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패패승승승.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한 번 나오면 반드시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미친다.
?고전파 뭐함?
?포탑에 개처맞눜ㅋㅋㅋㅋㅋ
??
?진짜로 뭐함???
그중에서도 최대 크기로 회자된다.
미드 억제기 포탑 앞에서 자드 대 자드의 일기토가 펼쳐진다.
─SKY T1 테이커 (자드)님이 KTX 류 (자드)님을 처치했습니다!
그 결과물.
체력이 바닥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모든 스킬은 물론 평타까지 회피한다.
단 한 대만 맞았어도 반드시 죽었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를 만도 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 스타성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다.
해설진도 목청껏 소리 지르며 흥분을 표출한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엄피컨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엄피컨 말고는 설명이 안 됔ㅋㅋㅋㅋㅋㅋ
?진짜 피지컬 쩔었다
?와 미러전을 피지컬로 개패는 게 말이 돼?
사실 해설진, 오프게임넷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그들이 그린 청사진에 고전파는 분명 없었다.
스타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스타 만들기.
결승전 전이면 항상 회의를 가진다.
어떤 선수를 띄워줄 것인가?
'…….'
지금까지 본 어떤 하이라이트와도 비교할 수 없는 명장면이 나온 것치고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던 이유다.
진용준 캐스터는 생각이 많아진다.
사실 지난 시즌에는 다대기를, 이번 시즌에는 까까오를 스타 선수로 만들기로 되어 있었다.
결승전의 승패가 거의 예측되던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두 번 연속 틀렸다.
두 번 연속 상상하지 못한 거물이 탄생했다.
e스포츠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주를 진즉에 넘어섰던 것이다.
─SKY T1 이펙트(쇈) 님이 KTX 코돈빈(케이클린) 님을 처치했습니다!
적당히 쓰러져줘야 할 SKY T1이 꿋꿋하게 버티며 결국 대이변을 일으킨다.
게임 내적으로 봐도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방아쇠가 된다.
패배한 KTX는 무리한 이니시를 걸 수밖에 없다.
승리한 SKY T1의 본대는 여유롭게 받아치며 게임을 승리로 장식한다.
<일방적인 패패 이후에 뒤집기! SKY T1 한 번에 벼락 출세했어요~!>
<그렇습니다. 이제 세계 최강팀을 꼽으라고 한다면 SKY T1이 손가락 안에 뽑힐 만하다고 봅니다.>
인정을 받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말이다.
워낙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보니 해설진은 여전히 떨떠름하다.
당사자들도 우승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직 테이커만이 김다균 코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고를 치하한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보다 더 시선을 잡아끄는 것.
카메라가 SKY T1의 부스에서 관중석으로 향한다.
한 남자가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와 오정환 선수! 아니, 이제는 BJ라 불러야 하나요~?>
<사실 본업이 BJ죠. 지난 시즌에 정말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는데, 이번 시즌에도 본인은 관중석에 앉아있지마안.>
김서준 해설의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관중석에서, 특히 SKY T1의 팬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진다.
그중 상당수가 오정환의 팬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정말 속는 셈 치고 와봤다.
아니, 속아주는 셈 치는 것이었다.
오정환이 호언장담하지 않았다면 이 중 절반은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도저히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과정이 있기에, 스토리텔링을 알기에,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평생 남는다.
와아아아아아아─!
당사자들에게도 말이다.
SKY T1의 선수들이 무대에 올라온다.
우승컵을 높이 들어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패패승승승이라는 기적적인 역전승을 이루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POG를 독차지했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즌 POG를 받은 미드라이너 테이커에게 마이크가 쥐어진다.
그에게 매료된 팬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은.
<중간중간 많은 고비가 있었는데 팬분들의 응원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휑하니 비어있다.
결승전 자체에 사람이 많이 안 왔고, 우천이 있었으며, 팬석으로 한정하면 더더욱 적어진다.
영상으로는 촬영 기술과 밀집 대형이 커버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해소시킨 한 남자.
<감사합니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마이크가 넘어간다.
팀의 다른 선수들과 감독, 코치들이 넘쳐흐르는 감정을 쏟아낸다.
굴러온 돌.
박한 신세를 당했던 만큼 할 이야기도 많다.
팬들까지 몰입하며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가운데.
'…….'
그 반대.
철꾸라지로서는 몹시 당황스럽다.
마치 자신의 경기처럼 몰입할 수밖에 없다.
2 대 0이었다.
심지어 압도적으로 이겼다.
마지막 종지부를 짓지 못하고 바보 같이 역스윕을 허락했다.
?거품이 안 터져
?거품 언제 터지누 ^^ㅣX련ㄴ아
?신소재 발견ㅋㅋㅋㅋㅋㅋㅋ
?아 개ㅈ슼 거품 아니었냐고~
결과적으로 말이다.
어떻게 보면 한 끗 차이에 지나지 않은 일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많았다.
─비타민중독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우승한 것도 주작임? 제발 대답 좀
"……."
뱉어 놓은 말이 있으니까.
평소 보라판에서 버릇처럼 저지르는 사고지만, 그 대상이 프로팀, 그것도 우승팀이 되자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현재 롤 커뮤니티 상황. jpg
―――――――――――――――――――――――+
어서와!
믿고 있었다구!
넌 영웅이야, SKY T1!
고맙다!
수고했어!
+―――――――――――――――――――――――
롤뭇잎 마을 ON
└개ㅈ슼이 당연히 우승할 줄 알았짘ㅋㅋㅋㅋㅋㅋ
└고전파 성님 믿고 있었습니다……
└태세 전환 지리누
└이거 롤갤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럼 ㅋㅋ
커뮤니티 여론도 완전히 반전되었다.
철꾸라지로서는 더 이상 대세 의견에 편승하는 것으로 민심을 유지할 수 없다.
『방송을 종료하시겠습니까? Yes or No』
그렇다면 안 하면 될 뿐.
철꾸라지로서는 미련이 없다.
애당초 롤판은 자신의 본진이 아니니까.
'파이를 못 먹는 게 아쉽긴 한데.'
롤판에 쉽게 정착하는 데 실패했다.
딱 그 정도의 감상이다.
보라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철꾸라지의 팬덤은 이제 와서 사고 한두 개 더 친 정도로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적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빤스런한 것도 나름의 스토리텔링이 짜인다.
롤판에서 잠깐 논 것치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딱 그 정도.
'개ㅈ슼 새끼들 왜 이겨 가지고 이 지랄을 만들어.'
롤판에서의 완전한 배제, 그 이상의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지금 시점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 * *
재미있는 일이다.
과거의 사건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말이다.
'나도 참전을 했고.'
프로게이머가 아닌 BJ로서.
후자의 길을 걷고 있으니 당연하다.
마찬가지의 선택을 한 BJ가 있는 모양이다.
─덴마크꿀호떡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철꾸라지가 결승전 주작이라고 우기던데 어떻게 생각함?
"들을 가치도 없는 소리죠."
?개ㅈ슼 개ㅈ슼 거리면서 ㅈㄴ 까더라
?솔직히 좀 피식함 ㅋ
?프로판에서 주작이 진짜 심각한 문제인데 함부로 꺼내네? 저딴 새끼라 전 프로라니……
사실 별일은 아니다.
철꾸라지의 입장에서는 그럴 것이다.
저 정도의 만행은 정말 셀 수도 없이 저질렀을 테니까.
'근데 건드려서는 안 될 상대라는 게 있지.'
철꾸라지가 그토록 정지를 먹고도, 꾸준하게 복귀할 수 있는 이유.
그것도 결국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대 여론이 작다.
세간의 관심이 꺼졌을 시기에 복귀각을 잡다 보니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다.
─애플망고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본인 슼갈인데 철꾸라지 증오하게 됨
"아, 그럴 수 있죠. 충분히."
?스크도 팬이 있음?
?스타 시절부터 근본 구단이긴 하지
?이번에 우승해서 팬 많이 생길 듯
?철꾸라지 라인 잘못 탐ㅋㅋ
앞으로는 매우 큰 차질이 생길 것이다.
SKY T1은 극성팬이 매우 많이 있고, 그 화력도 정말 무시무시할 지경이다.
'짝짝꿍이 잘 맞을 것 같아.'
지난 결승전.
직관 이벤트는 꽤 흥미롭게 마무리됐다.
살이 떨리는 경기의 과정도 그랬거니와.
「결승전 회식 사진. jpg」
이후의 과정까지 포함했다.
즉석 팬미팅을 가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야생의다람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팬들 버리고 간 회식은 재밌었나요? ㅠㅠ
"네, 재밌었습니다. 사석이라서 아쉽게도 방송은 하지 못했는데 양해 부탁드리고요."
?기대했는데……
?우승팀 회식에 초대 받았는데 당연히 가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했구나
?개ㅈ슼이 문제긴 하네 ㅉㅉ
사실 왕왕 있다.
인플루언서에 해당하는 BJ의 특성상 행사에 초대를 받기도 한다.
'사석인 경우는 드물지만.'
BJ가 아닌 전 프로.
그리고 응원을 했다.
두 가지 부분에서 예우를 받았다.
SKY T1의 우승 회식 자리에 합석하게 되었다.
프로들과 노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뜻깊을 수밖에 없다.
「사인 2013. 9. 1 ? To 1호팬」
그 전리품.
자랑스럽게 펼쳐 놓는다.
고전파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종이다.
?사인 교환함?
?소박하네
?개ㅈ슼 새끼들 통 크게 좀 챙겨주지
?유니폼 같은 건 없나요??
사람에 따라서는 만족을 못 할 수도 있다.
회식 자리까지 가서 받은 게 사인이라고 하면 부족한 것도 맞고 말이다.
'근데 사인도 사인 나름이지.'
줄을 서서 받은 것과 사석에서 받은 건 천지 차이.
사인에 들인 정성에서부터 느낌이 다르다.
하물며.
─스프부터넣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9월 1일인 이유가 새벽에 받아서임?
"그렇죠. 12시 넘어서 받았으니까 9월 1일이 맞습니다."
나에게만 의미를 가진 게 아니다.
사인을 받으면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진정한 의미에서, 저의 1호 팬입니다.》
팀의 팬덤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니 말이다.
그나마 있는 팬도 스타 시절부터의 의리팬.
"롤슼의 팬 1호는 저라고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셈이죠."
?아 나도 팬 됐는데
?ㄹㅇ 이건 정환이가 맞지~
?뚝심 멋있었다!
?그런 고전파를 이긴 유일한 남자……
선수 복귀 이야기도 물론 있었다.
없을 거라 단언을 했지만, 아쉬운 소리가 역시나 나왔다.
'뭐.'
그렇기에 의미가 있을 수 있는 무용담이다.
그런 것은 적절한 때 썰을 풀면 될 일.
카톡!
카톡! 카톡!
그보다 더 중요한 용건이 있다.
대충 이유를 둘러대고 오늘의 방송을 마친다.
토독, 톡!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되었다.
리아나 유민 등 개인적인 용건도 쌓여 있지만.
〔직원〕
「주요 매스컴에 제보 완료했습니다.」
「진행되는 날짜는 다 비슷할 것 같고」
「말씀하신 대로 2차, 3차 장작 계속 넣겠습니다.」
?수고했다
?맛있는 거 사먹어
「아」
「안 주셔도 되는데 ㅎㅎ」
「혹시 모르니 주시하고 있다가 변화 생기는 대로 보고하겠습니다!」
달리 진행하고 있는 일이 바쁘다.
직접 하기에는 제한되는 사항이 많아 직원을 통하고 있다.
'불이 잘 안 붙는 장작에는.'
한 번 붙었을 때 바람을 잘 불어주는 게 필요하다.
그것을 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빡대가리들〕
「철꾸라지 술자리 사진10.jpg」
「철꾸라지 술자리 사진11.jpg」
「철꾸라지 술자리 사진12.jpg」
「저희가 구한 건 이게 전부에요!」
「요즘 룸을 안 옴」
?그래
「근데 뭐에 쓰게요?」
?그런 게 있어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꿰고 있는 입장이다.
최근의 화제와 맞물리며 아주 좋은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