 이기고 있어도 솔킬을 따는 건 별개의 문제야.'

상대가 가드를 올린다.

적 정글이 영악하게 개입한다.

괜히 욕심을 내다가는 게임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

쿠! 챠앙!

상황에 맞춰 적재적소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

칼부 지역.

박아둔 와드에 적 차르반 4세의 모습이 드러난다.

정글링을 돌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요 스킬이 빠졌다.

그리고 상대는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파앗!

터억!

게임을 하다 보면 기회가 온다.

기회의 여신은 앞머리밖에 없어서 지나가버리면 머리끄덩이를 잡기 힘들다고 한다.

'여자들이 원래 그래.'

기분파인 경우가 많다.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진 순간을 노려야 한다.

나중에 딴소리 하지 않게 확 밀고나가는 것이 인지상정.

사앗……!

퍼엉!

점멸W로 강제 진입한다.

이어진 표식과 사슬 연계를 허락한 순간 이미 죽은 목숨이다.

사앗……!

두 번째 사슬이 들어간다.

침묵에 속박까지 걸린 차르반 4세는 그 자리에 고정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점화를 걸고 평타를 톡!

카직트가 허겁지겁 뛰어왔을 때는 기회가 지나가버린 후다.

'내가 선점멸 쓰고 잡을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선턴.

미드 솔킬각을 포기한 대신 확실하게 잡고 있었다.

기회는 분명 우연히 찾아오지만 플레이에 따라 그 확률이 올라간다.

"미드 솔킬……, 아니 정글이 죽었네?"

"네이스!"

"미드 차이 뭐냐구~!!"

만드는 것도 캐치하는 것도 실력이다.

뇌지컬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피닉스김이 할 때는 유동적인 대처가 부족했을 것이다.

찰칵!

게임이 정상 궤도에 올라간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르풀랑은 1코어부터가 시작인 슬로우 스타터.

'절대 유통기한 챔피언이 아니거든.'

구태여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라인 주도권을 잡고 초반을 무난하게 넘길 수만 있다면 최상의 상황이다.

촤락?! 펑!

그 과정에서 CS 차이도 제법 냈다.

카직트는 성장하면 위협적인 챔피언이지만, 전성기에 도달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12:10] 오정환 (르풀랑): 드래곤 ― 1:51 후 재생성

[12:11] 오정환 (르풀랑): 드래곤 ― 1:50 후 재생성

미드 차이가 두드러지는 타이밍.

상대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도.

두 번째 드래곤이 적당한 타이밍에 나타난다.

"이번 용 우리가 무조건 먹어야 돼."

"가고 있어."

"확인."

"쟤네 어슬렁대면 한타 무조건 한다는 마인드야. 빼는 거 없어."

"무조건?"

"무조건."

그리고 오더가 더해진다.

흔히 씨지맥식 코칭이라고 하면 '콜 없는 한타'가 가장 유명하다.

'정말 그럴듯한 헛소리지.'

우승을 포기하는 팀이면 모를까.

오더는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 된다.

인간인 이상 위급한 상황에서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크롸라라라?!

죽는 것이, 총대 메는 것이 두려워진다.

그 작은 균열이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낳는다고 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는 사실.

팀의 목표와 진영을 해치지 않는 선이라면 수습이 안 될 것도 없다.

아군 코물쥐가 죽는다.

대신 적들은 사지에 들어왔다.

순간적인 점사를 하기 위해 세 명의 적이 한데 뭉쳐버렸고.

파앗!

파앗!

그 위를 밟는다.

WR로 사뿐히.

AP말파를 웃도는 광역 데미지가 적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치지지지직!

전면 교전으로 번진다.

적 캐낸이 점멸궁으로 진입한다.

아군들이 빈사 상태이니 마음이 급할 만도 하지만.

'최악의 판단이지.'

W를 재사용해 간단히 빠져나온다.

적들은 단순히 숫자만 많을 뿐 컨디션도, 진영도 완전히 뭉개졌다.

이~ 쿠우!

「숨을 곳은 없어!」

싹 쓸어버릴 기회.

리심과 쓰렉귀가 적을 붙든다.

씨지맥의 앨리스도 이미 날뛰고 있다.

사앗……!

R을 재사용해 나도 호응한다.

모든 진입기가 빠진 캐낸에게 목줄이 걸리자 마무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르풀랑이다.

추적은 스킬 쿨타임만 기다리면 된다.

걸레짝이 돼버린 적 잔당을 하나하나 마무리된다.

촤락?! 펑!

그 광경을 카직트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직 10레벨.

전성기가 오지도 않았고, 코어템도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아군이 아무리 코물쥐 같은 짓을 해도.'

침착하게만 싸우면 이기는 구도다.

상대가 둘 수 있는 수는 제한돼있다.

팀합에 있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콜 없는 한타.

결단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팀합이 매끄럽다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총대를 메주는 것으로 시너지를 끌어올린다.

─트리플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이 드래곤을 빼앗았습니다!

대승을 거둔다.

한타를 일찌감치 포기한 카직트가 드래곤을 마무리하고 도망갔다는 점만 빼면 완벽한 한타였다.

"네이스!"

"해냈다~~!"

"와 진짜 싸워서 이겼다 이건."

"무조건 안 싸웠으면 후회할 뻔했네……."

패배.

사람의 경험은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지 않는다.

패배에 익숙해지면 이기는 상황에서도 그른 선택을 한다.

'무관귀신이 들리면 떼내기가 힘들어.'

그전에 어떻게든 수습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드래곤을 뺏긴 것도 적잖은 영향이 있다.

"우리 조합이 좀 에바 참치긴 해."

"하~ 토이치가 킬 먹었어야 했는데."

"이이잉 기모링……."

상대의 조합이 좋다.

특히 한타에 최적화돼있어 아까처럼 잘못 걸리면 도미노처럼 쓸려 버릴지도 모른다.

'카직트가 점프점프 하고 케이클린이 프리딜각 잡는 그림.'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스노우볼 조합의 가장 큰 난점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것.

찰칵!

그 점에 있어서는 확실한 대비를 해두었다.

르풀랑은 유통기한 챔피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Q선마 르풀랑은 코어템부터가 극단적이긴 했어.'

약칭 '죽불손'이라는 불리는 누킹 아이템을 1코어로 갔다.

가격도 비싸고, 마나도 안 달려 있어서 한 번 말리면 밑도 끝도 없이 망한다.

「죽음의 불타는 손아귀」 ― 3100 Gold

주문력 +120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10%

사용시 대상의 최대 체력의 15%만큼 마법 피해를 입히고, 4초 동안 대상이 받는 마법 피해가 20% 증가합니다.

이러한 옵션.

암살 능력을 엄청나게 끌어 올려준다.

마나통이 부족한 르풀랑의 특성상 모 아니면 도가 되지만.

'잘 큰 르풀랑이 2코어로 간다면 문제가 없지.'

그만한 성장력을 갖춘 시점이다.

죽불손과 르풀랑 특유의 기동력은 없는 킬각도 만들어버린다.

파앗!

터억!

그리고 침묵.

카직트를 향해 QR을 박아 넣는다.

확정 타겟팅으로 박히는 두 번째 표식이 닿기 전에 도약으로 도망간다.

사앗……!

하지만 표식은 터져있다.

침묵에 걸린 카직트에게 점멸 사슬을 잇는다.

두 번째 표식이 터지며 침묵과 함께 확정 속박을 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오정환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주술포식자의 실드를 가볍게 뚫고 터트린다.

죽불손에 의해 증폭된 데미지, 그 이상으로 억울할 수밖에 없는 건 침묵이다.

'굉장히 사기적이지.'

맞점멸을 쓸 수 없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위협적인 르풀랑의 암살 능력을 배의 배로 강화 시켜준다.

조합적 불리함을 극복하고도 남는 캐리력.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그 방법까지 빠삭하게 아는 입장이다.

바텀에서 예상치 못한 패전보가 들려온다.

"아니, 벽꿍각만 안 주면 이기는데."

"이이잉 기모링……."

실력 차이가 날 만도 하다.

임프트와 마따.

각각 세체원과 세체폿을 논하는 레벨이라는 걸 생각하면 코물쥐에게는 너무 버거운 벽이다.

'괜찮아.'

일반적인 챔피언이었다면 코물쥐의 무관귀신도 떼내 주고 싶다.

하지만 르풀랑.

누구 하나 끝장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픽이다.

줄타기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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