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61화 (461/846)

461화

2013 LCK 서머 결승전.

예상 그대로의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SKY T1 테이커 (아링)님이 KTX 까까오 (앨리스)님을 처치했습니다!

테이커의 아링이 미끄러진다.

자연스럽게 나가는 유혹이 앨리스를 정확하게 맞힌다.

이어진 죽음불꽃 손길.

나름 단단하게 세팅한 앨리스조차 그 풀콤보를 버티지 못한다.

─KTX 코돈빈 님이 학살 중입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서 문제다.

반대쪽에서는 그 이상으로 임팩트 있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개ㅈ슼 3 대 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나와!

?원딜 명가 '코'

?역시 코가 커야 원딜을 잘하네^^

KT 롤스터 B팀의 원딜러 코돈빈이 경기를 집도하고 있다.

이미 1세트를 승리했고, 진행 중인 2세트도 승리하기 직전이다.

<1세트 이상으로 일방적인 경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벌써 15 대 3까지 벌어졌고, 경기를 뒤지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테이커 선수가 분전해주곤 있지만 혼자 3킬이에요. 나머지 선수들은 킬이 없다는 소리고, 한타가 안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딱히 편파를 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의 상황을 과장이나 보탬 없이 말한다면 김서준 해설이 설명한 그대로일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KTX 롤스터 B팀이 2세트의 승리를 확정 짓는다.

세간의 예상대로 무난하게 우승으로 나아가는 듯한 분위기다.

─이 시간 진정한 승리자. txt

그건 바로 나

집에서 맥주 빨면서 에어콘 틀어 놓고 편하게 보고 있음└이건 맞지 └너만 승자냐?

└삐슝빠슝! 직관 가서 비 맞고 3 대 떡 되는 걸 보고 오는 ㅄ이 있다??

└팩트) 실제로 있다

워낙 압도적이었다.

팬들의 여론도, 전문가들의 예측도, 실제 게임의 양상도 말이다.

그런 만큼 별일도 아니다.

생각한 그대로 흘러가는데 왈가왈부할 만한 것이 전혀 없다.

경기 내적으로는 말이다.

경기 외적으로 언쟁이 있었고, 커뮤니티는 이로 불타고 있다.

─오정환이 개ㅈ슼 응원하는 이유. Fact

개ㅈ슼<< 미드 빼면 존재감 없는 원맨팀이니까

바텀 무조건 퍼블 따이고, 탑은 버스 승객

정글은 킬 퍼주는 기계

이러는데 공감이 안되고 배김??

└PTSD 온 거였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 킹정이짘ㅋㅋㅋㅋㅋㅋㅋ

└개ㅈ슼이 그럼 그렇지

└팩트) 미드도 킬 먹고 하는 거 없다

오정환.

BJ로서는 물론, 전 프로로서도 인지도를 떨치고 있다.

그런 그의 발언은 가벼운 것이라도 큰 여파를 미친다.

하물며 결승전이다.

여론도 완전히 기울어졌다.

대세와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자 논란이 일었다.

─철꾸라지팬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SKY T1이 이긴다는 BJ도 있던데ㅋㅋㅋㅋㅋㅋ

"109개 감사합니다. 앙 기모띠! 그런 롤알못이 있다고요? 손절 치세요. 손절 쳐야죠 행님들~"

?진짜로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반성 안 하던데

?근본 전 프로인 철꾸라지 말이 맞다 ㅇㅇ;

?철꾸라지도 프로였음?

그 최대 수혜자.

철꾸라지의 방송에는 엄청난 시청자가 몰리고 있다.

원래부터 인기BJ다.

모르는 사람이 더 드물다.

하지만 그 인기는 보라판에 한정된 것이었다.

롤판에서는 당연히 굴러 들어온 돌이다.

박힌 돌인 오정환을 오히려 압도할 수 있는 이유.

「LoL) 철꾸라지. 개ㅈ슼 참수당하는 날^^ 앙 기모띠!」

_ ?71, 009명 시청「LoL) 오정환. 2013 LCK Summer Final 직관 왔습니다」_ ?70, 892명 시청

오정환의 개인 의견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많다.

자신들의 생각에 공감을 해주길 바란다.

그런 시청자들이 오고 있는 것이다.

철꾸라지는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긁어준다.

"일단 라인전부터가 존망. 한타도 존망. 운영도 존망! 이런 존망팀이 어떻게 우승한다고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네~"

?나도 모르겠어

?오정환 힙스터 기질 있어서 남들이랑 다른 것만 빠는 거임? 말을 해도 이해를 못 함ㅋㅋㅋㅋㅋㅋㅋ

?철꾸가 더 롤잘알이네 ㅋㅋ

실제 결과까지 나오자 날개가 달린다.

시청자 수를 앞서게 됐고, 그 차이는 실시간으로 더 벌어지는 중이다.

'그 개ㅈ슼인지 뭔지만 존나게 욕해 주면 되는 거잖아.'

여전히 롤은 잘 모른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당연하다.

단기간에 배울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게임도 아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확실하게 꿰고 있다.

SKY T1이라는 공공의 적을 같이 욕해 주고, 때려 주며 민심을 사로잡는다.

"행님들, 전 프로인 제가 보기엔 말이죠~ 저런 쉐이들은 정신머리부터가 썩어 빠졌어. 그냥 돼지우리에 가두고 하루 종일 게임만 시켜야 돼. 성적 나올 때까지! 밥도 주면 안 돼. 불도 끄고! 전기비도 아까운 때끼들이야. 나 때는 어? 독기 어려가지고 악착같이 했다니까?"

?스타 프로 빡센 건 ㄹㅇ임

?옛날에는 프로가 대단해 보였는데 롤프로는 그냥 겜돌이더라? 거의 뇌신 수준이네? 그래서 설거지 기계 안 쓰고 철꾸라지 쓴 거였음?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특유의 자극적인 언행.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상으로 시원하게 팍팍 긁어준다.

이에 매료된다.

철꾸라지를 알고 있는 이들도, 처음 보는 이들도 시선이 쏠리게 된다.

─퍼스트 블러드!

하지만 항상 원하는 결과만 나올 수는 없다.

SKY T1이 3세트에서 반전을 만들어낸다.

여론이 흔들린다.

대체 어떻게 이겼냐?

1, 2세트가 워낙 압도적이었다 보니 의문이 샘솟는다.

─분석) 3세트가 주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

1. 코돈빈 벽플

2. 류뚱 솔킬 헌납

일단 이 두 장면이 결정적이고

류뚱이 자드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킬각 나오는 상황에서 집 안 가고 계속 죽어줌퍼플 레이스 부쉬에서 차르반이 이니시할 때 합류 속도랑 힘 차이가 무조건 지는 한타였음프로 레벨에서 이런 플레이가 나온다?

이건 무조건 주작이지

└주작이었어??

└미드 솔킬 말도 안 되게 퍼줌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개ㅈ슼이 이길 리가 없지

└실력으로 안 되니까 이걸 주작 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한 커뮤니티의 민심.

철꾸라지는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있다.

보조 모니터를 통해 직원의 카톡이 떠오른다.

〔따까리들〕

「형님!」

「3세트 주작이랍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

「롤갤, 인벤 민심 난리 났어요!」

「진짜 주작은 아닐 텐데」

「그건 살리기 나름이지~」

롤을 잘 모르다 보니 조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주제는 자신의 전문 분야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이다.

Play Song♪

『Tchu Tchu Tcha』 ? Pitbull

어떻게 방송으로 살려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준비된 노래를 재생시킨다.

<주작작 주주작! 주작작 주주작!>

볼륨을 최대한 키워서 말이다.

유쾌한 음악이 고막을 찌르며 분위기를 광적으로 이끈다.

"행님들 제가 M창 걸고 말씀드릴게요. 이거 무적권 주작입니다. 3대0으로 끝나면 시시하니까 한 세트 봐준 거에요."

?M창 걸면 ㅇㅈ이짘ㅋㅋㅋㅋㅋㅋㅋ

?인베부터 티났음

?주작송 타이밍 좋네

?사스가 주작 전문가!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분위기 때문에라도 넘어가게 된다.

커뮤니티 여론도 그러하니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거의 마주작급 주작이에요. 스타 만들기~ 고전파인지 코전파인지 콧구멍만 존나 후비게 생긴 저런 새끼가 어떻게 게임을 캐리합니까!"

?마주작급 주작ㅋㅋㅋㅋㅋㅋ

?소신 발언 마음에 드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 실제로 후빈다

?코 후비다 사진 찍힌 거 있음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는 역으로 영향을 미친다.

철꾸라지의 방송이 흥행하며, 커뮤니티에도 관련 이야기가 올라간다.

─속보) 인방 대통령 철꾸라지 소신 발언 떴다!

"3세트 주작"

"마주작급 주작"

"전형적인 스타 만들기."

스타크래프트 전 프로라 그런지

오프게임넷 방식을 그냥 꿰고 있음

└아 이거 대본이었어?

└주작은 모르겠고 스타 메이킹은 진짜 같음

└해설들이 미드 차이라고 겁나 띄워주던데 어쩐지

└오프게임넷 스타 메이킹 역겹긴 해

대중의 입맛에 맞춘 이야기.

그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재미까지 있자 선동을 매우 쉽게 당한다.

─이 와중에 오정환 근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승만+오정환 합성짤. jpg]

끝까지 미드 차이고 SKY T1이 이긴다고 빡빡 우기는 중 └오승만ㅋㅋㅋㅋㅋㅋㅋㅋ└이 새끼 개ㅈ슼한테 돈 받은 듯?

└무려 KTX를 상대로 1승을 따냈는데 흥분할 만하지 ㅇㅇ;

└응 이제 겨우 1승이야~

담백하기 그지없는 설득이 통할 리 만무하다.

철꾸라지가 방송적으로도 오정환을 압도하고 있다.

보라판에서 특기로 삼던 전략이 롤판에서도 고스란히 먹혀든다.

시청자 수 차이가 더 벌어지는 가운데.

─SKY T1 테이커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진행되는 4세트.

분위기가 점점 묘해진다.

분명 유리했던 한타가 삽시간에 비벼지고 말았다.

'…….'

철꾸라지의 속마음도 묘해질 수밖에 없다.

SKY T1을 죽자고 까댄 이상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이었다.

* * *

결과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도 어처구니없는 경기였다.

?고전파 씹캐맄ㅋㅋㅋㅋㅋㅋㅋ

?개ㅈ슼 좀 치눜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5세틐ㅋㅋㅋㅋㅋ

?패패승승 실화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흥분의 도가니일 만도 하다.

1, 2세트의 압도적인 패배.

이미 끝났다고 확정된 상황에서 뒤집어진 것이다.

<직과아아안~ 잘 오셨습니까 여러분~?!>

4세트가 끝난 후.

진용준 캐스터가 목이 찢어져랴 외치는 물음에 관중석의 반응이 터져 나온다.

볼 가치가 없는 결승전.

소나기로 더 망한 결승전.

직관을 온 사람들은 바보 취급당하고 있었다.

─오정환찐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형 믿고 직관 오기 너무 잘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00개 감사합니다. 슼이 이기면 팬미팅 한번 하죠. 제가 쏠 테니까."

?이걸실?

?오늘은 못 참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관 온 애들은 진짜 찐팬임

?이럴 줄 알았으면 보러 갈걸;;

1, 2세트를 보고 끈 사람도 수두룩하다.

당시 분위기 자체가 그러했고, 사람인 이상 휩쓸리지 않기도 힘들다.

'지금은 그게 더하다고 하고.'

철꾸라지에 의해서 말이다.

SKY T1의 패배를 예상하는 건 그럴 수 있다.

롤을 잘 모른다면 더더욱이다.

하지만 그 말이 비난을 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아니, 할 수 있다고 쳐도 대상을 잘 골라야 한다.

롤 역사상 최강이자 최악의 팬덤.

그들에게 찍힌다면 모르긴 몰라도 삶이 매우 버라이어티해질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 징조가 벌써부터 느껴진다.

5전 3선승제의 마지막 세트.

비까지 내린 상황에서 피로함에 지쳤을 관중들이 환호성을 쏟아내고 있다.

<어, 2 대 1인데요?>

<이걸 잡고 도망갔어요? 이걸 잡고 도망…….>

?개침착하네

?해설이 말을 잃네 ㅋㅋ

?설계하고 있었는데 역으로 당함

?아니 어이가 없어섴ㅋㅋㅋㅋㅋㅋㅋ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면 불가능할 크기.

그조차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살 떨리네.'

흥분되는 일이다.

저 자리에 올라간 것이 나라면, 이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솔직하게 있다.

그만큼 최고의 스타란 자리는 탐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무게를 짊어질 수 있을지는.

─말돈소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이 고전파 인정할 만하네

?이걸 본 큰 그림이었어?

?어디까지 본 거냐 오정환!

?저런 고전파를 잡은……

?진짜 은퇴만 안 했어도 ㅠㅠ

누구도 선뜻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 사소한 욕심보다 중요한 장면이 송출되고 있다.

구오오……!

그 일기토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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