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73화 (473/846)

473화

후루룩―!

컵라면 면발이 입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국 사람이라면 군침을 다실 수밖에 없는 소리지만.

'2픽 승률 52%, 3픽 승률 60% 하지만 판수 적고, 4픽은…….'

남자에게 있어서는 생존을 위한 칼로리다.

배를 채우기 위해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을 꾸겨 넣는다.

〔키사마〕

「다크야 나 골드 찍어줘」

「자?」

「1 사라졌는데 ㅎ」

「내 말 씹어?」

「내 말 씹냐?」

「키사마ㅏㅏㅏㅏㅏㅏㅏ」

러브콜도 무시한다.

최근 자신에게 관심 있어 보이는 한 여자.

그런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을 할애할 때가 아니다.

'이런 판은 닷지를 하면 좋긴 한데.'

겨우 10시간 남았다.

시즌이 종료되기까지 말이다.

닷지를 하면 LP감소도 감소지만 30분이 날아간다.

그것까지 계산하여 밴픽을 보고 있다.

상대팀의 조합이 갖춰지는 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다린 후 고개를 젓는다.

〔1 대 1 대화〕

닷지셔틀맨: 형 제가 닷지할까요?

다크: 부탁한다

닷지셔틀맨: 네! 다른 아이디로 올게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닷지는 이제 한정적이다.

듀오를 이용해 일종의 꼼수를 쓰고 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가 없다.

상대가 상대.

오정환도 거슬릴지언데 그 고전파까지 움직이고 있다.

적당히 챌린저만 찍고 쉴 줄 알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롤드컵을 끝내고 기진맥진한 상태일 텐데 말이다.

쿠웅!

그런 고전파에게 밀리다니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이 용납 안 한다.

아무리 프로를 포기했어도 승부욕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3픽: ㅇㄷ

4픽: 캬 버스 미리 감사욬ㅋㅋㅋㅋㅋㅋㅋㅋ

5픽: 죄송한데 저 서폿을 못하는데;;

큐가 잡힘과 동시에 Ctrl+c Ctrl+v.

전적 검색 사이트 Fow에서 아군들의 아이디를 살펴본다.

'좋아. 라인도 크게 꼬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멤버가 좋다.

원딜러인 잭선장.

최근 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잭송장이라 불리고 있긴 해도, 솔랭에서만큼은 LCK 최초 우승자답게 근본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의 멤버도 나쁘지 않다.

점수 대비 잘했다는 기억이 있다.

문제는 서폿을 못한다고 하는 5픽.

5픽이 인권이 없다는 소리는 천상계에서는 해당이 안 된다.

가끔씩 드립으로 하긴 해도, 대놓고 눈치 주는 경우는 없다.

「누구도 날 막지 못해!」

각자 잘하는 라인에 간다.

포지션 폭이 넓은 사람이 양보를 해준다.

특히 프로들은 주라인이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소화한다.

'음, 고전파라면…….'

2픽인 고전파가 알아서 서포터 픽을 뽑는다.

자신이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두 가지 이유로 내키지 않았다.

이미지 전략.

일반 유저들은 이러한 밴픽의 과정을 모른다.

고전파에게 미드를 뺏어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 * *

커뮤니티는 챌린저 구간의 화제로 떠들썩하다.

시즌 종료가 정말 카운트 다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시간 ― 『10:05』

이 안에 행해지는 모든 게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랭킹에 영향을 미치는 챌린저 게임이라면 더더욱.

─다크는 고전파한테 미드 양보 받나 보네

오정환은 정글 가서 버스 타던데 ㅋㅋ

클라스 차이는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거지^^

└진짜네

└네 다음 닼빡이

└닼빡이 거르고 황족 미드면 다크 빨아야짘ㅋㅋㅋㅋㅋㅋㅋ└백정으로 도망가는 거 추함 ㅋ

스토리텔링이 짜인다.

유저 한 명, 한 명이 배우라고 생각하면 뇌피셜이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진다.

현재 커뮤니티의 상황.

포지션 양보를 했고, 안 했고로도 팬덤 간의 싸움이 벌어질 정도인데.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고전파 트롤하눜ㅋㅋㅋㅋㅋㅋㅋㅋ

─고전파 세기말인데 즐겜함?

─이번 판 지면 오정환이 따라잡겠는데

─???"

내 알리에는 문제가 없다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난다.

오정환이 포지션을 양보한 이유.

그것에 대한 설명 이전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태다.

─프로가 솔랭에서 10데스 박는 게 말이 됨??

[고전파 전적 캡처. jpg]

고의 트롤로 정지 먹여야지 ㅡㅡ

바로 공홈에 신고 때렸다

└닼빡이 분노의 타이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느그 주인은 대리로 신고 안 해?

└팩트) 고전파는 롤드컵을 우승하고 왔다

└아 ㅋㅋ 국위선양 했는데 즐겜 좀 할 수 있지

참전 멤버가 너무 화려하다.

최근 롤판에서 가장 핫한 고전파까지 뛰어들며 판이 커졌다.

그 고전파가 기상천외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유저들의 이목이 몰리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전판에 오정환이 알리 밴하길래 뭔가 했는데

고전파<< 알리 ㅈㄴ 못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롤이었던 거임 ㅋㅋ

└롤도사 큰 그림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은근히 날카로움

└은근히가 아니고 대놓고 날카롭지. 개ㅈ슼 떡상도 예측한 놈인데

진지한 게임도 재밌지만, 예능 게임은 더 재미있는 법이다.

롤드컵 우승자의 트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다크의 입장에서는 얼척이 없다.

기껏해야 도구.

간단하기 짝이 없는 역할을 맡겼는데 수행하지 못하다니?

너무나도 예상외의 사태다.

안 그래도 중요한 한 판을 낭비했다.

아니, 경쟁자인 오정환에게 힘을 실어준 꼴.

'바텀이 뭐 하려고 하지만 않았으면 이긴 게임이었는데.'

보여줄 거면 결승에서 보여주든가.

즐겜을 해도 하필 오늘 하는 바람에 게임을 패배하게 되었다.

쿠웅!

다음 큐가 잡히자 고민은 다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이전 판과 비슷한 상황이 또 생기고 말았다.

〔1 대 1 대화〕

닷지셔틀맨: 닷지할까요?

다크: 아니 잠깐 기다려

2픽에 고전파가 보인다.

아군에 서폿 유저가 없다.

자신이 미드를 간다면 또다시 고전파가 서포터를 하게 된다.

'그래도 고전파인데.'

누구나 한 판 정도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잘 안 맞는 챔피언 정도는 존재한다.

「나 지금 열 받았어!」

다크는 1픽의 권한으로 알리를 밴한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고전파도 알아들었을 터.

「내 숨이 붙어있는 한 고통 받게 두진 않아요」

적당히 픽을 한다.

대세 챔피언은 아니지만, 나쁜 픽에도 속하지 않는 평범한 서포터다.

'힐라카? 힐만 잘 주면 문제 없겠지.'

못하기도 힘든 챔피언이다.

자신이 바텀 위주로 시팅해 준다면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를 짓는군.」

트페를 가져간 다크는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

* * *

세기말.

사전적 의미 그대로 긴박감이 롤유저들을 사로잡고 있다.

─맛있는실론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상대팀 다크+고전파임 ㅈ됨 ㄷㄷ

"서포터니까 별로 상관없죠."

―서폿도 잘할 거 같은데

―고전파 챔피언폭 미침ㅋㅋㅋㅋㅋㅋㅋ

―고전파가 저쪽에 가다니……

―이거 이길 수 있냐?

BJ로서는 개꿀인 기간이다.

똑같이 솔로랭크를 진행해도 배 이상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스토리텔링.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절로 짜인다.

양 팀 멤버가 워낙 화려하기도 하거니와.

─퍼스트 블러드!

알고 있다면 더더욱 이용할 건덕지가 많다.

바텀에서 굉장히 재미난 일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

―우리 바텀이 이긴다고?

―고전파 죽었는데 뭐냐

―희생한 거겠지

실력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선수다.

하지만 누구나 옥에 티 정도는 있는 법이다.

'고전파의 알리는 굉장히 악명 높았지.'

아군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로 말이다.

실시간으로 게임을 하드 캐리하고 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바텀이 터져 나간다.

내가 별다른 거 안 해도 무난하게 이기는 게임이 되었다.

─숟가락의귀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고전파 왜 트롤함? ㅋㅋ

"눈물겨운 희생일 수도 있겠죠."

받아먹는 입장이면 환영하는 이벤트다.

바텀 균형이 무너지며 게임을 승리한다.

쿠웅!

문제는 다음 판.

아무래도 천상계는 좁다.

세기말이다 보니 솔로랭크를 안 하는 챌린저도 많다.

5픽: 캐뤼~ 캐뤼~ 씹캐뤼~!

5픽: 원딜 차이 딱 대!

―신났넼ㅋㅋㅋㅋㅋㅋㅋㅋ

―겨우 한 판 이겨 놓고

―코버지의 딜에는 감동이 있다!

―근데 전판 잘함 ㅋㅋ

쓸데없이 더 돌리는 놈도 있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필연이라는 이야기다.

「내 숨이 붙어있는 한 고통 받게 두진 않아요.」

시즌3의 솔로랭크는 MMR에 따른 픽순이다.

아군에 고전파가 없고, 알리가 밴 됐다는 것을 봤을 때.

─크림치즈모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다크가 트페고 고전파가 서포터인 듯?

"그런 것 같네요."

―힐라카네

―전판 똥 싸서 미안하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체미가 혜지를 ㄷㄷ

―양심 있누

상대팀의 상황이 대략 예상된다.

알리가 밴되자 고전파가 새로운 서포터를 꺼낸 것이다.

'근데 힐라카도 만만치 않을 걸?'

흔히 고전파의 서포터 하면 알리를 첫손으로 뽑지만, 사실은 전부터 악명이 자자했다 그 시초가 되는 챔피언.

─퍼스트 블러드!

바텀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굉장히 안타깝게도 말이다.

[03:00] 코물쥐(토이치): 정환 님

[03:05] 코물쥐(토이치): 우리 롤드컵 우승 한번 가죠

―미친놈인가

―어이가 없어서 대꾸도 안 하네

―고전파 땄으면 ㅇㅈ이짘ㅋㅋㅋㅋㅋㅋ

―와 코버지 물 올랐는데?

코물쥐가 아주 기세등등하다.

고전파의 트롤링으로 자신감을 얻은 모양이다.

'태초에 펜타힐 힐라카가 있었지.'

미드 유저들은 기본적으로 팔방미인이다.

어느 라인을 가든 평균 이상으로 소화한다.

언제나 예외가 있을 뿐.

워낙 피지컬이 뛰어나다 보니 컨트롤로 극복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그 점이 서포터를 할 때 발목을 잡는다.

스펙이 낮은 서포터의 특성상 줄타기를 하다 죽기 십상이다.

미드를 할 때와는 감각이 다르다.

차후에는 짬이 쌓이면서 잘해지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그냥 트롤이다.

─코가굉장히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지하게 다시 뭉쳐보는 거 어떰?

"진짜 토 나올 것 같으니까 장난으로라도 하지 마세요."

―코물쥐 잘하는데

―코버지!! 코버지!! 코버지!! 코버지!! 코버지!!

―PTSD ON

―이거 진짜 코물쥐 캐리각임ㅋㅋㅋㅋㅋㅋㅋ

코물쥐가 잘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설사 못했어도 승리라는 달콤한 과실을 수확했을 것이다.

'약간 똥이 묻은 기분이 나긴 하는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

그 이전에 원하는 스토리텔링인 것도 사실이다.

─코물쥐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바텀이 박살나고 있다.

게임을 사실상도르로 캐리한다.

적어도 시청자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15:11] [전체] 코물쥐(토이치): 다크님 상심하지 마요 ㅋ

[15:16] [전체] 코물쥐(토이치): 상대가 나잖아

본인의 눈에도 말이다.

난생 처음 해보는 경험에 잔뜩 들떠 지랄병이 났다.

'나한테 하면 죽여버리겠지만.'

상대가 다크라면 대승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어차피 두 번은 없을 일.

[15:30] 적 팀이 찬성 5표 반대 0표로 항복에 동의했습니다!

시즌3의 솔로랭크는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미지 전략으로서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녹차레몬주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다크 서렌 치는 거 처음 보넼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왜 서렌 안 침?

―다크 멘탈 좋잖아

―코물쥐 채팅 보고 빡쳤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같으면 모니터 때려 부쉈다 ㄹㅇ

솔로랭크 승률을 0.5%라도 올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솔로랭크 유저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임이 맞다.

'그걸 포기까지 할 정도면.'

조금쯤은 걱정이 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