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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422화 (422/846)

422화

챔피언이 가진 선입견.

<르풀랑은 사실 라인전을 무조건 이겨야 하는 챔피언이거든요.>

<유통기한 챔피언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빵테온과 함께 대표적인 초반 스노우볼 픽으로 분류되는데…….>

아니, 정당한 평가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해설자인 김서준의 입장에서 르풀랑은 그렇게 판단된다.

<저는 스노우볼이 아니라 파이어볼이라고 봐요.>

<아, 파이어볼요~?>

<자신의 생명을 불태워서 성능을 내는 느낌이기 때문에 6킬 앞서고 있다고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오~

?파이어볼 ㅋㅋㅋ

?근데 진짜 맞음

?빵테온 르풀랑은 20킬씩 먹어도 질 때 있지

유통기한 챔피언.

LoL에서는 당연한 개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챔피언이 두 가지 있다.

─파이어볼 비유가 ㄹㅇ 찰떡 같네

빵통기한

르통기한

얘네 후반은 진짜 미래가 없는 수준임

└고기방패도 못 함ㅋㅋ

└대회 게임은 다르지 않을까?

글쓴이? 대회니까 더 이 악물고 버티겠지

└딱 30분까지만 멘탈 잡으면 다 지던 게임도 비빔

오정환이 고른 챔피언이기도 하다.

라인전 단계에서 상당한 이득을 보았고, 킬을 몰아 먹으며 성장 또한 잘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

상대가 가드를 올리고 있다.

시간이 1분 1초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애간장이 타들어가는데.

─???: 르풀랑이 파이어볼 챔피언이라고?

[파이어 펀치짤. jpg]

그럼 파이어 펀치가 되어줘

└내가 파이어 펀치가 될게……!!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바로 이거였눜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뭔데 씹덕들아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도 있었다.

일본의 유명 만화.

꺼트릴 수 없는 불꽃을 담은 펀치로 적을 한 방에 죽인다.

현재 오정환에게 요구되는 플레이다.

적을 한 방에 터트리는 시원한 암살만이 게임의 판도를 굳힐 수 있다.

파앗!

이를 실행한다.

르풀랑의 움직임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특유의 기동력으로 순식간에 접근하여.

터억!

퍼엉!

사앗……!

QRE.

풀콤보가 차르반 4세에게 박힌다.

풀피에 가까웠던 체력이 급격한 속도로 줄어든다.

?킹 정 환

?ㅁㅊ 탱커도 못 버티네

?왜 이렇게 세??

?그는 신이야!

암살에 성공한다.

오정환의 르풀랑은 분명 이 게임의 중심이 되고 있다.

─임프트님이 학살 중입니다!

전황이 밝지만은 않을 뿐.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건 삼선 화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아~~ 토이치가~!>

<바텀 듀오가 집에 가는 척하고 숨어있었어요. 순진하게 파밍하러 온 토이치를 잡아먹었습니다!>

이러한 킬교환.

삼선 화이트가 웃는 그림이다.

근본적인 조합 차이는 언제든 역전의 여지가 될 수 있다.

크롸라라라?!

특히 한타에서는 말이다.

킬 스코어 차이가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이전 한타와는 상황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카직트가 성장이 말리긴 했지만 마나소드가 완성돼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가 있고, 차르반 4세는 애초부터 솔라리 펜던트를 올렸어요.>

<팀파이트 아이템이잖아요?>

<맞습니다. 특히 원딜간의 성장 차이도 나기 때문에 만만히 보고 싸웠다가는 오정환팀이 역으로 쓸릴 수도 있습니다.>

김서준 해설이 괜히 우려하는 게 아니다.

팀이 가진 체급도, 조합 파워도 삼선 화이트가 우위다.

한타 결과에 따라 지금까지 본 이득이 전부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는데.

파앗!

르풀랑.

어둠 속에서 난데없이 튀어 나온다.

케이클린을 향해 주섬주섬 무언가 던지더니 다시 사라진다.

─오정환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오정환님이 임프트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432G)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흥분에 가득 찬 팬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설명해야 하는 해설자들로서는 입에 침이 마른다.

화륵!

파앗!

리플레이 화면.

죽불손과 함께 모방한 왜곡으로 밟는다.

케이클린을 투망을 쏘며 아군을 향해 도망쳤지만.

<한 방에 터졌어요! 팀원들이 도와주기도 전에 터졌고, 이러면 드래곤까지 공짜로 가져가죠!>

?이게 죽어?

?미춌다

?김서준 해맑은 거봨ㅋㅋㅋㅋㅋ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잘 큰 르풀랑의 딜이 생각 이상이었다.

핵심 딜러인 원딜러가 잘린 삼선 화이트는 한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레고 밟지 말라고 했지!"

"아니, 아……."

"괜찮아~ 탑 웨이브 이득 보고 있어."

하지만 그 말이 게임을 포기했다는 건 아니다.

원딜이 허무하게 잘리지 않았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한타였으니까.

─미니언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여러모로 말이다.

상대팀이 할 줄 아는 건 우직한 정면 한타 뿐이다.

때문에 한타 조합을 구성했고, 게임 운영도 프로인 자신들이 앞선다.

"시야 먹으면서 천천히 가. 르풀랑 의식하고."

"넹~"

"레고 또 밟으면 뒤진다."

"……."

상대의 노림수도 익숙해진다.

르풀랑에 의해 잘리지만 않으면 변수는 없다.

'커버되는 위치에만 붙어있으라고 이 유치원생 같은 새끼야.'

르통기한.

르풀랑이 저평가를 받는 이유는 암살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들어오는 구도가 결국 뻔하다.

다른 메이지 챔피언들과 달리 사거리가 짧다.

몸을 직접 넣어서 스킬을 쓸 수밖에 없고, 그 암살 타이밍은 오히려 기회가 된다.

파앗!

삼선 화이트의 서포터 마따는 공격적인 시야 장악을 주특기로 삼는다.

르풀랑이 시야에 잠깐 보이고 사라진다.

'그럼 그렇지.'

LoL의 모든 것은 시야로부터 출발한다.

그것이 마따의 게임 철학이며, 와드만 잘 박으면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준비, 스킬 아껴두고 있어."

"오면 바로 걸게!"

상대의 플레이가 전부 예상되니까.

암살이 통하는 이유의 90%는 선빵이다.

안 보이는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니 대처가 미흡해진다.

'와드로 보고 있으면.'

그리고 유리한 진영을 잡고 있다면.

가장 적합한 대응을 할 수 있고, 역으로 CC기를 연계해 르풀랑을 잡을 수도 있다.

쿠! 챠앙!

휘리리리링~!

르풀랑이 들어옴과 동시에 그어진다.

차르반 4세의 깃창과 미리 장전해둔 한나의 회오리.

둘 중 하나에만 휩쓸려도 추가 연계로 반드시 잡는다.

물몸 암살자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가.

'어?'

드러나지 않았다.

어디에도 르풀랑이 안 보인다.

대신 눈에 잡히는 건 화면의 색깔.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흑백 화면.

찰나의 순간에 스킬을 맞았다.

거기까지는 기억하지만 죽음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와

?엄피컨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존야도 깨버리는 그는 도덕책 ㄷㄷ

?진짜 파이어 펀치가 돼버렸누

말수가 적은 강민철 해설이 크게 호평할 만도 하다.

한계가 명확하다 일컬어지는 르풀랑으로 기대치를 아득히 웃도는 슈퍼 플레이를 해내고 있다.

와아아아아아아─!!

사고가 멈추지 않고 터진다.

* * *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

내가 프로도 아니고 줄줄이 외우고 다니진 않지만.

'롤드컵 MVP쯤 되면.'

기억하지 않기도 힘들다.

삼선 갤럭시 화이트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마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플레이가 그의 시야 장악력을 바탕으로 한다.

세체폿으로 거론되고도 남을 만한 선수.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안다.

알고 있다는 건 써먹을 수 있다.

그가 은퇴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 또한.

파앗!

과감하게 들어간다.

알고 있었다는 듯, 아니 보였다는 듯 깃창과 함께 회오리가 정확히 날아온다.

'하지만 논타겟이지.'

그 두 가지를 제외하면 크게 신경 쓸 만한 스킬이 없다.

앞점멸로 피하며 나머지 딜은 받아낸다.

퍼엉!

좋은 연막이 된다.

르풀랑의 패시브가 터지며 순간적인 은신 상태로 변한다.

터억!

사앗……!

QE.

피격된 시점에서 반항할 수 없다.

공격적인 포지셔닝을 잡고 있던 한나에게 박는다.

'마따의 플레이는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서포터 중에서는 희귀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체계적이고,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

바꾸어 말하면 어렵다.

리스크가 높게 책정돼있다.

아주 조금만 삐끗해도 악수가 될 만큼.

─오정환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박은 것은 얼마 없지만 서포터다.

잘 큰 암살자의 폭딜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활용을 해야지.'

공격적이라는 건 양날의 검.

마따 본인을 노리는 것이 그가 가진 약점이다.

폼이 최상일 때는 그조차 이니시가 된다.

기량이 떨어진 후로는 그냥 스로잉 플레이가 되었다.

그렇지 않은 지금도 충분히 노려봄 직하다.

나의 플레이에 자신이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와 솔킬!!"

"정환형이 계속 한 건씩 해주네~"

"시야 먹어. 시야."

르풀랑의 줄타기.

중후반 암살 플레이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내 피지컬이 안 먹히는 건 아니야.'

그냥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니 나는 나의 길을 걷고 싶을 뿐이다.

이렇듯 기회가 생긴 자리에서는 한 번쯤 보여줄 만하다.

[23:50] 오정환 (르풀랑)님이 바론 백작 (100%) 지목

[23:50] 오정환 (르풀랑)님이 바론 백작 (100%) 지목

마따는 삼선 화이트의 중심.

그가 시야를 장악해주지 않으면 나머지는 단순한 피지컬 유저나 다름없다.

'아군과 크게 차이 나는 게 없지.'

결승전에 난입을 한 것.

나름대로 계산기를 두들겨본 결과다.

이기지 않아도 이슈 메이킹은 되지만, 당연하게도 이기는 편이 더 낫다.

바론을 친다.

서포터를 자르고 시야를 장악한 상황이다.

상대의 대응은 십중팔구 늦을 수밖에 없다.

챠앙!

그리고 어설프다.

차르반 4세가 깃창을 박으며 점진적으로 접근한다.

그것을 와드를 통해 보고 있다는 사실은.

파앗!

파앗!

WR로 한순간에 바싹 붙는다.

깃창이 빠진 차르반 4세에게 사슬을 붙이며 적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푸드득!

「버거킹!」

아무래도 앞서 해놓은 짓이 있다.

시야까지 컴컴하다 보니 감정적이고, 반사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카직트가 날아오며 차르반 4세의 궁이 박힌다.

스치기만 해도 사망.

앞선 암살로 체력이 소모된 건 나도 마찬가지다.

'안 맞으면 그만이지.'

애시당초 욕심이 없었다.

아주 잠깐만 발을 묶어둘 목적이었고, 상대의 스킬까지 뺐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총사령관인 마따가 없다.

상대의 판단은 날카롭지 못하다.

내가 시간을 번 사이 아군이 바론을 처치한다.

파앗!

이후로는 탄탄대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적진 안에서 이어서 한다.

르풀랑의 진정한 쇼타임이다.

터억!

사앗…!

접근하여 QE를 긋고 빠져 나온다.

풀콤보가 아니기에 암살을 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이것만으로도 차고 넘치지.'

르풀랑의 유통기한 픽으로 분류됐던 건 숙련도의 영향도 있다.

중후반 이후 플레이가 정립되지 않았다.

굳이 풀딜을 박는 데 연연할 필요가 없다.

적당히 적 체력만 빼고 빠져 나온다.

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으로.

터억!

퍼엉!

사앗…!

암살자에서 포킹 챔피언으로 변화한다.

죽불손을 포함한 QRE가 적 차르반 4세에게 박히자.

"아니, 와?!"

"밀어."

"무조건?"

"무조건."

빈사 상태.

성장 차이가 난다면 그 파괴력과 존재감은 배가 된다.

원사이드하게 게임을 끝낼 수 있다.

'그 교과서를 정립한 게 고전파이긴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4강에서 떨어졌다.

상대팀인 삼선 갤럭시 화이트에게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복수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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