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7화
엄청난 이목이 집중된다.
─얘들아 공지 떴다 추천 박아라……
[철꾸라지 방송국 공지. jpg]
대통령께서 돌아오신다
└이왜진?
└진짜 방송국 열렸네
└철꾸라지 복귀 실화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 BJ의 방송국에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지―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형님들』
BJ철꾸라지입니다.
영정당하고 정말 막막했습니다.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절대 비하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방송을 진행하는 BJ로서 언행이 신중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무지해서 생각 없이 발언했습니다.
제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발언을 할 때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발언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8월 15일 오후 10시 방송 시작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들은 방송 켜서 할께연!!
철꾸라지가 복귀를 선언했다.
그에 따라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는 엄청난 후폭풍이 들이닥친다.
〔개인 방송 갤러리〕
─세상에 철꾸라지를 다시 볼 날이 다 오네 ㄷㄷ [3] +10─이이잉~ 기모링~!
─반성문 보니 머가리 딸리는 건 알겠다 [1] +5
─오늘 철꾸 몇 만 명 예상하냐? ㅋㅋ [15]
.
.
.
손에 꼽는 인기 BJ.
간단한 단어 몇 개로 표현하기는 부족하다.
파프리카TV 자체가 철꾸라지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지경이다.
─철꾸라지가 쓰레기 이미지는 맞는데
[철꾸라지 방송국 공지. jpg]
반성문 보면 알겠지만 은근히 착함
방송 컨셉 때문에 또라이인 척하는 거지
철꾸형 너무 욕하지 말고 응원 좀 해줘라 ㅇㅇ
└ㄹㅇ 컨셉임?
└뉴비들은 진짜 착한 줄 알고 속겠네
└비하할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믿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문법이 초딩 수준이누
실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파프리카TV는 여캠 or 철꾸라지다.
±를 떠나 인지도의 총량만 따지면 정말 어마무시한 수준이다.
그런 철꾸라지의 복귀 소식.
무려 1년 동안 방송 공백기를 가졌다.
그를 싫어하는 쪽이든, 좋아하는 쪽이든 관심이 간다.
─철빡이74호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ㅊㄲㅇ!
"끄아아아악! 철빡이 행님 철구개……, 감사합니다. 별풍선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리액션 안 해?
?기가 죽어서 리액션을 못 하누
?내가 다 슬프네
?우리 철꾸라지 돌려줘!
방송이 시작하기 무섭게 시청자가 몰려든다.
어그로가 엄청나게 끌리며 파프리카TV 전체 시청자 수 1위를 가볍게 찍는다.
「보라) 철꾸라지. 형님들 오랜만입니다!」
_ ?30, 111명 시청
물론 이는 오정환이 없기 때문이다.
심익태의 부탁으로 동시간대에 방송을 안 켰고, 그 점을 철꾸라지도 인식하고 있다.
'이 새끼가 나를 만만하게 보나.'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자신이 없는 사이 컸다는 건 들었다.
아니, 그전부터 이미 거슬렸다.
폭주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1위를 사수하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하다 지나친 리액션에까지 손대고 말았으니까.
─철9까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강길태 리액션 이제 안 함? ㅋㅋ
"그런 거 안 합니다, 행님. 저 새사람 됐어요."
?이거를 화를 안 낸다고??
?철꾸라지 이 새끼 철 들었네
?어그로 쳐내!
?방장도 강퇴할 수가 있음?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1년 전의 기억이다.
사람의 머리는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의 탓.
'오정환 이 새끼야. 그동안 세상 좋았지? 이제 네가 설 자리는 없어.'
온갖 사고를 치는 인생이다.
세상의 지탄을 한몸에 받는다.
책임 전가식 사고방식 없이는 버티지 못한다.
칼을 갈고 준비했다.
다시 방송을 하는 순간 1위를 탈환하고, 오정환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덜컥!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
김군 등 다른 BJ들을 믿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러한 철꾸라지가 고심 끝에 선택한 카드.
"반갑습니다, 형님!"
"마아!! 개때끼야! 와 이리 늦었는데?"
도착함과 동시에 채팅창이 시끌벅적해진다.
몰래 온 손님인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그 이상의 파급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뚜기참기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페북 스타 구태일 ㄷㄷ
"야 니 팬인갑다?"
"하, 이 놈의 인기……."
"마아아아?!!"
?헐 구태일
?팔로워 20만 명 넘는다는 그?
?파프리카TV 최고 또라이+ 페북 최고 또라이 ㄷㄷ
?케미 벌써부터 기대되넼ㅋㅋㅋㅋㅋㅋ
만난 건 1년 전의 일이었다.
* * *
철꾸라지가 영구정지를 당하기 1주일 전.
"합방?"
"예, 정상전쟁 패인이 아무래도 동료의 부재 같습니다. 시너지 있는 방송인을 한 명 영입하는 건 어떨까요?"
직원이 솔깃한 제안을 던져왔다.
평소였다면 듣는 둥 마는 둥 했겠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오정환을 어떻게든 찍어 눌러야 하는데.'
생각보다 녹록지가 않다.
이전과 달리 대가리가 커졌다.
방송적 기량도 물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형님 방송 기량 문제가 아니라, 패턴이 약간……."
"야 이 새끼야 형님한테 네가 훈수 두냐??"
"아냐, 아냐. 말해. 충신들 조언은 들어야지."
"헤헤……, 그럼 좀 실례를."
정상전쟁에서의 패배.
오정환을 우습게 보고 있던 철꾸라지의 심정에 변화를 일으킬 만했다.
'집단을 이뤄야 하긴 해.'
정상전쟁을 벌인 이유이기도 했다.
한 번 찍어 눌러줘야 부하로 만들기 수월하다.
그러기 위해 판을 벌렸지만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
심익태의 개입으로 인해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할 수 없다.
시청자 경쟁 같은 밋밋한 짓을 하게 되었다.
그것을 패배해버렸으니.
"구태일? SNS에서 엄청 인기 있는 녀석입니다!"
"제가 좀 알아봤는데 형님 광팬 맞더라고요~ 꼬봉이 되고 싶다고 지 입으로 말했습니다."
"음……."
다시 한다고 승산이 있을까?
고민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부하 직원의 이야기는 분명 솔깃하다.
'구태일이라. 마음에 드는 이름인데?'
안 그래도 협력자를 원하고 있었다.
독자적인 세력을 키워서 언젠가 심익태의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자존심.
오정환 정도는 혼자서 꺾고 싶다.
당시에는 이제 막 깃털이 나기 시작한 햇병아리에 불과했으니까.
『서비스 이용이 정지된 방송국입니다.』
정지일 : 2012―09―24 19:50:30
해제일 : ―
정지 기간 : 영구정지
정지 사유 : 미풍양속 위배
그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와버렸다.
리액션이 문제가 되어 영구정지라는 처분을 받은 것이다.
그 자체는 그럴 수 있다.
처음도 아니거니와, 병맛 방송을 하다 보면 가끔씩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철9의가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둘이 어쩌다 친해진 거임?
"내 팬이라 하더라고."
"이 분야의 원탑! 원탑 쓰레기! 원탑 똘빡 새끼인데 제가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엉?"
?칭찬 맞누
?먹혔는데?
?존경하는 건 맞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쓰레기 선배!
방송 정지를 당한 1년간.
수익도 줄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달라진 주위의 대우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들에게 연락이 끊겼다.
어디서 불러주는 곳도 없고, 어쩌다 만나도 대화가 서먹하다.
'내가 나락 갔다고 무시하는 거지.'
그에 반해 구태일은 한결같았다.
처음부터 자신의 팬이라 밝혔고, 영구정지를 먹은 후로도 존경하며 따랐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가까이 지냈다.
그와의 방송 협업을 결정한 이유다.
어울려 지내며 사람 됨됨이를 파악했다.
─철꾸광팬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구태일 리액션 한번 보자 ㅋㅋ
"끼야아아앗?!! 우리 광팬 형님 철꾸개! 제가 리액션 크게 한번 가겠습니다!"
?켜자마자 뻥뻥 터지네
?큰 거 온다
?이거 못 받아내면 민심 떡락임 ㅇㄱㄹㅇ
?철빡이들을 어떻게 만족시켜……
자신 이상의 개또라이 새끼라는 사실을 말이다.
구태일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페북의 철꾸라지'다.
털썩!
갑자기 입고 있던 흰 나시티를 벗는다.
바닥에 패대기치듯 던지더니 주머니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꺼낸다.
"흐흐흐! 흐흐흐!"
지켜보고 있던 철꾸라지마저 순간 기겁한다.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아니었다면 뒤통수를 후렸을 것이다.
화르륵!
태우고 있으니까.
나시티에 불이 붙으며 활활 타오른다.
타기 쉬운 면 소재가 가진 특성을 눈앞에서 확인한다.
─철꾸광팬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내가 미안해…… 우리 철꾸 정지시키지 마;;
"감사합니다 광팬 형님!"
철빡이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과격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정도는 돼야 의미가 있다.
'어차피 정지를 먹어도 쟤가 먹지 내가 먹겠냐고.'
방송 어그로를 제대로 끌 수 있다.
철빡이들을 만족시키며, 안정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치직……!
아니, 그 이상.
똘끼 넘치는 방송 콘텐츠를 짤 두뇌가 하나 추가된 셈이다.
선배인 자신이 적당하게 선만 그어주면 된다.
─철꾸열혈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우리 철꾸도 질 수 없지 ㅋㅋ
"끼야아앗~~! 열혈 행님 철꾸개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좀 사려야 하기 때문에 간장은 좀 무리고 콜라로 리액션 가겠습니다."
?제발
?이미 운영자 떴을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ㅅㅂ 철꾸가 두 명임
?이거 못 막습니다
1.5L 들이의 펩시 콜라 뚜껑을 딴다.
맛도 달달하고, 탄산도 적당해서 철꾸라지가 최애 하는 콜라 브랜드다.
꿀꺽! 꿀꺽!
숨을 몰아 내뱉고 단번에 들이킨다.
벌린 입을 타고 꿀떡꿀떡 들어간다.
페트병의 1/3 지점까지는 말이다.
?다 흘리잖아 미친놈앜ㅋㅋㅋㅋㅋ
?응 실패야~
?족구 많이 죽었네
?ㅊㄲㅇ
아무래도 힘들다.
간장과 달리 탄산이 목구멍을 간지럽힌다.
10초 만에 1.5L를 원샷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치직……!
2호가 있다.
구태일이 그대로 따라 한다.
새로운 페트병의 뚜껑을 타고 자신의 입에 퍼붓는다.
꿀꺽! 꿀꺽!
여기까지는 같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그가 페북의 철꾸라지로 불리고 있는 이유.
'리액션을 하는 데 몸을 안 아껴.'
그 한 줄을 글자 그대로의 의미대로 실현한다.
식도가 따갑든 뭐하든 쏟아부어서 억지로 삼킨다.
"끄어어어억~~!"
"이게 제 수제자입니다! 여러분."
?와 ㅇㅈㅇㅈ
?니가 왜 거들먹대는데?
?이걸 진짜 하네……
?구태일 쟤는 또라이 컨셉이 아니라 진짜 또라이 같음;;
반쯤 타서 구멍이 뻥뻥 뚫린 나시티를 입고 길게 트림을 토한다.
바로 옆에서 직접 보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생또라이.
'인터넷 방송은 캐릭터지.'
파프리카TV는 혼자 방송을 하는 곳이 아니다.
무조건 크루가 필요하고, 이는 단순히 숫자만 많다고 깡패가 아니다.
시너지가 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가히 적합하다.
충성도도 높고, 방송 케미도 잘 맞는다.
근 1년에 걸쳐 확인을 마쳤다.
BJ로 데뷔시켜서 자신의 착실한 꼬봉으로 삼을 계획이다.
"형님, 야방 한 번 어떻습니까?"
"나가자고?"
"제가 이번에 페북 팔로워가 25만 명이 됐거든요."
"근데?"
"25만 명 기념으로 공약을 했는데 그걸 형님 방송에서 내보내면 어떨까 합니다."
처음부터 키우는 것도 아니다.
페북이라는 지지 기반이 있는 만큼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쪽 팬덤도 내가 차근차근 흡수하는 거고.'
자신의 입지를 확장시킨다.
기존의 파프리카TV를 넘어 SNS까지 말이다.
최종적으로 그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긴 휴식 기간 동안 짜온 계획을 실행할 생각이다.
잘만 풀리면 심익태의 아래에서 벗어남은 물론, 파프리카TV 본사도 절대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근데 뭘 할 건데?"
"불똥으로 세수하기요."
"마! 때끼야! 드럽게시리 진짜…… 뭐? 물똥이 아니라 불똥?"
?철꾸라지도 당황하넼ㅋㅋㅋㅋ
?불똥?
?불똥이 뭐냐
?복귀하자마자 레전드 찍누
액셀레이터를 풀로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