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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435화 (435/846)

435화

이따금 있다.

쪼옥, 쪼옥?

리아가 기다렸다는 듯 입술을 맞춰온다.

단순히 부딪히는 뽀뽀가 아닌 농밀한 키스.

'침 모았네.'

거의 한 모금 정도를 넘겨온다.

달달한 리아맛을 혀에 가득 묻혀 맛보고 다시 넘겨준다.

내 침과 섞어서.

혀끝에 모아 쓱 흘린다.

받아 든 리아가 오물거리며 음미한다.

"음~~♡ 마시써!"

"그래."

"오빠~ 리아 오늘 완전 배고파요."

두 손으로 감을 수 있을 만큼 얇은 허리.

강조하면서 살짝 보이는 배꼽은 욕정을 불러일으킨다.

'먹어 달라고 난리가 났지.'

원래의 리아 모습이다.

평소가 아닌 원래.

그 유감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문제다.

"응? 쟨 뭐에요?"

"동행."

"쳇."

노골적으로 혀를 차며 떨어진다.

그리고 자신감 있게 드러낸 몸매를 과시한다.

보란 듯이 말이다.

떨떠름하게 보고 있는 유민의 얼굴이 굳는다.

무엇을 상상하는지는 몰라도 좋은 쪽은 아닐 것이다.

'늦고 빠르고의 차이지.'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게 맞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충격을 주는 쪽이 옳은 사람도도 있다.

내가 보기에 유민은 후자.

"들어와."

"저, 저……."

"닥치고 들어와."

겁을 먹은 유민이 들어온다.

현관문 안쪽으로 발을 디딘 시점에 이미 상황은 끝이 났다.

'똑똑한 애니까.'

이쪽 세계에서는 썩 칭찬만은 아니다.

정해진 레일을 밟아온 인생은 손쉬운 먹잇감이다.

"저기."

"왜."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음."

"저분은 누구에요?"

"몰라?"

"아, 알긴 아는데 무슨 사이인지……."

모를 수는 없다.

리아의 인지도는 유명하다.

더욱이 최근 화제의 한복판에 있는 여캠 중 한 명이다.

'워낙 외모가 눈에 띄니까.'

급 떨어지는 아이돌이라고 했던 것도 과거의 비유다.

현재는 충분히 아이돌 중에서도 먹어줄 만하다.

아니, 이런 야한 몸으로 아이돌을 했다면 모 아니면 도였을 것이다.

여신이라고 칭송받는 리아에 반해.

"얘?"

"아앙♡"

"한마디로 내 거지."

"꺄~♡♡"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

여자는 남자들의 생각 이상으로 동성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리아도 내 앞에서나 순한 양이지.'

살점을 움켜쥐자 색기가 흘러 떨어진다.

살살 쓰다듬자 알아서 몸을 맡기며 애교를 부린다.

하지만 내가 떨어졌을 때.

유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얼어붙을 듯이 따갑다.

이래 봬도 악녀의 수련을 마쳤다.

"사, 사귀는 거예요? 시청자들에게 비밀로?"

"사귀다니."

"내 남자 만들고 싶다♡"

"내 여자일 뿐이야."

"그, 그런 거 하면 안 되는 게……."

"뭐, 어때."

"네?"

"너도 곧 그렇게 될 건데."

당황한 유민의 입을 입으로 틀어먹는다.

안 그래도 호흡이 거칠고, 알코올이 몸에 도는 상황에서 과부하가 걸린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입안에서 섞이는 혀에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

그러면서 대충 탐색을 마친다.

'일반인이지.'

예쁘다.

과에서 한두 명 있을 만한 레벨이다.

반대로 말하면 딱 그만한 수준.

리아를 보고 쫄아버린 이유가 있다.

정말 급 있는 여자에 비하면 자신이 얼마나 손색 있는지 깨닫는다.

"하아, 하아, 하아……."

"귀엽네."

"놀리는 거죠?"

"응?"

"훨씬 예쁜 여자 데려와 놓고……."

필사적으로 호흡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는다.

치욕스럽게 일그러진 표정과는 상반된다.

'정작 만져지고 있는 건 신경 못 쓰고.'

머리를 굴리느라 정작 중요한 건 잊고 있다.

관점부터가 다르니 사실상의 시간 문제.

"오빠, 그런 돼지년은 내버려두고 나랑 놀자."

"돼지야?"

"딱 봐도."

리아가 다소 앙탈을 부려온다.

마음이 넓은 척하지만 코앞에서는 참지 못하는 듯하다.

"돼지……."

그 당사자.

충격을 받은 듯 그제야 자신의 몸을 의식한다.

일반인 중에서는 그럴듯해도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원래 그러하다.

당장 비교군이 눈앞에 있기까지 하니 충격을 받게 된다.

충동적으로 나가려고 하는 걸 붙든다.

"놔, 놔요."

"또 화났어?"

"당신들끼리 놀면 되잖아요. 왜 저만 비참하게……."

흐느끼며 운다.

아랫입술을 꽉 물고 참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더 새어나온다.

한마디로 즙을 짠다.

'이럴 때 달래주면 쉬운 애들도 있는데.'

아직 이성의 한 끗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사건을 일으킨 리아도 조금은 얌전하게 되었다.

아니, 만족한 걸지도 모른다.

흔히 있는 일.

여자들끼리 안 다투면 그게 더 이상하다.

뒤에서 호박씨 까는 것보단 내 앞에서 하는 편이 낫다.

"돼지야."

"아."

"귀여워."

"돼지예요 왜 내가……."

"됐고, 오빠랑 놀자."

현관문 앞에서 실랑이도 제법 오래했다.

집으로 들이며 그대로 소파 위에 앉힌다.

참고 있던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호흡을 조절한다.

이미 엉망진창이지만 말이다.

옷가짐도 화장도 자세도 교정을 해주고 싶을 만큼 헝클어졌다.

오늘 부른 것도 그런 이유다.

"돼지야."

"돼지……, 겠죠 저런 여자에 비하면."

"유민이는 화가 많네."

"그야 화가! 나죠. 네, 안 나겠어요? 절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는데."

평범한 BJ.

방송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러하다.

신체적인 스펙도 솔직하게 눈에 띄는 점이 없다.

'빵숙이와 달리 뭐.'

그렇게 기대치가 높지는 않다.

하지만 노력이란 면에서, 그리고 평범하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면 안 돼?"

"네?"

"오빠가 유민이 가지고 놀면 안 돼?"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당연히……."

"왜 안 되는데?"

"아!"

열심히 하는 아이는 좋아한다.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BJ 세계에서는 지속성도 그에 준하는 가치를 가진다.

'그리고 재밌잖아.'

무엇보다 일반인이다.

완전히 생,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몸이기에 흥미가 이는 측면도 있다.

쪼옥, 쪼옥?

입술을 삼키듯이 먹으며 어루만진다.

먼젓번과 달리 진정을 했으니 조금 노골적으로 간다.

혀가 다 들어오고 나서야 거부하며 몸을 비튼다.

정말 싫었으면 처음부터 내팽개쳤을 테니.

투둑

소파에 눕히며 깔고 앉는다.

노는 손으로 상의를 살살 벗긴다.

본인으로선 가리고 싶었을 몸매가 드러난다.

"돼지네요, 돼지 뭐."

"가만히 있어."

"……."

여러 의미로 말이다.

살짝 나온 배.

상체에 비해 두꺼운 허벅지.

누군가는 육덕지다고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냥 살이 찐 거다.

'여자들이 하체에 살이 찌기가 쉬워.'

일반인 중에 예쁜 애들도 90%는 이러하다.

얘가 특별히 살이 찐 것도 아니다.

비교군이 워낙 잘 빠져서 그렇지.

* * *

"리아야."

"오빠♡"

"집에 돌아가."

"우~ 우우우~~~!"

정말 한 사람은 리아가 아니지만 말이다.

소파 위가 흥건하다 못해 난리가 났다.

하얗고 빨갛게 뒤섞인 액체.

'술이 올라서 그리 아프진 않을 텐데.'

도파민과 엔돌핀이 돌고 있을 것이다.

과정만 잘 지키면 처음이라고 반드시 죽을 만큼 아프진 않다.

"으, 으으. 으……."

그보다 당장 일어나는 건 감정의 범람.

리아가 나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흐느끼듯 울기 시작한다.

"왜 울어?"

"으으……, 몰라서 물어요?"

"모르겠는데?"

담요를 덮어주자 자신의 몸을 가린다.

부끄러운 듯한 반응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유가 180도 다르다.

리아를 보았다.

일반인 시점에서 이 이상 완벽할 수 없는 몸매일 것이다.

그에 반해 자신은.

"예뻐."

"거짓말하지 마요. 으으……."

"진짜야. 유민이 점 찍어두고 있었다니까?"

대화의 시간.

얘가 좀 이성적이다.

그리고 가방끈이 좀 긴 모양이다.

'가끔 있지.'

사실 인간관계에서는 별 의미 없다.

서울대, 카이스트생이라고 그렇게 특별하진 않다.

나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당연한 일,

하지만 학력은 충분히 이용 가치가 있는 스펙이다.

"저 같은 거……."

"유민아. 오빠가 바람둥이 같아?"

"솔직히."

"……."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아무래도 특수한 직업이니 말이다.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아.

어떻게 보면 정말 나쁘게도 보인다.

여자를 대체 몇 명 후리고 다니는 거냐?

"유민이가 귀여워서 그래."

"모르겠어요."

"오빠 못 믿어?"

"이미지가 완전히 깨졌어요. 여자로 성욕만 채우려는 나쁜 사람 같아요."

"……."

얼핏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직업의 특이성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똘똘하니까.'

말이 잘 통한다.

내 쪽으로 꼬드기기만 하면 오케이다.

뭐, 자신이 없었으면 부르지도 않았겠지.

"세상에 유민이가 모르는 게 많아."

"……."

"오빠 믿어도 돼. 괜히 부른 거 아니니까."

말해준다.

LCK 결승에 불렀던 기준.

사실 단순히 까먹은 게 아니었다.

'뭐.'

그도 그럴 게 당연하다.

그만한 노출도.

BJ로서 인지도를 올리기에 더할 나위가 없는 장이다.

반대로 그런 자리에 아무나 초대할 리도 없다.

머리가 돌아간다면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아!"

"알겠어?"

"그렇구나……. 이제 알 것 같아요."

어설프게 속이는 것보다 운을 띄어주는 편이 낫다.

물론 빼도 박도 못할 시점에 말이다.

'흥미를 못 느꼈으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겠지.'

이러한 업계.

한 번쯤 상상은 해보았을 것이다.

자신이 이쪽에 포함된다는 재미도.

"야."

"네."

"뭐, 쫄려? 오빠 나쁜 사람 아니라니까."

"저 오빠를 잘 모르니까……."

"네가 판단해. 어떤 사람인지."

살살 쓰다듬는다.

담요 안쪽.

보이지는 않지만 모양에 대해서는 이미 아는 입장이다.

'이 넓적다리가 정말 일반인스러워서 꼴려.'

사실 본격적으로 몸매 관리를 하면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지방이 붙어있는 다리.

그렇기에 매력이 있기도 하다.

잘 꾸미고 잘 관리한 몸매가 좋지만, 가끔은 시장 떡볶이도 입맛이 당긴다.

"오빠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근데?"

"신뢰하기는 좀."

"……."

못 미더울 수 있다.

아니, 충격.

자신이 생각한 세계와 너무도 다르니 말이다.

'원래 그래.'

그것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냐,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냐의 차이.

전자라면 다소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딱히 못 할 것도 없는 일.

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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