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1화
세간의 화제.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버기성도 국대에선 캐리했는뎈ㅋㅋㅋㅋㅋㅋㅋ [3]
─팩트) 코물쥐는 이번 시즌 POG 0점이다 [8] +13
─코물쥐는 피르미누가 더 적합하지. 플레이 스타일도 연계나 수비에 더 가담함 [2]
─코맘들 비추 누르는 짤. jpg [2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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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비시즌 기간.
대회가 치러지지 않는 심심한 시국에 모처럼 떨어진 화제를 피라냐처럼 먹어 치운다.
─코물쥐 우승 인터뷰가 정말 아쉬운 게
[코물쥐 안경 드는 사진. jpg]
상심하지 마요 ㅋ 상대가 나잖아
비가 오면 옷이 젖듯이 어쩔 수 없어요
그 꿈 포기하지 마요 ㅎ
ㅇㅈㄹ 했으면 진짜 죽고 싶을 만큼 깠을 텐데
└그럼 롤갤 터졌지
└이건 좀 심하네
└아무리 양심이 없어도 설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보니 선녀인데?
롤판 특유의 팬 문화.
건수가 있으면 누구든지 물어뜯긴다.
그 대상이 된 코물쥐는 불행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코가큰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코망이가 좋으면 오른쪽 눈을 깜빡여주세요!
"아! 요즘 황사 진짜 심하긴 하네. 먼지가 들어갈 만하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ㅇㅈ
?'그 나라'가 또
?중국 때문 아닌 것 같은데?
불과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전화위복.
밤잠을 설치게 만든 사태가 도리어 복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솔직히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오정환에게 SOS를 요청했다.
뜬금없이, 뭐 대본도 없이 나타난 여캠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숨만 쉬어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데 강의를 하라니?
딩동♪
지나고 보니 큰 뜻을 헤아린다.
당장 불편한 것에 연연할 때가 아니었다.
코물쥐는 의자에서 튕기듯 나가 허겁지겁 현관문으로 뛰어간다.
"안뇽!"
"아, 안녕하세요……."
"말 놓자니까. 응?"
반갑게 손을 마주 잡는다.
지나친 붙임성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영 싫다고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 공기 달아진 거 봐.'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찌른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코가작은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ㄷㄷ
"제가 좀 방이 좁고, 꾸미지도 않아서……."
"왜 이렇게 쑥스러워 해. 친구한테도 그래?"
?이왜진
?여사친이 있겠냐곸ㅋㅋㅋㅋㅋㅋ
?'인싸 감성'
?왜 당연히 있다는 전제로 말을 하죠??
연상도 연하도 아닌 동갑.
같은 나이다 보니 대하는 게 비교적 편하다.
자연스럽게 호감이 싹튼다.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여자를 만나겠냐고!'
당연히 만나고 싶다.
달려서 태어난 이상 그 누구라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그렇지.
만나는 것도 힘들지만, 만에 하나 만나도 문제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해?
대화를 진전시킬 만한 재주가 있을 리가 없다.
"제가 오늘은."
"내가."
"으응……, 내가 지금까지 게임 이기는 거 위주로 했는데 오늘은 서은이……, 템포 맞춰서 천천히 해보려고."
"정말? 히히."
하지만 롤.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LCK에서는 개무시를 당할지언정 일반인 레벨에서는.
'그래도 내가 우승도 했고, 프로들이랑 맞라인전도 셀 수 없이 서봤는데.'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다.
적어도 브실골플 시청자들에게는 말이다.
자신감을 얻으며 대외적인 평가도 다소 달라진다.
─코물쥐 찐따력 레전드눜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이 코물쥐 살려주려고
코코망이 불러서 이미지 쇄신각 주는데
3시간 방송 내내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고 어버버하다 끝남└그냥 공개 처형시키지 ㄹㅇ
└어떤 의미에서는 공개 처형이었지
└너 동료였구나……?
└코 새끼 갑자기 급호감이누ㅋㅋㅋ
여캠과의 합방.
그 자체로도 어그로가 끌린다.
동시에 시기를 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색한 반응이 오히려 호평을 얻는다.
커뮤니티에 동정 여론이 들끓으며, 기존의 화제를 덮는 분위기다.
─코물쥐 까이는 이유도 솔직히 웃김
진짜 지기라도 했으면 대역죄인 맞는데
오정환 포함한 선수 당사자들이 괜찮다는 걸
롤붕이들이 나서서 마녀사냥 하는 게 ㄹㅇㅋㅋ
└개추
└나도 그렇게 느꼈음!
└씨불얼충 새끼들이 여론 조작한 거지 ㅉㅉ
글쓴이? 개ㅈ밤 또 너야??
손바닥을 뒤집는 것.
그렇게 드문 반응도 아니다.
LoL 커뮤니티의 여론은 한 달에 몇 번씩도 바뀐다.
그만큼 또 바뀔 수 있는 일이지만, 당장은 무마가 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코물쥐의 방송이 흥행하고 있는 이유.
─코가매우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 개새끼 방송 반년 넘게 보면서 이렇게 행복한 거 처음 보네
"내가 뭘. 그냥 방송하는 건데 뭘."
"왜? 좋은 일 있었어?"
?옆에 있잖아
?코망이 코물쥐 조교하눜ㅋㅋㅋㅋㅋㅋ
?'코'끼리 잘 어울린다!
?오늘 계 탔네?
장본인으로선 아무래도 상관없다.
애초에 인디안밥을 겁나게 맞다가 이제 막 빼꼼 고개를 올린 상황이다.
'롤로 여자 꼬실 수 있다는 소리 듣긴 했는데.'
도시전설 같은 느낌.
버스를 태워주다 보면 관계가 진전된다.
쫄보라 시도해보지도 못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멋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사귀지는 못하더라도 절친한 친구는 될지 모른다.
게임이라는 계기를 통해서 말이다.
"강의식으로 하긴 할 건데 힘들면 말해. 언제든 캐리해줄 수 있으니까."
"진짜? 너무 멋지다!"
"이,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지."
"LCK 우승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히히."
너무 귀엽다.
어색해서 차마 얼굴을 보고 말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기분 좋은 향기와 가끔씩 닿는 팔뚝이 엄청나게 부드럽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당하고 있다.
적 정글러의 개입 탓에 라인전이 불리하게 진행된다.
"꺄아아! 나 죽었어."
"아."
"화 났어? 미안해."
"아, 아. 화 안 났죠. 안 났지. 내가 왜 그런 거 가지고 화를 내."
?왜 미안해 이런 걸
?이건 코망이 잘못이 아니지
?협곡 데이트 하고 있는데 차르반 눈치 없게 갱 오네 ㅋㅋ? 아이~ 씨X련이 빨래나 할 것이지 게임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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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상황.
LoL을 하다 보면 누구나 겪는다.
친구들끼리 하는 듀오에서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모조리! 쓸어버릴까? 아예, 입도 뻥긋 못 하게 도륙(屠戮)을 내버릴 수도 있다.'
이곳은 실버 티어.
골드를 왔다 갔다 하는 낮은 점수대다.
다이아1인 자신에게는 우습기는커녕 귀여운 수준이다.
[07:20] [전체] 적팀백정 (차르반 4세): 혜지 컷
[07:23] [전체] 적팀백정 (차르반 4세): ㅋㅋ
그 도화선이 당겨진다.
코물쥐는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고쳐 잡는다.
'양학 ON.'
마음속 버튼을 켠다.
조금 봐주고 있었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는 현지인 녀석들.
「쥐도 새도 모르게!」
심판을 내릴 때다.
수풀에 들어가며 Q를 켠다.
자신이 은신했다는 사실을 상대가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고.
쨍그랑!
「시궁창 맛 좀 봐라!」
포지셔닝을 잡는다.
독병을 던지며 궁극기 포격.
난데없이 쏟아지는 공격에 적 바텀 듀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 명.
이즈레알의 목숨을 거둔다.
서포터의 숨통이 아직 붙어있긴 하지만.
쿠! 챠앙!
그보다 위협이 되는 건 적 정글러.
차르반 4세의 깃창이 그어진다.
딱히 점멸을 쓸 필요도 없다.
"오소이."
뻔하게 그어지는 깃창을 한 발자국 움직여 피한다.
달려드는 풀리츠크랭커를 먼저 점사해.
─더블 킬!
따라 보내준다.
당황해서 반격도 못 하는 원딜러와 거리 조절 능력도 없는 멍청한 서포터.
챠앙!
그리고 멍청한 정글러.
깃창이 빠진 차르반 4세는 뚜벅이다.
점멸로 거리를 벌리며 카이팅을 한다.
「부릉!」
챠라랑!
지원까지 도착한다.
부활한 서은의 랄라가 버프를 걸어주자 안정적으로 마무리한다.
[08:00] [전체] 적팀백정 (차르반 4세): 모 야메룽다~!
[08:02] [전체] 적팀백정 (차르반 4세): 버러지 컷
진짜 Finish까지.
자신의 기분을 거슬린 현지인들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잔인하게 도륙 내버린다.
"와! 진짜 잘한다! 혼자 다 죽였어."
"아니, 도와줘서 잡은 거지."
"근데 오소이가 뭐야?"
"……."
?몰입했누
?혼자 오소이 ㅇㅈㄹㅋㅋㅋ
?임프트 ! 코물쥐 몸에서 나와!
?ㅅㅂ아 솔랭을 그렇게 하면 챌린저 갔겠다
복수를 이뤄낸다.
그 과정에서 다소 흥분을 하긴 했지만 플레이 자체는 흠잡을 데 없었다.
'나 방금 좀 멋있지 않았을까?'
스스로 생각해봐도 괜찮았다.
복수를 해주고, 피지컬까지 과시했다.
공을 돌리는 것까지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지완이가 잘해서 또 이기겠다!"
"나 혼자였으면 못 이겼지."
"이러다 승급도 하겠어. 어떡하지? 난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아니, 뭘 이런 걸 가지고……."
호감을 따지 않았을까?
지레짐작까지는 아닐 것이다.
여전히 쑥스러워서 얼굴은 보지 못하지만, 연승을 굉장히 기뻐하고 있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도구 멸시 선봉론자 어디 감? ㅋㅋ루ㅋㅋ
"아가리 하세요. 밴하기 전에."
잘돼가는 분위기.
말로만 듣던 썸이 이런 느낌이 아닐지.
코물쥐로서는 가슴이 북받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도구? 서포터를 도구라고 불러요?"
"아니……, 못하는 새끼들만. 서은이는 아니지."
"나도 좀 험하게 다뤄주면 좋겠는데. 너무 오구오구 하지 말고."
"허, 험하게?"
"와일드한 거 완전 좋아함. 히히."
?아니 이 새끼 입꼬리가 안 내려가
?와일드 ㅗㅜㅑ
?애교 살살 녹는다
?ㅋㅋㅋㅋㅋ 코물쥐 혼자 손주까지 다 봄
처음 겪어본다.
예쁜 데다, 말까지 통하고, 앞으로 더 친해질 여지까지 남아있다.
'목이, 목이 와 겁나 섹시해.'
검은색 초커.
길고 하얀 목이 강조된다.
자신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간다.
─코가매우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완아 너 코 선 거 같아 ㅋㅋ
"내 코는 원래 이래!"
"코 귀엽다♡"
"이렇게 태어나서 다행이다……."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 * *
방송의 화제.
파프리카TV의 특성상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진행하기는 힘들다.
'서은이가 뭐 잘하고 있으니까.'
믿고 맡겨도 될 것이다.
참견하는 건 어색함을 허무는 첫 만남이면 충분하다.
"세 분 들어오세요. 세 분. 어? 거기 뒤에 분은 입장 안 돼요!"
"아니, 왜요……."
"손님 스타일이 안 맞아요. 이쪽으로 나가세요. 뒤에 줄 길어요~!"
이미 허문 곳이다.
K? 클럽.
입구에 몰린 사람의 수가 전보다 부쩍 늘었다.
"손님 스타일이……."
"왜?"
"아, 들어가셔도 됩니다. 근데 어?"
"정환 형님이시네!"
그것이 내 덕분인지.
그건 몰라도 아는 사람이 있는 유흥업소는 여러모로 편해서 좋다.
"두림 형, 정환 형님 오셨어요! 예,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왜 또."
"일단 모실 테니 들어오시죠!"
딱히 즐겨 찾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디까지나 젊을 때, 철없을 때 시간 죽일 만한 장소다.
'BJ들이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유흥업계.
취미로든, 업무로든 많이 얽힌다.
파프리카TV에서 BJ 생활을 하다 보면 반드시다.
그런 만큼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겉으로 수집되는 정보도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어시의 중요성도 알게 된 마당이다.
"안녕. 안색 좋아 보이네."
"아 형님! 미리 말씀 좀 하고 와주시지. 헤헤."
정보원이 필요하다.
일단 있어서 나쁠 것은 없다.
가능하면 보다 깊게 얽힐 만한 것도.
'한번 건드려볼 가치는 있지.'
씨앗은 심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