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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432화 (432/846)

432화

딩동♪

일상에 행복이 찾아온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봄이가 아니에요!"

"요즘 진짜 그런 느낌이야."

"후후, 그런 거예요~"

기세가 등등해진 봄이가 고개를 들이민다.

최근 올리브영 마일리지가 4000Point를 돌파하며 대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똘망똘망한 눈동자.

그건 그대로지만 스타일리시해졌다.

고2 꺾이 되면서 나름대로 성장을 한 결과물이다.

"봄이 맛있는 거 먹을까?"

"맛있는 거!"

"그래."

"오빠 너무 좋아요!"

"그렇구나."

"꾸웨엑……."

물론 내용물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아삭 깨물자 물씬 풍기는 봄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샴푸를 바꿨구나.'

올리브영 마일리지가 급속도로 쌓일 만도 하다.

버둥거리는 봄이에게 자유를 선물해준다.

"지, 진짜 머리가 너무 아파요."

"아프니까 청춘이야."

"그렇지 않아요오!"

ㅋㅋ

약간 정도는 컸을지도 모른다.

딸아이의 사춘기를 바라보는 아빠의 심정을 쁘띠 체험한다.

'얼마나 커여워.'

봄이와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최근 학교에서 유쾌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아리따워진 외모.

학교에서도 깨물리지 않고, 이상한 오빠들한테 헌팅을 당할 일도 사라졌다.

─하얀설탕물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봄이 기말고사 끝났음??

"저의 기말고사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고딩들 셤 끝났지 않음?

?망쳤구나…….

?우리들의 기말고사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아무튼 시작임 ㅋㅋ

물론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한 학년,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공부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

'우리나라 학교가 쓰잘데기 없는 걸 많이 가르쳐서.'

외국 고등학교 난이도가 3, 대학교가 10이라면.

한국 고등학교 난이도는 8, 대학교가 8인 굉장히 기형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딱 1년만 지나도 안 쓸 지식을 머릿속에 때려 박는다.

"저 정말 힘든 거예요."

"그래."

"저도 거의 어른인 거예요."

"그렇구나."

"진로 고민을 해야 하는 거예요."

"소주 고민만 하지 마."

"?"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해는 된다.

우리 봄이가 한눈을 팔고 있다.

공부를 하는 것이 언짢아.

"저 요즘 모르는 아저씨들이 잔뜩 말을 걸어요."

"아저씨? 왜 또?"

"후후, 저의 잠재적 가치를 알아본 거예요~"

?아조씨…….

?잠재적 가치 ㅋㅋㅋ

?위험한 냄새가 나는데

?봄이 입장에선 오정환도 아저씨 아님?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귀가 솔깃한다.

안 그래도 작고 부드러워서 무려 3번이나 접는 것이 가능하다.

'어릴 때는 정말 그렇지.'

나이가 들면 귀가 딱딱해진다.

2번은커녕 한 번 접는 것도 아파.

젊음이 사무치는 봄이에게 관심을 보인다.

┌─────────┐

│B&H엔터테인먼트 │

│Director 방시혁  │

│010? ×××? ××××│

└─────────┘

┌─────────┐

│JUP엔터테인먼트 │

│Director 박준영  │

│010? ×××? ××××│

└─────────┘

┌──────────┐

│S&M엔터테인먼트 │

│Director 김수만  │

│010? ×××? ××××│

└──────────┘

수집 중인 모양이다.

자신의 핸드폰 지갑에서 자랑스럽게 꺼내 유희왕 카드처럼 펼쳐 놓는다.

"전에는 못 받았어?"

"그때는 뭔지 몰랐던 거예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몰라뜸ㅋㅋㅋㅋㅋㅋ

?기획사 직원 오열

?역시 실물이 되니까…….

?저게 저렇게 받기 쉬운 거임??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가로수길 같은데 가면 캐스팅당하고 싶어서 일부러 싸돌아다니는 애들도 많다.

'시장이 형성돼있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편하도록 말이다.

우리 봄이의 경우 갈 일이 웬만하면 없는 장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고 있다.

어쩌다 만난 기획사 직원마다 알아본다.

그 빈도수가 이전보다 훨씬 늘게 되었다.

"저 무척 끼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

"제 안에 잠자고 있는 재능이 있는 거예요!"

"그렇구나."

ㅋㅋ

물론 길거리 캐스팅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첫 인상으로 선입견을 가지는 건 연예계 관계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외모가 95%지.'

굉장히 출중하다.

얼굴뿐만 아니라 기럭지 등 축복을 받았다.

대가리도 정말 작아서 씹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웃기지 마."

"꾸웨엑……."

?미친놈아!

?애 대가리를 대체 왜;;

?머리 진짜 작다

?아역부터 했으면 무적권 성공했을 듯

그것이 연예인의 충분 조건에 지나지 않을 뿐.

전에도 생각했지만 우리 봄이의 능지가 조금만 똘똘했으면 적극 추진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험한 세상의 풍파를 견디기에 적합하지 않다.

당장 지망생들끼리만 모여 있어도 정치 싸움에 절대 견디지 못한다.

"봄이야."

"저의 진로를 방해하는 거예요."

"연예계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사실 잘 모르는 거예요."

애당초 목적부터가 불순하다.

공부하기 싫어서!

남자 학생들이 프로게이머에 눈을 돌리듯 여자 학생들은 모델이나 미용 쪽 일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주위에서 유혹이 들어온다.

기말고사까지 망쳤다면 흔들릴 만하다.

그렇기에 맞춤형 대답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봄이 지금 한 달에 떡볶이 몇 번 먹어?"

"후후, 한 달에 열 번은 먹어야 되는 거예요~"

"연예인이나 모델 같은 거 하면 떡볶이를 아예 못 먹는다고 생각하면 돼. 많아도 한 달에 한 번."

"헐! 그건 너무 잔인한 거예요.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맞춤형 강읰ㅋㅋㅋㅋㅋㅋㅋㅋ

?떡볶이녀한테 떡볶이를 뺏어 가면

?봄이 심각해

?이해 완료!

손가락 열 개를 하나하나 접다 종국에는 부들부들 진동 모드가 된다.

현실의 잔혹함을 드디어 깨달은 것이다.

'정말로.'

체중 관리라는 게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

어쩌다 날 잡고 한 번 빼는 거랑, 스케줄에 맞추는 건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여자 모델 중에 담배 피는 애들이 그렇게 많다.

식욕을 죽이는 데 연초만 한 것이 없다 보니 업계에 만연하다.

"떡볶이는 참을 수 없는 거예요."

"그래."

"연예인도 모델도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렇구나."

ㅋㅋ

시무룩해진 봄이가 제로 콜라를 홀짝거린다.

무슨 짓을 해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미래에서 도망갈 수 없다.

딩동♪

방법이 있다면 단 하나.

초인종이 울린다.

안 그래도 땡그란 봄이의 눈동자가 더 큼지막해진다.

「배달 영수증」

연어 초밥(12pcs) × 1

생연어롤(8pcs) × 1

연어 사시미(20pcs) × 1

연어 풀코스.

보자마자 침을 질질 흘리는 식욕을 가진 봄이가 연예계에 진출할 날은 요원하기만 하다.

"오빠 좋아해요! 사랑해요!"

"연어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연어를 사주는 오빠를 좋아해요!"

?그게 그건데 ㅋㅋㅋㅋㅋㅋ

?봄이야……

?밥 사주면 좋은 오빠지 ㅋ

?저걸 혼자 다 먹을 수 있음??

ㅋㅋ

하지만 BJ업계에서는 오히려 어드밴티지로 작용한다.

우리 봄이의 살짝 안타까울 정도의 식성은 먹방에 최적화돼있다.

아웁!

한입에 삼킨다.

연어 초밥 하나가 순식간에 사망한다.

그 애도를 표하기도 전에 2차·3차 피해자들이 속출한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봄이 오랜만에 포식하는데 더 맛있는 것 좀 맥이지 ㅠㅠ

"2천 개 감사합니다. 봄이 방 부회장님."

"음음음음음음!"

?캬 삼촌팬님!

?삼키고 말해 ㅋㅋ

?연어 초밥은 좀 심심하긴 하지

?봄식당은 안 하나요?

충분히 맛있다.

하지만 인방 콘텐츠라는 게 으레 그렇듯 이상의 이상을 원하기 마련이다.

토독!

괜히 하고 많은 음식 중에 연어를 시킨 것이 아니다.

Lock & Lock 통을 연다.

그 안의 내용물을 본 봄이의 눈동자가 튀어나오려고 한다.

"이거를."

"해치울까요!"

"간장 대신에 올려서 먹는 거야."

"허얼~~~"

당장 해치우는 것은 쉽지 않다.

혈중 나트륨 수치 때문에라도 말이다.

간장 연어알장을 한 통이나 만들어두었다.

'짭조름하지.'

보통 덮밥을 해먹는다.

군함말이로도 흔하게 있다.

하지만 맛이 솔직하게 있지는 않다.

비리고 짜다.

왕연어/은연어 어종의 신선한 알을 쓰면 고소한 맛이 돌긴 해도 이미지 메이킹빨이 크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흐으으으으응~!"

우리 봄이의 코가 벌렁벌렁한다.

연어 초밥에 연어알을 올려서 먹고 있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쓴다면 제법 괜찮은 식재료다.

"지, 진짜 너무 맛있어요!"

"맛있게 먹어."

?와

?비주얼 ㅓㅜㅑ

?침 넘어간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ㄷㄷ

간장 대신에 올려 먹는다는 느낌이다.

연어알 자체가 구슬처럼 예쁘다 보니 방송적으로도 괜찮다.

'한마디로 모듬 덮밥이지.'

오야코동.

달착지근한 국물에 조린 닭고기에 계란을 풀어 넣어 익힌 후, 밥 위에 얹어 먹는 일본의 대표적인 덮밥 요리다.

연어와 연어알로 만드는 방식도 있다고 한다.

성장 정도가 다를 뿐 같은 식재료다 보니 맛이 아주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

"맛있어?"

"이건 맛의 혁명이에요!"

"많이 먹고 어머님만큼만 커."

"?"

봄이 어머님이 정말 참하고 예쁘시다.

부부 금술이 좋다는 게 항상 아쉬울 따름이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효과가 있거든.'

연어의 단점이 있다면 무르다.

씹는 맛이 없어서 쉽게 질린다.

톡톡 터지는 연어알의 식감이 이를 상쇄시켜 준다.

신선한 연어알이 가지는 특징.

식감이 장난 아니게 매력 있다.

중독성이 있어서 엄청나게 먹어 치운다.

와구와구!

일반 간장에서 느낄 수 없는 감칠맛은 보너스다.

우리 봄이가 체중 걱정을 지우고 턱 모터가 가동될 만도 하다.

"이게 바로 행복이란 거예요……."

?이걸 다 먹어?

?최소 2인분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

?배부르면 행복한 거 맞지 ㅋ

?합리적인 행복이네!

순식간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먹어 치운다.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진도가 나가있을 정도로 말이다.

'잘 먹지.'

맛있는 걸 사주는 보람이 있다.

막입 같아 보여도 은근히 까다롭다.

적어도 먹는 속도에는 영향이 확연하다.

"오늘 3시간 런닝머신 하고 가는 거야 알겠어?"

"오빠는 너무 까다로운 거예요."

"그래."

"가끔은 쉬는 날도 있어야 되는 거예요."

"그렇구나."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그 막중한 책임감이 아직은 무겁게만 느껴진다.

가끔은 심통을 부리기도 한다.

─달걀노른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정도면 빼빼 말랐는데;;

"저 42kg이에요. 친구들도 맨날 더 먹으라고 그래요!"

"그런 듣기 좋은 감언이설에 넘어가면 안 돼."

"힝……."

?42kg ㅁㅊ

?그 정도면 거의 뼈만 남은 수준 아님?

?그냥 학대네

?애 좀 먹여 미친 새끼야!

어떻게 보면 그 의견이 타당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어린 나이고, 욕망에 솔직해도 되는 거 아니냐?

'그렇지가 않지.'

미움 받는 역할이라는 게 그래서 쉽지 않다.

착하게 대하는 것과 아이의 성장을 방관하는 건 한 끗 차이다.

"저 학대 받고 있던 거예요!"

"그래."

"대우의 개선을 요구하는 거예요!"

"그렇구나."

ㅋㅋ

시청자들에게 선동을 당한 봄이가 길길이 날뛴다.

마음 같아서는 대가리를 깨물어주고 싶지만, 가끔은 이성적인 교육이 필요할 때도 있다.

왜?

어째서?

아이를 야단칠 때 목적과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고, 납득을 시키는 것은 어른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JYP7707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이돌도 50kg 넘는 애들 많은데……

"그랬던 거였어요! 어쩐지 뭔가 이상했어요~"

?봄이 신났어

?아ㅋㅋ 편들어 주라구~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한 대 맞겠다 ㅋ

행복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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