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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455화 (455/846)

455화

여자.

매년 예쁘다고 소문난 애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델 중에도 있고, 연예인 중에도 있고 뭐 많잖아.'

그런 여자들이 과연 특별하게 예쁠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물론 예쁜 것이 맞지만, 그 정도는 사실 널려 있다.

모델과 아이돌 줄 세워 놓고 보면 비슷한 애가 한 트럭이다.

굳이 특정인이 신이 내린 미모를 가졌다고 포장할 이유가 없다는 소리다.

"리아야."

"우~"

"제대로 좀 해봐."

"이걸 뭐 어떻게 하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쏟아진다.

사실은 뭐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방송사 입맛대로 띄우는 애들일 뿐인데.

'그럼 걔네들은 과연 어떤 매력을 지닌 걸까?'

시청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아무리 방송사의 입김이 세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무언가 그럴듯한 근거가 있기 때문.

꼼지락꼼지락.

리아의 발이 나의 소중한 부분을 감싸고 있다.

긴 발가락으로 윗부분을 손처럼 잡고, 나머지 발의 발바닥으로 자세를 잡는다.

"그래, 그렇게."

"그냥 손으로 하면 안 돼요?

"안 돼."

로망.

섹시한 발은 먹히는 포인트다.

남자라면 여자의 발도 페티쉬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발이라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서.'

발은 불결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발을 만진다는 것은 특별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행위다.

그래서 연인이나 사제간에 해준다.

혹은 중세시대에 그랬듯 구두에 키스를 해 복종을 맹세하기도 한다.

꼼지락꼼지락.

그 반대라면?

리아의 발이 움직인다.

처음이라 어색한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런 재미가 있지.'

손이랑은 다른 쾌감이 있다.

촉감이 아닌 정신적인 데서 오는 그런 부류.

"언제까지 해야 돼요?"

"갈 때까지."

"아앙~ 어느 세월에 보내요."

"그보다 요즘 어때?"

"네?"

리아가 나아갈 방향이다.

최근 방송이 난항을 겪고 있다.

본인이 아닌 외부 문제에 의해.

"진짜 짜증 나요!"

"왜?"

"페북까지 와서 이상한 소리 하는 놈들 있고……."

보라판 팬덤.

특히 그쪽 애들은 지랄병이 났기로 유명하다.

구태일이 합쳐지며 그 기세에 더욱 날개가 붙었다.

시달리고 있는 리아로서는 짜증이 일 만도 하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표정 밖으로 드러날 정도로 말이다.

'그래, 그렇게 하라고.'

스스로는 인지 못 하고 있겠지만 싸늘하다.

말하는 대상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보고 있기만 해도 오싹오싹하다.

꼼지락꼼지락.

발가락에도 힘이 실린다.

윗부분을 꽉꽉 움켜쥐며 막대 부분을 꾹꾹 누르기까지 한다.

굉장히 아찔한 느낌.

"많이 화나?"

"아, 오빠한테 화내는 게 아니라……."

"좀 더 짜증을 폭발시켜 봐."

"그래도 돼요?"

"하고 싶은 말 다 해."

여자다.

말이 많은 생물이다.

듣는 쪽보다 말하는 쪽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좋아한다.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가지각색의 단어로 표현한다.

그때마다 속마음이 밖으로 드러난다.

'저 모멸감 어린 얼굴을 봐.'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툭툭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를 입을 지경이다.

만약 그 대상이 나라면.

"어디 가면 말도 못 붙일 놈이 인터넷이라고."

"응."

"무시하는데, 지가 무시받고 있다는 것도 모르나?"

"응."

상상을 해 볼수록 섬뜩하다.

리아의 발로 자극까지 더해지자 혈류가 빠른 속도로 요동친다.

'진짜 재능 있다니까.'

키가 큰 애들이 손발도 길다.

긴 발가락으로 윗부분을 쥐고 이리저리 비틀며 어떨 때는 스르르 내려 발볼로 문지른다.

밟듯이 말이다.

손이나 안쪽에 비하면 별거 아닐 자극이 상황이라는 조건에 의해 완전히 반전되고 만다.

"제발 나한테 신경 좀 끄지."

"응."

"똑같은 수준의 연놈들끼리 놀면 될 거 아니야. 진짜 확!"

힘이 들어가는 발.

내 소중한 것이 불결한 발에 짓밟히고 있다.

그 배덕감이 엄청, 엄청이다.

'물론 이쁜 여자에 한정되는 건데.'

그것에 충분히 부합되고도 남는다.

날이 서있는 리아의 표정은 내가 봐도 등줄기가 서늘하다.

꼼지락꼼지락.

평소 움직일 일이 없는 부위다.

적응을 했는지 동작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손에 비하면 거칠다.

대충인 힘 조절이, 막 다뤄지는 것으로 인식되며 쾌감을 선사한다.

"리아야."

"그 새끼가 막……, 어. 오빠 설마 하려고요?"

"잠깐만."

새하얀 발.

매니큐어가 칠해진 예쁜 발가락의 아래까지 손으로 꼭 잡는다.

움켜쥐자 딱 원하는 정도의 자극이 온다.

따듯함도.

손바닥보다 훨씬 큰 크기가 감싸고 있다.

아직도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위에 손을 얹고 꾹 조이자.

'하아…….'

터져 나온다.

억누르고, 억눌러있던 감정까지 폭발하며 서늘했던 등줄기에 체온이 돌아온다.

발 아래로 뻗어진 미끈한 다리를 감상하며 마지막까지 비운다.

시야가 더 아래로 향한다.

다리의 끝.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발 따위가 아닌 상대의 소중한 곳을 헤집고 싶다.

"아! 오빠 먼저 해버리면 어떡해요."

"왜?"

"아깝잖아요. 여기다 해도 되는 날인데 헤헤."

물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미리 준비해둔 물수건으로 발을 쓱쓱 닦은 리아가 무릎 꿇은 채 선다.

자신의 뽀얀 배를 어루만지며 어필을 해온다.

'이러면 의미가 없잖아.'

잔뜩 달아올랐던 흥분감이 팍 죽는다.

한숨을 쉬며 리아를 밀어 넘어뜨린다.

체중에 의해 깔려있음에도 표정이 밝다.

기대감에 흠뻑 젖어 웃고 있다.

완전히 포식당하는 쪽의 입장이다.

이렇게 달달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리아야."

"오빠♡"

"아까 같은 표정 지어봐."

"네? 무슨 표정이요?"

전혀 모르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큰 어금니와 발톱을 숨기고 있는지.

물컹.

살덩이를 잡아 든다.

누워서 퍼져 있음에도 볼륨감이 대단하다.

하얗고 맑은 피부 아래에 실핏줄이 비춰 보인다.

"아, 아아앙……."

힘을 주자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좀 더 힘을 주자 신음에 고통이 섞이기 시작한다.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지.'

역치가 낮다.

아니, 민감하다.

쾌감이 아닌 통증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정도.

"아파요."

"응."

"오빠니까 하게 해주는 거예요. 오빠니까."

내 손등 위에 손을 얹는다.

그럼에도 성모처럼 받아들이는 헌신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외모와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져야 돼.'

인간이 가진 외모는 결국 한계가 있다.

정말 어지간히 이뻐도, 보는 순간 몸이 불끈불끈하고 그럴 리 없다.

육체적인 외견.

정신적인 내면.

두 가지가 올바르게 조화됐을 때 비로소 포텐셜이 터지게 되어있다.

"앙! 오빠~♡"

지금은 미스 매칭이다.

너무 귀여운 반응이다.

이 자체로도 분명히 가치가 있지만.

'예를 들어 똑같은 여자라고 해도 서울대라고 하면 갑자기 더 예뻐 보이잖아.'

지적인 것 같다, 라는 정보가 추가된 것이다.

결국 외모도 시각을 통해 머릿속에서 받아들인 정보에 불과하다.

"리아야."

"네~♡"

"만약 이 손이 내 손이 아니라 그 자식 손이라면 어때?"

"그 자식요?"

"구태일."

그 세 글자를 말함과 동시에 싸해진다.

반쯤 감은 눈에는 짜증과 경멸이 가득 차있다.

"왜 그런 걸 말해요?"

"싫지?"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 감정을."

"?"

오싹오싹하다.

정말 싫다는 표정의 리아는 선뜻 내 의사를 밀어붙이기 힘든 벽을 만든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쓰다듬을 수 있다.

아직 심리적 저항감이 얕기 때문이다.

나조차 허락을 구해야 될 정도면.

"그 새끼 어때?"

"구역질 나요."

"그 하찮은 것을 쳐다보는 듯한 눈을 유지해봐."

"이, 이렇게?"

사실 표정부터가 좀 싸가지가 없다.

나에게는 워낙 마음을 허락해서 그렇지.

'처음 보면 살 떨린다잖아.'

실물이 좋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도도해 보이는 여자는 절벽 위의 꽃과 같으니까.

쪼옥―

마음대로 물고 빤다.

부드러워 깨물면 뭉개질 것 같은 입술을 삼키며 안쪽의 오아시스까지 마음껏 맛본다.

향긋해서 그대로 빨아 먹고 싶은 침을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다.

그토록 쏟아냈던 아래가 다시 단단해지려고 한다.

"이러면 안 돼."

"자꾸 애태우면 리아 삐침~"

"삐치지 말고 화를 내.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봐."

"오빠 변태예요?"

"……."

나도 모르게 재미를 봤다.

리아를 부른 이유는 딱히 안기 위해서도, 기분을 달래주기 위함도 아니다.

'오히려 기분이 안 좋을수록 좋지.'

연기.

방송과 실제 성격이 다른 연예인은 허다하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신경을 쓰는 편이 좋다.

보여주는 직업은 결국 시청자의 니즈에 맞춰야 한다.

아직 미숙하다면 기분이라는 이름의 보조 장치를 갖춘다.

"내가 네깟 놈이랑 할 것 같아?"

"꺄~ 해줘, 해줘."

"그걸 몸으로 표현해 봐."

"우~~"

조용히 방송을 할 거면 상관이 없지만, 정말 크게 되고 싶다면 세간의 풍파를 넘어서야 한다.

대중에게 인상적인 이미지를 남긴다.

'그 정도의 난관쯤은 정면으로 부수라는 거지.'

그럴 만한 스펙이 충분히 된다.

지금까지 정말 맛있게 잘 키웠다.

이제는 그 상품 가치를 더욱 높일 때.

"이렇게?"

"잘하네."

"흐응……."

"좀 더!"

고압적으로 내려다보는 눈동자에는 모멸감이 가득 차있다.

시선을 마주 보기만 해도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이거지.'

성적인 것이 아닌, 성聖적인 존재가 되는 것.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그렇게 인식되기만 하면 된다.

"하."

"재미 들렸지?"

"네 헤헤."

"그렇게 금방 풀리지 말고 얼어붙은 듯한 표정을 연습해봐."

"오빠는 그런 여자가 취향이에요?"

"그래야 보람이 있지."

"꺄♡"

사실은 살짝 힘을 줘서 밀치기만 해도 엎어진다.

침대 위에서 마음껏 체온을 느끼는 게 가능하다.

'한 번 해놔서 다행이지.'

이성을 거치지 않고 범해버릴 뻔했다.

숨이 닿는 거리에서 계속 마주 보고 있자 어느새 녹아버릴 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은 안 할 거야."

"정말?"

"정말."

"……왜 불렀어요."

싸늘하게 식는 변화도.

쉽게 달아오르는 금속일수록 담금질을 통해 이상적인 형태를 갖추기 쉽다.

좀 더 스트레스를 줄 생각이다.

짜증이 극에 달하게 만들 것이다.

당하는 대상이 고생을 하게 말이다.

"발로 하는 건 허락해 줄게."

"우~~ 전 아무런 이득이 없잖아요."

"말 들어."

"오빠, 저 안전한 날인데~"

"……."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대의가 더 중요하다.

그 정도를 감안하지 않고 불렀을 리도 없다.

"얌전히 오빠 말 들어."

"……치사해."

"일 다 끝내면 기분 풀어줄 테니까."

"치."

재미를 보는 날은 잘 기억하고 있다.

토라진 리아의 입술을 살짝 빨며 달래준다.

쪼옥―

정말로 하고 싶은 듯 안달이 나있다.

짙은 페로몬을 뿜어오는 땀과 침에 넘어갈 것만 같다.

긴 팔과 다리로 꼬옥 안아오며 부벼 대는 가슴은 클럽 같은 데서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다.

눌리고 있는 게 맞나 몇 번이나 확인하고 싶다.

간신히 이성을 달래 입을 떼자 아찔한 표정으로 가쁜 숨을 몰아쉰다.

"오빠♡"

"안 돼."

"우~~~! 나빴어, 나빴어, 나빴어."

정말 위험한 상태다.

심기가 극에 달한 여왕님을 풀어 놓는 것은 꽤 재밌는 이벤트가 될 것이다.

"그럼 곧 생리라는 거네."

"그러니까 오늘 안아 달란 건데!"

"정확히 언젠데?"

"이틀? 하루?"

"……."

다른 재미있는 이벤트가 생길 뻔했다.

이 시기의 리아는 워낙 성욕덩어리라 하루 종일 정말 끈덕지게 매달린다.

악녀이자 색녀.

나의 취향대로 정말 잘 키웠다.

타이밍이 다소 묘한 감은 있지만.

'위험한 여자 좋잖아.'

오히려 적당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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