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화
결승전.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패패승승승 드라마 나오냐?? [3]
─무승귀신 하나 퇴치했을 뿐인데…… +8
─???: 다대기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21] +75─이걸 나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이변이 있길 바란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본인 오늘 칼퇴하는 상상함 ㅋㅋ
[진용준 캐스터. jpg]
라고 양옆에서 이야기 하던데 어림도 없지
└바로 “진용준”!
└마침내 즐기는 자가 되어버리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ㅋㅋ
└과학은 거스를 수 없지!
실제 역대 LCK 결승전의 8할 이상이 원사이드하게 끝났다.
일방적인 3대0은 오히려 자주 나오는 스코어다.
그렇기에 더욱 주목받는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접전.
그중에서도 특정 스코어는 LCK를 역사째 뒤흔든다.
─패패승승승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왔던 게
[2012 LCK Summer 캡처. jpg]
얼밤 대 CLG.EU였제
이때 기점으로 LCK 확 떴고
└롤드컵 말하는 거임?
└LCK에 CLG가 왜 있누
└늅들 어리둥절행~
└아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 아니냐고!
패패승승승.
다른 스포츠에서도 보통 일은 아니다.
LoL에서는 특히 더 그런 감이 있다.
실제로 말이다.
다전제의 패패승승승은 항상 특이점이 되어 왔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기존의 흐름이 뒤바뀐다.
류또죽, 미드상륙작전, 위대한 정글러의 탄생 등.
2012년 서머의 결승전도 후일 그렇게 기록된다.
북미와 유럽에 있던 LoL의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온 상징적 계기다.
그러한 대사건이 또 벌어질지 모른다.
─삼선은 르풀랑 밴을 왜 안 하는 거임?
진짜 개빡치네
└글에서 화난 게 느껴지네
└진짜 르풀랑 하나 때문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르풀랑 씹캐리 아님?
└우틀않은 삼선이었던 거임~
패패승승.
0승 2패의 압도적으로 불리한 스코어에서 기적 같은 드라마를 써 내리고 있다.
교체 출전된 오정환에게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 챔피언에 대해서도 말이다.
대표적인 유통기한인 픽으로 평가가 낮다.
그런 르풀랑으로 원맨 캐리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돌이켜봐도 르풀랑이 혼자 다 했어요. 혼자 다 했습니다!>
<엄청난 하드 캐리를 해버렸죠~!>
<한타 불안감이 있을 때마다 삭초제근을 시켰어요. 이게 사실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평소 이성적인 이미지인 김서준 해설이 흥분에 가득 찰 만도 하다.
르풀랑이 존재감이 게임을 지배했다는데 알면 알수록 더 동의가 사무친다.
그렇기에 비판론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째서 밴을 하지 않았을까?
삼선 갤럭시 팬들의 입장에서는 원망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직접 들어봐야 사정을 알 수 있겠죠?>
<저는 삼선 화이트의 판단이 이해는 됩니다.>
<아, 그래요~?>
<너무 잘 알려진 픽이고, 솔로랭크에서도 자주 나오잖아요. 결과가 아쉽게 되긴 했지만, 대처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 오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아 파이어볼 챔프 아니었냐곸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밴을 했으면……
?이건 그냥 오정환이 ㅈㄴ 잘했음
?그런데!
하지만 프로팀이 바보는 아니다.
밴픽도 코치진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밴 카드는 한정돼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어떤 판단도 무조건 틀렸다고 몰아붙일 수 없는 노릇이다.
엎질러진 물이기에 아쉬울 뿐.
아직 결승전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이라도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좋겠지만.
[2013 로드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공식 규정집]
? 결승전 : 5전 3선승제. 1~4경기 드래프트 픽. 5경기 블라인드 픽
그 기회는 이미 없을지도 모른다.
LCK 초창기에만 있던 특별한 매치업이다.
다전제의 마지막 세트는 '블라인드 픽' 방식을 따른다.
밴이 없다.
픽도 서로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일반 게임처럼 하고 싶은 챔피언, 하고 싶은 조합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사실 4강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인데 팀 오정환이 그 불밤을 상대로 승리한 결정적인 이유가 뭐냐?>
<이변에는 이유가 있었을 거거든요!>
<블라인드 모드가 쐐기를 박았다는 것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중론입니다.>
아마추어팀인 팀 오정환에게 유리한 모드가 아닌지.
분석적인 관점에서도, 결과론적인 관점에서도 같은 해석을 띄고 있다.
그것이 다시 한번 펼쳐지려고 한다.
심지어 다른 하나의 핵폭탄을 안고 말이다.
삼선 갤럭시의 입장에서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는 부분.
<르풀랑 또 나올지 말지도 뭐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블라인드 픽의 묘미죠 흐흐.>
?캬
?이걸 진짜 5세트까지 가버리네
?김서준이 제일 신났는데?
?강팀준이 또
하지만 팬들과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좋다.
일방적으로 끝나려고 했던 결승전이, 그 미약한 불씨가 제대로 불타오르고 있다.
─김서준 오정환 등판 전vs후 표정 변화. jpg
[1, 2세트 김서준 표정. jpg]
[방금 전 김서준 표정. jpg]
행복사 직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잼 판독기
└혈색 도는 게 ㅈㄴ 어이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롤에 미친 남자 김서준 ㄷㄷ
└녹음기 틀어 놓고 도망갈 뻔했자너~
김서준 해설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
현장에서는 더욱 더 큰 감정선이 공유되고 있다.
와아아아아아아―!!
선수들의 심정이 어떠한지.
세세한 표정 변화나 몸짓으로도 느껴지는 바가 생긴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외친다.
자신들의 에너지를 가져가 달라는 팬들의 울부짖음이다.
<제가 선수들에게 들어본 바로 다전제 마지막 세트에 오면 정신이 피폐해진다고 합니다.>
<하~ 그럴 수밖에 없을 거거든요!>
<일반적으로는 기세를 타고 있는 팀 오정환이 조금은 더 유리하지 않냐? 그러한 시선이 있지만 또 경험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이 걸렸기 때문.
해설진도 입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빨리 보고 싶네요 마지막 세트!>
?행복준
?그걸 해설이 말하냐고!
?오르가준
?약팀이 뒤집어엎으면 진짜 존나 좋아함 ㅋㅋㅋㅋㅋ
마지막 세트가 막을 오른다.
* * *
관람석.
경기를 보러 온 팬들로 가득 차있다.
경기장 내에서는 조연에 가까운 이들이긴 하지만.
─치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이 들어가야 오정환팀이지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 1000개
?BJ도 없는데 쏘눜ㅋㅋㅋㅋㅋㅋㅋ
?경기 끝나고 돌아오면 깜놀할 듯
?캬 ㅇㅈㅇㅈ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오정환 없는 오정환 방송.
아이러니하게도 BJ 본인이 있을 때보다 더 큰 흥행을 기록 중이다.
「LoL) 오정환. 답답해서 내가 뛴다」_ ?169, 740명 시청
실시간으로 말이다.
개인 방송에서는 찍히지 않아야 할 단위의 시청자 수가 처음부터 이뤄졌을 리 없다.
─오정환은 진짜 전설이다……
[LCK 오정환팀 부스 캡처. jpg]
진짜 전설 찍고 있음
무승귀신 대가리 후리고 멱살 캐리 중 ㄷㄷ
└이왜진?
└패패로 개발리던 거 패패승승승 직전까지 왔다 ㅋㅋ└지금 진짜 미쳤음ㅋㅋㅋㅋㅋㅋ└레전설도 이런 미친 짓을 안 할 텐데……
스토리텔링.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그렇게 해석이 된다.
나가서 패배했다면 객기가 됐겠지만, 이겼다면 환호를 한 몸에 받는다.
그럴 만한 가치가 차고 넘치는 무대다.
무려 LCK의 결승전.
경기장도 평소의 용산이 아닌 사설 경기장을 빌려 수천 명이 모여 있다.
─현시각 오정환 상황. jpg
[파이어 펀치. jpg]
주위에서 신처럼 띄워주는데 본인도 타들어가고 있어서 개쫄림ㅋㅋㅋㅋㅋㅋㅋ└진짜 혼자 똥꼬쇼한 거지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가 되어줘
└그는 신이야!
보기만 해도 살이 떨리는 경기력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결과가 좋았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검은 장미단은, 다시 피어날 겁니다.」
쏟아지는 함성과 함께 픽이 완료된다.
반쯤 월드컵 분위기가 되어 광분 상태가 된 팬들과 다르게.
"쪽♡"
"힝……."
"봄이 머릿결 너무 부드럽다~ 샴푸 뭐 써?"
"피부가 완존 애기 피부! 짱 부드러움."
"깔깔!"
?여캠 뽀뽀 ㅗㅜㅑ
?봄이 너무 부럽고~
?왜 죽을상이야
?근데 맥주는 어디서 가져온 거임?
동 시각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6여캠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온갖 호사를 누린다.
'오빠가 여섯 명이 된 거예요…….'
여자라서 문제다.
서문봄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마주했다.
어떻게 벗어나고 싶어도, 떼를 쓰고 싶어도 불가능.
"완존 인형손!"
"제 손인 거예요."
"머리가 어떻게 이렇게 작은 거야?"
"제 머리인 거예요."
"탄력이 정말 찹쌀떡 뺨치는데?"
"제 볼따구인 거예으앙~"
한 명도 버거운데 여섯 명이나 달라붙어 있다.
차라리 오정환의 무릎에 앉아있는 게 나았을까.
'힘든 거예요…….'
이 경기장에서 가장 힘든 사투를 치르고 있는 사람 중 하나.
시청자들의 시선에는 그렇지 않아서 문제다.
─봄이의사생팬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봄이 진짜 개커워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봄이 귀엽대. 감사 인사해야지."
"저 좀 덜 귀여워지고 싶어요."
?화가 잔뜩 났어
?둘이 자매 같은데 ㅋㅋ
?나도 리아좌 무릎에 한 번만 앉고 싶다
?등쿠션 하악하악
오정환 대신 리아에게 앉아 있다.
그 광경은 한없이 귀엽고 한 폭의 그림처럼도 보인다.
'이 언니 부담스러운 거예요. 드라마에서 봤던 남자한테 매달리다 차이는 타입이에요.'
봄이의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렸다.
쿠션감이 다소 좋아지긴 했지만 그만큼 더 괴롭다.
와아아아아아─!
그런 봄이에게는 희소식.
다섯 번째 세트의 막이 올랐다.
양측 다 물러날 곳이 없는 한 판 승부다.
"봄이는 보면 알아?"
"저는 아무고토 몰라요……."
"그럼 언니랑 오빠 얘기할까?"
"꾸웨엑……."
머리를 깨물리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아프다.
뒤통수에 닿는 물컹한 무언가가 아픔을 조금 덜어준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해설도 알아듣기가 정말 편하다.
봄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단순한 표현을 쓴다.
'엄청난 피지럴 컨트롤인 거예요.'
잘은 모르겠지만 화면이 삐까번쩍하는 것 보니 맞을 것이다.
전광판의 숫자도 앞서고 있다.
<와?! 이게! 앨리스가! 딱 한 번 방심했거든요? 딱 한 번? 왜, 정글링을 돌아야 하니까!>
<그 한 번을 노렸군요~!>
<계속 노렸어요! 르풀랑이 앨리스를 시종일관 주시하고 있었고, 결국 기회를 노려서 잡아먹었습니다!>
다른 목소리도 들려온다.
설명이 난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 보니 해설을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봄이야, 오빠가 이기고 있대!"
"저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무릎 의자로 네 시간ㅋㅋㅋㅋㅋㅋㅋ
?땀띠 나겠다
?리아가 봄이 겁나 좋아하네 ㅋ
블라인드 픽으로 치러진 다섯 번째 세트.
오정환의 선취점과 함께 팬석의 분위기는 달아오른다.
한 번 더 해주길 바랬던 기대가 이루어졌다.
그것은 미드 라인에 한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였다.
콰라락!
말카림이 언월도를 돌린다.
1세트부터 쭉 밴카드를 차지했다.
오늘 처음 잡게 된 자신의 시그니처 픽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다.
똑같이 자신의 모스트인 앨리스를 잡은 정글도 한층 날카로워졌다.
'빨리 이겨야 되는 거예요 오빠…….'
대이변.
세간의 설마가 맞아떨어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