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화
역치.
변화를 느끼는데 필요한 최소의 수치를 뜻하는 생물학 용어.
"이 X발 연놈들아……."
"왜? 너 남자 뺏는 거 좋아하잖아 키득키득."
한 번 올라가면 내리기가 힘들다.
이는 인간이 느끼는 재미도 마찬가지다.
'클럽 죽순이들 양산되는 이유가 뭐겠어.'
일상생활에서 재미를 못 느껴서다.
그럼 그 죽순이마저 질려버린 애들은?
털썩!
인연이 닿아 오게 되었다.
무겁게 업어 온 나은의 친구 세연을 침대 위에 던진다.
바동대지만 일어나지는 못한다.
딱히 술을 많이 마신 게 아님에도 말이다.
나와 나은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게 정신은 아직 또렷한 듯 보인다.
"너 양주 마셔봤어?"
"다, 당연하지!"
"그래? 근데 아래 입으로는 못 마셔봤을 걸."
클럽을 나오며 가지고 온 보드카.
손위에 살살 따라 소량을 담는다.
* * *
"야, 야. 진짜 자~?"
"자게 냅둬. 그리고 네가 잘 관리해."
"제가요?"
"그럼 너 말고 더 있냐?"
"옛썰!"
기분 좋게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산소 공급이 조금 적었을지도 모른다.
'뭐, 몸이 기억했으니까.'
나은과 마찬가지로 시간문제다.
지금은 행복한 꿈을 꾸도록 가만히 둔다.
"너도 와."
"나, 나도?"
"너 말고 더 있냐고."
"오빠 힘들지 않아? 응? 쉬자."
다른 여자가 있으니 말이다.
조용히 손짓으로 부른다.
망설인 끝에 결국 온다.
'진짜 부숴버리는 방법도 있긴 한데.'
나락으로 빠뜨릴수록 더 매달리게 된다.
대신 의존성이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적당히 살펴본다.
문신이 거슬리긴 하지만 몸매도 괜찮고, 아직 피부가 썩창일 나이대도 아니다.
"아파! 진짜 아파!"
"어."
"최소한 왼쪽이라도 잡아줘…… 진짜 할매 되겠어요. 으흐흑."
조금 고장 나있다는 게 단점.
몸의 역치가 높아서 심하다고 생각될 수준은 돼야 반응이 올 것이다.
'물론 역치라는 게 항상 들어맞는 건 아니야.'
이는 마약에도 적용된다.
베트남 전쟁.
참가한 미국 군인 대다수가 마약을 복용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전쟁 끝나면 어떡하냐?
마약 중독자들로 범죄율 치솟는 거 아니냐?
하지만 의외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드럽게 해줬으면 좋겠어?"
"응! 제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주제에 아프게 해도 적잖이 좋아할 것은 이미 확인을 마쳤다.
'더 부수면 역치만 올라가기 때문에.'
본인도 갈등을 할 시점에서 조절을 하는 편이 날 수도 있다.
아파하는 손잡이를 살살 쓰다듬는다.
"헤, 헤헤."
"여기 얼음 어딨냐?"
"저기! 저기 있어요! 나은이가 가져올게……."
보울에 담겨진 작은 얼음.
아마 술이나 음료를 먹는 손님을 위해 비치해 둔 것일 테다.
"핫식스에 한 잔 말아봐."
"응, 응! 말아볼게. 기다료봐~"
"이 멍청한 년아!"
"으엑!"
보통 아가씨들이 타준다.
칵테일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간단하니 자체 조달하지만.
'그마저도 못하는 애들이 9할이지.'
보드카밤을 만들든 예거밤을 만들든 마찬가지다.
양주와 그 외의 액체는 잘 섞이지 않는다.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멍청한 년처럼 스푼으로 휘휘 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러면 탄산 다 빠지고 얼음 녹아서 밍밍해지잖아."
"나 원래 이렇게 해요……."
"다음부터는 이렇게 해."
숟가락이나 젓가락 등 긴 걸로 아래쪽 얼음을 살짝 들어주면 된다.
위아래로 힘을 주면 간단하게 섞인다.
'술대접을 할 거면 제대로 배워야지.'
기본을 가르친다.
앞으로도 이 업계에 있을 거면 아는 편이 낫다.
물론 이제 와서 더 마시려고 꺼낸 얼음은 아니다.
"아, 잠깐! 아!"
"가만히 있어."
"으흐흑……."
조금 시원하게 즐길 예정이다.
* * *
"야."
"네!"
"위가 좋냐, 아래가 좋냐?"
"에, 에헤헤……. 아래! 아니, 위!"
적당히 밸런스를 맞추며 가지고 논다.
몸에 탈진이 오기 직전까지 말이다.
쪼옥?
입을 맞추며 쏟아낸다.
마지막 정도는 좋은 기억을 주는 편이 좋다.
쏴아아아아─!
샤워를 하러 데리고 들어간다.
자고 있던 년도 대충 머리통을 잡고 질질.
"니들."
"네."
"네, 오빠!"
"니들은 왜 사냐?"
""…….""
"무슨 목적으로 사냐고."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
샤워기물을 맞으며 정신을 차렸음에도 묵묵부답이다.
"앙♡"
"나는 왜 또……."
하체와 상체의 손잡이를 꽉 잡고 끌어당긴다.
눈을 마주 보고 속삭인다.
대화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정줄 놓고 사는 애들인데.'
요지는 나라는 줄을 잡게 하는 것.
이미 그럴 수밖에 없는 몸으로 만들어버렸다.
"몸 예쁘게 가꾸고. 이런 문신 같은 거 하지 말고."
"피어싱은?"
"피어싱은 괜찮지."
"꺄♡"
"나도 늘릴까……."
엄청나게 두근댄다.
감정에 솔직한 년들이기 때문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고쳐 쓸 만한 년들이라고.'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군인들.
그들이 마약 중독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가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안전 기지가 있으면 사람은 발전한다.
그것을 내가 해주는 것으로, 막장으로 살던 두 여자에게.
"또 안아줄 거예요?"
"아, 아파!"
"맛 안 가는 선에서 오빠가 재밌게 가지고 놀아줄게."
"꺄♡
"왜, 왜 나만……."
목줄을 채워 놓는다.
유흥 쪽의 업계 사정과 소문을 듣는 데 당사자들만 한 것이 없다.
* * *
최근 파프리카TV.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웃음 주고, 감동 주고, 영화 한 편 다 봤눜ㅋㅋㅋㅋㅋ─여기 국내 코버지 갤러리임?
─코버지 40분간 처맞다가 역전골ㅋㅋㅋㅋㅋㅋㅋ
─코버지 진짜 감동이다 ㄹㅇ…… 코버지! 코버지! 코버지!
.
.
.
롤판 화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아니, 초기 이상으로 확실하게 번졌다.
─롤갤 평균 티어 실골 박살 내는 코버지의 위엄.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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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콤우지
전적: 30승 5패
티어: GOLD Ⅰ 19LP
토이치(9/2/3) 승리 1시간 전
토이치(5/1/1) 승리 1시간 전
배인(6/0/2) 2시간 전
이즈레알(4/0/5) 승리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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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대물쥐."
└LCK에서 못 푼 한 여기서 다 푸눜ㅋㅋㅋㅋㅋㅋ
└정보) 듀오가 혜지였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BJ……
└"양학킹"
양학이라는 자극적인 콘텐츠.
롤판에서 가장 잘 먹히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비락식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막판 졌으면 코망이 롤갤에서 욕 개먹었을 텐데 ㅋㅋ
"가아알!! 내가 딜을 잘 못해서 질질 끌린 거지. 마녀사냥 하고 있어."
?갈!
?ㄹㅇㅋㅋ만 쳐 애들아
?말대답 하지 말라고~
?코망이랑 분위기 좋은데 훼방 놓으려 하네 ㅉㅉ
남자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콘텐츠도 있다.
여캠과의 합방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오늘 나 좀 멋있지 않았을까?'
장본인으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코물쥐는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음을 느낀다.
〔서은이〕
?오늘 고생 많았어 ㅎㅎ
「(우는 이모티콘. jpg)」
「나 넘 못했지?」
?ㄴㄴㄴㄴㄴㄴㄴㄴ
?진짜 잘함
?서은인 할 거 다 했어
「지완이 반응 개웃기네 ㅋㅋ」
?나쁜 시청자들 신경 쓸까 봐 그랬지 ㅎㅎ
방송 종료 이후.
어기적거리며 식은 만두와 한강 라면을 끓여 먹던 일상과는 안녕이다.
BJ 지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아 진짜 졸라 귀엽다.'
꿈만 같다.
여사친.
심지어 여캠이다.
실물로 보니 정말 말도 걸기 황송하다.
위이잉~!
그런 서은과 친구 사이.
사적인 연락까지 주고받는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지경인데.
"어, 어? 전화 왜, 왜 했어?"
<왜 말 더듬어 히히히.>
"아, 나 샤워하려고 했어 가지고."
<헐~ 영상 통화라 다 보임.>
"어? 어, 어?! 아니잖아…… 깜짝 놀랐네."
<넝담~ 지완이 찐텐으로 당황하는 거 개웃김 히히.>
"아, 농담. 농담."
음성 지원되던 카톡과 완전히 똑같다.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에 코물쥐는 표정 관리가 안 된다.
'아, 진짜 이런 게 썸인가?'
아무거나 대충 꾸겨 먹던 일상에서, 처음 몸 관리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잘 보이고 싶다는 심리가 사무친다.
<지완아~>
"으, 응!"
<흐에 한 번 해줘. 그 리액션.>
"흐에─!! 이이잉~ 기모링~!"
<깔깔깔! 너무 웃겨!>
하루하루가 굉장히 행복해졌다.
커뮤니티에서도 헛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코물쥐의 생각과는 달리.
"그런 그지 같은 새끼를 왜?"
"고려를 한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래도."
파프리카TV 자체적으로는 크게 못마땅하고 있다.
정확히는 그러한 파벌이 존재한다.
'한사코 억누를 수만도 없고.'
남수길 대표 이사는 골치가 아프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새끼 하나 없는 셈 치고 싶지만.
「2012년 3, 4분기 실적표」
「2013년 1, 2분기 실적표」
올라온 보고서는 확실한 근거를 가리킨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봐도 합리적인 판단이다.
"철꾸라지라……."
"반성을 좀 하지 않았겠습니까? 무엇보다 게임판은."
돈이 안 된다.
게임판의 평균 시청자 연령이 낮기도 하고, 별풍선이 잘 안 터지는 경향도 있다.
그 이전의 이야기.
보라판은 기형적인 수익 모델을 갖췄다.
그것은 파프리카TV의 애물단지임과 동시에 안고 가야 할 돈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