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56화 (456/846)

1화

사디스트

욕망.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하~ 진짜 개쩌네. 개쩔어.'

평소에는 조절이 된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참는 법을 배운다.

간혹 그것이 고장 날 때가 있다.

갑자기 성공이라는 것을 경험하면.

"진짜 합방 한 번만 하고 싶은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좀…….>

"일반적이지 않은 거 뭐?"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구태일은 거듭된 성공으로 완전히 들떠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흐흐흐.'

이전에는 손에 넣지 못했던 것들.

여자와 돈을 맛보게 되자 그 맛을 깨닫는다.

<저희는 커뮤니티랑 방송 쪽 작업 칠 테니 형님은.>

"응? 나도 해야 돼?"

"아 그렇지, 그렇지! SNS는 내 전문이지!>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게 되었다.

어떻게 더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 느낌.

아예 닿을 수 없는 것이면 모를까.

아슬아슬할 때 사람은 미쳐버리는 것이다.

『구태일』

게시물 1, 2천 팔로워 30.1만 팔로우 227

미쳐버린 짓을 애당초 즐겨한다.

파도처럼 범람하는 욕망을 제어하는 능력이 없다.

「구태일」

5분 전。

#여캠#합방#화력보태라

[파프리카TV 리아 사진. jpg]

방송 콘텐츠로 합방 한 번 하자니까 겁나 튕기네

같은 페북 출신끼리 왜 이래?

우씨!

―페북 대통령의 수청을 거절했다고??

―테러 ㄱㄱ싱각

―그년 페북 주소 어디임? 그년 페북 주소 어디임? 그년 페북 주소 어디임?

―앙 기모띠

그를 따르는 팬덤도 마찬가지.

조금만 부추기면 난장판을 일으킨다.

지금쯤 그녀의 페북에 가서 악플을 달고 있을 것이다.

딸칵!

역시는 역시.

자신의 생각대로 되어간다.

심익태는 페북의 사진을 감상하며 자신의 아랫도리에 손을 넣는다.

'오우~~ 땡기는 거봐. 겁나 만지고 싶네.'

피부도 몸매도 작살이 난다.

가슴이 무슨 젖소처럼 크고 얼굴도 예뻐서 완전히 이상형이다.

특히 운동을 마치고 난 사진.

땀에 젖은 스포츠웨어가 구태일의 그릇된 성욕을 부추기고 있다.

'쓰읍 하~ 쓰읍 하~ 하면 진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꼬장을 있는 대로 부려서 그녀가 합방을 수락하게 만든다.

─구태일급식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우리 태일이형이 대체 뭐가 부족함? 돈도 잘 벌고 유머러스하고 인기도 많은데

<아, 알았어요. 긍정적으로 고려해볼 테니 그만들 좀 하세요.>

―이걸실 ㅋㅋ

―리아님 약속한 거 맞죠??

―존버는 승리한다! 존버는 승리한다! 존버는 승리한다!

―영상 녹화 땄습니다^^

그 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백기를 들어왔고, 시청자들에 의해 제보가 왔다.

바로 쪽지를 보내 합방 예정을 잡는 데 성공한다.

공지-

『리아님에게 답장 왔습니다!!!』

기뻐하십시오 형님들!

합방 예정 잡혔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내일 밤 8시니까 오셔서 응원 좀 해주십쇼

떼를 쓴 셈이 됐지만 상관없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

여캠을 꼬실 자신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이 내가 전폭적으로 밀어준다는데.'

이미 해봤으니까.

예쁘면 예쁜 만큼 더 대우를 해주면 되는 일이다.

그것이 얼마나 한 영향을 가졌는지 익히 경험을 했다.

[Best Comment]― 내일 리아 처음 하는 날이눜ㅋㅋㅋㅋㅋㅋㅋㅋ

[Best Comment]― 리아 실물갑이라는데 검증 ㄱㄱ

[Best Comment]― 합방 진짜로 하면 별풍 1만 개 갑니다 박제하셈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잡을 것이다.

그 이유가 정말 하나나 둘 정도가 아니다.

'처음이라고? 정말?'

종교적 신념인지 뭔지 고지식한 모양이다.

이미 오피도 많이 다녔고, 여캠과도 썸씽을 가져본 바가 있다.

경험도 없는 년이라면 생각보다 훨씬 쉬울지 모른다.

구태일은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입맛을 다신다.

* * *

진상.

파프리카TV 여캠들의 은퇴 이유로 손에 꼽힌다.

'굉장히 의외일 수 있는데.'

정글의 법칙, 진짜 사나이 등.

여자 연예인들이 출연했다가 피 본 케이스가 드물지 않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환상이 깨진 팬이 떠난 것이다.

그나마 선을 지키는 공중파도 이 정도다.

'보라판은 어떻겠어.'

인터넷에 영원히 기록될 흑역사 한두 장쯤 뚝딱 만들어진다.

실제로 잘 나가던 여캠이 한순간에 나락 가는 일이 흔하다.

그리고 그것을 권력으로 아는 남자 BJ들도 많다.

의도적으로, 다분 목적을 가지고 악용해 입장상 우위를 점한다.

<아~~~! 이분이 리아님!>

<네.>

<이쪽으로 오세요. 와 존나 예쁘네!>

이는 진지하게 무서운 일이다.

BJ로서의 경력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으니까.

'그래서 보라BJ들의 힘이 엄청나게 큰 거야.'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돈과 여자를 마음대로 주무른다.

그것을 실제로 행하는 BJ를 한두 명 본 게 아니다.

한 가지 다행스럽게도.

─구태일열혈킹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이걸 성사시키네 옛다 ㅋㅋ

<끄아아아아악~~!! 열혈킹님! 별풍선 1만 개 감사합니다! 이걸 진짜로 쏴주시네!>

<…….>

―여자 리액션 안 하함??

―여캠 싸가지 없누

―김치년인가?

―BJ이름이 뭐라고? 리아? ㅋㅋ

어설프기 짝이 없다.

내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중·고등학생의 일찐 놀이를 본다면 이런 기분일 것이다.

'뭐, 뻔하지.'

별풍과 시청자 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엄청난 채팅.

분위기로 찍어 눌러서 기를 죽이는 게 첫 번째 작업이다.

<할 말 있으시다면서요.>

고작 그 정도에 안색이 변할 만큼 약하게 키우지 않았다.

말 마디 마디에 싸늘한 한기가 느껴진다.

'알아서 잘하겠지.'

주의사항도 당부했거니와 애초에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리아도 근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편하게 여캠을 한 게 아니다.

―무슨 일 있으면 직통으로 전화 때리고

「네 알겠습니다!」

「리아 누님 고생하시네요ㅎㅎ」

직원에게 연락해둔다.

믿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참견하듯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혹시 모르는 상황에서만 나서면 된다.

'참, 그런 일이 많지.'

보라BJ들 대부분이 한창 나이대다.

아저씨도 몇 명 있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아재 서요'가 나올 나이는 아니다.

즉, 성욕이 엄청나다.

그런데 여캠이 눈앞에 있다.

가만히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정말 별별 짓을 다 한다.

순진한 애가 들어오면 작당을 하고 플랜을 짜는 것은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리아는 구태일이랑 합방 왜 하는 거임?

무조건 손해 아니냐?

순결한 이미지 때문에 빨리는 건데 저런 쓰레기랑 어울리면 그 자체만으로도 흠집이지 └여캠이 순결ㅋㅋㅋㅋㅋㅋㅋ

└리아좌는 ㅇㅈ이지

└구빡이들이 방송 찾아가서 꼬장 개부린 걸로 알고 있음└구태일이 리아한테 사심 있으니까 그렇지 ㅋㅋ

커뮤니티의 우려와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

대기업BJ 입장에서 여캠 하나 어떻게 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합방을 성사시키는 것도, 그 이후의 작업도.

어지간한 보라BJ들은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구태일이 리아급 여캠 꼬실 수가 있나?

주제 파악을 해야지

상판떼기도 이미지도 ㅄ인데

보나 마나 까일 게 뻔하게 그려지잖아

└팩트) 못생긴 보라BJ들도 여캠이랑 사귄다

└응 남자는 능력이야

└대기업인데 무슨 문제라도?

└시청자들이 밀어주면 씹가능 ㅋ

정말 여러 가지 말이다.

시청자들을 이용하는 건 흔한 수작이다.

자신에게 반하면 나쁜 소문을 퍼뜨린다든지.

이미지가 중요한 여캠에게 유효한 협박이다.

실제로 잘 먹히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사실 귀여운 레벨이다.

진짜 전문인 애들도 있다.

여자 가지고 노는 데 도가 텄다.

그런 기준에서 만약 플랜을 짠다면.

'일단 넘어뜨리겠지.'

순결한 이미지.

4대 여신이란 인지도.

그렇게 위상이 높은 만큼 잃을 것도 많다.

한 번 해버리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

보라BJ 쪽도 쫄릴 게 많겠지만, 여캠 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성적인 사고가 될 리도 없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러하다.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 외에도 방법은 쌔고 쌨다.

여러 가지 창의적인 수단이 있고, 돈과 영향력이 있다면 없는 방법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악질도 있더라고.'

굉장히 나쁜 놈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쁜 짓도 머리가 좋아야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당신 시청자들이 난리를 펴서 온 거잖아요. 제가 그냥 온 거예요?>

<그, 그게 그러니까 그;;>

―태일이 찍소리도 못 하누……

―그무새 뭔데?

―빡친 리아 개예쁘다

―선생님 저도 혼내주세요

걱정할 요소는 없다.

* * *

인기라는 이름의 권력.

그에 빠져버린 구태일은 정말 무서울 것도, 부러울 것도 없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자신은 그만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니까.

그것이 송두리째로 짓밟힌다.

"저기요. 눈 좀 똑바로 마주 보고 말하세요."

"네, 네……."

아예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갑과 을이 나눠진다.

눈앞의 여자를 마주 볼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무, 무서워.'

마치 고양이 앞에 선 생쥐처럼 고개가 절로 숙어진다.

지금의 상황을 탈피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구태일광팬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리아님 화 푸세요 ㄷㄷ

"풍 쏘지 마세요. 돈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지금 진지한 이야기 중이에요."

"……."

―무서웡

―구태일이 리액션을 못 하네

―이뻐이뻐개도 씹어?

―분위기 좀 어케 해봐

하지만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시작해버린 이상 종료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움직이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

피식자가 돼버린 것만 같다.

겨우 용기를 내서 고개를 올리자.

'…….'

아름답다.

유명 연예인의 실물을 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감흥이 든다.

그래서 더 문제다.

그만한 사람이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마치 벌레라도 보는 듯한 시선에 고개가 더 깊숙이 파묻힌다.

"저기요."

"……."

'저기요?"

"네, 네!"

"눈을 똑바로 마주 보라니까요."

"네!"

"너무 움직이지 말고요. 혹시 안 씻었어요?"

"네, 조금……."

"인간에게서 나면 안 되는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일단 그건 접어두고요."

"……."

인격적으로도.

같은 생물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고 있다.

아무리 평소처럼 굳세게 나가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거 보이세요?"

"네."

"고개를 올려야 보이죠."

"……."

"당신 시청자들이 제 방송이랑, 방송국이랑, SNS에 남긴 글들 제 시청자들이 제보해준 목록이에요. 이것보다 훨씬 많고요. 당신이 부추긴 증거도 있어요. 법으로 갈까요?"

"……."

―겁나 많네

―개청자 새끼들 고소로 참교육 당하겠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태일 왜 아무 말도 못 함?

―짜고 치는 거 맞죠??

기세에서 완전히 찍어 눌러졌다.

명분까지 뺏기자 입도 벙끗 못하겠다.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이 최선.

'아니, 나는 그냥 좀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을 뿐인데…….'

초등학교 시절.

복도에 나가 손을 들고 서있던 그 기분이다.

좋아하던 여자아이에게 장난을 치다 말이다.

《냄새나. 더러워. 친구들이 너랑 놀지 말래!》

이후로 자존감이 땅에 틀어박혔다.

잊고 지내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른다.

아니, 실시간으로 더 강렬하게 덧씌워지고 있다.

"앞으로 저 언급도 하지 마시고요."

"네……."

"없는 사람 취급할 테니까, 그쪽도 그렇게 하세요."

"없는 사람 취급은 좀;;"

"그럼 욕을 할까요? 욕을 해야 제 심정을 백 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세요?"

"……."

트라우마가 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