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82화 (482/846)

482화

딩동♪

사실 가장 큰 부수입은 다름이 아니다.

"헤헤! 헤헤헹."

"야 화장품 다 묻는다.

방송이 끝난 후.

리아가 의상을 그대로 입고 찾아온다.

하루의 낙이라고 할 수 있다.

'재밌잖아.'

보통 저런 정신 나간 의상을 입는 여자는 없다.

어디 클럽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는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젖이, 크긴 해."

"꺄아♡"

노골적으로 강조한 살덩이.

얼굴을 푹 파묻는 보람이 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눈높이도 이럴 때는 좋다.

분내 섞인 옅은 땀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숨을 크게 쉬어 빨아들이자 체온이 상승하는 게 느껴진다.

"애기 젖 주는 기분이에요."

"쓸 일도 없으면서."

"혹시 또 모르죠. 실수로 생긴다거나."

"……."

본래는 신성한 기관이다.

다른 쪽으로 쓰일 일이 많긴 하지만, 가끔은 제작자의 의도를 고려해본다.

"임신하면."

"네?"

"젖 먹는 보람은 있겠는데?"

"우~~ 애기 생기면 몸 엄청 망가지거든요?"

"어떻게?"

"가슴도 커지고 꼭지도 까맣게 딱딱해지고~"

지금도 충분히 크긴 하지만, 상상을 해보니 미스매치다.

이렇게 예뻐진 몸에서 가슴만.

'그래서 남자들이 여자를 임신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감각.

이미 상당히 변하긴 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배는 커졌다.

털썩!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눕힌다.

파묻은 얼굴을 떼자 풀어 헤쳐진 상의가 가관이다.

따듯한 물속에 들어간 감각이다.

맞닿는 부드러운 피부까지 정말 포근하다.

느긋하게 즐긴다.

리아도 딱히 애태우는 타입이 아니라 상성이 잘 맞는다.

'후우…….'

파워 야스처럼 격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좋아하는 편이다.

편안하다.

심적인 만족감이 높다.

방송에서의 모습을 생각하면 정복욕이 샘솟는다.

쏴아아아아―!

씻긴다.

목욕물로 따듯하게 몸을 데운 다음 평소처럼 안고 잘 예정이다.

"오빠."

"왜."

"잘 거죠?"

"오빠 피곤해."

"우~~"

베개가 말썽이다.

예쁜 다리로 물장구를 치며 귀찮게 칭얼거린다.

"너도 피곤하잖아."

"피곤해요."

"그래."

"하지만 욕심도 내보고 싶어요."

욕조에서 일어난 리아가 내 얼굴에 살덩이를 얹는다.

중력에 따라 흘러내리며 중량감을 과시한다.

두 손으로 내 뒤통수를 잡으면 꽉 끌어당긴다.

부드러운 살덩이의 감촉이 기분 좋은 압박을 준다.

"자꾸 베개로만 쓰고."

"재질이 좋잖아."

"저도 여자거든요?"

"박히고 싶어?"

"아, 아니! 그런 거 말구요~"

살짝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큰 상관은 없다.

토라진 소리를 하면서도 열심히 제 역할을 한다.

쏴아아아아―!

씻기고 나온다.

한 번 더 혼을 내준 것에 만족했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져있다.

"리아야."

"네?"

"리아는 여기 허전하거나 그런 느낌 없어?"

"허전? 왜요? 만족했는데."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개 안쪽의 이질감을 호소하는데, 리아는 굉장히 익숙해진 모양이다.

'뭐, 어때.'

본인이 만족하면 될 일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되는 역치는 다르고, 매운맛이 좋다면 퍼먹어도 문제될 건 없다.

"오빠."

"응?"

"오빠랑 데이트 하고 싶어요."

"하잖아."

"우~~ 집구석 데이트 말구요."

달콤한 맛도 가끔은 원하는 듯하다.

* * *

여캠듀스 101.

〔개인 방송 갤러리〕

―리아좌가 확실히 격이 다르긴 하네 [2]

―여캠들 보고 오~ 했는데 리아 보니 별것도 아님ㅋㅋㅋ―오정환은 왜 여신님한테 깝치냐? [30] +5

―김군이 파프리카 탑급BJ가 아닌. EU [1]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고 있다.

기대치부터가 높았던 만큼, 현재 모이고 있는 관심의 절대량은 크다.

―오정환은 왜 여신님한테 깝치냐?

대놓고 선 긋는데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자꾸 신경 긁네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건 닌데?

글쓴이? 느금

└야 야 그러다 어금니 부러지겠다 ㅋㅋ

└물소 한 마리 빡쳤누

오정환이 큰 기여를 했다는 데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방송적 화제를 만들어낸다.

1일 차에 이어 2일 차까지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캠듀스 101의 중심은 오정환이 되고 있다.

―김군이랑 오정환은 확실히 클라스 차이가 남

김군=메인MC

오정환=보조MC

근데 방송 진행은 뭐다?

오정환이 멱살 잡고 캐리 중 ㅋ

같은 삼대장이 이렇게까지 벌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ㄹㅇ 누가 메인MC인지 모르겠더라

└비겁하게 팩트 가져오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개추

└그냥 김군은 젖군짓 하는 게 한계임. 공중파에서 성공 못 한 것만 봐도

인기BJ에 대한 비교.

개인 방송 갤러리의 메인 화제 중 하나다.

팬들의 시시한 시빗거리라고 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하오……, 진짜.'

김군으로서는 안 그래도 민감하다.

오정환에게 본때를 보여줄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방송의 주도권을 역으로 빼앗기며 들러리에 지나지 않은 처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토독, 톡!

그 계기.

김군은 머리를 굴렸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염 부장님!"

<어. 어쩐 일이야?>

"제가 염 부장님께 문안 인사드리는 데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제 인생의 모토가 되는 존경하는 형님이시죠."

<아, 그래.>

무위로 돌리면 된다.

김군의 머릿속에서는 퍼즐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

오정환이 뱉은 폭탄 발언을 문제시 삼는다면?

'아주 미운털이 톡톡히 박히는 거지.'

여캠은 파프리카TV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콘텐츠다.

혹시 잘못되기라도 했다간 보통 큰일이 아니게 된다.

오정환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확신에 찬 김군은 평소와 달리 조금 시큰둥해진 반응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도 그거 확인하긴 했는데.>

"보셨구나~ 오정환 그 녀석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버려서 참 곤란합니다."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

"네?"

염 부장은 업체 쪽 파벌이다.

여캠의 중요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지만.

'오정환 그 친구가 생각 없이 저질렀을 리 없지.'

같은 사건이라도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나도 아차 싶었어.>

"저, 저기……."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콘텐츠인데 나중에라도 사건이 생기면 골치 아프겠지. 오정환 그 친구가 아주 똑 부러져. 평가가 높은 이유가 있다니까?>

"…….>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염 부장에게 있어서 오정환은 싫어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박식하고, 사고도 안 치고, 다른 BJ 연놈들이랑은 음, 다르지 달라.'

딱히 편을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정도의 사건을 굳이 문제시 삼을 이유가 있을까?

현장을 판단하는 그가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

상층부에도 염 부장의 시각이 고스란히 전달되자.

"그런 일이 있었어? 뭐 기사 뜬 건 없겠지?"

"다행히 아직은 없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선조치를 잘한 것 같다는 평가가."

"잘한 것 같다?"

"예, 선을 그어 놓는 거죠. 나중에 병크가 생겨도 책임 소재가 여캠 본인에게 있도록 말입니다."

"음~"

이병권 이사는 염 부장에게 받은 보고서를 읊는다.

남수길 대표이사가 쉽게 수긍할 만큼 문제되는 내용은 없다.

'이래도 돼?'

무언가 찜찜할 뿐.

오정환에게 너무 좋은 쪽의 내용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파벌의 스탠스와 다르다.

중간책인 염 부장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이병권 이사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

파프리카TV의 상층부도 문제 삼지 않는다.

'…….'

김군으로서는 미치고 팔딱 뛸 노릇.

대의명분도, 민심도, 상층부의 환심까지 오정환에게 넘어갔다.

"야, 니들 똑바로 안 해?"

""죄, 죄송합니다…….""

"돈 편하게 벌고 싶으면서 이것도 제대로 못 한다고? 하아~ 니들 안 되겠다 진짜."

무엇보다 실리.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오정환 때문에 빡친 마음을 엔터 여캠들에게 풀고 있다.

'그나마 유라가 패자 부활전으로 올라가긴 했는데.'

여캠듀스 101에서 선발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막대한 홍보 효과는 물론, 공식적인 인정을 받게 된다.

큰 가치를 가진 커리어다.

자신의 엔터 소속 여캠들이 독차지하려고 했다.

엄한 년들에게 뺏기고 있다.

"강제로 묶어둔 거 아니니까 업소 같은 데서 힘들게 돈 벌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아, 아니에요…….""

"내가 니들 좋으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그걸 못 처먹고 오빠를 실망하게 만드냐!"

길길이 날뛴다.

백두혈통이 빙의한 듯한 체중 탓에 땅바닥이 쿵쿵 울린다.

'니들 좋으라고 하는 사람은 믿는 거 아니랬는데.'

'지가 안 가르쳐주고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욕심도 많은 돼지 새끼.'

예비 여캠들.

빚, 금전욕, 출세욕 기타 등등 각자의 사정으로 김군의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녀들로서도 성공을 해야 한다.

저 김정은 닮은 돼지 새끼의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저희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뭔데?"

"어차피 뽑히는 건 한 명이니까 한 명을 몰아주면 안 될까요?"

""맞아! 맞아!""

"그럼 나머지는?"

"그건 저희가 상의해서 정해볼게요. 데헷."

"패자 부활전 열심히 하면 되죠!"

김군으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누가 됐든 뽑히기만 하면 자신은 목돈을 만질 수 있다.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나눠 받는 계약.

그녀들도 돈을 벌고 싶다면 알아서 잘해야 할 것이다.

'방송의 주도권도 되찾아 와야지.'

걱정을 하나 덜었다.

자신의 주된 목적에 집중할 수 있다.

오정환 이상의 방송적 영향력을 입증한다.

토독, 톡!

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김군은 머릿속 번뜩인 생각을 실행에 옮긴다.

〔리아〕

?리아야

?잠깐 시간 괜찮니?

「어」

「왜요?」

?오빠가 리아한테 긴히 할 말이 좀 있어서

전문가 평가.

투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오정환이 폭탄 발언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

'리아를 꼬드기면.'

2 대 1로 발언권이 앞선다.

지난 방송에서 보니, 예전과 달리 진행 능력이 상당히 익숙해졌다.

자신과 데이트도 했던 사이.

오정환과는 거의 앙숙 같은 사이.

그녀에게 있어서도 흥미로운 제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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