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86화 (486/846)

486화

프로듀스 101은 굉장히 잔인한 프로그램이다.

'어른들의 사정 이전에.'

수십 명의 연습생들이 경쟁을 한다.

공부에서 1, 2등 하는 것과는 다른 감각이다.

아니, 특목고나 입시고만 해도 분위기가 살벌하다.

학생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살기가 감돈다.

그 이상의 치열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공부를 덜 잘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지만, 연예계는 덜 잘하는 순간 꿈이 사라진다.

─카카시눈알공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안 함?

"안 합니다. 대충 알아들었죠?"

―휴 다행

―탈락하는 거 너무 슬픔

―ㄲㅂ 아깝소

―???: 카카시한테 하나쯤 줘도 되겠지

0 아니면 1.

광기 어린 세계다.

BJ업계는 그 정도로 잔인하지는 않다.

'애초에 잠깐 출연해서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고.'

방송에 내보낼 짧은 시간의 스타성을 추출하는 공중파와 달리, 개인 방송은 꾸준함이 중요하다.

반짝 떠봤자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어차피 뜰놈뜰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 과정을 단축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다.

내가 평가에 맞춘 초점이고,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여캠들이 나왔다.

"첫 날부터 시작해서 1·2위가 총 여섯 분, 패자 부활전에서 세 분이 올라오셨어요."

"그렇게 아홉 분이!"

"예, 근데 그전에 아쉽게 떨어지신 분들도 우리가 그분들의 재치를 전부 본 게 아니잖아요?"

"그, 그렇죠;;"

"때문에 개인적인 데뷔를 하신다면 저희도 응원하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떨어진 여캠들도 말이다.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건 잔인하다.

그저 남들보다 먼저 주목 받을 기회가 생겼을 뿐이다.

'다만, 내가 싫은 것은.'

못 뜰 연놈이 기회를 독차지하는 것이다.

파프리카TV의 여캠이 고인물 문화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키지 않는다는 듯 진행을 받고 있는 김군.

그의 영향력이 축소된다면 건설적인 미래도 충분히 가능하다.

─교촌고로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늘 진행이 어떻게 됨?

"공지에 나와있는 부분을 짧게 설명해 드리자면 멘토를 찾을 겁니다. 전문가로 나온 저를 포함한 세 분 중에서."

―젖군 신나겠누

―멘토 빌미로 꼬시면 ㄹㅈㄷㅋ

―리아는?

―훈훈하게 가네. 좋다!

물론 힘이 있어야 한다.

꿈만 큰 탁상공론은 현실 세계에서 먹히지 않는다.

그럴 걱정은 이제 안 해도 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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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캠듀스 101 마지막 진행』

1. 데뷔 인원 소개

2. 멘토 선택

3. 각 개인 방송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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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TV가 공식적으로 후원하며, 시청자들의 반향까지 일으킨 프로그램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두었다.

여캠판에서도 영향력을 크게 확장시킨다.

'소희랑 채이도 있고.'

본업이 있는 만큼 어디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끼와 재능은 있다.

선생님이라는 게 인싸 기질이 없으면 힘든 직업이다.

무엇보다.

"안녕하세요 BJ수빈입니다! 방송국은 어제 개설했는데 아직 꾸미지는 않아서 누추하지만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와~ 저부터 빨리 즐겨찾기와 팬클럽 가입해야겠는데요!"

김군이 한껏 격앙된 어조로 분위기를 띄운다.

다른 참가자들보다 더욱 주목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 멘토를 선택하실 시간입니다."

"예!"

"저와 김군 님, 그리고 리아 님도 각자의 분야가 있는데, 수빈 님이 생각하시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멘토 선택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생각에는요……."

연습생 출신.

화려한 이력이 받쳐주는 만큼 당연하다.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는 건 진작 알아챘다.

'연예계 쪽 애들이 프라이드가 겁나 세.'

연습생이라고 무시할 수 있지만, 절대 무시할 만한 이들이 아니다.

연습생도 연습생 나름.

20대 초중반쯤이라면 최소 5년 이상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 당연히 들은 바도 많고.

"김군 오빠가."

"아~ 내가!"

"굉장히 존경할 만한 선배님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방송에서 부족할 부분 채워줄 수 있는 멘토로는 오정환 선배님이 적합하지 않을까 하고. 데헷."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군 표정ㅋㅋㅋㅋㅋㅋ

―오정환 라인 타누

―눈치 빠른데? ㅋㅋ

세상을 결코 호락호락하게 보지 않는다.

한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연락을 했더라고.'

절대로 쉬운 선택이 아니다.

연습생이 BJ로 데뷔한다?

연습생들 사이에서 따를 당한다.

차후에도 그러하니, 현재 시점에서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각오를 하고 한 선택.

당연히 성공하기를 바란다.

연습생으로서 실패를 한 만큼, 이번에는 더 신중한 선택을 하고 싶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게 제가 당시에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하지 않았나. 방송이 끝나고 내심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아뇨. 나쁜 뜻으로 말씀하신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그 계기를 줬을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말이 잔인하다.

좋은 쪽으로 못 말하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할 말만 딱 끊어서 해주는 게 그나마 온정이다.

성격 배배 꼬인 놈들은 지 감정만 푼다.

'어려운 건 기본 베이스일 수밖에 없어.'

업계 종사자들이 딱히 악마인 게 아니다.

어렵다 보니 안 하려고 하고, 말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짙게 깔린다.

마음에 든 사람에게나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다.

그렇게 힘든 업계에서 온 만큼 눈치가 기본적으로 탑재돼있다.

"저는 정환 오빠."

"저도요! 저도요! 전 문과예요!"

그 전부터 라인을 탄 애들도 있다.

소희와 채이가 손을 번쩍 뜬다.

명분도 있으니 자연스럽다.

─봄버지연합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20만 봄버지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20만이나 돼요? 우리 봄이는 아버지 많아서 좋겠네."

―즐찾 수잖아

―갑자기 패밀리 드립을?

―전속 과외쌤이 두 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외 콘텐츠라니 이건 귀하네요……

공방.

공부 방송의 준말로, 글자 그대로 스트리머가 공부하는 모습을 송출하는 방송이다.

차후 먹방의 뒤를 이어 큰 흥행을 기록하는 콘텐츠(?)다.

'진중한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어.'

해당 스트리머가 굉장히 참하거나, 훈훈한 경우로 한정되긴 하지만 경쟁력을 가지는 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게 공부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감대를 가지는 화제다.

─펩시코카제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저렇게 섹시한 쌤들에게 과외를 받으면 봄이도 Hoxy?

"꿈만 같은 소리죠. 씨지맥이 우승을 하는 수준으로."

파프리카TV의 방송으로 살리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애초에 공방도 유튜브라는 플랫폼 특성 덕분에 뜬 것이니 말이다.

'파프리카TV는 자극적인 맛이 있어야 돼.'

우리 봄이의 대가리만 씹어도 충분히 자극적이지만, 그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시너지를 낼 만한 다른 방송인.

"우리 봄이가 수학이 굉장히 약해요."

"네!"

"문과도 강하진 않은데……."

"아~"

―잘하는 게 뭔데 ㅋㅋ

―봄이 공부 안 하누

―그냥 방송을 하지

―내 학창 시절 같네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여캠을 목표로 한다.

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

그 또한 시청자 입장에서 흥미 넘치는 볼 거리일 것이다.

"저는 리아 선배님한테 듣고 싶은 조언이 있어요."

"나?"

"네! 여캠으로서의 마음가짐 같은 것은 선배님한테만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외에도 많을 것이다.

여캠이 단순한 수금 방송이 아닌 콘텐츠의 성격을 띄는 일은 드물지만, 제대로만 구성하면 십중팔구 먹히게 돼있다.

─하와와광팬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백합 벌써부터 기대되네 ㅋㅋ

"와 500개 감사합니다! 본방 와주시면 정말 열심히 할게요!"

―백합 ㅋㅋㅋ

―이게 여캠이지!

―눈나들 나 쥬지가 이상해

―보벼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여자 안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멘토와 여캠의 합방에 대한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단 한 명을 빼고.

김군이 뭐 씹은 표정으로 벙쪄있다.

자신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이다.

"지금 너무 저랑 리아 님한테 몰리고 있는데, 저희도 스케줄이 있단 말이에요."

"우웅."

"세 살 먹은 애새끼도 아니고 우웅 이러고 있어."

"아 모 오쪼라고! 혀 짧은데 보태줬어?"

"오빠한테 반말을 해?"

방송의 중심.

나와 리아의 농담 따먹기가 돼있다.

워낙 뒤끝이 쩔기 때문에 자존심을 적당히 세워준다.

* * *

여캠듀스 101.

세간에서도 이색 콘텐츠로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종격투기 -

「일반인 경악……, 여캠판 프로듀스 101 진행 중!」

樂 SOCCER - 「여캠듀스 101 막상 보니까 꽤 괜찮음」

도탁스(DOTAX) - 「여캠알못인 본인이 여캠듀스 보고 알게 된 것들. txt」

가깝고도 멀다.

파프리카TV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여캠이다.

예쁜 여자가 모니터 앞에서 방송을 한다.

별풍선이라는 전자 화폐를 엄청나게 받는다.

그 정도는 일반인도 알고 있지만.

─여캠이라고 하면 별창 이미지밖에 없었는데

여캠듀스 101 보고 편견 좀 깨짐

저쪽도 저쪽만의 세계가 있나 봄

└별창들의 세계 ㅋㅋ

└―창―

└연습생 출신도 있고 생각보다 수준 높더라

글쓴이― ㅇㅇ 무시할 건 아닌 듯

세부적인 내용은 비밀에 휩싸여 있다.

아니, 믿을 수가 없다.

대체 어디 사는 누구인지 알고?

신뢰라는 것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다.

하루아침에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나도 여캠듀스 101이 뭔가 하다가

오정환 있길래 믿고 봄

그냥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 생각하면 재밌더라

└오정환은 ㅇㅈ이지

└솔직히 재밌었음

└편견 빼고 보면 괜찮지 ㅇㅇ

└리아인가? 걔랑 티키타카하는 거 개웃김 ㅋㅋ

공중파에서도 이따금 있다.

누가 MC를 맡느냐에 따라 방송의 기대치와 평가가 180도 달라진다.

오정환은 그에 충분한 입지를 닦았다.

파프리카TV에 한해서는 범접할 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BJ하와와 복귀한다네요

콘텐츠는 공부(?) 방송

이번에 여캠듀스 101에 출연한 문·이과 선생님 두 명이 각 잡고 가르쳐주나 봄 └여캠이??

글쓴이― 교원 자격증 있다고 함

└선생님이 여캠 하는 시대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먹방 하는 여고생BJ?

시간이 만들어내는 신용만큼 확실한 게 없다

중학생 시절부터 이름을 차곡차곡 알려온 BJ하와와의 이야기도 대중의 귀를 연다.

파급 효과.

두고두고 선한 영향력을 퍼뜨린다.

파프리카TV 내부에서도 그러한 세간의 기류를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부 반응도 좋았고."

"트러블은?"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으로는."

"그래?"

"오히려 여캠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확실한 거겠지?"

"예, 예;;"

돈도 중요하지만, 욕을 덜 먹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다간 국회 청문회에 끌려가서 구타당할 수도 있다.

'김군, 오정환은 확실히 믿을 만해.'

남수길로서는 흡족하다.

어떤 미꾸라지 같은 새끼처럼 혼자서 물 흐리고 다니지 않는다.

'흠, 역시 대세는 오정환 쪽인가?'

이병권 비서는 더 많은 걸 알고 있다.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 정보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업체 파벌 단톡방〕

「김군도 여전히 영향력이 있지만」

「오정환과는 더 이상 비교 대상군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정도야?」

「근데 걔는 좀 인사성이 없던데」

「허허」

「제가 사석에서 만나보니 굉장히 싹싹한 친구였습니다 「요즘 애들답지 않게 박식해서 대화 나누는 재미도 있고요」

「오」

「그래?」

「다음에 한번 약속 시간 잡아봐!」

그 정보원.

업체 쪽 파벌에서도 입지가 단단히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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