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85화 (485/846)

485화

이목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개인 방송 갤러리〕

─과외 방송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1

─오정환 천재냐? +1

─어디까지 바라본 거냐 킹정환!

─진짜 봄버지 그 자체네 [2]

개인 방송 갤러리의 기류도 한순간에 바뀐다.

도저히 뒤집을 수 없을 줄만 알았던 대세가.

─BJ하와와의 팬이라면 섹시쌤을 밀어줘야만 하는. EU

섹시쌤이 하와와를 과외해 준다?

앞으로 학원 때문에 결방 안 해도 됨ㅋ

└바로 이거였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찐선생은 ㅇㅈ이지

└오정환 당신은 도덕책……

└갓정환 큰 그림 ㄷㄷ

한순간에 뒤바뀌는 광경을 목도한다.

그도 그럴 게 BJ의 팬덤.

오정환과 김군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면 그림이 보다 넓어진다.

─지금 오정환이 말하는 게 이거 아님?

1. 고3 하와와

2. 선생 섹시쌤

섹시쌤이 하와와 과외시키고

그걸 콘텐츠로 살려서 방송하고 싶다는 거

└이제 알았음? 째트킥!

└둘이 케미 찰떡궁합이눜ㅋㅋㅋㅋㅋㅋㅋ

└급식vs선생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날로 먹네

BJ의 매력은 꼭 개인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2인조가 되어야 빛을 발하는 예능인이 있듯, BJ도 합방으로 뜨는 케이스가 분명히 있다.

'…….'

그렇게 보기에는 조금 케이스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김군으로서는 얼척이 없기를 넘어, 이래도 되나 싶은 불합리함.

"아니, 갑자기 방송 바깥일을 꺼내오면;;"

"그냥 그렇다는 거죠. 마침 과목도 수학이라고 하셔서, 우리 봄이가 수학을 그렇게 못하는데."

―그래 보임

―봄이가 이과일 리 없짘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봄버지

―여캠 앞에 두고 봄이 생각하는 미친 남자 ㄷㄷ

BJ하와와는 김군도 모를 리가 없는 대형 여캠이다.

학업이라는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장기 휴식을 하고 있다.

'이걸 위해서였어?'

실시간 방송이다

굴러갈 수 있는 머리의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계획에 전혀 없던 일이 생기자 김군은 사고회로가 꼬인다.

그가 공중파에서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껏해야 채팅창 하나 신경 쓰면 되는 개인 방송과 스케일이 다르다.

"아니, 그래도 그건 좀 너무 갑작스럽달까……."

"그런가요? 그런가~ 제가 그만 실언을 해버리고 말았네요."

그와 비슷한 참사.

1차원적으로 따져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엎질러진 콜라가 키보드 사이로 스며들어 가버렸다.

오정환이 능청스럽게 주워 담는 척을 한다.

당연하게도 찐득하게 굳은 안쪽은 세탁기에라도 돌리지 않는 한 털어낼 수 없다.

'…….'

김군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다.

방송 짬밥을 먹은 노련한 선배들은, 생방송에서 이것저것 이득 볼 부분을 만들어낸다.

그만한 기교.

김군은 잊고 지내던 옛날을 잠시나마 떠올린다.

무언가 ㅈ됐다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를 바라보자.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섹시쌤 님 찍으면 되는 겁니까??

"삼촌팬님, 봄이방 부회장님이신데 만 개 감사드립니다!"

"아, 감사드립니다……."

―리액션 창렬 뭔데?

―ㅅㅂ 1만 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버지 화력 보소

―섹시쌤한테 과외 받으면 봄이도 Hoxy?

반가운 메세지가 울린다.

1만 개는 아무리 보라BJ라도 자주 받을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

그럼에도 떨떠름하다.

평소와 달리 기분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1만 개나 쏜 사람을 무시할 수가 없는 노릇이고.

─봄버지들 화력 미쳤넼ㅋㅋㅋㅋㅋㅋㅋㅋ

기본 화폐 단위가 1000개임

└첫 방송 10만 개 전설이 ㅈ으로 보이누

글쓴이― ㄹㅇ? 그건 처음 들어보네

└요즘 애들은 모르네 ㅋㅋ

└라떼는 말이야 어??

방송 내적으로 화제가 되는 걸 방치할 수밖에 없다.

방송 외적으로, 개인 방송 갤러리에도 금방 불똥이 튄다.

그 여파는 단순히 화제가 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여캠에 별로 관심이 없던 시청자들조차.

〔BJ하와와의 방송국! 〕

─지금 여캠듀스 101 보시는 분? [20] +1

─섹시쌤<< 화력 지원 좀 해주세요 젭라 +10

─이거 근데 실현 가능성이 잇나 [5]

─오정환이 언급했는데 책임져야짘ㅋㅋㅋㅋㅋㅋㅋ [30] +20

몰려오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BJ하와와의 개인 팬덤이 들고 일어나며 지각 변동의 조짐을 보인다.

─오정환이 언급했는데 책임져야짘ㅋㅋㅋㅋㅋㅋㅋ

설마 지 입으로 말했는데^^

└ㄹㅇㅋㅋ

└1만 개 쐈는데^^

└허허, 저도 방금 소식 들었습니다

글쓴이― 회장님, 부회장님 든든합니다!

실언으로 치기에는 그동안 억눌러 있던 기간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인기BJ가 개인 사정으로 휴식을 취한다?

그 자체는 그럴 만하지만 대체 언제까지가 될지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직을 수행해본 사람이면 뼈저리게 안다.

─하와와 3학년 되면 방학 방송도 못 하지

급식 개꿀맛으로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3학년 되면 ㄹㅇ 사는 게 사는 게 아님

학교에서 야자하고, 야자 끝나면 학원 가고, 새벽에 돌아와서 깔짝 자고, 다시 학교 감이 무한 굴레가 수능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데 방송을 어케 함?

└어림도 없지 '재수'

글쓴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ㅣX련아

└근데 진짜 봄이 재수각 살짝 날카롭긴 함……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개인 시간이 존재할 수가 없다.

부모님의 통제도 굉장히 빡세져서 어디 숨 돌리러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보라) 예능인[김군]. 여캠듀스 101 3일 차 오늘의 여캠은?!」

_ ?71, 891명 시청

1년 이상의 장기 존버가 강제된 상황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다.

BJ하와와의 팬덤은 물론, 오정환의 개인팬들도 합세하기 시작한다.

시청자 수가 순식간에 1만 명 이상 치고 들어온다.

실시간으로 더 무서워지고 있는 기세를 보며 김군은 입안에 침이 바싹 마른다.

"합방도 재밌죠! 여캠듀스 101로 데뷔하신 분들과는 당연히 추가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 다행이네~ 실언을 한 게 아니라."

"그, 그렇지만 여캠듀스 101의 프로그램 취지에서 봤을 때 개인으로 평가하는 게 맞지 않나……."

"음~"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땜빵을 하려고 한다.

오정환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자신의 말에 맥을 툭툭 끊지도 않는다.

─하와와회장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화이팅 ^o^

"봄이방 회장님도 만 개 감사드립니다! 이모티콘 참 귀여우시네. 우리 봄이도 정말 귀여운데."

"……."

―봄이 보고 잡다……

―학교라는 감옥에 갇혀서 ㅋㅋㅋ

―봄이단이 채팅창 점령했네

―봄버지들 화력 무엇?

이제 와서 주워 담을 수가 없어서 문제다.

이미 불이 붙은 화제는 추가 연료가 없어도 알아서 잘 번지고 있다.

"제가 아까 말씀드린 부분을 이어서 말씀드리자면, 연습생은요. 어디까지나 연습생이에요. 제가 리아한테 사소한 말실수를 한 건."

"사소한?"

"아이고~~!! 제가 대역죄인이었는데!"

"아하핫!"

반대쪽의 화제는 오히려 진화되는 분위기다.

그나마 믿고 있던 리아도 지원 사격을 거두고 있다.

아니, 애당초 적대시하는 관계는 아니었다.

다소 서운한 감정이 있어서 원호를 했을 뿐이다.

"물론 예쁘신 분이 맞지만 어디까지나 연습생으로서 가꿔온 외모잖아요. 여캠듀스인 만큼 여캠을 기준으로 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ㅇㅈㅇㅈ

―오~

―갓정환 여성 품평 깐깐함

―아 그래서 떨어지냐고 안 떨어지냐고 ㅋㅋ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오정환의 냉철한 비판을 커버칠 능력도, 정신머리도 김군에게는 전무하다.

볼살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것이 전부.

"그러한 시각에서 봤을 때 리아 씨는 수빈 님을 어떻게 보시는지 여쭙고 싶은데요?"

"어~, 운동으로 잘 다져진 예쁜 몸매라고 생각해요."

"동의합니다."

"그런데 여캠의 경우 그렇게 활동성이 큰 직업이 아니거든요. 저도 그 부분을 고려해서 관리를 하고 있고요."

리아도 사과를 받은 이후에는 한풀 꺾여서 조목조목 자기 의견만 말하고 있다.

그 방향이 김군이 원하는 바와 한참은 거리가 멀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노력하시죠?"

"미관상 예쁜 쪽으로……."

"아 그냥 겉만 번지르르하게?"

"야!"

―말투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리를 하는구나

―저거 일부러 성질 긁는 거 맞지?

―여신급 여캠은 이유가 있네 ㄷㄷ

성질을 박박 긁는다.

저것이 기폭제가 되어 대판 싸워주면 좋겠지만, 결국은 흐지부지 넘어가게 된다.

「최종 투표 발표」 ― C조

1등. 섹시쌤

2등. 수빈

3등. 햄찌

4등. 유미

5등. 쿠크다스

6등. 주영

7등. 아리사

8등. 달래

9등. 슈가

10등. 큭큭이

총 참여자 ― 46.974명

기울어진 대세와 분위기는 투표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압도적이었던 1, 2차의 득표율을 뒤집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봄버지연합회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봄버지들은 정환 님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내가 봄버지인데 왜 봄버지들한테 감시를 당해야 하지? 아무튼 천 개 감사합니다."

"……."

―아 그럼 봄이 데려 오라고 ㅋㅋ

―엄마는 정환이 믿는다^^

―봄버지는 위대했다!

―와 이게 이렇게 되네

신인은 어디까지나 신인.

아무리 상승세라고 해도 지지 기반이 탄탄한 대기업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투표량 자체가 늘어났다.

개개인도 워낙 극성이다.

여론을 흔들자 수빈의 팬들도 하나둘 넘어온다.

"제가 장난을 친 게 투표 결과에 크게 반영이 되고 말았네요."

"네……."

"실망이 크실 텐데 미안합니다."

"아, 아니에요 선배님."

"이해해주셔서 감사하고, 그래도 1·2위는 똑같이 데뷔조에 속하니까 순위만 바뀐 거거든요? 시청자분들도 오늘 여캠듀스 101의 주인공이 수빈 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겨우 첫 만남.

깊을 수가 없는 팬심은 가을철 갈대처럼 쉽게 구부러진다.

김군은 망연자실하게 승부의 결과를 납득할 수밖에 없다.

"오늘 정말 재밌어요~"

"……."

"김군님?"

"아, 네. 그……, 렇습니다! 인기BJ이신 하와와님이 얽힌 일이다 보니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엄청 나네요."

―당연하지

―응 국민의 80%는 봄이 지지해~

―이건 진짜 오정환이 치트키 꺼냄

―역시 보라의 神

물론 무언가 걸린 것은 아니다.

그냥 방송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실랑이.

보라판의 이권 다툼으로까지 생각할 일은 아니다.

'…….'

하지만 우습게 볼 일도 아니다.

이만한 초―대형 콘텐츠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었다.

역으로 오정환에게 무대만 깔아줬다.

최근 대세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인지시켜 주는 계기만 된다.

─여캠매니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캠듀스 끝난 거임?

"정규 진행은 끝이죠. 오늘도 패자 부활전이 있겠지만 더 이상의 추가 참가자는 없습니다."

―너무 적은데

―딱 좋은 듯

―여캠 101명은 에바 참치짘ㅋㅋㅋㅋㅋㅋㅋ

―데뷔한 애들은 뭐함?

당연하다는 듯 잡고 있는 방송 진행이 증거.

누가 프로그램을 견인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만든다.

'후……, 그래도 수빈이는 데뷔 시켰으니까.'

김군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주도권을 뺏어오고, 스노우볼을 굴려 보라판의 중심이 되고자 했다.

실패하긴 했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다.

유라도, 수빈도, 그리고 패자 부활전에서 한 명 더 노려봄직하다.

수익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거둔 셈.

그렇게 단순히 끝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김군은 알지 못했다.

'이게 진짜 BJ구나…….'

2위로 밀려났음에도 개운하다.

인식을 하고 있는 건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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