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97화 (497/846)

497화

돈슨.

대한민국 게이머라면 치를 떨 수밖에 없는 두 글자다.

딸랑♪

학창 시절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해줬기 때문이다.

그 스노우볼은 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굴러간다.

"헉, 헉, 헉……."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살짝 찐 중년 남성이 헥헥 대며 가쁜 숨소리를 내뱉고 있다.

"죄, 죄송합니다. 진짜 빨리 온다고 온 건데."

"하하, 괜찮습니다."

장연수 씨.

아직도 돈슨에서 일하고 있는 모양이다.

단풍잎스토리에서 콧방귀 꽤나 뀌시던 분이 맞다.

'지금은 단풍잎스토리가 변비인 모양이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외산(?) 게임이 들어온 이후로 한 번도 흥한 적이 없다.

현재는 물론이고 줄곧.

특히 돈슨은 회사 자체가 죽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커피까지 시켜주시고."

"아무거나 시켜 달래서 유자차에 휘핑크림 추가했습니다."

"……."

농담이나, 과장이나, 악의적인 비판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존 게임들은 그럭저럭 나가지.'

단풍잎, 던파 등.

현재는 물론이고, 차후에도 꾸준하게 선방한다.

상위권 수준의 실적을 이어나간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잭팟이 터지며, 국내 시장에 목을 맬 이유가 사라졌다.

그렇게 기업의 몸집이 커져 감에도 불구하고.

"이거 의외로 먹을 만하네요."

"그래요?"

"하하."

"하하하!"

심장병을 달고 산다.

그 단풍잎스토리의 중책을 맡은 장연수 씨의 표정이 밝은 듯하면서도 밝지 않아 보일 만도 하다.

'돈슨이 괜히 죽은 기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야.'

게임사는 당연히 신작을 히트시켜야 한다.

10년은커녕 5년만 지나도 기술력 차이가 하늘과 땅인 게 게임이니 말이다.

그런데 돈슨은 2025년이 되어서도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다.

기존 히트작의 후속작을 낸 것까지 싸그리 말아 먹는다.

"혹시 요즘 게이머들이 돈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시나요?"

"아 처음부터 무거운 이야기를."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고작해야 게이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정도니까요."

"……."

유명 게임사가 20년 가까이 히트작이 안 나온다?

실적이 좋다고 해도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다.

세부적인 이유를 따진다면 더더욱.

브랜드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

유저들이 돈슨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불신해서,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을 받아도 죽을 쑤게 되는 신작이 속출한다.

돈슨이 게임 회사로서 존속 가능한지 의심해야 될 수준이다.

그럼에도 회사 실적만은 잘 나올 수 있는 이유.

"저희도 그 부분은 심각하고 진지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헤헤, 그래도 미운 정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그렇고 정환 씨도 그렇겠지만 학창 시절부터 돈슨 게임을 해왔기 때문에~"

추억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게이머들이 한 가지 간과해버린 부분이 있었다.

'틀.'

누구나 끼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

실제로 음악도 20대 중반이 넘어가면 신곡을 별로 안 찾는다고 한다.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신작 게임이 입맛에 안 당긴다.

옛날에 하던 게임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 이번 겨울 방학에 단풍잎스토리 11주년을 맞이해 다채롭게 준비해보려고 하거든요~!"

"너무 미운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정환 씨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찾아뵌 거죠. 헤헤."

그 계기가 주어진다면?

개돼지, 개돼지 해도 돈슨이 안 망하고 잘 나가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따르는 것이다.

터줏대감 게임들.

피파, 단풍잎, 던파, 카스, 서든, 카트 등이 순위권에 항상 안착해있다.

하나씩만 회생시켜도 짭짤하다.

'유감스럽게도 그게 맞기는 해.'

아무리 부정을 해도 현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병크를 터트리고, 유저들의 눈 밖에 나는 개같은 회사여도 잘 나간다.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 신중하게 고려를 해봐야겠는데요."

"저랑 정환 씨 사이잖아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설날 선물이랑 추석 선물 못 받은 것 같은데.'

"……드릴까요?"

얼핏 그렇게도 보인다.

생명 연장한 꼬부랑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호흡기 다 뽑고 일어나 타 회사 히트작들을 때려 패고 다닌다.

그것이 몇 번씩이나 반복되니 어?

돈슨이 복고 열풍의 최대 수혜자이니 앞으로도 많이 해먹으며 잘 나가겠구나.

'근데 사골도 몇 번이나 계속 우려낼 수 있는 게 아니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집에서 6시간 끓이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세 차례까지는 맛이나 영양 면에서 큰 변화가 없고, 네 차례 이상부터 연골 조직에 함유되어 있는 칼슘 등의 함량이 크게 줄어 국물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게 두 번, 세 번, 네 번이 되면 슬슬 약빨이 떨어진다.

계속 잘 먹히는 것 같아도 반드시 한계가 찾아온다.

그것이 예견된 돈슨의 말로.

"후우……, 저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네."

"진짜 힘듭니다. 롤 때문에, 아니 BJ분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호황기를 맞으셨겠지만~"

장연수 디렉터도 말이다.

단풍잎스토리의 부진 책임을 떠안고 잘리게 된다.

그 이후로 다른 디렉터들이 부임하지만,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전임자가 잘렸는데, 후임자가 큰 액션을 취하긴 힘들다.

땜빵 때우기식 패치를 하며 기존 콘텐츠를 강화해나가는 게 고작이다.

"정환 씨도 단풍잎스토리 재밌게 즐기셨잖아요.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또 하실 수도 있는 거고."

"그럴 수도 있겠죠."

"예, 그때가 되면 제가 없을 수도 있어요."

그에 반하면 참신했다.

빅뱅 패치는 10년이 지난 미래에도 회자된다.

한국 게임 업계에서 전대미문이라고 할 만큼 대형 사건이었다.

이전만 한 패기는 없어 보인다.

의기소침하게 휘핑크림 유자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한 명의 단풍잎스토리 유저로서 많은 생각이 들게 된다.

'원래 동전은 양면이 공존할 수밖에 없어.'

장연수 디렉터.

능력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빅뱅 패치는 단풍잎스토리의 수명을 10년은 연장시켰다.

그 부작용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그렇지.

아니, 도취했다.

지나친 성공은 사람을 타락시키고, 자만하게 만들기 충분한 계기다.

"아마 후임자가 오겠죠."

"음."

"후임 디렉터도 정환 씨에게 마케팅을 부탁할 수 있겠고요."

"뭐."

"하지만 장담건데, 저만큼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의견을 반영하진 않을 겁니다."

후회하고 나서는 늦을 뿐.

엎질러진 물이라는 것은 분명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근데 한 번 엎질러봐야 깨닫는 것도 있어.'

실패할 때마다 사람을 바꾸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차후 단풍잎스토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미워도 다시 한번!

마지막일지 모를 그 기회를 장연수 씨가 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일 것이다.

* * *

최근 파프리카TV.

─방학한급식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히히, 못 가."

?진짜 역대급이네

?귀신 씐 거 맞았누

?어떻게 1승을 못 하냨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 ^무^

고점 갱신을 연이어 터트리고 있다.

e스포츠와 개인 방송의 가파른 성장세는 파프리카TV의 호재로 작용한다.

그 이상.

씨지맥이 헛기침을 내뱉는다.

삼선 블루 이적 후, 무력하게 무승 행진을 무위했다.

팬들의 기대와는 무관하게도 말이다.

방송국에도 무소식이었던 그가 돌아와 이목을 모으고 있다.

「LoL) cGvMax. 할 말이 있음」_ ?31, 891명 시청

아무리 성적이 안 좋아도 전프로.

본래 인기 BJ이기도 했던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방학한학식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게임단에서 따 당한다는 밈 보셨나요??

"응? 그럴 리가 없지. 팀 분위기는 화목합니다."

?저걸 본인한테 묻는다고??

?씨지맥 성격에 참겠냐

?따 당했으면 폭언폭행 저질렀지 ㄹㅇ

?제발 의자는 던지지 마……

아쉬운 경기력.

스스로도 느낀 바가 많다.

기존 프로판에 적응하기에 자신은 너무 이단아였다.

─정리) 금일 씨지맥 방송 내용 요약. txt

1. 방송 어케 킴?

팀 허락 받음

2. 정말 귀신 씐 거냐?

모르겠다

3. 방송 켠 이유?

그것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아마 팀은 나올 것

BJ로서 전업은 아니고 또 다른 계획을 준비 중이다 ㅎㅎ(중략) └불안하게시리 왜 할 말이 많아?

└이 새끼 또 뭐 하려고 ㅋㅋㅋㅋㅋ

└오정환 꼬시겠지

└오우 요즘 롤판 재밌네

프로팀 창단.

한 번 해본 거 두 번 못할 리 없다.

자신만의 프로팀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리블즈 아나키』? 2014~2015

차후 파프리카 프릭스의 전신이 되는 아마추어팀 '아나키'가 조금 일찍 탄생한다.

롤판의 상승세에 기름을 붓기 충분했다.

〔도인디의 방송국〕

〔꿀통통의 방송국〕

〔강스케의 방송국〕

〔인성제로의 방송국〕

〔커맨더팡우의 방송국〕

롤판이 커지며, 인기BJ도 우수수 양산된다.

e스포츠에도, 파프리카TV에도 낭보임은 확실하지만.

쿠웅!

동전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진다.

최근 롤BJ들은 한 가지 공통된 고민을 가지고 있다.

"아, 또 닷지됐네. 아니, 이 새끼들 팀운으로만 이기려고 닷지 X나 해대!"

??

?그걸 지완이가 말한다고?

?ㄹㅇㅋㅋ만 치세요

?하긴 팀운으로 LCK 우승한 놈도 있는데 ㅋㅋ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BJ코물쥐의 방송.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솔로랭크에 매진하고 있다.

당연히 쉬울 수가 없는 일이고, 그 정도는 그도 쿨하게 인지한다.

한 가지 어쩔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아 짜증나 진짜!'

분노.

설사 자신의 잘못이고, 그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감정에 기복이 생기는 건 인간인 이상 당연하다.

일반 게이머면 바람이라도 쐬러 가든가, 하루 이틀 게임을 안 하면 그만이다.

BJ는 직업상 그것이 불가능하다.

─BJ들 큐 잡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림?

ㄹㅇ 곧 잡히겠지 하고 보는데

닷지 몇 번 되니까 큐 잡는 데만 1시간 흘렀네

└천상계특

└챌린저BJ인가 보네

└고수준 게임 보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난 그래서 큐 잡힐 때 다른 BJ 방송 봄ㅋㅋ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시청자 이탈.

LoL이란 게임은 하고 싶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명의 게이머가 모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티어가 높을수록 그 시간은 무한정 길어지기도 한다.

〔베스트BJ 게시판〕

─롤비분들 큐 잡는 텀에 뭐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초보 롤BJ입니다

가뜩이나 시청자가 적은데 게임 끝나면 쭉 빠져나가서 너무 속상하네요 ㅠㅠ잡담으로 노가리 까는 것도 한계가 있고 혹시 시청자들에게 호불호 안 갈릴 법한 가벼운 게임 있을까요?

└저는 워크 유즈맵 합니다

글쓴이? 아 씨지맥 님!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근데 요즘 시청자들도 워크 유즈맵 보나요?

└대개 좋아하던데요

└요즘 시대에 워크 유즈맵……

인기BJ면 모를까.

이제 막 파도에 탄 신인BJ들은 한 명이라도 더 묶어 놓고 싶다.

그러기 위한 방법.

여러 가지 강구해보지만 당연하게도 쉬울 리는 없었다.

─씨지맥 방송 보는데 개짜증나네

「워록 마법사 대전. jpg」

큐 잡는 시간에

무슨 틀딱 유즈맵 하는데 ㅅㅂ 저걸 무슨 재미로 하는지 모르겠음└반응 속도 늘리려고 하는 걸걸 글쓴이? 명예 은퇴 당한 놈이 이제 와서?

└쒸……, 불…… 버르장머리 없구나!

└나 10대 청년인데 동년배들 다 워크 유즈맵 한다

시청자들도 짜증을 느낀다.

아직은 대세론이 아닐 뿐 수요는 서서히 축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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