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화
소희와 채이는 한숨 크게 놓인다.
'이제야 숨통이 탁 트이네.'
'10인 로스터라니 무슨 바보 같은 짓이야!'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선생이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아직 애다.
20대 중반은 학생이나 다름없는 나이대다.
학원장.
그녀들에게는 있어서 교장이나 다름없다.
한 학원의 장은 그만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봄이야."
<봄이에요.>
"봄이 집중이 잘 안 돼?"
<맛있는 걸 먹고 싶은 거예요…….>
?밥 먹고 싶어
?배고팤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가 또
?솔직한 아이지^^
공부의 神이라 불린다면 더더욱.
혹시 자신들이 그릇된 선택을 한 게 아닌지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잘되고 있는데 뭐 어때!'
그런 걱정을 할 단계를 벗어났다.
방송은 완전히 궤도에 올랐고, 학원에서 자신의 입지도 탄탄해졌다.
그리고 봄이.
식탐이 다소 많기는 해도 말은 잘 듣는다.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운 아이다.
<꾸웨엑…….>
구슬픈 울음소리가 모성애를 자극한다.
엄살을 부리는 건지, 정말 힘든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잘해주고 싶다.
진도는 그럭저럭 나간 참이니 가끔 숨 돌릴 시간을 줘도 될 것이다.
"봄이야."
<먹고 살기 팍팍한 거예요…….>
"머리 식힐 겸 게임이라도 할래?"
<저 게임 좋아해요~!>
언제 그랬냐는 듯 싱싱한 목소리로 화답한다.
봄이가 하고 있는 유일한 게임.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그 신나는 BGM과 함께 활짝 웃는다.
학생일 때 하는 게임은 100배 더 재밌을 수밖에 없다.
'나도 중딩 때는 잠깐 해봤는데!'
단풍잎스토리.
여성 게이머의 비중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높다.
상당히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소희도 즐긴 적이 있다.
오랜만에 해본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동시에 아차 싶은 생각도 든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천사의눈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진짜 메이플 2년 만에 보넼ㅋㅋㅋㅋㅋㅋ
<저도 반강제적으로 복귀 유저예요.>
?반강제 ㅋㅋㅋ
?완전 강제가 아니고?
?봄이야
?섹시쌤도 단풍잎 아이디 있음??
시청자들보다 훨씬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이 단풍잎을 했던 것은 중학생 시절.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이다.
요즘 강산은 변하는 데 5년도 안 걸린다.
그 두 배의 세월이 지났으니 상상조차 안 된다.
'요즘 애들은 툭 치면 죽는 그런 게임 하던데.'
젊은 학생들을 상대하다 보면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오싹했는데.
『뿌슝빠슝! 복귀를 한 유저가 있다?!』
오랜만에 자신의 아이디에 접속하자 신기한 알림이 떠있다.
의식의 흐름대로 클릭하니 대충 느껴진다.
'벌써 그렇게 됐어?'
지난 세월의 변화.
떨어지는 낙엽도 웃기던 어린 중학생이, 먹고 살 방법과 시집을 고민하게 된 다 큰 처녀가 되었다.
단풍잎스토리를 켜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들게 된다.
특유의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헐~>
"어, 왜 봄이야?"
<저 퀘스트 깨야 돼요! 머리 위에 알림이 뜬 거예요!>
"나도 떴어. 같이 할래?"
하지만 게임은 변하지 않았다.
단풍잎스토리의 드넓은 가상 세계는 여전히 자신을 환영해 주고 있다.
『뿌슝빠슝! 아래 점프를 모르는 틀딱이 있다?!』
그런 느낌을 받는다.
자신이 게임을 안 한 동안 업데이트된 내용.
캐릭터 대가리 위에 떠오른 전구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와~ 이거 진짜 생겼으면 싶었는데!'
2D 횡스크롤 게임.
단풍잎스토리는 온라인 게임 치고 독특한 조작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인기를 끄는 측면도 있지만, 단점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비비고찐만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옛날에는 밑점이 안 됐음??
"나 때는 저쪽 끝까지 가서 내려가야 돼서 불편했지."
?라떼는 ㅇㅈ이지
?대체 얼마나 오래전이야
?개불편했겠다
?센세 춘추가……?
시간이 지나 접속해 보니 개선되어 있다.
좋은 점이 보이니 게임할 맛이 더 난다.
무엇보다 시원시원하게 넓어진 월드맵.
'여기도 열렸어? 여기도 열렸다고?!'
단풍잎스토리 초창기부터 웬만한 곳은 나와 있었다.
다만, 구현이 안 되어 유저들이 들어갈 수 없었다.
『고성능 순간이동의 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맵 끝에 가면 폐허가 늘어져 있다.
이를 테면 오르미스 마을 우측 끝에 있던 탑이 앨나스와 이어질 거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오~'
정말로 그렇게 돼있다.
당시 폐허뿐이었던 탑의 잔해에 포탈이 보인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앨나스와 이어져 있지 않을지?
─급식핵꿀맛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당연한 거 아님?
"나 때는 저쪽 구름 공원 들어가서 빨간 돌 통해서 가야 했단 말이야."
?라떼는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세대 차이
?마법석 활성화 주문서 시절보다 옛날 같은데
?센세 서요? 아 없나 ㅎ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비비디바비디부~♬
어린 시절 광고에서 봤던 멜로디대로의 세상이 펼쳐져 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알면서도 잊고 지내던 것들이다.
재미로 켠 단풍잎스토리에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된다.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섹시쌤과 하와와뿐만이 아니다.
파프리카TV 전체에 단풍잎스토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기BJ인 오정환이 한다.
큐 잡는 시간 죽이기에도 좋다.
코물쥐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지만.
─코가굉장히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완이 커닝시티 일찐 출신임?
"내가 학교에서는 맞고 다녀도 커닝시티에서는 지건 좀 날리고 다녔지. 새비지 블로우 확 그냥!"
?야비지 코로웈ㅋㅋㅋㅋㅋㅋ
?2차 패황 단도ㅋㅋㅋㅋㅋㅋㅋㅋ
?지건 6연타!
?패기 넘치던 도적이 어쩌다 숟가락이 됐을까……
딱히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자신도 왕년에 단풍잎스토리 좀 두들겨본 이력이 있다.
'내가 학교에서 레벨 젤 높았어.'
몬스터 카니발에서 레고 좀 밟고 다녔다.
대기실에 입장하는 순간 무수히 많은 파초 요청이……!!
코물쥐: 이 몸이 왔는데
코물쥐: 아무도 파초를 안 해?
카니발일찐: 님 스공이?
코물쥐: 800이시다
카니발일찐: ?
카니발일찐: 숟가락 안 받아요
분명히 그래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크게 변해 빅뱅이 터져도 벌써 몇 번은 터졌다.
─코만굉장히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요즘 50렙이면 스공 1만은 기본임 ㅋ
"아니, 1만?! 나 때는 4차 전직한 랭커들도 1만 되는 사람 거의 없었는데?"
?120이 왜 랭커야?
?요즘 만렙도 굴러다님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도 숟가락 해야겠네……
?그저 ^숟^
파워 인플레이션.
복귀 유저들은 컬쳐 쇼크를 겪을 수밖에 없다.
피콜로가 끝판왕이던 시절에서 초사이어인이 날아다니는 미래로 온 것이다.
『뿌슝빠슝! 단풍잎에서도 숟가락인 유저가 있다?!』
솔로 플레잉을 하기에는 너무 약하다.
파티 플레잉을 하면 팀원들에게 숟가락을 얹는 꼴이다.
'복귀 이벤트? 오~ 뭔가 삐까번쩍한 거 주네.'
그런 복귀 유저들도 기죽지 않도록 보상 아이템과 성장 시스템.
적극적인 지원이 있자 게임할 맛이 난다.
파프리카TV에 단풍잎 바람이 불고 있다.
인기BJ들이 시작하자 다른 BJ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영향을 받는다.
─옳은말만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상한 유즈맵 하지 말고 단풍잎 하자!
"프로게이머는 사이버 검투사야. 100번 이겨도 한 번 지면 목이 날아가는 직업이라고. 우리는 시대가 좋아서 패배해도 내일이 있지만 그렇다고 한가하게 단풍잎이나 하는 게 맞을까?"
?C언어 ON
?진짜 게임에 목숨 거는구나
?컨셉이 아닌 것 같아서 설득당하네 ㅋㅋ
?제발 1번이나 좀 이겨!!
물론 때려죽여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반응이다.
누구나 가슴 한편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단풍잎스토리를 즐기던 추억.
자신만의 단풍잎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옛날의 자신을 게임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 계기와 여건이 주어진다.
불을 붙인 도화선처럼 반응이 터져 나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 * *
단풍잎스토리.
정말 오랜만에 복귀하는 유저도 의외로 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사실 웬만한 패치는 10년 전에 다 스포가 돼있었거든.'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맵을 일일이 만들고, 밴런스까지 조절하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 스토리가 먼저 스포된다.
유명한 검은 마법사만 해도 2007년에 최초로 떡밥이 풀어졌다.
---------------------------+
『청와대 청원』
─검은 마법사의 억울한 죽음을 낱낱이 조사해주세요.
2018년 8월 29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명을 쓴 검은 마법사 (나이불명)가 사망했습니다.
N그룹 계열 소속 W스튜디오에서 강제로 악역을 해왔던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
11년이 지나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의 디렉터가 개판을 쳐놔서 그렇지, 스토리텔링은 이전부터 탄탄하게 세워져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과거 디렉터들이 능력은 있어.'
향후 10년 후의 미래까지 설계해 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후임 디렉터들이 한 것은 밸런싱에 지나지 않다.
그 밸런싱을 워낙 개판 내놨을 뿐.
집의 뼈대는 예쁘게 세워 놨으니, 건축 자재에서 돈 빼먹는 행위만 감시하면 된다.
─버터고구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정환이 영향력 ㄷㄷ
"단풍잎이 정말 유저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거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올
?단풍잎 패치를 좌지우지하는 BJ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슨 새끼들 군기 똑바로 들었네
?3년 만에 접속했는데 불편함 없이 재밌게 즐김!
복귀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
엎질러진 물은 못 주워 담아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정도는 기본이다.
'글자 그대로 그냥 기본이라고.'
고작 그런 것을 요구 조건으로 들이밀었을 리 없다.
단풍잎스토리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제로부터 세운다면 현실성이 없겠지만, 이전부터 쌓아 올려둔 것들이 있다.
깽판을 쳐놓은 의미는 분명히 있었다.
--------------------------+
1. 장비 강화 시스템 추가
2. 잠재 능력 시스템 개선
3. 전투 분석 시스템 추가
+--------------------------
약속을 했고, 실제로 구현된 패치 사항 등.
바꾸어 놓은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밸런스 파괴템 놀라운 장비강화 주문서도 없고, 직업별 밸런스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다.
'근데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사람이야.'
돈슨의 사업 방향과 디렉터를 포함한 운영자들?
결코 그렇지 않다.
악이라는 게 명확하고 속 시원하게 규정된 존재일 리 없는 것이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단풍잎으로 시작한 BJ잖아요? 그래서 돈슨이 측은하게 나오면 한 번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돈슨이 병크를 못 터트리게 감시하는 선봉장이 될 테니 단풍잎을 하시는, 하시게 되실 유저분들도 같이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갓정환!
?메전설 출신임ㅋㅋㅋㅋㅋㅋㅋ
?정환이 아니면 이 시국에 누가 단풍잎 할까
?제발 돈슨 정신 차렸으면 ㅇㅇ;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내가 돈슨을 개 패듯이 패놓는다 해도 다른 사람이 똥을 펑펑 싸재끼면 문제는 재발하게 돼있다.
네글자[스카니아-05]>> 안녕하세요~ 정환 님 드디어 복귀하시네 ㅎㅎ구해조[스카니아-10]>> 정환 님 혹시 도움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하세요!
펑이요[스카니아-20]>> 펑이! 펑이!
저런 병신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