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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427화 (427/846)

427화

최단퇴

끝이 있다.

"아니, 르풀랑 좀 한 번만 물어 봐!"

"각은 보고 있어."

"언제까지?"

삼선 갤럭시 화이트의 선수들로서는 도저히 인정하기 싫다.

패패승승승.

그 기적 같은 드라마가 벌어지는 건 누구나가 원하지만, 자신이 당사자가 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아니, 아니…….'

2승 0패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상대의 챔피언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 안 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앗!

터억!

그 하나를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현재 진행형으로 말이다.

르풀랑이 고개만 불쑥 내밀고 사라진다.

철썩~!

휘릭~!

채찍이 르풀랑이 사라진 바닥을 쓴다.

이어진 선고도 그 가치를 상실했음은 말해봐야 마음만 아프다.

'하, 사슬 맞았으면 딴 건데.'

괜한 아쉬움을 삼키는 게 아니다.

마따도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모든 스킬에는 후딜이 있으니까.

르풀랑도 마찬가지다.

스킬을 던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있고, 그 짧은 시간을 노리면 역관광이 가능하다.

<저희야 보는 입장이니까 대단하다! 잘한다! 생각하고 있지만 당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정~~말 얄미울 겁니다.>

<주먹이 울지 않습니까~? 맞고만 있는데!!>

?얄밉겠짘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미니 게임도 아니고 개재밌게 하네

?진짜 저러면 어떻게 해야 되지?

?르풀랑 좋아 보인다

그러한 심리전.

연거푸 이기며 대치 구도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해설자가 언급을 하면 할수록.

와아아아아─!

현장팬들의 시선도 집중된다.

무려 다섯 번째 세트.

선수들만큼이나 심신이 피로해진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낸다.

터억!

퍼엉!

사앗……!

게임의 중심이다.

르풀랑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그 사실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다.

─오정환이 르풀랑을 진짜 사기적으로 쓰는 게

암살 욕심을 안 냄 ㅇㅇ

롤알못들은 암살자가 왜? 태클 걸 텐데

풀콤보 다 넣으려고 하면 상대도 당연히 의식함

주요 딜러 체력만 쏙 빼놓는 게 목표고

킬각은 나올 때만 잡는 거 ㅇㄱㄹㅇ

└방구석 롤잘알추

└롤붕이 신났눜ㅋㅋㅋㅋㅋㅋㅋㅋ

└(네가 이겼단다 콘)

└궁극기 아깝겠다 싶었는데 궁쿨 20초대임……

커뮤니티에서도 이야기가 올라온다.

시청자들도 의식하고 있고, 해설진도 이제는 그것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고 있다.

<이러면 한타 끝났어요 끝났습니다! 원딜러가 집 갔는데 어떻게 한타를 하나요?!>

?방금 죽을 뻔했네

?힐도 빠짐

?원딜러 입장에서 야마 솟겠다

?강팀준!

기회를 노려 적 주요 딜러의 체력을 깎아낸다.

그것만으로도 대치 구도가 무너진다.

스노우볼을 자연스럽게 굴린다.

─레드팀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오브젝트.

전략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큰 가치를 가졌다.

르풀랑의 플레이 하나로 손쉽게 양보 받고 있다.

'…….'

애가 탄다.

마따는 생각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의 게임 가치관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시야를 바탕으로 상대를 몰아붙인다.

오셀로 하듯 설 자리를 없게 만든다.

그 판짜기가 르풀랑 하나에.

파앗!

벌써 몇 번이나 무너졌다.

다른 방법도 생각나지 않는다.

과감한 시도가 아닌 강요받은 선택.

철썩~!

「숨을 곳은 없어!」

그것까지 상대의 노림수였다는 사실을 만약 알고 있었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쓰렉귀의 채찍이 르풀랑이 있던 허공을 가른다.

<으아아아! 바닥 쓸기 예술로 들어갔어요!>

<어우……, 바닥 쓸기가 거의 청소기급이었죠?>

?청소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뻘플 뭔데?

?김서준 썩소 봐

?쓰렉귀 개빡쳤나 보네

5분에 한 번 할 수 있는 귀중한 시도.

안 그래도 불리한 삼선 화이트로서는 허리가 휘청일 정도의 충격이다.

단순한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었다.

게임의 전체적인 상황부터가 조여져 있다.

본대는 물론이고 사이드 라인의 관리조차.

콰라락!

말카림이 주도권을 꽉 잡고 있다.

씨지맥의 시그니처픽이며 성장 기대치도 앨리스를 아득히 웃돈다.

구오오……!

적어도 못 큰 자드가 대적할 상성은 아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사 안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사고가 힘든 상황이다.

콰라락!

두구두구두구두?!

자드의 궁극기.

말카림은 언월도를 돌리며 도주한다.

힘을 실은 말발굽이 자드를 금세 떨쳐낸다.

아니, 기다리고 있다.

자드의 궁극기가 끝나는 3초 동안 술래잡기를 하며 시간을 벌었다.

퍼억!

쿠워어어어!

그리고 박아버린다.

자드는 그림자와 위치를 바꾼다.

그와 동시에 알고 있었다는 듯 쏟아지는 그림자의 습격.

콰라락!

콰라락!

점멸로 피한 자드의 반응은 훌륭하지만 생명 연장의 꿈에 불과했다.

유체화를 켠 말카림이 언월도를 돌리며.

─씨지맥(말카림)님이 다대기(자드)님을 처치했습니다!

목을 벤다.

그것이 현재 진행되는 게임에 시사하는 바는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아아~~~!!>

<이건 좀 감정적으로 들어간 것 같죠?>

?다대기 이 새끼야!

?체력 좀만 더 빼고 들어가지

?자드가 브루저를 어떻게 이김?

?멘탈 터졌네

만에 하나의 가능성.

단순한 우연과 상대의 실수에 기댄 시점에서 프로의 플레이는 아니었다.

<다대기 선수가 잘할 때는 엄청 잘하는 선수잖아요~!>

<고점이 높은 것은 확실하죠. 그만큼 미끄러질 때는 확 미끄러지는 감이 있는데.>

구리가스 술통을 던지는 게 아니라 게임을 던지는 게 아니냐?

그런 비아냥을 듣는 워스트 플레이를 할 때가 있다.

그것이 하필 지금.

미드 차이만 해도 숨이 막혀오는데 사이드 주도권까지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다.

'아니, 하…….'

상대는 위험 부담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

운영적으로 훨씬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사실을 마따는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야를 뚫지 않으면 안 된다.

맵을 좁게 써야 하는 자신들이 바론 골목까지 장악 당하면 그대로 끝이다.

쿠워어어어!

선택지가 점점 사라진 것이다.

마따 자신이 자랑하는 탈수기 운영에 역으로 농락당하는 기분.

<이니시, 이니시 걸렸어요?!>

<이거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한두 명 잘리고 바론 먹히는 그림이거든요?>

총력전이 펼쳐진다.

어떻게 싸워도 진다.

그 사실을 알고 있어도 대응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키잉?!

하지만 요행.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 고개를 들이민다.

설마 하는 예감으로 던진 선고가 적중했다.

막 궁극기를 켠 토이치에게 말이다.

큰 코에 코뚜레 걸듯 꼼짝 없이 묶였고, 자드의 호응과 합해진다면 잡을 수 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그것이 아무래도 상관없다.

시야가 어두컴컴했던 후방.

말카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르풀랑이 수거한다.

아주 담담하게 말이다.

어느새 포위되고 말았다.

싹 쓸어 먹힌다는 사실 하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지만.

─트리플 킬!

쿼드라 킬!

수천 명의 관중들이 있는 일산 KINTEX 제2 전시장.

전광판에 똑똑히 뜬 알림을 따라하기 시작한다.

<트리플 키일~!>

<<트리플 킬!>>

<쿼드라 키일~~!!>

<<쿼드라 킬!>>

진용준 캐스터의 찢어질 듯한 목청과 함께 어우러진다.

그 집중된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펜타 키이이일~~~!!!>

<<펜타 킬!!>>

그만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LCK 한 시즌을 통틀어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대사건이다.

어느 순간 삼선 화이트의 팬석에서까지 울린다.

삼선 화이트의 찐팬들로서는 아차 싶지만.

"야, 야."

"근데 잘하긴 잘하잖아."

"그건 맞지."

팀의 팬이기 이전에 LoL의 열성적인 유저다.

르풀랑이 얼마나 큰 캐리를 했는지 모를 리가 없다.

<진짜 놀라운데요? 경이로운데요?>

<펜타 킬을 했어요 펜타 킬을!>

<사실 펜타 킬이라는 게…….>

?일본에서 온 건가요?

?교이쿠상이 또 뭐라고 했나 보네 ㅉㅉ

?결승전 펜타는 드물지 ㅋ

?와 교체 출전돼서 십캐리 ㅋㅋㅋㅋㅋㅋㅋ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해설자는 일반 유저보다 훨씬 방대한 데이터를 알고 있고, 김서준 해설은 특히 그런 감이 있다.

<펜타 킬은 원딜의 전유물이라는 느낌이 있거든요.>

<아~ 후반 캐리니까!>

<그렇습니다. 10킬, 20킬 먹는다고 반드시 펜타 킬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꽝 한타를 맞붙어야 한다.

원딜 중심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속딜이라는 측면에서도 다른 라인이 킬을 먹기가 힘들다.

2013년 최초의 펜타 킬.

원딜을 제외하면 최초였다.

역대 LCK에서는 다섯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기록된다.

─정환이53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펜 타 킬

─우리집강아지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우리는 오정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어펀치님, 별풍선200개 감사합니다!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별풍선 또한.

오정환의 개인 방송은 진행되고 있다.

짤풍이 아닌 묵직한 탄환들이 쉴 새 없이 박히고 있다.

"봄이야 환호해야지!"

"사실 잘 모르겠는 거예요~"

?아무튼 씐남!

?덩실덩실 춤을 추네?

?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진짜 대단한 건데 ㄹㅇ

그 대리인도 열심히 영업 중이다.

오정환의 팬들로서는 더욱 감명이 깊을 수밖에 없는 순간.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블루팀의 억제기가 파괴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삼선 화이트는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한 발자국 더 내디디면 정상에 닿는 것은 같으니까.

키잉?!

포탑과 억제기를 내주더라도 한타를 비빌 수 있다면 모른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것이 아닌, 뼈를 주고 뭐라도 얻어 보려는 몸부림.

<아 토이치한테 선고가!>

<코 부분에 정확히 걸렸네요.>

<코요~?>

<실제로 토이치의 히트 박스가 코 부분이 깁니다. 그래서 평타 사거리가 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코ㅋㅋㅋㅋㅋㅋㅋ

?코물쥐가 또……

?왜 진짜 기냐고!

?저 새끼는 볼 때마다 처뒤지네

LoL이란 게임은 변수 덩어리다.

이겼다고 확신한 게임도 비벼지는 경우가 드물기는커녕 허다하다.

와아아아아아―!!

처절한 교전이 펼쳐진다.

삼선 화이트는 확 트인 진영의 이점을 활용해 어느 정도 비비는 데 성공한다.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본진은 폐허가 됐고 넥서스는 반피 이하!>

그것이 역전을 의미하진 않을 뿐.

뼈를 내줘도 너무 많이 내줬다.

미드에 휑하니 뚫린 고속도로는 가슴 아프다.

─블루팀의 억제기가 파괴되었습니다!

도로가 하나 더 추가된다.

교전에서 살아남은 르풀랑이 얄밉게 탑 억제기를 마무리하고 도주한다.

와아아아아아─!!

결정타였다.

하나만 해도 부담되는 억제기가 두 개.

최후의 보루인 쌍둥이까지 나간 상황에서 수비는 불가능하다.

─전설의 출현!

그 아픈 틈을 비집어 연다.

다시 이뤄진 대치 구도.

르풀랑의 암살이 쓰렉귀를 터트린 순간 삼선 화이트의 팬석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탄성이 전염된다.

<억제기! 3억제기 밀렸고, 쌍둥이 포탑도 없습니다. 삼선 화이트!>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네요.>

?와

?ㅠㅠㅠㅠㅠㅠㅠ

?이걸 진짜로 이긴다고?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슈퍼 미니언과 함께 진격해온다.

그대로 기세에 그대로 밀려도 이상하지 않지만, 이미 패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들러붙어 본다.

마지막 수비병들이 쓰러진다.

상대의 입성을 완전히 허용한다.

그들이 염원과 한을 담아도 결국 잡지 못한 한 사람.

─오정환 님이 처형당했습니다!

우물에 스스로 뛰어든다.

그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피드백을 하기도 전에.

<팀 오정환이 2013 LCK 스프링 우승을 확정~~~~짓습니다!!>

우승팀이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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