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33화 (433/846)

433화

아이돌.

우상이라는 본래 의미대로 10·20대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존재다.

화려한 방송 무대에 나오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인형 같은 외모를 자랑한다.

"제 주변에도 급 떨어지는 아이돌이 한 명 있죠."

"?"

?갑자기?

?리아를 왜 때려ㅋㅋㅋㅋㅋㅋㅋㅋ

?여론 감당 되나 보네 ㅎㅎ

?이 새끼 막 지르네

신체 스펙부터가 일반인과 차이가 확연하다.

얼굴과 몸매가 뛰어난 건 당연하고, 체중은 50kg를 넘는 경우가 드물 지경이다.

공교롭게도 내 주위에도 몇 명 있다.

아니, 그런 사람만 지인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서 전혀 다른 것이다.

"오빠, 오빠! 아이돌들도 열심히 체중 관리를 하는 거예요."

"봄이도 열심히 해."

"저도 그럼 49.9kg까진 쪄도 되는 걸까요?"

"……."

우리 봄이의 행복한 망상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단순 스펙만 두고 비교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솔로랭크에서 펜타 킬 한 거랑 대회에서 펜타 킬 한 건 느낌이 확 다를 거 아니야.'

아이돌은 엄청 예쁘다.

그나마 방송 화면이 부해 보여서 그렇지.

실물은 뼈밖에 없을 정도로 말랐다는 사실은 익히 유명하다.

봄이나 리아와 크게 스펙 차이가 없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꼬꼬맹이는 마르긴 했어도, 깡말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얘가 42kg이라고 하면 엄청 말라 보이잖아. 근데 여자들은 뼈무게라는 게 있어. 이건 속어고, 정확히는 지방과 근육도 포함이지. 얘는 누가 봐도 근육이 없잖아. 한 대 때려봐."

"네!"

"존나 아프네! 왜 이렇게 세게 때려?"

"저 오빠 한 번 때려보고 싶었어요."

"이 자식이?"

"꾸웨엑!"

?봄이 훅 잘 치는데?

?군자의 복수

?지가 때리라고 해놓곸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 눈깔 뒤집혀;;

지방과 근육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무게라도 근육보다 지방의 부피가 훨씬 크다.

'얘가 무슨 근육이 있겠어.'

물론 운동을 열심히 시키긴 하지만, 여자들은 어지간한 트레이닝으로는 근육이 붙지 않는다.

남자와는 신체 구조가 다르다.

사실상 토실토실하다.

지방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조금 마른, 그러면서도 건강미 있는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돌이 엄청 예쁘잖아."

"엄청 예뻐요~"

"근데 현피 뜨면 웬만한 성인 남자 이겨. 니가 나를 이길 수 있게 되면 쪄도 돼."

"노력할게요!"

?현피요?

?아이돌이랑 현피 뜨면 지는구나

?봄이가 더 예뻐!

?노력한댘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아이돌.

특히 K? POP 아이돌은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유명하다.

어지간한 운동선수 뺨칠 연습량이라 근육이 정말 어마무시하다.

'로우킥 맞으면 뒤져 그냥.'

괜히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몇 시간씩 춤을 출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운동을 하며 체중 관리까지 동시에 진행한다.

"그치만, 그치만 모델은 괜찮지 않을까요?"

"어째서?"

"춤을 추지 않는 거잖아요. 서있는 건 자신이 있어요!"

얼핏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날로 먹는 직업.

그냥 사진 몇 장 찍고 끝나는 거 아니냐?

'근데 본격적인 일이 돼버리면 이야기가 다르지.'

모델이 전형적인 진입 장벽은 낮은데 정착하기는 어려운 직업이다.

관리하는 것도 어렵고, 기준도 엄청나게 높다.

키? 몸무게가 120이 안 되면 사람으로도 안 본다.

우리 봄이처럼 먹고 싶을 때 먹고, 싸고 싶을 때 쌀 수 있는 업계가 아니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옷 핏 엄청 잘 받아서 재능 있는데……

"모델은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옷에 자신을 맞추는 거야."

"몰라요."

"그래서 힘든 거야. 어떤 옷이든 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되니까."

"오빠 너무 미워요."

?볼 부풀림 ㅋㅋㅋ

?아이의 꿈을 응원해주세요 ㅠㅠ

?근데 맞는 소리긴 하지…….

?한 대 더 때리자!

그렇다는 사실.

여전히 꼬맹이긴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다.

슬슬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됐고, 어린애 같은 투정은 접어둬야 한다.

"이젠 정말 공부밖에 없는 거예요."

"먹방이 있잖아."

"후~ 오빠가 엄마를 설득시켜 줘야 하는 거예요."

"봄이도 엄마한테 오빠 잘 말해줘."

"?"

그렇기에 추천하는 BJ다.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연예인이나 모델에 비하면 살판난 수준이다.

'어머님이 정말 예쁘신데.'

젊을 때 사고를, 아니 결혼을 하셔서 그런지 아직 한창때다.

그리고 DNA 특성상 나이를 굉장히 더디게 드신다.

그런데 남편분이 첫사랑.

정말 모범적인 어머님이 아닐 수 없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저는 BJ가 잘 맞는 것 같긴 해요."

'그래."

"맛있는 걸 매일매일 먹을 수 있는 거예요!"

"그렇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유 졸귀

?BJ 하는 이유: 맛있는 거 먹으려고!

?먹방이 천직이네

ㅋㅋ

아직은 어린 나이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상상을 해보는 고등학생은 오히려 드물다.

'방송을 일로 느끼지 않고 있지.'

'일'로서 하다 보면 많은 난관을 겪게 된다.

체중 관리를 하는 것도 지금은 오히려 쉬운 편이다.

성장기니까.

어디가 성장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칼로리가 잘 탄다.

나이가 먹고 나면 물만 마셔도 군살이 붙는다.

미리미리 조기 교육을 시키고 있다.

다른 어설픈 꿈은 접게 만들며 말이다.

봄이를 어엿한 BJ로 키우는 과정.

"근데 BJ를 하게 되면 외식을 해야 될 일이 많아."

"맛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부족하면 배달 음식이나 레토르트 먹어야 하고."

"행복할 것 같아요!"

?거침없는 즉답

?행복하대잖아 ㅋㅋ

?배달 음식이 왜?

?봄이는 이해 못 한다구욬ㅋㅋㅋㅋㅋㅋㅋ

조금 심화편도 필요할지 모른다.

* * *

최근 파프리카TV의 화제.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BJ하와와<< 왜 롤 안 함? [5] +2

─오정환 은퇴한 이유 추측해봤다. Real ?7

─지금 솔랭 빈집털이인 듯

─봄이 머리는 대체 왜 씹는 거냐 [12]

특히 롤판의 중심은 명확하다.

기존의 인기에 더해 실력이라는 확실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롤여캠 중에 볼 만한 방송 누구 있음?

코망<< 귀엽긴 한데 너무 겜을 못함

여름<< 백마라 ㅆㅅㅌㅊ인데 방송을 안 함;;

차선책 알려줘

음메~

└흑우 왔능가 ㅋㅋ

└요즘 롤여캠 많던데 아무나 보지

└오정환 라인 중에서 골라

└오정환이랑 친한 애들 다 ㅆㅅㅌㅊ임

그 여파는 지인들에게도 미친다.

크루의 개념을 알고 있는 시청자든 모르는 시청자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사람은 익숙한 맛,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오정환의 팬들이 유입된다.

『애청자 증가수』

1. 오정환 ?

2. 코코망이♪ ↑6

3. 리아네♡ ?

4. 쥬아☆↑3

5. 빵숙 ↑17

낙수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LCK 결승전에 왔던 여캠들은 오정환의 가장 가까운 지인이라는 보증을 얻었다.

─빵숙이 롤 시작했네 ㅋㅋ

롤청자들 몰려서 하도 ㅈㄹ하니까

지금 맛 한번 본다면서 달리는 중

└ㄹㅇ?

└오정환 옆에 교복 입고 서있던 귀염상인가

└진짜 고딩이야??

글쓴이? ㄴㄴ 컨셉 ㅋ

오정환이라는 인맥.

롤을 한다는 공통된 화젯거리.

두 가지 파도를 타고 방송이 급성장한다.

그렇게 재미를 보는 BJ들도 있다.

반대로 주춤하게 된 BJ도 있었다.

LCK 결승전에 오지 않은 이.

─유민이는 왜 언급이 없냐?

티어 플래티넘이고

오정환이랑 합방도 했었고

방송도 꽤 부지런히 하고 있는데

└그러게

└결승 안 와서 그런 듯?

└결승 초대 안 한 거 보면 뭔가 있겠지……

└별로 안 친한가 보지 ㅋ

흔한 현상이다.

흑백 논리.

LCK 결승에 온 것이 친분의 기준이라면, 오지 않은 이는 안 친한 게 아니냐?

그 화살이 꽂히고 있다.

─분탕치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유민이는 왜 결승 안 갔음? ㅋㅋ

"아 진짜 그 질문 1024번째 듣네!"

?또! 또!

?1024번이나 들음?

?귀 따가울 만도 하지

?화면에 띄워 놓자!

BJ유민의 방송.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하꼬에 불과했다.

오정환과의 합방이 계기가 되어 시청자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오정환에 의해 떴다는 건, 오정환에 의해 가라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의 화제는 그녀에게 안 좋게 작용하고 있다.

'왜 자꾸 지랄이야 진짜.'

아니, 신경도 쓰기 싫다.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유민을 시청자들이 부추긴다.

─대학생페티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유민이도 첫키스 아님?

"따, 딱히 첫키스 아니거든. 내 나이가 몇 갠데."

?하긴

?BJ님 나이 몇이세요??

?츤데레눜ㅋㅋㅋㅋㅋㅋ

?따,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까!!

방송에까지 와서 분탕을 친다.

관련 화제에 대꾸하다 보니 꾹 누르고 있던 억울한 마음까지 튀어나온다.

'혀 넣은 적은 처음이었는데…….'

올해로 스물둘.

대학교에 가기 전까지 워낙 공부만 했다.

대학교에 합격하며 보상 심리로 CC를 사귀었다.

생각보다 재미가 없더라.

남자라는 생물이 유치한 것만 알았다.

게임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찾은 이후 손절을 쳤다.

――――――――――――――――――――――――――――+축하합니다, 소환자님!

개인/2인 랭크 게임 플래티넘 Ⅲ단계로 승급하셨습니다.

정의의 전장에서 승리를 기원합니다!

+――――――――――――――――――――――――――――

그런 유민에게 있어 오랜만에 신선했던 시간이다.

오정환과 가졌던 짧은 합방은 정말 즐거웠다.

순수하게 말이다.

게임을 잘하는 방법을 알았다.

그 이전에 이를 실천할 마음이 생긴 건.

─무관귀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 유민이가 롤여캠 중에 두 번째로 잘하는데 못 뜨는 거 너무 아쉽네

"아니, 언급을 하지 말라니까? 지금부터 어그로 끌리는 놈들도 뒤진다. 싹 다 강퇴 때릴 거야!"

?철퇴 ㄷㄷ

?이분 성깔 있으시네요

?응 강퇴해 봐 무빙으로 피함

?도망가ㅏㅏㅏㅏㅏㅏㅏ

오정환 때문이다.

그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시간을 쏟아부어 티어를 올렸다.

'…….'

학교 기말고사를 망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상황은 낙동강 오리알.

〔유민네의 방송국〕

─진짜 오정환 괘씸한 게ㅋㅋㅋㅋㅋㅋㅋ [5] +7

─누나도 오정환 손절 치자! [12] ?2

─이이잉~ 기모링~! ?17

─생각할수록 화 나네 오정환 X새끼 ㅡㅡ [3] +2

방송을 꺼도 화제가 지속되고 있다.

애청자들까지 난리가 나니 무시하는 것이 더 힘들다.

'진짜 왜지? 올 수 있냐고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든가…….'

오정환이 LCK에서 우승.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시청자들과 축하했다.

카톡도 했지만 답장이 없다.

유민의 마음속에서도 점점 커져만 간다.

사실은 시청자들의 궤변이 맞는 게 아닌지.

그에게 자신은 이미 잊힌 존재가 아닌지.

「안녕하세요, 오빠. 혹시 시간되세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

직접 물어보고 싶다.

장문의 카톡을 쭉 써보고, 다시 지워보고, 오늘만 다섯 번을 반복했다.

'…….'

그것이 3일째.

정말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

카톡을 보내는 건 간단한 일이지만 만약 시청자들의 말이 맞다면?

자신을 기억조차 못한다면?

혹은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면?

부풀어버린 망상은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진다.

'내가 빵숙이보다 먼저 만났는데, 그리고 난 롤도 하는데.'

어째서 자신만 배제된 건지.

도저히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오정환이 자신을 싫어한다면 모든 퍼즐이 맞는다.

「왜 저 결승전에 초대 안 해주신 거예요? 잊은 거예요? 까먹은 거예요?」

입력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되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마음속 응어리를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달래고 있었는데.

'아!'

미끄러진 손가락이 도화선에 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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