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53화 (453/846)

453화

딸랑~ 딸랑~ 딸랑~♪

미용실 특유의 종소리.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온다.

"커트하러 왔는데요."

"네, 앉으세요~"

미용사 아주머니가 반가운 목소리로 맞이한다.

남자는 그대로 착석.

메리야스 하나 덜렁 입은 휑한 차림이 어딘가 불안하다.

"겨드랑이 털 커트해 주세요."

"네??"

"겨드랑이요. 겨드랑이. 여~ 기."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난다.

수북한 검은 털로 뒤덮인 자신의 겨드랑이를 의도적으로 노출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어우! 안 해요! 나가세요!"

"어, 왜 안 해요?"

"안 해요. 안 하니까 나가세요! 무슨 겨드랑이털이야……."

―당연히 안 하지

―아지매 빡쳤눜ㅋㅋㅋㅋㅋㅋㅋ

―겨털은 무슨 컷함?

―튀어!!

상식을 벗어난 기행.

구태일의 방송에서는 매일 펼쳐진다.

아주머니의 언짢은 꾸중 소리와 함께 미용실에서 쫓겨난다.

「보라) 구태일. 시키면 한다! 미용실에서 겨털도 깎아주나?」

_ ?15, 891명 시청

그와 반비례하게 시청자는 올라간다.

지상파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도덕적 개념에 완전히 어긋나는 방송.

─구태일열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구태일! 구태일! 구태일! 구태일! 구태일!

"참나 이 집 서비스 개판이네. 이렇게 해서 장사를 어떻게 하겠다고~"

―와 ㄹㅇ 제대로 미친놈

―겨드랑이털 깎던 걸로 머리털 깎으면 장사 되겠냐고……

―이런 미션을 1000개로 해주네

―구태일 ㄹㅇ 개혜자임 ㅋㅋ

자극적인 방송은 치트키스러운 측면이 있다.

구태일의 방송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평소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크~ 태일이 이 새끼 철꾸 수제자 자처할 만하네."

"자처가 아니야. 철꾸라지 형이 직접 말했을 걸?"

전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심익태의 휘하에 있는 직원들.

업체에 속한 BJ들을 관리해준다.

〔개인 방송 갤러리〕

─구태일 폼 미쳤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기 삼대장 구태일 확정이다

─방금 미용실 아지매 표정 가관임 ㅋㅋ

─니들 뭘 그렇게 재밌게 보냐? [3] +2

사람은 귀가 얇은 동물이다.

주위의 평가에 쉽게 흔들린다.

긍정적인 글과 반응을 올리는 것으로 해당 BJ의 평가도 올라간다.

물론 기본적인 것이다.

다른 보라BJ들은 원래부터 해왔다.

그러한 보라판의 베이스를 손에 넣고.

─바람잡이계정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태일이 형 이렇게 고생하는데 풍 진짜 안 터지네 ㅠㅠ

"아아아아악!! 바람아 500개 고맙다! 이 새끼들은 날 광대로만 알아서……."

―ㄹㅇ이지 태일이는 그냥도 받을 만함

―옆에 행인들 돌아보는데? ㅋㅋ

―미친놈인 줄 알겠네

―팩트) 미친놈이 맞다

바람잡이의 프로들이기도 하다.

이렇듯 삐끼짓을 해주는 것과 안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태일이형은 삐끼풍도 리액션을 찐으로 하네."

"모르는 거 아냐? 멍청해서."

"그러게."

실질적인 수익이 최소 3배, 많으면 10배까지도 난다는 데이터가 있다.

무엇보다 판 자체가 커진다.

오가는 돈의 단위가 올라간다.

큰손들이 오게 되고, 잘 나간다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구태일 팬톡방〕

「와 많이 늘었네」

「이번 달 안에 500명 찍겠누ㅋㅋㅋㅋㅋㅋ」

「100번 이하 꿇어라」

「태일이가 요즘 대세 BJ지ㅋ」

「페북 유입 미만잡」

이는 곧 팬의 유입으로 연결된다.

이 팬톡방을 기반으로 직원들은 여론을 훨씬 수월하게 주무를 수 있다.

'이게 방송이지! 이게 내가 생각하던 파프리카TV지!'

심익태를 등에 업은 구태일로서는 신이 난다.

이전처럼 자질구레한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우리가 밀어줄 테니 온전히 방송에만 집중해라.》

설마 했는데 정말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소의 수익 분배가 있기는 하지만, 수익 자체의 총량이 늘어났다.

이전보다 더 버는데, 편한 건 훨씬 더 편하다.

구태일은 점점 더 방송에 재미가 들린다.

파프리카TV에 대강 정착한다.

치지직!

그렇게 신바람이 나던 어느 날.

심익태에게 연락이 온다.

서울의 한 고깃집에서 식사 자리를 가지기로 했다.

"형님 덕분입니다!"

"오~~ 싹수가 있네."

"싸가지 없다고요?"

"아니, 이 멍청……. 됐다. 잔이나 받아라."

받아 드는 소주 한 잔.

지글지글 익고 있는 한우.

알코올이 조금 더 들어가자 밀담을 나누기에 적합한 환경이 된다.

"요즘 애들은 정말 지 잘난 줄만 아는데 넌 좀 다르다."

"제가 존경하는 철꾸라지 형님이 존경하는 형님이신데 당연히 상전처럼 모셔야죠!"

"그래, 좀 멍청……. 아니, 부지런하면 됐지. 그 초심 잃지 마라."

"네, 형님의 형님!"

보라BJ는 다다익선이다.

인기가 있고, 파급력이 있고, 새삥이라면 더더욱.

심익태는 흡족스러운 얼굴로 술잔을 계속 채워준다.

'한창 여자에 목마를 나이일 거 아니야.'

사심만큼 여캠 띄우기에 좋은 게 없다.

짭꾸라지라는 안 좋은 선례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있다.

지금까지 여캠과 얽힌 적도 없으니 시청자들의 호응도 좋을 것이다.

보라의 쇠퇴와 함께 주춤했던 수익성을 추구할 때다.

"방송에 적응 좀 했지?"

"하다마다요! 저 요즘 방송만 켜면 반응이 너무 좋아 가지고 헤헤."

"이제부터 너도 본격적인 일을 맡아봐야지."

"네? 일요?"

"여캠이랑 방송하고 싶다며?"

"하고 싶죠오~!!"

구태일의 성장세에 날개가 달린다.

* * *

최근의 방송.

─적을 처치했습니다!

무난하게 지내고 있다.

크루원들에게는 신경 쓰고 있지만, 나 자신만 따지면 그러하다.

'섣불리 뭔가를 하기엔.'

상대를 자극할 우려가 생긴다.

안 그래도 칼을 갈고 있는 놈들에게 싸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 살얼음판.

폭풍 전의 고요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안팎으로 정보를 수집 중이다.

〔빡대가리들〕

「거기서 철꾸라지 봤대요!」

―그래

「어떤 아저씨랑 중요한 이야기 했다던뎅」

―내용은?

「잘 모름!」

「모르겠대요」

―ㅋㅋ

「ㅋㅋㅋㅋㅋ」

「ㅎㅎㅎ」

클럽에서 만났던 애들.

가끔씩 알짜 정보를 가져다준다.

정말 딱 알짜만 있어서 내용이 부실하지만.

'척하면 착이지.'

타이밍만 알아도 대략 짐작이 간다.

구태일을 밀어줄 생각 같았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파앗!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나는 내 방송을 한다.

라인 백업을 온 적 정글 쇈을 향해.

사앗……!

후욱―!

W로 밟고 사슬을 잇는다.

그러자 쇈이 나를 향해 도발을 그어온다.

"잡았죠?"

―?

―이게 킬각이야?

―와

―그건 제 그림자입니다만 ㄷㄷ

W를 재사용하자 허공을 긋는다.

사슬이 그대로 팽팽하게 이어지며 인장이 터지고 침묵 상태로 만든다.

'좀 뻔하긴 해.'

도발 욕심이 난다.

맞히기만 하면 포탑 공격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의식해서 피하는 순간.

치지직!

톡! 톡!

품 안으로 파고 들어온 셈이다.

평타 두들길 시간이 넉넉하게 나온다.

점화를 걸고 숟가락 살인마처럼 잡아낸다.

─오정환 님이 학살 중입니다!

솔로랭크.

내 메인 콘텐츠다.

프로를 안 하는 것과 별개로 당연히 게임은 하고 있다.

─쓰레기형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클끼리는 솔랭에서도 트롤이넼ㅋㅋㅋㅋㅋㅋ

"에이, 사람이 살다 보면 쌀 때도 있죠."

―대회에서도 싸는데?

―얼밤의 구멍

―ㄹㅇ 클끼리는 슬슬 은퇴해야지

―진짜 나머지 선수들 발목 잡고 있음 추하게

인기가 있기도 하다.

프로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조금 애석하신 분도.

'근데 꼭 그렇지만도 않아.'

얼밤의 정글러 클끼리.

쌀 때는 확실하게 싸시는 분이다.

그 빈도가 잦아지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 말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진짜 못하는 것 같은 선수가 의외로 중요한 경우는 롤판에서 심심찮다.

[08:30] [전체] 백정환 (리심): 오정환이 은퇴각 잡아주네

[08:33] [전체] 적미드 (카서트): 은퇴각ㅋㅋㅋㅋㅋㅋㅋㅋ

[08:37] [전체] 숟가락 (배인): 요즘 시대에 쇈정글은 선 넘긴 했지 ㅋ

실제로 클끼리의 은퇴 이후.

얼밤은 장기간 하락세에 접어든다.

꼭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승리』

클끼리의 헌신으로 게임을 가볍게 승리한다.

평소와 별다를 거 없는 솔로랭크 방송을 진행 중이지만.

─LCK0707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너무 아쉽다 프로 계속하지 ㅠㅠ

―은퇴 왜 했지

―지금 고전파가 빈집털이 중이던데

―얼밤, 불밤 퇴물돼서 상대 아무도 없어

―SKY T1 같은 듣보팀도 무적 소리 들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 가지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했던 일이 많은 만큼 스토리텔링은 가만히만 있어도 짜인다.

─하와와팬클럽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방학인데 봄이는 언제 오나요 ㅠㅠ

"100개 감사합니다. 봄이는 봄방학에 오겠죠. 농담이고, 지금 꽉 잡혀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헝

―공부할 때긴 하지 ㅋㅋㅋ

―진짜 봄방학에만 오게 생겼네

―봄이 고2 꺾임 ㄷㄷ

가만히만 있어도 충분히 바쁘다.

철꾸라지와 구태일의 시시껄렁한 야욕에 참견할 시간이 없다.

'준비는 잘되고 있고.'

한 번에 착화를 시켜야 하다 보니 느긋하게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 방송을 하며 말이다.

"봄이야."

<허엉……, 저 너무 힘들어요.>

ㅋㅋ

큐 돌리는 중간.

오랜만에 봄이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기 너머로 잔뜩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기숙사 학원에서 밀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남은 1년은 빡세게 하기로 약속했나 봐요."

―기숙사 ㅋㅋ

―진짜 졸업 1년 남았네

―와 기숙하는 학원은 진짜 빡센데

―봄이 불땅해

방학을 맞이해 살판이 나기는커녕 갇혀 있다.

기숙사제 학원에서 스파르타식 공부를 하고 있다.

'원래 그래.'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거의 대부분 그런다.

봄이라고 특별히 예외를 둬서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ㅋㅋ

마음처럼 안 돼서 문제다.

우리 봄이가 힘들어 하고 있으니 나도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

<방학에도 학교를 다녀야 하는 거예요…….>

"그래."

<방학이 끝나면 또 학교를 가야 되는 거예요.>

"그렇구나."

<학교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거예요!>

―웃참 실패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아직도 있구나

―ㄹㅇ 저때는 감옥인 줄 알았지

ㅋㅋ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어디서든 굶어 죽을 일은 없는 아이다.

'얼마나 커여워.'

가끔씩 통화만 해도 콘텐츠가 된다.

이렇게 노가리를 까며 무난하게 방송을 하고 싶다.

마음처럼 안 될 뿐.

나로서는 판을 벌리기 싫다.

그것이 걸려오는 시비를 마다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속보) 구태일 리아 따먹겠다 선언

―방장아 채팅창 좀 봐라

―파프리카 4대 여신을 건드네

―ㅊㄲㅇ

채팅창이 다소 소란스러워진다

동네 방송인 파프리카TV의 특성상 드문 일은 아니다.

옆집 일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 자체는 그럴 수 있지만 다소 선을 넘는 경우도 생긴다.

─보라애청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대놓고 섹드립 박는 미친놈이던데 정지 안 시킴?

"그러게요. 공교롭게도 저도 한 명 아는데."

―아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미꾸라지'

―구태일은 진짜로 미친놈임……

―자기소개 맞죠?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내 체면에도 연결되는 일이다.

나의 크루 소속인 BJ를 건드려온 셈이니까.

'주제 파악 정도는 시키는 게 좋겠지.'

후배 BJ의 교육이 조금 필요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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