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83화 (483/846)

483화

<급 떨어져도 아이돌>

3일 차.

여캠듀스 101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진짜 101명이나 하겠냐고.'

개인 방송의 스케일상 한계가 있다.

장기 콘텐츠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여캠 시장이 그 정도로 크지도 않다.

"오늘도 정말 예쁜 여캠분들이 나와주셨거든요?"

"……그렇네요."

"정규 진행 마지막 날, 데뷔 조에 들어갈 행운의 두 분이 누가 될지 지금부터 흥미진진하게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벌써 마지막이야?

―진행 깔끔해서 좋네

―탈락한 애들도 방송하고 있던데

―오정환이 메인MC누 ㅋㅋ

그렇기에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캠듀스 101에서 선발되는 소수의 여캠은 큰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

'이만한 개꿀 시장을 저 뒤룩뒤룩 찐 돼지 새끼가 탐을 내지 않을 리가 없지.'

1일 차부터 꾸준하게 방해 중이다.

김군의 입김이 닿았을 법한 여캠을 조준해서 떨어뜨려왔다.

「1차 투표 발표」 ― C조

1등. 수빈

2등. 주영

3등. 유미

4등. 쿠크다스

5등. 섹시쌤

6등. 햄찌

7등. 슈가

8등. 아리사

9등. 달래

10등. 큭큭이

총 참여자 ― 38.584명

3일 차도 현재 진행형.

컨설팅을 받은 여캠은 티가 나게 돼있다.

돌발 질문 한두 개만 던져도 어버버하며 꼬리를 보인다.

'컨설팅도 3류고, 소재도 빨아 쓰는 거니까.'

그런 여캠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하기 위한 처사이기도 하다.

어지간하면 나의 눈썰미를 피해갈 수 없지만.

"수빈님. 자기 PR이랑 개인기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 연습생이었어요."

"네?"

"직업 궁금하다고 하셔서 데헷!"

―귀엽누

―애교 봐 ㅋㅋㅋㅋㅋㅋ

―연습생? 아이돌?

―진짜 격이 달라 보이긴 했음 ㄷㄷ

진짜도 있을 수 있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

차후에는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긴 하다.

'연습생이 우리나라에 수십, 수백만이 있어.'

그중에 제대로 된 데뷔를 하는 건 1%에 지나지 않다.

나머지 99%는?

평범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공하지 못한 소수가 BJ업계에 흘러 들어온다.

현재 시점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김군은 이를 실현할 연예계 인맥이 있다.

「Rollin' Rollin' Rollin' Rollin' 하루가 멀다 하고 Rolling in the deep~」

연습생 출신이 허언이 아니라는 듯 춤을 잘 춘다.

아니, 양학이다.

1회 차부터 나온 출연자를 모두 압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빈이첫팬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제가 첫 팬이 돼도 될까요? ㅎㅎ

"와 2천 개!!"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 벌써 열혈이 생기셨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엣헴!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나올 만도 하다.

프로듀스 101.

이 프로그램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초기 팬덤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XX코인.'

남들이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 때 빨았다!

다른 팬들보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거리가 생긴다.

* * *

여캠듀스 101.

3일 차에 들어 더 깊은 관심을 만들어내고 있다.

─갠붕이 요즘 완전 감동이다……

여캠듀스 1일 차때

토끼녀 왠지 안쓰러워서 응원풍 조금 쐈었는데

토끼녀 갠방 들어갔더니 알아봐 주더라

갠붕이 감동해서 난생 처음 1000개 질렀다……

└호구 왔능가

글쓴이―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그렇게 팬이 되는 거지 ㅋㅋ

└최초팬이면 가성비 킹만 한데?

1일차, 2일 차의 흥행.

그 파급력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처음 나왔을 때는 듣보잡에 불과했던 여캠이 인기BJ가 되었다.

여캠듀스 101에서 실시간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먼저 팬을 자처할 수 있다면?

〔큰손 단톡방〕

「눈 여겨보는 아이들 있으십니까? ㅎㅎ」

「있죠」

「누구?」

「말하면 경쟁 빡세질까 봐 ㅠ」

「어이구 몰트 형님과 경쟁할 큰손이 있으려구요~」

「거 좋은 정보 같이 압시다!」

프로듀스 101의 흥행을 견인한 포인트.

여캠듀스 101에서도 고스란히 먹혀들고 있다.

개인 방송 갤러리는 물론, 큰손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큰손 단톡방〕

「차라리 터놓는 게 어때요?」

「저희끼리 목표 겹치면 나중에 서운할 일 생깁니다」

「오~!」

「그거 고견이네요」

「저부터 말하죠」

「오늘 나온 수빈양 노리고 있습니다」

「?」

「저돈데요」

「누구 마음대로 ㅋㅋ」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팬심이지만, 큰손들은 그 팬심을 매개로 이용할 줄도 안다.

순진한 여캠 하나 요리하는 것.

'아오, 아재 새끼들. 그런데 이번에는 돈 많다고 다가 아닐걸?'

'여자는 로맨스지. 힘들어 보이는 년 하나 잽싸게 흐흐!'

'통장 잔고 30억.'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첫 팬이라는 것을 빌미로 마음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

계기만 주어지면 신입 여캠을 구워 삶는 건 쉬운 일이다.

큰손들이 작정하고 주시한다.

─수빈★회장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수빈아 오빠도 잊지 마^^

"와 5천 개 나왔습니다! 5천 개!"

"벌써 회장 닉넴을 붙이셨어요~! 그러고도 남을 풍력인데요?!"

"감사합니다. 저 방송 시작하면 꼭 보러 와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니 방송 시작도 안 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장이 벌써 나오눜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끝났네

―1위 정해진 거 아님?

1, 2일 차보다 경쟁이 눈에 띄게 격한 이유다.

3일 차는 첫 팬을 자처하는 시청자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당연 압도적이다.

안 그래도 모인 관심에, 특출 난 스타성까지 보이니 표가 우르르 쏟아진다.

'연습생 생활 몇 년씩 한 짬밥이 있네. 눈치도 빠르고 방송 감각도 있어.'

김군으로서는 흡족하다.

오정환 때문에 재미를 하나도 못 봤는데 그간의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을 포텐셜을 보여준다.

이대로라면 1위가 확정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또 모르는 것이고, 가능하면 보다 확실한 편이 좋다.

"쿠크다스 님 자기 PR 부탁드립니다."

"저는 BJ쿠크다스고요, 멘탈도 좀 쿠크다스인 거 같아요."

"아니, 왜요?"

"앞에 너무 엄청난 언니가 나오셔 가지고……."

사전에 말을 맞췄던 대로 밀어주고 있다.

수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음~ 좋아, 아주 좋아.'

어차피 다른 년들은 가망이 없다.

차라리 떨어질 거 확실히 떨어지고, 패자 부활전을 노려봄직이 낫다.

─달래1호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달래야 힘내! 오빠는 달래 응원한다!

"달래1호팬님께서 1000개를 쏘셨는데요?"

"감사합니다!"

"아~ 이게 그렇게 미적지근하게 하면 안 되거든요. 열혈들 다 떠납니다?"

"어, 어떻게 해야 될까요;;"

―9위 따리도 팬이 있누 ㅋㅋㅋ

―반응 개순진하네

―커엽긴 한 듯?

―ㄹㅇ 여캠 입장에선 찐팬만 남아도 개이득이지

극소수의 팬만 있어도 여캠으로 활동시킬 수 있다.

나중에 자신이 조금만 밀어줘도 충분히 가능하다.

자신의 계획대로 되어간다.

이 흐름대로 가기만 하면 3일 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데.

"제가 연예인 출신으로서 한 말씀드리자면~ 수빈님은 정말 정규 데뷔했어도 성공할 만한 수준이긴 해요!"

"개그콘서트에서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개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군 한 방 먹었누

―팩트) 김군은 개콘 따까리로도 못 쓸 폐급이었다

―개그야에서나 뛰었지……

오정환이 거슬린다.

1, 2일 차부터 꾸준하게 방해를 받아왔다.

'이 새끼가 사람 성질 긁는데 은근히 뭐 있단 말이야.'

얼핏 무시할 수 있는 헛소리지만, 자신이 말하려는 맥을 툭툭 끊는다.

더 이상 안이하게 취급하지 않겠다.

〔리아〕

―오정환 이 새끼 싸가지가 좀 없잖아

「맞아요!」

「맨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구」

―리아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네~

―내일 그 방송 말인데

리아와 사전에 말을 맞춰두었다.

함께 작정하고 조진다면 오정환의 흑역사 하나쯤은 제조할 수 있다.

'보라판 시청자들도 알게 되겠지.'

1, 2일 차는 어디까지나 과정.

마지막에 웃는 자가 최후의 승자다.

김군의 계획은 착실하게 무르익어간다.

* * *

소속사간의 기 싸움.

사실 공중파에서도 흔한 일이다.

'기왕이면 자기 쪽 라인이 잘되길 바라겠지.'

그것이 심하면 문제가 될 뿐이다.

적절한 선에서 챙겨주는 것은 양심에 찔릴 만한 짓이 아니다.

"BJ섹시쌤……, 선생님?"

"선생님들이 여캠을 하고 있어요! 애들은 안 가르치고!"

소희는 5등을 하고 있다.

채이보다 외모적 소양이 부족하고, 오늘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도 하다.

게다가 한 번 써먹었던 컨셉.

지금도 충분히 유효하지만, 처음보다는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

─교사페티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검스 ㅇㅈ입니다 누님ㅋㅋㅋㅋㅋㅋㅋ

"교사님 1000개 감사합니다!"

"방송도 이렇게 하려고요. 현실 컨셉에 맞춰서."

"현실?"

"저 토끼녀랑 친구거든요."

―입을 줄 아네

―이 컨셉은 확실히 수요 있을 듯ㅋㅋㅋㅋㅋㅋ

―얘도 찐교사구나

―발령되면 여캠 그만두는 거임?

그래서 나름대로 신경 써주었다.

방송 내적으로는 물론, 외적으로도 컨셉을 지정해서 입혔다.

'좀 더 노골적으로.'

OL 유니폼.

그리고 검은 가터벨트가 허벅지를 강조한다.

슬림한 몸매다 보니 차려 입은 편이 훨씬 어울린다.

휙! 휙!

날카롭게 휘두르는 지휘봉이 컨셉을 더한다.

채이가 그러했던 대로, 자기 PR에 나서자 주가가 급상승한다.

「2차 투표 발표」 ― C조

1등. 수빈

2등. 섹시쌤

3등. 유미

4등. 주영

5등. 햄찌

6등. 쿠크다스

7등. 달래

8등. 아리사

9등. 슈가

10등. 큭큭이

총 참여자 ― 46.974명

크게 반등한다.

1등의 턱밑까지 추적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턱도 없이 부족하다.

'말이 1등과 2등이지.'

1등이 절반 가까운 득표 수를 가져갔다.

2등이라고 해봤자 허울뿐인 것으로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수빈이, 아니 수빈 님이 너~무 압도적이네요!"

"확실히 연습생 출신이시다 보니 끼와 재능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느 정도?"

싱글벙글한 김군의 얼굴을 보니 대략 짐작이 간다.

애초부터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랄 것도 없다.

'선의의 경쟁이라고도 볼 수 있어.'

한 가지 전제를 빼놓고 본다면 말이다.

여캠판의 관행.

띄워준 대기업BJ 혹은 업체가 일정 지분을 가져간다.

현실판 노예 계약이 비일비재하다.

김군은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화하여 다량의 이득을 챙기고 있다.

업계가 그러하다 보니 김군 하나를 어찌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오정환 님은 아이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신 거 아니에요?"

"제가요?"

"급 떨어지는 아이돌도 싫어하셨던 것 같고."

"……."

―그 발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군 승!

―리아좌 무섭게 째려보네

―여왕님 지려……

그러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다음은 완주를 할 힘을 얻는 것이다.

'정의감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세상일이라는 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정의로운 마음만 앞서서는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당사자가 되는 것.

여캠판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제가 보기에는 수빈 님은 정말 역대급 인재인데 평가가 박하신데요?"

"그래요?"

"제가 장담하는데 수빈님이 이번에 1등 하시고 파프리카TV 4대 여캠 역사 새로 쓰실 겁니다!"

"오~."

"보라BJ 5년 차인 제 안목이 보증합니다."

"그래요? 제 안목은 다른 거 같은데."

기존의 강자를 밀어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김군의 수작에 넘어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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