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화
관심은 항상 양날의 검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구태일 코물쥐한테도 따이눜ㅋㅋㅋㅋㅋㅋㅋㅋ +2
─코물쥐 왜케 컸냐? [3]
─페북스타<< 이거 X거품 아님?? [10] +20
─이 사람, 코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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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꾸라지의 복귀와 함께 보라판은 다시 활성화되었다.
그에 따라 안 좋은 쪽의 문화도 부활하고 있다.
─구태일 방송은 그냥 원툴임
[코물쥐한테 시청자 수 따인 캡처. jpg]
병신짓 하기 원툴 ㅇㅇ
페북 급식들한테나 먹히는 삼류지
이 새끼가 스타성 있으면 레고 처먹는 세 살짜리 우리 사촌 동생도 장래 유망하다 └방송감 ㅈㄴ 없긴 하더라 └아직 철꾸라지랑 비교할 급은 아니짘ㅋㅋㅋㅋㅋㅋ
└진짜 급식픽
└데프트도?
보라판의 일례 행사.
인기BJ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품평한다.
현재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 가장 많은 언급 빈도를 자랑하는 것은 둘이다.
철꾸라지의 파트너인 구태일.
오정환의 지인이라 할 수 있는 코물쥐.
파프리카TV 최대의 양 팬덤이 싸우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
─코물쥐야말로 오정환 빨대 원툴이지
방송 데뷔부터 러너리그 빨대
LCK 우승??
본 새끼는 알겠지만 원딜러 탈주해도 이겼음
밈이라고 미는 것도 흐에? 기모링? 개억지밈 ㅋㅋ
그딴 거 따라하는 새끼 있으면 죽탱이에 주먹 꽂는다
온전히 자기 힘으로 페북 스타된 구태일이랑 비교하는 건 양심 털렸지 └오정환 라인이네
└죽탱이는 ㅇㅈ
└철빡이 새끼들 왜 이렇게 화났누 ㅋㅋ
└기모띠는 억지밈이 아니고?
이른바 '라인'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전쟁이 나기에 앞서 탐색전의 역할도 겸한다.
신경을 긁는 글들이 올라온다.
보라판에서는 일상과도 같은 광경이다.
이러한 국지전이 벌어지는 가장 큰 목적은.
─철빡이 새끼들 오랜만에 복귀하니까 혀가 길어지네 ㅋㅋ대통령은 지지자 수로 말한다며 X새끼들아!
시청자 수 따이면 진 거지 억지 부리고 있어
내가 ㄹㅇ 이 말 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개추
└누구 팬인진 몰라도 철빡이들한테 쌓인 게 많나 보넼ㅋㅋㅋㅋㅋㅋ└조용히 올라가는 추신수 ㅋㅋ
└오늘부터 구태일은 코물쥐 아래다 ^오^
당연하게도 승자를 정하기 위함이다.
서로의 화력이 맞붙고, 한쪽의 판정승이 정해지면 이후부터는 일방적인 조리돌림이다.
'아니, 이 시X 새끼들이…….'
방송이 끝난 이후.
반응을 보기 위해 개인 방송 갤러리를 눈팅 하던 구태일은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생각과는 너무도 다르다.
아예 예상도 하지 못했다.
듣도 보도 못한 웬 코만 큰 쥐새끼한테 자신이 밀리고 있다.
"이 새끼들아 내가 욕먹고 있잖아!"
"형이 아까부터 징징대니까 저희도 원호 글 쓰고 있는데 얘네들이 한두 마리가 아닌 걸 어떡해요?"
"형도 같이 써요 그럼!"
"……."
열불이 터진다.
어떻게 반박글을 쓰고, 추천도 눌러서 여론을 바꾸고 싶지만 그게 안 된다.
'시X 새끼들이 나 싸움 못한다고 무시하나.'
같이 사는 직원 동생들에게까지 한 소리 들으니 설움이 북받친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욕만 먹는 신세.
"진짜 안 돼?"
"리젠이 쩔어요. 글이 1분에 수십 개씩 올라오는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반박해요."
"맞아. 삭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페북이랑 달리 삭제도 안 된다.
자신을 욕하는 불특정 다수 유저들을 눈뜨고 볼 수밖에 없다.
─진짜 구태일 이 새끼처럼 살지는 않아야겠다
아무리 돈 번다곤 하지만
자기 학대하고 얼굴 팔면서 돈 벌면 현타 씨게 올 듯ㅋ└살기도 힘들걸
└어지간한 병신도 저렇게는 안 살아
└그만큼 심하다는 거겠지~
└ㅊㄲㅇ
사실 당연하다.
커뮤니티에서 맨날 여론전이 일어난다.
대기업급 BJ들끼리 맞붙는다면 반드시 물밑 싸움이 따른다.
그것이 없다.
구태일은 아직 보라판을 모른다.
수동적으로 도와주는 일부 철빡이들을 제외하면 그의 팬덤은 없다시피 하다.
'아니, 시발 그래도 내가 급이 있는데.'
굴러온 돌의 신세.
구태일이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그 정도다.
철꾸라지에게 들은 것이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북에서의 짬이 있다.
인기를 모으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를 실천할 실행 능력도 갖추고 있다.
자신감도 말이다.
"내가 무시를 당해야 되겠냐? 진짜."
"에……."
"당하면 기분이 안 좋죠."
"진지하게 좀 생각하라고!"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고 끝날 일.
어처구니없어 시도도 안 해볼 기행.
그것을 자신이 대신해 준다면 가능할지 모른다.
* * *
보라판의 싸움.
BJ 본인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일은 오히려 드물다.
'원래는 이게 더 일반적이지.'
1년 전까지의 나 혼자 방송을 했다.
봄이가 있기는 해도 아무래도 미성년자다.
나의 크루라 할 만한 것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공격도 나에게 집중됐지만.
<이이잉……, 기모링.>
"힘이 없는 기모링이네요."
?모기가 앵앵 대네
?기운 빠진 모기 ㅋㅋ
?요즘 코물쥐 힘들대요
?코가 더 커지기라도 함?
1년 전과는 다르다.
나의 크루가 있고, 그들에게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
'기왕 당할 거면 상대적으로 잘려도 부담 없는 쪽이 낫지.'
LCK에서 원딜로 그랬듯이 말이다.
그와 마찬가지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서 자꾸 이상한 쪽지랑 메일이 와 가지고 못 살겠어 진짜…….>
"그럼 나가 뒤지든가요."
<안 되지! 오늘 데이트 있는데. 아!>
코물쥐에게도 아쉬운 상황은 아니다.
서은의 흑기사를 자처한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땅콩맛초콜릿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코물쥐 이 새끼 진짜로 손주 보고 있었누 ㅋㅋ
<…….>
"밥 먹는 것도 어찌 보면 데이트가 맞죠. 큰 틀에서 봤을 때."
?ㅋㅋㅋㅋㅋㅋㅋ
?코물쥐랑 코망이 사귀나요??
?정보) 코코망이와 코물쥐는 3시에 야방 예정이다
?데이트래 와 ㅅㅂ 이불킥 마렵네
실제로 힘든 일이다.
불특정 다수.
대체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인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조사하고, 욕을 하는 등.
'본인만 행복하면 됐지.'
무슨 일이든 행복이 가장 우선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코물쥐에게도 절대 나쁜 상황은 아니다.
<진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서은이 뭐 좋아해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님이 님 팬이라며!>
본인도 굉장히 의욕이 넘친다.
서은이와의 합방을 통해 천천히 단계를 높여 방송에 적응시킨다.
<아, 나 진짜 뭐 입고 나가냐.>
"뭘 입어도 코밖에 안 보일 텐데."
<무슨 코가 얼마나 크면……, 신발 그거 내 얘기잖아!>
?당연히 니 얘기지
?겁나 행복해하네
?ㄹㅇ 둘이 썸 타는 거 아님? ㅋㅋ
?코물쥐 장가간다~
그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라에 대해 모르다 보니 의심도 없이 순순히 받아들인다.
'오후 3시면 구태일이 방송을 켤 시간대지.'
대립 구도가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보라판의 화제에 기름이 부어지며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슬슬 방송 끌 테니까 화이팅 하세요."
<아니, 내가 딱히 의식하는 게 아니고 그냥…….>
시청자도 몰아준다.
* * *
파프리카TV.
실시간 시청자 수가 적나라하게 비교된다.
그 시스템은 분명 1위와 2위의 경쟁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
─보라콘크리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말로 불로 조짐? 라이터로 비비는 거 아니고?
"아 형님들 저 장난 안 합니다~ 구태일이에요. 구태일!"
?왜 화를 내
?구태일이 뭔데?
?페북판 철꾸라지 있음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방 급식 비율 높네
구태일로서는 애가 탄다.
애당초 자신의 목표는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코쟁이 새끼가 아니었다.
'저런 새끼는 가뿐히 찍어 누르고 오정환을 손봐야 되는데.'
철꾸라지에게 귀가 따갑게 들었다.
자신이 존경하는 그가 아주 이를 갈면서 싫어하는 대상이다.
방송 시청자 수든, 영향력이든, 인기든 모든 분야에서 찍어 누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찰칵!
라이터를 켠다.
그 불길을 움직인다.
자신의 젖꼭지에 몹쓸 짓을 저지른다.
?와 씹ㅋㅋㅋㅋㅋㅋㅋ
?찐으로 미친놈이네
?피ㅏ커피ㅏㅓㅊㅁㅁ;아ㅓ;ㅁ
?개아프겠다;;
페이스북 공약으로 사흘에 한 번씩은 하는 일.
개인 방송은 매번 해야 하다 보니 가성비가 안 맞긴 한다.
'아오 시발.'
당연히 아프다.
생살을 지지는데 당연하다.
하지만 워낙 자주 하다 보니 썩었다.
통각이 매우 무뎌졌다.
신체 부위에서 가장 재생도 잘되는 부위라 한동안 조금 아프고 마는 정도다.
─미친놈좋아함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철꾸라지 수제자 할 만하다 미친놈ㅋㅋㅋㅋㅋㅋ
"미친놈 형님 1000개 감사합니다. 제가 한 번 더 앙코르로…… 아뜨뜨!"
?앙코르 ㅇㅈㄹㅋㅋ
?뜨거운 건 아네
?리액션에 미친놈
?몸 안 아끼는 자세는 좋다!
그 보람.
즉시 입금이 되니 방송할 맛이 난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이 다음부터였다.
「보라) 코물쥐. 야외방송 (머리 깎기 전) ? 잘생김 주의」_ ?13, 891명 시청「보라) 구태일. 시청자 1만 명 달성 시 라이터로 젖꼭지 조지겠습니다」_ ?10, 270명 시청
자신의 신체까지 내건 공약이 무색하게도 뒤처진다.
코물쥐의 방송이 이번에도 구태일을 압도하고 있다.
"와 코물쥐다!"
"그 존나 못한다는?"
"지완 형 코에 500원짜리 들어가요?!"
"안 들어가 이 새끼들아~!"
방송 내용은 완전히 담백함에도 말이다.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코물쥐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코가섰어요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만나기 전에 코 좀 가라앉히자 ㅋㅋ
"어, 500개? 와 감사합니다! 근데 코는 원래 이래."
?에이 설마
?원래 그런 코가 어딨냐고 ㅋㅋ
?팩트) 500원짜리 5개 들어감
?오늘은 진짜 코가 섰네
스토리텔링.
단순히 산보를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만 박혀있던 그가 갑자기 차려 입고 나온 이유가 있다.
"지완아!"
"어, 어 서은아……."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음 같아서는 똑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목구멍이 턱 막혀서 나오지 않는다.
"오랜만이지? 그치?"
"아니, 뭐 헤헤……."
"나 그거 해줘 그거. 흐에."
"흐에?!! 이이잉~ 기모링~~♪"
?이걸 그냥 해줘??
?친구비 안 주면 절대 안 하면서 ㅅㅂ
?코망이 너무 예쁘고~
?데이트 한다고 신났네^^
방송을 하게 된 과정이 있다.
단순히 공지를 하고 만난 것뿐만 아니라, 지난 방송까지 전부 밑바탕된다.
─코물쥐×코코망이 야방 졸라 귀엽넼ㅋㅋㅋㅋㅋ
이건 풋풋한 것도 아님
남자 쪽이 완전 찐따라 보는데 손이 근질근질함
이런 썸은 ㅅㅂ 역으로 신선하네
└여자쪽이 다 맞춰줌ㅋㅋㅋㅋㅋㅋㅋ
└코망이는 인싸 같던데
└재밌냐? 나도 간다
└얘네 겜할 때부터 티키타카 재밌었음
이는 감정선으로 표출된다.
이미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모르는 시청자들도 눈치를 챈다.
실시간 방송의 묘미.
'…….'
그 경험이 적다.
지난번과 똑같이 당하고 있다.
자극적인 행위로 순간 시청자는 높이지만, 결국 지속성에서 따라잡힌다.
〔구태일의 방송국〕
─진짜 대신 다 해줌?
─콘텐츠도 또라이 같넼ㅋㅋㅋㅋㅋㅋㅋ
─태일 형! 택시 공짜로 타고 튀기 가능??
─콘텐츠 아이디어 제보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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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더 많이 하면 된다.
부족한 아이디어는 수많은 시청자들에 의한 집단 지성으로 해결한다.
"형님들 제가 택시 공짜로 타는 방법 보여 드리겠습니다! 흐흐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구태일이 첫 야외 방송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