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적어도 파프리카TV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갑자기 언론사에서 대규모로 나와서……."
"그래서."
"최대한 대응을 하고는 있는데 명분도 힘도 부족하다 보니……."
"그런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병권 비서는 입안의 침이 바싹바싹 마른다.
어디까지나 보고.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지만, 책임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언론사가 왜 이런 일에…….'
업체 쪽 파벌에 속해 있다.
아무리 보고를 에둘러 표현해도 한계가 있고, 애당초 남수길 대표 이사가 만만한 사람도 아니다.
"구체적으로."
"방송 3사가 꼬리를 잡은 모양입니다. 이미 기사는 띄워졌고, 뉴스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꽈앙!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이병권 비서의 말이 끊긴다.
사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에 직면했을 때 행동으로 표출하게 된다.
'그래서 철꾸라지는 안 된다고 했잖아!'
남수길 대표 이사는 짜증을 곱씹는다.
마음 같아서는 탓을 하고 싶다.
하지만 대표 이사라는 자리는 최종 책임자와도 같다.
방관을 했더라도 사실상 허락이나 다름없다.
무슨 사건이 터졌을 때 지탄을 받는 건 자신, 그리고 자신의 회사가 된다.
<이 놀라운 폭로와.>
<인터넷 방송에 대한 반감이 폭발해.>
<남수길 대표 이사는 오늘 일찍 기자 회견을 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로 다가온다.
9시 뉴스로 방영되며, 그 여파는 인터넷 기사로 깔짝 올라온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단언컨대, 이런 비방은 어떤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헛소리일 뿐입니다!"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한다.
여론을 달래기 위해 총대를 멘다.
기자들 앞에 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다.
"그렇다면 이 진술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을 뿐.
한 기자가 손을 높이 치켜든다.
마이크가 연결된 스마트폰에서 음성이 울려 퍼진다.
《형님들~ 강길태보다 더 시원하게 박았다고 생각하시면 팬가입이라도 좀 해주세요, 쪼옴~!》
한 남성의 목소리에 현장이 소란스러워진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안 해봤을 일이다.
"진짜였어?"
"와 제대로 미친놈이네."
"인터넷 방송의 유해성이 이래도 문제가 아닙니까?!"
중립을 지키고 있던 기자들도 하나둘 태세를 돌변한다.
수첩을 꺼내 들고, 본사에 연락하며 순식간에 난장판이 벌어진다.
'…….'
상대가 가진 카드가 의외로 많았다.
기자 회견을 망친 남수길은 급하게 직원 회의를 연다.
"대응팀은?"
"일단 꾸리고는 있습니다만……."
"아 또 뭐!"
"그게 그 한동안 잠잠했잖아요? 방학도 끝났고."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여론을 진정시킨다.
그것은 파프리카TV의 방침이기도 하다.
《사고 좀 쳐도 돼. 시도하다 보면 실수도 하는 거지~ 신고충들 신경 쓰지 말고!》
간혹 대기업BJ들과 독대를 할 때.
남수길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자극적인 방송이야말로 파프리카TV의 성장 키워드다.
어지간한 수준은 커버가 가능하다.
개인의 고소나 항의는 물론이고, 언론 쪽도 큰 광고주인 자신들을 절대 홀대할 수 없다.
"저희가 고객센터를 확충했던 인력 대부분이 대학생 알바였거든요."
"……."
"방학이 끝났다 보니 고용 인원을 유지할 수 없어서 고객센터를 정상화시켰습니다. 지금 규모로는 대응이 솔직하게 힘듭니다."
그 범주를 넘어섰다.
비난이 너무 거세졌다.
언론 쪽도 방송 3사가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어물쩍 넘어가긴 글렀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고려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재를 내리려 할 것이다.
그전에 먼저 움직여, 자정 작용 의도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철꾸라지를 정지시킨다.
한 BJ의 독단적인 사고였다고 선을 긋는다.
그것이 현 상황에서 최선의 조치임이 맞다.
"철꾸라지가 가진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무슨 BJ 새끼가 얼어죽을 영향력……."
"아시잖습니까? 보통 BJ가 아니라는 걸."
회사인 이상 실리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철꾸라지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물론, 파급력도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제발.'
이병권 비서가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업체에게 많은 뒷돈을 받고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던져본다.
실제로 후폭풍이 장난 아닐 것이다.
철꾸라지를 싸고도는 시청자들은 그 수도, 질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큰손.
돈을 펑펑 쏘는 시청자들이 얽혀 있다.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이라 추앙받고 있지만.
"진행시켜."
"제 말 들으셨습니까?"
"진행 시키라고 이 새끼야아!!"
"네, 넷!"
과거라면 모를까.
현재는 충분히 대체가 된다.
남수길도 고심 끝에 여러 정보를 종합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그 새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
과거의 사고다.
끈질기게 버티고, 다소의 손해를 감수하면 끌어안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가치.
최근 파프리카TV는 급성장하고 있다.
게임판에서 들려오는 희소식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곳에서도 사고를 친 모양이다.
보라판 시청자의 민심을 지켜도, 게임판 시청자의 민심을 잃는다면 이득이라고 볼 수 없다.
* * *
세간은 떠들썩하다.
뉴데일리 ? 「철꾸라지 왜 퇴출 안 시키나? '충격 빠진' 학부모들 "파프리카TV 못 보게 해야"」
전자신문 ? 「"개XX야" "씨X" 욕설 난무하는 '철통령' 방통위 9번 제재에도 끄떡없는 이유」
오마이뉴스TV ?
「벗기고 때리고 욕하는 개인 방송. 당신의 자녀도 '앙 기모띠' 하십니까?」
파프리카TV의 유명 BJ.
개인 방송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씩은 들어본 그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철꾸라지 또 정지당하게 생겼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영구정지 번복당하면 보라판이 망하는. EU [125] +225─과거는 청산하고 환빡이, 쿤견 힘 합쳐서 철통령님 살리자! [50] +30
─???: 살려야 한다
.
.
.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보라판 시청자들이 모를 리가 없다.
특히 철꾸라지의 팬덤은 기겁할 만하다.
─영구정지 번복당하면 보라판이 망하는. EU
이미 광복절 특사로 용서 받았는데
이제 와서 같은 걸로 ㅈㄹ하는 게 말이 됨?
ㄹㅇ 생트집 잡기다
이거 그냥 넘어가는 순간 BJ들 절대 안심하고 방송 못 함└철꾸라지 개새끼 해봐
└철빡이들 데프콘 1단계 걸렸누
└1년 전 사건이라 억울할 만도 함ㅋㅋㅋㅋㅋ
└근데 대체 누구한테 용서를 받은 거임?
자신들의 주인이 다시 정지를 먹을 수 있다.
기를 쓰고 막으려 든다.
이는 단순히 커뮤니티를 여론을 흔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철꾸라지 팬톡방〕
「족구 또 정지당하면 못 돌아오는 거 아니야?」
「탄핵만은 안 된다…….」
「우리가 막아야 함」
「우리 엄마 언론사 이사임!」
「니 M 쩔더라」
「?」
현실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해 사건을 묻는다.
수만 단위의 팬덤이 힘을 합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언론사에 압박을 주고, 불리한 기사를 내리고, 미담을 퍼트리는 등.
"제보가 또 들어왔습니다."
"저번의 그?"
"네."
"연락은 안 닿고?"
"이번에도."
"다른 언론사에서 띄우기 전에 빨리 올려!"
그런 이유로 철꾸라지의 관련 기사는 지속적으로 삭제된다.
2020년 이후로는 일부 기사를 제외하면 남아있지 않을 정도다.
'제보를 할 거면 인터뷰도 좀 응해주지.'
그 이상으로 계속 장작이 넣어진다.
10년 차 기자 강승록은 최근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정체를 밝히지 않는 누군가가 제보를 해온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내용이 워낙 구체적이다.
그대로 올리기만 하면 될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문제는 과연 기사로서 가치가 있는지.
핫해경 ?
「"파프리카TV, 철꾸라지 사건 재심의 강력히 요청한다."」
유주민 ?
「'인터넷 방송' 비판…… "정계 복귀는 아냐"」
국회의원들이 물며 판이 커졌다.
언론사들로서는 기사를 찍어낼 보람이 곱절이 돼버린다.
"요즘 선거철이다 보니 학부모들이 민감해."
"표심 때문이려나요? 저희야 아무래도 좋지만요."
그 제보를 자신들한테만 해오는 게 아니다.
사실상 경쟁이 되고 있고, 한시라도 빨리 올려야 선수를 칠 수 있다.
파프리카TV에서 좌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 여파를 최소화해야 한다.
조치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 * *
『서비스 이용이 정지된 방송국입니다.』
정지일 : 2013―09―10 03:30:01
해제일 : ―
정지 기간 : 영구정지
정지 사유 : 미풍양속 위배
야심한 새벽 시간.
별도의 공지사항이나 입장 표명도 없이 철꾸라지의 방송국이 문을 닫았다.
'뭐, 이런 식이지.'
직원들과 사적인 루트를 활용해 언론사를 흔들고 있다.
그 효과는 제대로 먹혀드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일회용.
퇴출을 시키는 것도 힘들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귀하게 되어있다.
돈이 걸린 문제다.
상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구정지된 BJ들이 무한동력처럼 돌아간다.
'방법이야 쌔가 빠지게 많거든.'
무기한 정지로 덮어놓고, 여론이 식었을 때 정지를 풀어준다.
광복절 특사, 사과 데이 등 복귀 이벤트를 벌인다.
그냥 면담 잘했다고 하고 복귀시킨다.
다소의 논란은 일겠지만 충분히 무마가 가능하다.
끼와 재능이 있는 진행자들에게 방송의 기회를 주겠다는 경영 철학 뭐 어쩌고저쩌고.
'그런 노다지를 시청자 한두 명이 신고한다고 정지 먹일 리가 없잖아.'
인생을 착실하게 살은 사람들은 죄를 지으면 감옥에 간다고 생각한다.
그와 정반대로 현실은 죄를 지으면 돈을 번다.
그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굉장히 쉽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수십 억대 자산가가 될 수 있다.
한국에 한정된 이야기다.
'사설 토토도 있고, 공유 사이트도 있고, 사기나 대리도 있고 뭐 한두세네다섯여섯일곱 가지는 아니지.'
고려시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시대 때 이미 치안이 완벽했던 나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행동한다.
그 양심을 조금만 벗어 던지면 된다.
남들이 안 하는 나쁜 짓을 해버린다.
그것을 하기에도 굉장히 좋은 법률적 제도가 마련되어있다.
개발도상국 시절의 흔적이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느슨하게 해놓아서 처벌도 잘 안되고, 형벌도 낮은 편이다.
소위 말하는 VS 놀이.
감방 1년 가고 10억 벌기 같은 게 가능하다.
파프리카TV도 큰 틀에서 봤을 때 같은 맥락이다.
〔직원〕
「형님 들으셨어요?」
「철꾸라지 정지 먹었답니다 ㅋㅋ」
?그래
「아 또 뭘 이런 걸 ㅎㅎ」
「충성하겠습니다!」
「혹시 정지 풀리면 남은 자료 보내겠습니다.」
?부족하면 말하고
「또 있어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내뱉은 말도 쉽게 뒤집는다.
일련의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제 와서 답답해 할 일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 비하 논란. avi」
「5.18 민주화 운동 비하. avi」
「불법 사설 토토 홍보. avi」
「기초 수급자 비하. avi」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똑같이 비상식으로 맞서면 된다.
관짝에 못을 박아도 부활한다면, 콘크리트를 붓고 동해 바다에 던져 수장을 시킨다.
다시는 올라오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올라오더라도 다시 설 공간이 없게 만든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결국 그런 놈들이 재기하는 것도 원하는 시청자가 있기 때문이니까.'
하루 이틀 안에 될 일은 아니다.
그 작업도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SKY T1이라는 벌집을 쑤셔준 덕분에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