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화
세기말.
LoL의 시즌 막바지는 그렇게 일컬어진다.
〔전국 대리기사 협회〕
「다크형은 요즘 뭐해?」
「롤갤」
「?」
「보면 모르냐」
「세기말 챌린저 경쟁 빡세서 휴업 중이잖아」
「ㅇㅎ」
이른바 '대리 기사'들의 성수기이기도 하다.
대리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한 시즌 내내 실버였어도 마지막에 골드면 골드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자랑 이전에 실질적인 의미도 있다.
―롤대리) 퍼팩트 대리팀 시즌말 보상 받으세요!!
안녕하세요 ~ 퍼팩트 대리팀입니다.
곧 있으면 시즌3가 종료하게 됩니다!:>
골드 티어 이상이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거 아시나요?
「시즌1: 승리의 차르반 4세. jpg」
「시즌2: 승리의 한나. jpg」
저는 시즌2부터 롤을 시작하고 보상을 받았습니다.
차르반 4세를 갖고 싶어하는 롤유저분들이 많은데 저도 승리의 차르반 4세를 얻고 싶습니다. ㅎㅎ그렇다면 시즌 3 보상은 뭘까요??
「시즌3: 승리의 앨리스. jpg」
와~ 최근 1티어 정글 챔피언이죠!
퀄리티가 정말 이쁘게 뽑혔다고 벌써부터 말이 많습니다 ㅎㅎ세기말이라 그런지 타 대리팀이랑 만나는데 항상 정확하고 빠른 퍼팩트 롤대리팀을 애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실력이 안 좋은 대리팀에 맡기면 세기말까지 완료를 못 한다고 해요 ㅠㅠ대리문의 카톡 :people10
평소의 2배 가까운 웃돈을 주고도 받으려는 사람들로 줄을 섰다.
이 시기에 빠듯하게 일하면 목돈이 굴러 들어온다.
'이게 다 다크형 덕분이지.'
퍼펙트 대리팀의 기사.
이완용은 애틋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다크 덕분에 자신은 인생이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사마 누나〕
「완용아」
「대리 중이얌?」
?어 누나 ㅎㅎ
「끝나고 듀오 좀 해주랑」
「아 연패 해쪙!!」
?헐
?조금만 기다려줘 이게 막판이야!
배X대에 입학해 무료하게 보낸 1학기.
가진 것도 인기도 없고, 인생도 막막하기만 했다.
휴학 후, 대리 기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직장인 뺨 치는 수익을 벌며 여자까지 꼬신다.
'흐흐흐, 버스 몇 번 더 태워주고 데이트 하자 해야지. 나 돈 많으니까!'
다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쉬운 돈벌이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 알았다고 해도 선뜻 시도하지 않았겠지.
[17:50] [전체] 백정임 (리심): 아니 트페 ㅈㄴ 잘하네
[17:53] [전체] 백정임 (리심): 거의 다크급 ㄷㄷ
[17:57] [전체] 도구임 (한나): 진짜 다크인 거 아님??
욕을 먹는 일이다.
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어긋난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마음먹기 힘들다.
'내가 트페 하나는 다크형 못지않긴 해~'
오히려 우러러본다.
자신들이 양학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말이다.
이게 다 다크의 영향.
대리 기사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 시켜준 덕분인데.
[18:02] [전체] 숟가락임 (배인): 다크 걔 코물쥐 라이벌이잖아
[18:05] [전체] 도구임 (한나): ㄹㅇ?
[18:08] [전체] 탑신병자임 (네네톤): 나 그거 봄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웬 듣도 보도 못한 잡놈과 다크가 비교되고 있는 것이다.
'그 코만 큰 새끼랑 우리 다크형을 어떻게…….'
이완용으로서는 얼척이 없다.
둘의 실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기에 더더욱이다.
[18:15] [전체] 숟가락임 (배인): 캐뤼~ 캐뤼~ X캐뤼~!
[18:18] [전체] 숟가락임 (배인): 원딜 차이 딱 대!
[18:23] [전체] 백정임 (리심): 미드 차인데
[18:29] [전체] 숟가락임 (배인): 리심님 상심하지 마요 ㅋ 상대가 나잖아~ 실버의 코물쥐라구!
[18:33] [전체] 도구임 (한나): 그럼 트페는 실버의 다크임? ㅋㅋ
일반 유저들은 필터링 없이 받아들인다.
커뮤니티의 밈을 그대로 믿는 것이다.
아니, 그 이상.
[18:37] [전체] 원딜왕자 (토이치): LCK 우승자랑 대리충 비비지 마라
[18:39] [전체] 도구임 (한나): ㅇㅋㅇㅋ
자신의 우상인 다크를 얕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질 일인데, 팩트 폭격까지 쏟아낸다.
[19:00] [전체] 원딜왕자 (토이치): 대리충 빠는 놈들 정신 나감?
[19:03] [전체] 원딜왕자 (토이치): 신고를 해야지 ㅉㅉ
정신머리 똑바로 박힌 소리를 내뱉는다.
그 말에 일일이 대꾸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오, 실버 새끼가 뭘 안다고 깝치고 있어.'
자신의 아이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함부로 말을 하다가는 함정 수사에 걸릴 수 있다.
내 아이디 아닌데?
채팅으로 치는 순간 제재의 근거가 된다.
대리 기사로서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19:10] [전체] 대리중 ([트와이스 페이크): 우리 다크 선생님은 솔랭 1위고
[19:15] [전체] 대리중 ([트와이스 페이크): 코물쥐는 챌린저도 못 찍는 ㅄ인데 눈깔 사시임?
그럼에도 참지 못한다.
자신의 우상이 욕보이는 걸 말이다.
제재의 근거를 주지 않고 말을 했지만.
―솔랭에서 만난 대리충. jpg
[다크 빠는 대리충 캡처. jpg]
우리 다크 선생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심이라 더 무섭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ㅋㅋ
└코물쥐 선에서 컷!
└좀 더 놀려 먹지 그랬냐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대리 기사들이 다크를 옹호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
그럴수록 다크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게임판에서는 범죄자나 다름없는 이들이 실드를 쳐봤자 역효과만 난다.
끼익?!
그 수장.
좋든 싫든 엎질러진 물이다.
대리 기사 개개인을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크는 자신의 책상을 조심스레 세팅한다.
이걸 얼마나 더 신중히 하냐에 따라 실력을 상승시키는 게 가능하다.
----------------------------+
모니터와 책상 앞 부분의 거리: 46.5 - 48cm
팔걸이와 마우스의 높이 차이: 8.8cm
모니터 왼쪽 끝과 의자 왼쪽: 11cm
+----------------------------
실제로 말이다.
책상 앞 포스트잇에 적어두었다.
자신이 100%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끼익?!
끼익?!
평소보다 훨씬 세심하게 조정한다.
다크는 거의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다
그래야만 본 실력이 나온다고 확신할 정도다.
'이것도 다 PC방에서 공수해온 건데.'
자신이 처음 LoL은 시작한 PC방의 물품이다.
자신에게 딱 들어맞다고 생각해 돈을 주고 구입해 집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는 물론 의자, 패드, 모니터 기타 등등.
물수건으로 박박 닦아 신경 쓰이는 때를 전부 제거한다.
쿠웅!
그러고 나서야 게임에 돌입한다.
풀 컨디션의 자신이라면 실수 없이 게임을 승리할 수 있다.
다크에게 남은 건 그것뿐이었다.
* * *
이따금 듣는 소리다.
―코메이커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새벽에 다크 5연승 했어요 ㅠㅠ
"100개 감사합니다. 잠도 안 자고 열심히 하나 보네요."
?잠을 자면 안 되지!
?아니 지금 잠이 옴?
?아……
?풀세팅 하고 개빡겜 하고 있다던데
세팅.
게이머라면 한 번은 신경 쓰는 부분이다.
자신한테 잘 맞는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갖춘다.
'잘하는 게이머는 그런 거에 강박 관념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게이밍 장비 업체가 호황을 맞이하는 이유일 것이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 거라는 환상이 생긴다.
실제 이영호 등.
프로게이머들의 세팅 강박증은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유명한 이야기다.
―붕어빵타이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그런 거 없음?
"조금은 있죠. 근데 강박증까지 있는 사람은 웬만하면 없어요."
?없다고?
?왜
?자 가지고 와서 재는 선수도 있다던데
?정환이만 없는 거 아님?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세팅 강박증이 생기는 원인에서부터 바라본다면 말이다.
'사실 그런 징크스는 e스포츠는 물론이고 스포츠에도 굉장히 흔해.'
축구 선수 베컴은 모든 물건이 짝수를 이루어 종류와 색깔에 맞게 정리되어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누릴 수 있다.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은 시합 전에 늘 찬물로 샤워를 하고, 경기장에서는 로고가 정면에 위치하도록 하여 물병을 줄 세운다.
이런 심리적 불안이 왜 생길까?
후배 선수 및 스태프들에게 꼬장을 부리기 위함일까?
그것도 있을 수 있지만, 애초에 강박 관념 자체가 성공의 기억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는 우승을 한 기억이 없잖아요. 승패를 가를 만큼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인 선수는 거기서 또 소수고."
?정환이처럼?
?은근슬쩍 자랑하넼ㅋㅋㅋㅋㅋㅋ
?이거 ㄹㅇ임 유명 선수 다 그러더라
?정환이도 그래서 은퇴한 거?
성공한 기억이 없는 선수는 강박증이 생길 확률도 낮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말도 안 되게 심한 경우는 드물다.
'근데 다크가 뭐 성공한 게 있어?'
없다.
대리 매물은 많이 성공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기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솔로랭크 1위?
프로 선수들의 과정에 지나지 않은 행위가 성공으로 느껴지면, 기껏해야 일반인 레벨이라는 방증이다.
―무관귀신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다크 방금 연승 끊김ㅋㅋㅋㅋㅋㅋ
"그래요? 그럼 이제 큐 슬슬 잡히겠네."
?신경도 안 쓰네
?그만큼 당연하다는 거지~
?경쟁자 취급도 안 하네
?^무^야호~!
굳이 내가 태클을 걸 것도 없다.
기분 전환은 강박증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든 안 하든 유의미한 차이는 안 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그게 아니겠지만.'
시즌 종료를 앞둔 세기말.
태풍의 눈과 마찬가지로 챌린저에 이미 짱박힌 유저들은 의외로 평온하다.
거의 즐겜을 한다고 해도 될 정도다.
최상위권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경쟁 심리가 없다.
단 한 번 시즌3을 제외하고 말이다.
세기말이 빈집털이 취급을 받지만, 시즌3만큼은 특별한 예외로 둔다.
5픽: 우리 이제 친구 맞지?
오정환: 진짜 개나 소나 챌린저네
3픽: 개나 소낰ㅋㅋㅋㅋㅋㅋㅋㅋ
4픽: 세상 많이 좋아졌네
2픽: ㅋㅋ
아님 말고.
큐가 잡히자마자 어처구니없는 소식이 두 개 보인다.
―앗살라말라이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2픽 보고 기분 푸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롤 망했네. 솔랭의 신빙성이 사라졌네."
?코버지의 솔랭에는 감동이 있다……
?저러다 ㄹㅇ 다크급 되면 웃기겠닼ㅋㅋㅋㅋㅋㅋ
?2픽 누구임?
?헐 설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헛소리는 아닐지 모른다.
코물쥐 좋으라고 만든 소문은 아니지만 말이다.
'딱히 본인 실력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솔로랭크.
당연히 실력순이긴 해도, 단기간으로 보면 연승 구간에 진입할 때가 있다.
영리한 사람이라면 그 원인을 분석하기도 한다.
믿을 만한 동아줄을 붙잡고 있는 모양이다.
「나 지금 열 받았어!」
1픽의 권한으로 밴을 한다.
그 동아줄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한다.
2픽: 알리 노밴
2픽: ?
오정환: ㅈㄱ
3픽: ㅌㅌㅌㅌㅌㅌㅌㅌ
4픽: 서폿 말고 못합니다
5픽: AD 씹Carry
픽순이 높으면 원하는 라인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
눈치 빠른 팀원들이 적절하게 입을 맞춘다.
―폭탄목걸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걸 양보하네 ㄷㄷ
"프로들 라인 뺏기면 즐겜 하기 때문에 양보해야 돼요."
?고전파는 못 참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2미드 각이었는데 ㄲㅂ
?ㄹㅇ 누가 가도 잘함
?코물쥐 복 터졌누
시즌3의 세기말이 유난한 주목을 받았던 이유.
점수제에서 티어제로 바뀌었기 때문도 있지만, 가장 큰 건 역시 인물이다.
e스포츠판에서 스타의 존재는 그만큼 절대적이다.
'고전파가 참여를 했으니까.'
집주인이 터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빈집털이가 안 될 만도 하다.
필연적인 접전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