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80화 (480/846)

480화

김군으로서는 얼척이 없다.

"선생님?"

"네! 발령이 하도 안 와서~ 채이 학원 강사하고 있어요. 냥!"

?응 구라띠

?뭐지 이 혼종은

?냥은 뭐야 토끼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

?토끼면 성욕 개쩖? ㅋㅋ

1번 참가자.

바니걸 복장을 입고 온 것도 제정신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자기 PR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여기 여캠이야 미친년아.'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인간이 할 이유가 1도 없다.

그 이전에 시청자들이 보는 건 얼굴과 몸매뿐이다.

"아, 알겠습니다! 아니, 참 선생님도 여캠을 하려고 하네. 개인기 뭐 준비해온 거 있어요?"

"춤!"

"춤?"

"노래 틀어주세요. 토끼송!"

이렇게 정신이 나가 보이는 처자가 아니다.

그럭저럭 생기긴 했어도, 자신의 엔터 애들에게 미치지 못한다.

「날씬하고 쫙 빠진 섹시한 귀 난 토끼예요~♬」

개인기를 보며 생각이 조금 바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김군도 보라판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클럽에서 좀 놀았나?'

생각보다 제대로 된 댄스를 추고 있다.

컨셉과도 어우러져 자신도 넋 놓고 지켜봤을 정도다.

―여캠판준돌이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토끼녀라 할 만하눜ㅋㅋㅋㅋㅋㅋㅋ

"꺄~ 별풍선 엄청 많이 감사합니다!"

"선생이라며? 숫자도 제대로 못 읽어요?"

"문과임."

"아 문과면 어쩔 수 없지."

?문과면 ㅇㅈ이짘ㅋㅋㅋㅋㅋㅋㅋㅋ

?이년 컨셉 또라이눜ㅋㅋㅋㅋㅋ

?학원 어디냐? 당장 등록하러 간다

?가서 혼내줘야겠네 ㅇㅇ;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다.

김군은 눈치를 보며 서둘러 다음 차례를 참가자를 부른다.

오정환이 괜한 말을 꺼내기 전에 말이다.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시간을 더 줬다가는 표를 뺏길지 모른다.

「알랑가 몰라 왜 화끈해야 하는 건지~」

물론 그 정도다.

김군은 우승을 확신하고 있다.

유라의 진짜 섹시 댄스가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다.

?가슴 ㅈㄴ 흔들렼ㅋㅋㅋㅋㅋㅋㅋ

?배꼽 피어싱 대꼴

?몸매 작살 나네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어디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기껏해야 클럽 몇 번 다녔을 선생과는 차원이 다른 허리놀림을 선보인다.

'유라가 저 허리로 남자 여럿 죽였는데 흐흐.'

있던 업소에서 나름 에이스로 지냈다.

몸 파는 게 싫어 은퇴했지만, 여캠으로 그 재능을 살릴 생각이었는데.

"진짜 잘 추시네요."

"기성 여캠 중에서도 이 정도로 리액션 잘하는 여캠 흔치가 않은데! 투표를 1위를 할 만하네!"

"근데 사회에서 무슨 일 하셨어요?"

"……네?"

오정환이 찬물을 끼얹는다.

예정에도 없던 물음으로 갑분싸를 만들고 있다.

'아니, 그딴 게 뭐가 중요하다고!'

여캠들 대부분이 변변찮은 직업을 가지지 못했다.

아니,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가진 건 몸뚱아리 하나.

돈을 쉽게 벌고 싶으니 하는 직업이고, 애초에 유입된 이유가 그것이다.

"아르바이트도 했고 그… 모델?"

"아 모델!"

"네, 네네."

"어느 잡지에서 일하셨어요? 아니면 쇼핑몰?"

"그게 아마 쇼핑몰……."

그래서 신입 여캠들은 미리 교육을 받는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대답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루 이틀 된 업계가 아니다 보니 어느 정도 정형화가 돼 있다.

시청자들도 어지간하면 넘어간다.

―여캠사심충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 얼굴에 편의점 알바를 했다고??

"네에……."

?어느 편의점임? 난리 났을 거 같은데

?물류 정리해본 적도 없다 빼박

?개구라

?눈동자 굴러가눜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이 불을 지피며 상황이 기묘해졌다.

첫 타자인 유라는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나머지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황한 나머지 되는 대로 내뱉는다.

생방송의 특성상 눈치 빠른 보라 시청자들이 소란을 떨며 대이변이 일어난다.

「2차 투표 발표」 ? A조

1등. 유라

2등. 토끼녀

3등. 봉순이

4등. 성하

5등. 보영이잉

6등. 로사

7등. 혜민

8등. 미쮸

9등. 라이츄

10등. 퀸유미

총 참여자 ? 31.892명

2차 투표의 결과.

1차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가까스로 1위만 사수하고 있다.

'성하, 로사 이년들 일 제대로 안 해? 돈 쉽게 벌기 싫어?'

자신의 엔터에 소속된 둘이 순위권에서 이탈했다.

유라도 투표 수가 상당히 줄어 여유를 가질 수 없다.

김군은 속으로 분을 삭인다.

괜히 언쟁을 했다가는 일이 커진다.

수습할 수 있는 찬스가 다가오기도 한다.

"이제 전문가 평가거든요? 정환 님 마음에 콕 든 여캠이 있었나요?"

"저는 솔직히 눈이 높다 보니까."

"아~ 이 새끼 분위기 겁나 못 맞추네!"

?눈치 없눜ㅋㅋㅋㅋㅋㅋ

?급 떨어지는 여캠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아도 욕하는데 ㄹㅇ

?ㅈ정환이 그럼 그렇지

최종 투표 직전.

전문가 평가라는 명목으로 여론에 개입할 수 있다.

이전까지도 은근하게 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가능하다.

'사고 못 치게 적당히 억누르고 있으면.'

이전부터 그러한 놈이었다.

겉보기엔 서글서글한데, 가끔씩 툭툭 내뱉는 한마디가 상상도 못 한 파급을 불러일으킨다.

채팅창 물타기를 일으켜 엄한 소리를 못하게 만든다.

이전이었다면 그 정도로 충분했을 수도 있지만.

―지원왔어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왜 자꾸 여캠들 직업 물어서 눈치 보게 함? ㅋㅋ

"그게 이상한 건가?"

"이상하지! 너 빼고 아무도 안 궁금해!"

"진짜 안 궁금하다고 생각하세요?"

"뭐?"

세상이 달라졌다.

오정환의 말에 순간 대꾸를 못 한다.

생방송.

딱 그만한 차이로도 공기가 변한다.

"여자 과거에 대해 궁금해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그건 솔직히 여자 입장이고 남자 입장에서는 궁금하거든요. 게다가 시청자 입장에서는 더 궁금해. 이렇게 예쁜 여자가 어디서 왔을까?"

?오

?오정환 폭탄 발언 ㄷㄷ

?진짜 왜 물어보면 안 되지? 뭐 켕기나?

?챙녀 출신 많아서 그렇지 ㅋㅋㅋ

금기시되는 말을 꺼내놓는다.

커뮤니티에만 가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의문이다.

'아니, 이 새끼가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켕기는 바가 있는 김군으로서는 당장에라도 입을 틀어막고 싶다.

하지만 공기가 변했다.

메인MC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오정환의 봉인 풀린 주둥이를 어떻게 제지할 수가 없다.

"모델 같은 거 했다고 하잖아!"

"제가 지금까지 여캠들 만나서 직업 물어보면 열에 아홉이 모델이에요. 대한민국에 모델이 언제부터 그렇게 많았을까요?"

"모델을 했으니까 말을 그렇게 했겠지이……."

"정말 그럴까요? 저기 유라 씨."

사전에 상의도 없던 부분이다.

이 업계가 어찌 굴러가는지.

모르지도 않을 놈이 말도 안 되는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혹시 소속사가 어디인지, 프리랜서면 주로 어느 회사랑 계약을 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

"유라 씨?"

"저 사실 모델은 안 했어요. 그냥 사진 한두 번 찍은 적은 있는데……."

오정환이 밀어붙이자 버티지 못하고 술술 불고 있다.

김군은 어떻게 말리지도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멍청한 년이!'

자신까지 자폭을 할 수는 없으니까.

이래 봬도 프로.

표정 변화를 죽인 채 잠자코 때를 기다린다.

―쿤☆정공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사생활을 왜 다 물어보는 거임? 진짜 개념 존나 없네

"날카로운 지적 감사합니다. 저도 평소 같은 자리면 안 물어봤을 거예요."

?왜? 재밌는데

?저 새끼 혼자 풀발함ㅋㅋㅋㅋㅋㅋ

?오정환도 선 엄청 넘는 듯

?개판 꿀잼 ㅋㅋ

원호가 와줄 때까지 말이다.

물타기를 도와줄 직원들이 주시하고 있다.

다행히 빠르게 눈치채고 후원과 채팅으로 여론을 수습하고 있는데.

―쿤☆군대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거 룸빵에서 일하던 년들도 있더만

"군대 님 1000개 감사합니다. 그러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김군의 팬들이 오정환을 두둔하고 나선다.

그의 방송은 양지를 지향해왔고, 팬들도 그러한 성향에 맞춰졌다.

'…….'

평소 말하던 것들이다.

번지르르한 겉에 목을 매왔다.

썩은 속을 드러낼 수 없는 김군은 발언권을 잃는다.

"파프리카TV에서 공식적으로 후원하는 여캠듀스 101이잖아요? 얼마 전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던 만큼 투명성에 더 신경을 써서 시청자 여러분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불미스러운 사건ㅋㅋㅋㅋㅋㅋㅋ

?철드모트 읍읍!

?여캠들 별풍 왜 이렇게 많이 받는지 아직도 모르겠음? 그래서 직업이 뭥미?

대의명분도 뺏긴다.

파프리카TV의 후원.

이는 든든한 뒷배임과 동시에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공식 방송의 성격에 가까워진다.

즉, 병크가 일어나면 안 된다.

그것을 사전에 방지하겠다.

"이렇게 예쁘고 몸매 좋으신 분은 일상이 특별할 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랑 크게 다를 거 없거든요."

"맞아요."

"오히려 그런 선입견 때문에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하기가 꺼려질 수도 있고."

"진짜 그래요."

분위기까지 수습하자 이제 압도적이다.

참가자로 온 여캠들까지 오정환을 선망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뭘 좋다고 생글생글 웃고 앉았어!'

김군은 부글거리는 속을 정말 간신히 삭이고 있다.

투표에서 이기고 있다는 것만이 이성을 유지키시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최종 투표 발표」 ? A조

1등. 토끼녀

2등. 봉순이

3등. 유라

4등. 보여이잉

5등. 혜민

6등. 성하

7등. 로사

8등. 미쮸

9등. 퀸유미

10등. 라이츄

총 참여자 ? 36.974명

그마저 무너진다.

최종 투표.

전문가 평가를 거친 후에 시청자들이 마지막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여캠을 점찍는다.

오정환의 폭탄 발언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김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전문가 평가를 제대로 못 했잖아! 네가 이상한 쪽으로 화제를 돌리는 바람에!"

"그런 것도 재미죠."

"뭐?"

"자신의 마음에 콕 든 여캠이 떨어졌을 때 느끼는 박탈감."

?김군 유라빠였넼ㅋㅋㅋㅋ

?아 젖군은 못 참지 ㅋ

?흥분했누

?당연히 1등 할 줄 알았던 듯? ㅋㅋ

이미 주도권을 오정환이 꽉 잡고 있다.

자신의 급발진조차 재밌는 해프닝으로 인식시킨다.

『지금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라!』

실제 프로듀스 101의 모토이기도 하다.

해당 프로그램이 넓고 깊은 인기를 얻은 비결이다.

'…….'

김군은 치솟았던 흥분을 진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더 화를 낸다?

이상한 놈이 되는 건 자신이다.

켕기는 것도 있다 보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그래서 제가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해봤거든요."

"뭐, 뭘."

"패자 부활전 어때요? 오늘 하루로 이분들의 매력을 다 봤다고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어느새 실질적인 메인MC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군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쿤☆힘찬이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패자 부활전 제발!

"힘찬이 님 5천 개 감사합니다! 진짜 큰손이시다. 이분이 팬이 된 분은 솔직히 말해서 땡 잡은 거긴 해요."

"……."

?캬 5천 갴ㅋㅋㅋㅋㅋㅋ

?젖군팬이니까 당연히 ㅎㅎ

?패자 부활전 아이디어 개쩌는 듯

?방송하면 저분이 회장 달아주겠네

자신의 유무와 상관없이 방송이 매우 잘 굴러간다.

자신의 열혈들까지 적극 협조하자 대체 누구 방송인지 모를 지경이다.

'아니, 갑자기 왜.'

방송 전에 그렸던 그림과 180도 상이하다.

투표의 결과도, 방송의 진행도 오정환에게 완전히 농락당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흥행하고 있는 여캠듀스 101.

그것이 첫걸음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김군으로서는 아직 상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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