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93화 (493/846)

493화

예고된 방송.

〔개인 방송 갤러리〕

─봄이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 +1

─ㄹㅇ 서프라이즈네

─오정환 큰 그림 미친 거 아니냐?? [8] +7

─그냥 콘텐츠로 끝날 거 같은데…… [15]

대형 화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이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오정환 큰 그림 미친 거 아니냐??

토끼녀→ 문과 선생

섹시쌤→ 이과 선생

이거 확인한 시점에서 스토리텔링 짜고 있었을 듯 ㄹㅇ└갓정환식 보라

└오정환이면 그러고도 남음ㅋㅋ

└사탐 정도는 인강 들어도 되고 ㄹㅇ 수능 준비 끝났음└근데 선생들 잘하려나

여캠듀스 101.

그 마지막이 조금 특별하게 장식됐기 때문이다.

학원 강사를 하는 두 명의 여캠이 한 학생을 맡게 되었다.

"헐~"

"인사해. 선생님들이야."

"꺄앙!"

"엄청 귀엽다~!"

"저 이제 방송에서도 공부하는 거예요."

―이걸진?

―방송에서도 공부ㅋㅋㅋㅋㅋㅋㅋ

―봄이 표정 보소

―논 자유의 모미 아니야^^

본래라면 1년 후에나 볼 수 있다.

내년부로 수험생이 되는 BJ하와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예정이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에게는 당연하다.

그 현실이 방송이라는 계기를 만나 변하고 있다.

"전 오늘 맛있는 걸 먹을 줄 알았어요."

"그래."

"그래서 어제 공부를 열심히 했던 거예요."

"그렇구나."

"그런데 또 공부를 해야 되는 거예요…….“

아직 과도기.

시무룩한 표정의 봄이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그렇게 서운해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일 학원도 안 가도 돼."

"헐~"

"어머님이랑 얘기 끝났어. 오빠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자."

"저 밥만 주시면 지인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어요!"

―봄이 신났어 ㅋㅋ

―대체 평소에 뭘 먹었길래?

―어머님이 이쁘시면 요리 좀 못하실 수 있지 ㅎ

―봄이 이제 맨날 볼 수 있구나!

이미 모든 상황이 맞춰져 있다.

그녀는 몸만 오면 되었고, 방학을 하면 오정환의 집에서 먹고 살며 이전처럼 방송을 할 예정이다.

그녀의 고정 팬층으로서는 환호해 마지않을 일.

보라판의 콘텐츠가 풍성해졌다는 측면도 있다.

파프리카TV 내적으로도 긍정적인 속보이며.

인싸이트― 「"예쁜데 머리까지 좋다" 섹시한 외모에 학벌까지 좋은 뇌섹녀BJ 2인」

전자신문― 「이렇게 예쁜데 선생님이라고?! 그녀들이 여캠을 하게 된 이유」

오마이뉴스TV― 「'강사BJ'와 '고3여캠'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는 공부 방송!」

외적으로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는다.

사회적 신분이 확실하며, 건설적인 콘텐츠까지 하고 있다.

"……라고 합니다."

"괜찮네!"

"그렇다고 판단이 되어서 언론 쪽에 긍정적인 기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좋지, 좋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남수길 대표이사로서도 흡족하다.

대외적인 이미지는 좋으면 좋을수록 다다익선이다.

나중에 사고 치는 BJ가 나왔을 때.

'일부 BJ'가 말썽인 걸로 몰고 가기 편해지기 때문이다.

'분명히 맞는 보고이긴 한데……'

너무 잘 맞아떨어지다 보니 찜찜하다.

이병권 비서는 최근의 상황이 어리둥절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벌의 분위기가 달랐다.

오정환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업체쪽 파벌 단톡방〕

「염블리~」

「네 이사님」

「저번에 바 가서 먹은 거 있잖아?」

「또 한잔하고 싶어서 불렀지」

「허허」

「염 부장 또 무슨 좋은 걸 먹은 거야?」

「저도 잘 아는 건 아니고요」

「정환이 그 친구 추천을 해줘서……」

180도 달라졌다.

그 석 자가 거론되는 게 거리낌 없을 만큼 자연스러워졌다.

'파벌의 입장이 그렇다면 나도 따라야지.'

비서라고 해봤자 별다른 영향력을 가지진 못한다.

글자 그대로 사장을 보좌하는 것뿐.

파프리카TV에서도 밀어주자 흥행에 날개를 단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만 올라오는 건 아니었다.

─그냥 콘텐츠로 끝날 거 같은데……

현실적으로

중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 공부를 다 봐주는 건 힘들걸?

└ㅈㄹ ㄴ

└아니야 어떻게든 될 거야

└토끼녀가 자기가 국어까지 커버칠 수 있다고 했음

└여캠듀스 101이 어쩌다 ㅋㅋㅋㅋㅋㅋ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콘텐츠.

그것이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높은 기대와 상반된 불안이 함께 한다.

BJ하와와의 방송에 세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 * *

방송은 혼자 할 수 없다.

아니, 혼자 하는 것이 미련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여럿이 하면 더 풍성한 콘텐츠를 짤 수 있다.

그것을 이끌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김군은 몰라도 나는 충분하다.

머릿속에 번뜩인 콘텐츠를 실행에 옮겼고, 반응도 꽤 나오고 있지만.

우적우적!

우적우적!

본질적인 목적은 그게 아니다.

봄이가 굉장한 기세로 오이를 갈아버리고 있다.

'갈갈이도 울고 가겠네.'

먹는 순서 다이어트.

식이섬유로 배를 채워 포만감과 건강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지 화장실에서 나오는 시간이 짧아졌다.

흡족한 결과다.

─포카리스웨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토끼처럼 잘 먹네 ㅋㅋㅋㅋㅋ

"저는 토끼가 아니에요. 고기를 훨씬 더 압도적으로 좋아해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훨씬 더 압도적으로까지??

―봄이 솔직해

―이슬만 먹을 것처럼 생겼는데 ㅎ

―봄이 먹성은 못 참지!

물론 육식 토끼.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고기다.

한동안 침만 질질 흘리며 살 수밖에 없었다.

'딱히 대형 콘텐츠를 하려고 한 건 아니야.'

우리 봄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고심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됐을 뿐이다.

치이익……!

불판에 고기가 익어간다.

그 광경을 봄이가 뚫어져라 지켜보며 턱을 열심히 움직인다.

"오빠 저 다 먹었어요!"

"그래."

"이제 시작해도 되는 걸까요?"

"그렇구나."

ㅋㅋ

채소를 한 그릇 꿀꺽하고 다음 먹잇감을 노린다.

부모님들이 어째서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쑥쑥 크고 있지.'

봄이는 조금 특수한 BJ다.

생긴 것도, 하는 짓도 정상과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그것과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방송 텀이 길다.

방송에 대한 욕구도 없다.

가지고 있는 게 사실 식욕밖에 없는 게 아닌지.

"흐으으으으응~~!!"

"먹을 만해?"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요! 빨리빨리 구워주시는 거예요!"

―눈동자 개커짐

―이게 먹방이짘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먹방 본좌 ㄷㄷ

―게눈 감추듯 먹는다는 속담이 만들어질 만도 하네

BJ 업계에서 엔터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한다면 이런 구조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이것도 다 애정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지.'

엄한 꼬맹이 데리고 하라고 하면 못 할 짓이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무럭무럭 성장했다.

꾸역꾸역!

꾸역꾸역!

아님 말고.

아주 복스럽게 먹는다.

이러한 성장 과정, 대부분의 성인들에게는 남아있지 않다.

─봄이팬클럽68호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먹방퀸 차냥해!

"500개 감사합니다 해야지."

"오배깨가삼미다!"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회상하고 싶지 않다.

과거의 기억이라는 건 대개 미화되기 마련이다.

'그걸 하지 않더라도 예쁘잖아.'

이상적인 꼬맹이의 모습이다.

봄이의 방송은 방송임과 동시에 일종의 브이로그이기도 하다.

성장 일대기.

누구에게나 고비는 있는 법이다.

우리 봄이가 고3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나도 기대가 된다.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니야?"

"후후, 배가 빵빵해야 공부도 잘되는 거예요~"

―진짜 잘 먹어

―여고생 배 빵빵……

―봄이는 변하지 않는 모습이 좋아

―착하게만 자라다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그러한 봄이의 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는 게 가능해졌다.

이번 콘텐츠의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 * *

BJ토끼녀의 방송.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겠어?"

<후~ 친구들이랑 얘기를 해봤는데요. 작가도 잘 모를 것 같대요.>

―그건 맞짘ㅋㅋㅋㅋㅋㅋㅋ

―팩트) 진짜로 모른다

―갑자기?

―역시 봄이 방송감 좋아!

과외 방송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다소의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며칠 지나자 그럭저럭 규정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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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의 열공 방송』

1. 후원은 꺼둔다.

2. 채팅창 질문도 답변 못 한다.

3. 수업 중에 간식을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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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방송 진행을 위함이다.

BJ로서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긴 해도, 방송의 취지를 고려하면 그것이 옳다.

─봄이의아재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오늘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재팬 님 천 개 감사합니다! 그래도 봄이가 똑똑해서 제가 많이 힘들진 않아요."

―똑똑해?

―자꾸 딴 얘기하던데 ㅋㅋ

―너무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

―우리 봄이 국평오는 가능하죠?

시청자들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

진지한 분위기를 이해하고, 방송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일부 말썽을 부리는 시청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진행이 힘들 정도는 아니다.

채이는 방송이 즐겁다.

'봄이 귀여워!'

대학교 시절부터 강사를 했다.

수많은 학생들을 봐왔고, 개중에는 가끔 애착이 가는 부류가 있다.

딱 그런 아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모성애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기분이다.

─봄버지73호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우리 봄이 지망대를 어디 잡는 게 현실적일까요……

"73호 님 1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저도 소희랑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아직은 1년가량 시간이 남은 만큼 결정하는 것은 조금 섣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맞아 3월 모의고사는 보고 해야 돼

―소희가 섹시쌤??

―진지한 분위기가 개웃김ㅋㅋ

―바니걸 복장으로 학생 상담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부성애.

BJ하와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이는 방송이 끝난 후, 일종의 콘텐츠가 되었다.

─대깨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우리 씨지맥 고집이 너무 센데 때리면 말을 좀 들을까요?

"씨지맥 학생? 이라는 분이 어떤 상황인지는 제가 몰라서……. 그래도 폭력은 좋지 않죠."

―맥이 왜 나와!

―학생이 아니고 선수임

―무승귀신이 또……

―의자 같은 거 던지면 안 됨 ㄹㅇ

BJ섹시쌤의 방송.

마찬가지의 흐름이다.

어딘가 부족한 BJ들에 대해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소통 창구가 되어주고 있다.

'자기 말이 무조건 맞다고? 에이, 애새끼도 아니고 나이 먹으면 고쳐지겠지.'

소희는 수학과 영어.

채이는 한국사와 국어.

각각 두 개의 주요 과목을 도맡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열정이 어떻게든 가능케 한다.

방송의 콘텐츠라 생각하면 준비하는 보람이 생긴다.

『애청자 증가수』

1. 하와와 ↑30

2. 오정환 ↓1

3. 토끼녀 ↑69

4. 섹시쌤 ↑74

5. cGvMax ―

실제로 그러하다.

오정환과 하와와.

두 대기업 BJ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셈이다.

방송 홍보라는 측면에서 해류와 순풍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BJ로서의 데뷔가 상상 이상으로 너무도 잘되고 있지만.

카톡!

카톡!

그것이 꼭 낭보일 수만은 없다.

방송이 잘된다는 건 유명해진다는 뜻이고, 유명해지면 귀찮은 일이 반드시 생긴다.

〔학원 단톡방〕

「유선생, 박선생 출근하면 나 좀 봅시다」

「바로요?」

「학원장님 왜요??」

「하아」

「두 선생 때문에 내 10인 로스터에 큰 지장이 생겨서 그래요.」

「선생들 다 있는 자리에서 말하기는 좀 그렇네요」

「네……」

「알겠습니다」

필연적인 부작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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