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화
여캠듀스 101의 3일 차.
〔개인 방송 갤러리〕
─무슨 연습생 출신이 나오네 ㄷㄷ
─연습생이 정확히 뭘 말하는 거임? [7]
─여캠듀스 수빈 상황 요약. jpg [69] +74
─연예계에서도 인방판 주시하고 있으려나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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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방송 갤러이의 주요 화제가 된지는 오래다.
본방이 시작하자 그 기세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여캠듀스 수빈 상황 요약. jpg
[대충 이세계 라노벨. jpg]
연예계에서 연습생인 내가 여캠판에서는 여신 후보?!
└ㅁㅊ 요즘 진짜 제목 이렇게 나오냐?
└ㅇㄱㄹㅇ임
└연습생이 여캠들 다 씹어 먹고 있음ㅋㅋㅋㅋㅋㅋ
└급이 다르긴 하더라
그럴 만한 인물이 나타났다.
여캠듀스 101에는 수많은 참가자가 있고, 개중에는 낭중지추의 인재가 반드시 나온다.
BJ수빈.
연습생 출신이라는 화력한 이력이 갠방갤의 이목을 모은다.
뒷세계 출신으로 북적거리는 여캠판에서 문화 충격으로 다가올 만하다.
─수빈좌가 4대 여신 먹는 거 거의 확정 아니냐?
[오늘자 여캠듀스 수빈 댄스. gif]
몸매는 물론이고
춤추는 것도 기성 여캠들이랑은 차원을 달리하는데
└근데 댄스가 너무 안무 같음
글쓴이― 안무 추는 애가 뭔들 못 추겠누
└배에 근육 있는 거봐
└저 감각으로 떡춤 추면 ㅗㅜㅑ
깐깐한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본방의 분위기는 더하고, 실시간으로 팬덤까지 만들어질 지경이다.
─수빈이첫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깝치지 마세요 우리 수빈이한테
"1000개 감사합니다. 제가 다른 소리 하려는 게 아니라 전문가 평가다 보니 좋은 부분만 말할 수는 없어요."
―감히 수빈좌한테???
―분위기 파악 못하누
―예비 열혈들 극내놐ㅋㅋㅋㅋㅋㅋㅋㅋ
―이노옴 오정환! 또 무슨 실언을 하려느냐!
스펙뿐만 아니라 끼와 재기발랄함까지 선보였다.
연습생이라는 건 단순히 춤과 노래만 갈고 닦는 게 아니다.
'지금 투표율이 40%가 넘어가고 있는데.'
김군으로서는 어이가 없다.
아니, 기뻐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오정환이 스스로 자승자박의 최악의 선택지를 골랐다.
눈치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화가 나있는지에 대해 정말 까맣게 모르는 것이다.
"보라BJ 5년 차인 제 안목을 신뢰해주지 않으면 섭한데요."
"저도 나름대로 먹은 짬밥이 있다 보니."
맨날 눈치 없이 헛소리만 늘어놓는 자식이니 정말로 그래도 이상하지 않다.
김군은 속으로 쾌재를 내지른다.
회심의 미소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방송을 진행한다.
전문가 평가.
방송 콘텐츠인 척 오정환의 입지를 축소시킬 기회다.
"흠, 흠 그럼 픽을 한 명씩 골라볼까요?"
"그러면 다른 참가자들에 대한 형평성에 어긋날 수가 있어서."
"아니, 뭐 지금 워낙 압도적인 1위니까~"
엄청난 지각 변동이 생기지 않는 이상 변할 리가 만무하다.
40%의 득표율을 자랑하는 수빈의 표를 누군가 뺏어와야 한다.
─수빈이첫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쫄? 쫄? 쫄? 쫄? 쫄?
"아니, 뭐 수빈 님이 떡락을 한다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뭐, 좋습니다. 좋아요. 1000개나 쏘셨는데."
―첫팬좌 빡쳤눜ㅋㅋㅋㅋㅋㅋㅋㅋ
―1000개 쏘면 ㅇㅈ이지
―오정환픽은 누구임?
―이건 반전 노리기 힘들 거 같은데……
지난 1, 2일 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미 대세가 확정되었고, 오정환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뒤집을 수 있는 격차가 아니다.
'넌 이미 말려들었어.'
눈치 빠른 직원들이 여론을 흔들고 있다.
수빈의 예비 열혈들이 팔 걷고 나서도록 말이다.
대체 무슨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정말 모르겠는 녀석이지만, 꿍꿍이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관심이 집중된 사이 김군은 슬쩍 시선을 돌린다.
꿀꺽!
가슴 살덩이가 인사를 해온다.
푸들푸들 떨리는 부드러운 살덩이에 눈길이 안 간다면 남자가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엄청 예쁘긴 했는데.'
최상위권 여캠으로 손꼽힐 만하다.
하지만 이후에 파프리카TV 4대 여신이 되었고, 이제는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확실히 예뻐졌다.
관리와 노력을 엄청나게 한 모양이다.
김군은 당장의 탐욕을 가라앉히며 눈꺼풀을 씰룩댄다.
'하여간 저 욕심만 드럽게 많은 돼지 새끼.'
리아는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에 마쳤다.
굳이 세세하게 이해할 것도 없다.
BJ들간의 해코지.
보라판에서 하루에 열댓 번도 더 일어나는 일이다.
그 칼끝이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정환을 가리키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찢어 죽이고 싶지만.
"수빈양도 저 같았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는데."
"모르는 척하지 말고요. 그 뭐 떨어지는 거 있잖아요."
―리아좌 극대놐ㅋㅋㅋㅋㅋㅋ
―급 떨어지는 아이돌ㅋㅋㅋㅋㅋㅋㅋ
―여왕님 뒤끝 노소
―오정환 이 새끼 눈 높은 척은 ㅉㅉ
분위기에 알아서 맞추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가 자신을 믿고 있고, 자신은 그를 신앙시한다.
즉,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평소의 자신을 연기한다.
김군에 의해 격노한 감정을 가라앉힌 채 말이다.
─리아가 오정환에게 빡친 이유를. Araboza
[과거 리아 사진. jpg]
오정환이 여캠 품평했을 때가 있었음
그때 여캠 실물 논란이 좀 세게 터져서
시청자曰: 리아는 별로임?
오정환曰: 약간 급 떨어지는 아이돌 느낌
이때 리아가 막 듣보 탈출하고
철크루에서 자리 잡아가던 시기라
여캠 원탑된 지금에서 보면 힘들었던 과거일 듯
└개추
└철크루 시절인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품평이 ㅈㄴ 구체적이라 더 빡치는 감이 있음 "고대부터 변하지 않는 미인의 절대 조건 중 하나가~" 이 ㅈㄹ하면서 구체적으로 까는데 뒤끝 생길 만하지 └이 새끼 말 ㅈ같이 하는데 타고남 ㅋㅋ
커뮤니티의 여론은 술렁인다.
스토리텔링.
워낙 보라판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인기BJ들이다 보니 과거 사건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이것저것 끼어 맞추자 스토리 하나가 뚝딱 완성된다.
오정환에게 불리한 쪽으로 말이다.
리아의 참전은 민심을 기울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음, 좋아. 좋아.'
개판이 되는 민심을 보며 김군은 깊은 만족감에 젖어 든다.
현재 오정환의 입지.
혼자 어떻게 하기에는 여러모로 제한되는 부분이 많다.
큰 싸움으로 번지는 건 자신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리아가 나서주자 대의명분도 생기고, 민심도 아주 쉽게 포섭할 수 있었다.
* * *
합방은 스릴이다.
'요즘 좀 따분하긴 했어.'
대기업BJ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모습은 보기에는 훈훈하다.
물밑에서는 살벌한 신경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두 말하면 입만 아프다.
등 뒤에 칼 정도는 맞아봐야 보라판에서 "방송 좀 해봤구나~"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판이다.
이쪽 업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비그청이라고, 팬덤들끼리도 물어뜯는다.
그것이 일종의 재미로 각인돼있는 것이 보라.
"저는……, BJ섹시쌤 님을 지명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겠죠?"
"2위시니까! 근데~ 저의 안목은 NO를 외치고 있거든요!"
―그쪽 페티쉬구나? ㅋ
―섹시쌤<<넘사벽<수빈좌
―김군의 안목이 맞다 ㅇㅇ;
―오정환 넌 너무 나댔어
이따금 재미를 넘어 실질적인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권 다툼이나 그냥 감정싸움일 수도 있다.
사람 사는 동네인 만큼 당연한 일.
'어느 쪽이든.'
김군은 김정은과 달리 그리 노련한 돼지가 아니다.
저의 등,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대화의 표현에서 의도가 다분히 읽힌다.
"저의 안목은 그렇다는 것으로 치고."
"네!"
"수빈 님이 분명 기대가 되는 신인이지만, 어디까지나 신인은 신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나 나름의 방송을 진행한다.
이래 봬도 여성을 평가할 때 있어 깐깐한 편이다.
'쿵쾅쿵쾅 하는 분들께서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는 참으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과는 별개로 한 명의 BJ로서 진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저……, 부르셨어요?"
당사자가 걸어 나온다.
20대 초중반.
아이돌 연습생으로서는 사실 해가 중천에 저물었을 나이다.
물론 여성도 와인처럼 숙성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 파벌도 있지만,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동의하기 힘든 부분인 게 사실이다.
특히 아이돌이 20대가 돼서도 데뷔조에 못 들었다는 건.
"혹시 저 아세요?"
"아, 알죠! 정환 오빠 굉장히 존경하는 BJ고……."
"아니, 솔직히 BJ 거들떠도 안 봤잖아요."
"……."
그리고 포기하고 이쪽에 왔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아이돌 업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에 거의 준하게 알고 있다.
'99%야.'
수능 1등급도 상위 4%다.
평균 1등급은 그보다 적겠지만, 아이돌 세계에 비하면 빡세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깔아주는 인원들도 어디서 예쁘다는 소리 듣던 애들이다.
그중에서 1%이니 연예인들은 정말 천외천이다.
"제가 말을 하는 게 너무 정 없어 보일 수도 있거든요."
"괜찮아요! 저도 연습생 생활 편하게 한 거 아니고……."
"일단 이목구비가 너무 조화롭지 못해요. 그리고 근육도 트레이너가 있긴 해요? 말을 혹시 잘 안 듣나?"
"……."
―봉인 풀린 주둥잌ㅋㅋㅋㅋㅋㅋㅋ
―벌써 표정 썩었는데?
―ㅈ같이 말하기 1인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 떨어지는 아이돌은 인정이지 ^^
연습생과 아이돌.
일반인이 보기에는 한 끗 차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글자 그대로 하늘과 땅이다.
'급 떨어진다는 소리도 아무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와~!
감탄이 흘러나오는 외모.
흠 잡을 데 없다는 것 자체가 쉽게 이룰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
급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나에게는 눈앞의 연습생이 아직 한없이 부족하다.
"혹시 제가 말하는 게 너무 부조리해요? 듣기 언짢았으면 사과할게요."
"아뇨, 그 사실……."
"음?"
"소속사에 있었을 때 들었던 소리라 뜨끔 했던 감이 있어요."
미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긴 해도, 방송사에서 원하는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말하는 것은 결코 불합리한 지적이 아니다.
'그 기준이 다소 높을 뿐이지.'
얼마 전까지 연예계에 있었다면 익숙할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인생을 건 처사에서 이 정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나와 수빈 사이에 흐르는 기류.
시청자들은 눈치를 못 챌 수도 있다.
적어도 나와 그녀의 사이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사실 더 말은 하고 싶지만."
"말씀하셔도 돼요!"
"저도 악인을 자처하는 건 싫어서 적당히 결론만 말하자면, 뭐 급 떨어지는 아이돌만 봐도 알잖아요. 급이 떨어져도 나름 아이돌급인데."
"또 짖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아이돌ㅋㅋㅋㅋㅋㅋㅋ
―연습생과 아이돌 차이가 그렇게 큼?
―오정환 선 씨게 넘누
개판을 치는 재미가 있는 게 보라판이다.
타바스코를 씹어먹는 듯한 자극을 제공하지 못하면, 탑급 BJ의 자리를 결코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선을 지키다라.'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 정도의 악조건은 넘어서야 한다.
떨떠름한 표정의 수빈을 적당히 무시한다.
"후우~"
그리고 심호흡을 내쉰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쉬울 수가 없다.
혼자서 절반에 가까운 지분율을 가진 1위를 꺾는 것.
대놓고 여론 조작을 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 정도로 후안무치는 아니다.
그렇기에 선택하는 방법은.
"사실 제가 섹시쌤 님과 진행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거든요. 혹시 고등학생 과외가 가능하신지."
치트키를 하나 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