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화
간단한 이야기다.
"님이 왜 남탓이 심하냐면 게임을 조급하게 하기 때문이에요."
<아니, 근데 솔랭은 어쩔 수가 없어요. 초반에 터지면 게임 지는데.>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가 캐리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곡이네
?캐리력?
?팩트로 두들겨 패누 ㄷㄷ
LoL에서 어째서 원딜이 사기인가?
대부분의 프로팀들이 원딜 중심의 게임을 하는가?
'원딜 중심으로 하면 게임이 너무 간단해서 그래.'
후반 가면 이긴다.
실제로 한타 조합 들고 후반까지 버티기만 하면 이긴다는 마인드가 17시즌까지는 잘 먹혔으니 말이다.
물론 이후에는 세분화가 되지만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는다.
상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후반은 원딜 게임으로 종결된다.
<후반 가도 물리면 그대로 뒤지는 게 원딜인데?>
"그건 네가 개같이 못하니까 그렇고."
어디까지나 잘한다는 전제.
그리고 프로 레벨의 이야기다.
코물쥐가 프로를 목표하고 있다고 하니 하는 쓴소리다.
"탑이나 정글은 후반 캐리력이 없어요. 미드도 솔직히 한계가 있어. 아무리 풀코어 다 맞추고 해봤자 원딜러가 코 파면서 딜 넣는 것보다 영향력이 없어요."
<난 아니라니까?>
?ㅋㅋ??
?그러니까 캐리력이 없다고
?자긴 아니래
?팩트) 코가 커서 파는 데 한세월이다
그래서 나머지 라인 유저들은 초반에 굴려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긴다.
그렇지 못하면 자신은 게임에서 들러리가 돼버린다.
'근데 원딜은 아니잖아.'
그냥 천천히 잘 성장하면 된다.
조합이고 나발이고 내가 카이팅해서 다 때려잡는다는 마인드.
그것이 없다.
할 수가 없다.
초중반에 조급한 원딜 유저들은 은연중에 알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후반에 캐리한 기억이 적으니 초중반에 속도를 내려한다는 간단한 이야기다.
─JMT1201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게 팀 오정환 아님?
"그렇긴 하죠. 근데 코물쥐 님도 변화를 추구한다고 하시니까."
<…….>
?주제 파악 세게 시키누
?원딜 왕자가 아니었어?
?'숟가락'
?원딜 왕자도 왕자Zl도 아니지……
초중반에 액셀을 밟기 적합한 코스가 아니다.
여기저기 부딪히게 돼있고, 이는 곧 남탓으로 연결된다.
'그냥 네가 존나 못하니까 남탓이 많은 거야.'
원거리 딜러.
소위 말하는 숟가락들이 가진 특징이다.
게임 이해도가 가장 낮다는 특성까지 더해지면 설명하다가 지친다.
다행히 그 점은 완화되었다.
지난 LCK기간 동안 어깨너머로 배운 게 있다.
눈치 빠른 원딜러로 키우기 위해 여러모로 고생했다.
<아! 저 바쁜 일 생겼어요.>
"?"
<서은이가 헤헤……. 저 점심에 혼자 밥 먹을 거면 같이 먹자고.>
"하."
현실 쪽은 아직이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말을 듣게 하는 것이 썩 어렵지는 않다.
"제가 전화해서 서은이 보고 님 만나지 말라고 할 거예요."
<님이 뭔데요.>
"내 팬클럽 회장."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오정환 팬클럽 회장이야^^
?감히 코망이랑 밥을?
?머릿속에서 손자 보고 있었는데 그걸 끊누
코물쥐로서는 안타까울 수 있지만 내가 지시한 내용이다.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톡을 보내라고 했다.
'딱히 거짓말도 아니야.'
방송만 잘 맞추면 한 끼쯤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물론 데이트가 아닌 비즈니스 성격에 가까울 것이다.
"집중을 하고 들으세요."
<네!>
"진작에 좀 그렇게 하지. LCK때 이 X새끼야! 갑자기 빡치네."
<…….>
드물지도 않은 일.
여캠과 남자 BJ의 합방은 대부분 그렇게 성사된다.
코물쥐에게도 경험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곧 보라지.'
보라라는 것이 별 게 아니다.
밖에서 밥 먹는 방송을 하면 먹방이자 보라가 된다.
여자랑 하면 합방.
둘 사이에 썸이 있으면 스토리텔링.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성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님은 원딜이 사기라는 것부터 알아야 돼요."
<아, 듣다 듣다 진짜! 사기면 님도 하든가!>
"내가 원딜로도 잘하면 님은 뭐 먹고 살아요."
<…….>
?그건 맞지 ㅋ
?어딜 말빨로 정환이를 이기려고
?깝치지 말자 지완아……
?지건 맞을 때가 그나마 나아
게임 실력부터 말이다.
BJ를 하다 보면 문어발처럼 콘텐츠를 확장하게 되지만, 그 말이 자신의 근본을 잊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적당히 못하든가 아오.'
너무 개발같이 못하니까 잔소리를 하고 싶잖아.
그런 주제에 남탓은 입에 달고 살아서 나쁜 영향력은 엄청나게 끼친다.
"왜 원딜이 사기냐면 딜이 곱연산이에요."
<그야 치명타니까…….>
"근데 님이 쫄아서 수은, 가엔 올리는 순간 합연산으로 단단해지는 탱커에게 딜이 안 박혀요."
<그래도 가야 되는 상황이라는 게 있는데;;>
흔히 하는 실수다.
아픈 건 누구나 싫으니까.
사실 진짜 문제는 이 다음에 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코물쥐의 리플레이.
적당한 거 아무거나 틀어도, 안 봐도 비디오인 수준이다.
앞라인 싸움에서 아군이 패퇴한다.
<아, 봐봐! 아군 다 뒤지는데 어떻게 딜각을 잡으라고 어?!>
?아니 이건 변명각 주는데
?코물쥐 뿔났눜ㅋㅋㅋㅋㅋ
?딴 리플 틀자
?앞라인 다 쓸리네…….
얼핏 그렇게도 보인다.
원딜러가 자신이 가진 책임에서 탈피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면 말이다.
'수은이 있잖아.'
수은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분명히 있다.
문제는 간 상황에서, 안 간 것과 똑같은 포지셔닝을 잡는 것이다.
"진짜 흔히 착각하는 건데 수은이나 딜방템은 안전장치가 아니에요."
<네?>
"안전템 들고, 안전한 위치에 또 있잖아. 그래서 님 포지셔닝이 개X쓰레기라는 거예요."
<…….>
리스크 있는 포지셔닝을 잡고 어그로를 끌어야 한다.
나 수은 있는데?
니들 나 물면 한타 지는데?
그런 배짱을 가지고 한두 대 더 치는 것이 한타의 승패를 가른다.
─아군만 뒤졌습니다!
적 더블 킬!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무난하게 쓸린다.
예나 지금이나 안정적인 선택만 골라서 하면 팀운이 좋지 않은 이상 지게 돼있다.
"버스 승객이야 그냥. 절대 리스크 있는 플레이 안 해. 딜각도 창의적으로 못 잡아. 이래 놓고 게임을 이기기 바란다고? 내가 결승전에서 이렇게 했으면 한 세트라도 이겼을까 이 X새끼야?"
<…….>
?갑자기?
?감정 남아있었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정환이가 줄타기 안 했으면 무적권 졌지
?너무 입롤 아닌가
당연히 입롤이다.
심화판 중에서도 심화판으로 굉장히 어려운 플레이임이 맞다.
'근데 그 입롤을 못할 거면 프로게이머를 왜 목표로 하냐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매드무비를 찍는 것은 실력이고 재능이지만, 이 사실을 인지하고 플레이하는 것 정도는 범인도 할 수 있다.
하고 말고가 천지 차이.
정말 잘하고 싶다면 해야 한다.
처음부터 다1에서 하면 힘드니까 양학에서 해보라는 의미였다.
"이제 다1도 아닌가?"
<저 마음만 먹으면 다1은.>
"마음만 먹으면 챌린저 찍는다는 사람이 채팅창에만 최소 1만 명이에요."
<…….>
헬렐레 하라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만큼 가르쳐주는 것도 콘텐츠로 감안하고 있었다.
'어려운 개념이긴 해.'
미드 탈론 교수님의 2023년 저서 '당신이 숟가락인 이유'가 출판되기 전까지는 프로 선수들도 잘 지키지 못했다.
미래의 개념이기 때문에 어려울 만도 하다.
<제가 최근 좀 마음이 붕 떠있었던 감이 있었어요. 욕을 하도 먹어 가지고…….>
"또 남탓이야?"
<아니, 여캠이랑 합방을 하는데 어떻게 긴장을 안 해 이 코새끼야!>
?슬슬 빡쳤네 ㅋㅋㅋㅋ
?코새끼는 ㅇㅈ이지
?코물쥐도 밟으면 꿈틀함 ㄹㅇ
?의식하고 있었구만??
하지만 배우기만 하면 확실히 쓸모가 있다.
공식을 한번 훑어보면 자기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짜는 이다음이긴 한데.'
진짜로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내가 프로에서 손을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른바 '자기 객관화'라고 부르는 능력 말이다.
"앞서 말한 걸 하기 위해서는 대충… 알죠?"
<스킬 계산 같은 거 잘하죠. 아니, LCK는! 얘들 다 괴물인데 그리고 원딜 잘 무니까 좀 사릴 수밖에 없었던 거지…….>
두루뭉술한 철학적인 개념이지만, 게임으로 한정한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플레이할지까지 계산한다.
'그래서 프로, 게이머지.'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버리는 부분 없이 최적화시킨다.
그래야 비로소 능력을 100% 활용할 수 있다.
─좋은꿈을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거 너무 ^꿈^만 같은 소리 아님?
<그걸……, 할 수가 있어요? 현실적으로?>
"저는 못한다기보다는 가끔 하죠. 컨디션 좋을 때."
?진짜 현실 속의 게임이네
?오…… 병신 같지만 멋있어
?우승의 비결 ㄷㄷ
?그저 ^꿈^
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반대로 말을 하면 지나친 최적화는 컨디션 난조로 인한 실수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나같이 감정적인 인간은 그게 안 되지.'
나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탑급 프로게이머들은 전성기가 극히 짧다.
피지컬 저하, 감정의 기복, 메타의 변화 등으로 조그만 균열이 생기며 무너진다.
자기 객관화가 필수인 이유이기도 하다.
세부 조정을 통해 완벽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이는 천부적인 재능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님도 안 되면 그게 대체 누가 돼요?>
"글쎄요. 예를 들면 고전파라든가."
<4강따리잖아 걔는! 그런 거품 새끼를 빨고 있네.>
아님 말고.
* * *
동시각.
?ㅁㅊ 이걸 진짜로 한다고? ㅋㅋㅋㅋㅋ
?개아프겠다
?피 나오는 거 혐……
?쓸 일 없는 남자라 다행이누 ㅋㅋ
구태일의 방송은 진행되고 있다.
시청자 1만을 걸고 한 공약을 이행한다.
'아오, 시……. 미리 뚫어 놨는데도 아프네.'
낚시 바늘로 젖꼭지 피어싱 하기.
평소 페북에서 하던 자극적인 기행이다.
팔로워의 관심을 모으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파프리카TV에서도 고스란히 먹히고 있다.
시청자 수 1만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LoL) 코물쥐. 소년은 울면서 성장한다」_ ?12, 891명 시청「보라) 구태일. 시청자 1만 달성 시 낚시 바늘로 젖꼭지 피어싱합니다」_ ?9, 520명 시청
실시간이다.
SNS와는 시스템이 상이하다.
볼 거 봤으면 다른 방송을 찾아가도 된다.
좋아요처럼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의 지속성이란 측면에서 영양가가 부족하다.
반작용이 크게 온다.
최고 시청자 1만 2천 명을 기록했지만, 어느샌가 4천 명이 빠져 나간다.
─참기름볶음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코물쥐한테도 따이눜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 새끼야?"
?빡침? 빡침? ㅋㅋ
?때려보든가
?응 무빙으로 다 피함~
?ㅊㄲㅇ
그리고 비교 문화.
특히 보라판에서는 일상적이다.
SNS보다 훨씬 경쟁적인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
제아무리 병맛 기행으로 팔뚝이 굵은 구태일이라도 컬쳐 쇼크를 경험한다.
BJ라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아니, 이미 충분한 건 사실이다.
시청자 1만 명은커녕 그 절반만 돼도 대단하다.
그 정도로 만족할 만한 그릇과 성격이 아니었을 뿐이다.
'훨씬, 훨씬 더 어그로 끌릴 만한 짓을 해야 돼. 철꾸라지 형님처럼.'
지능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실행할 수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흥미를 끌 수밖에 없는 독특한 행위.
자신의 전매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다.
슬슬 방송이란 것에도 적응했다.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