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2화
한국의 게이머는 유행에 민감하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롤비들 왜 단풍잎 하고 있냐? [2]
─롤붕이 단풍잎 아이디 만들었음
─롤에서 실버인 내가 단풍잎에서는 랭커각이닼ㅋㅋㅋㅋㅋ [3] +1─그 무승귀신 빼고 다 단풍잎 하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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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대세 게임.
정말 재미있고, 잘 만들었고, 수익 모델이 합리적인 등의 이유보다 남들 다 하더라? 한 마디가 훨씬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롤BJ들의 유행이 일반 시청자들에게까지 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같은 고민을 안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큐가 하도 안 잡혀서 심심했는데
웹툰도 월화수목금토일 다 봤고
큐 잡는 시간에 단풍잎 사냥 돌고 있으니까 시간 후딱후딱 감└티어가 어디길래 큐가 안 잡혀?
글쓴이― 여기 최소 다1 아니었어?
└ㅇㅇ 맞지 나도 챌린저 2티어
└롤갤 평균 다1이지 ㄹㅇㅋㅋ
라이트 게임이 필요하다.
롤은 사람의 심신을 갉아먹고, 아무리 착한 사람도 이성이 뒤집히는 순간이 온다.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그에 반해 단풍잎스토리.
BGM만 듣고 있어도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컨트롤도 딱히 필요 없는 반복 작업이라 오히려 재미있다.
빡센 컨트롤이 필요한 롤유저들에게는 말이다.
머리 비우고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 편안한 휴식처럼 느껴진다.
─단풍잎 그거 쁘띠 리니지 아니냐?
별명이 2030리니지일 텐데
괜히 시작했다가 돈 존나 털리게 될까 봐 무서움
└요즘 무자본 할 만함
└ㅇㅇ 그냥 간만 봐
└어차피 롤 하면서 하는 건데 뭔 상관ㅋㅋㅋㅋㅋㅋ
└방학이라고 혜자 패치 해줘서 ㄱㅊ은 듯
한 가지 걸림돌이 되는 건 돈.
RPG게임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캐시질 없이는 게임을 못한다.
그중에서도 단풍잎스토리는 악명이 높다.
20대, 30대들의 리니지라는 비아냥까지 있을 정도인데.
─단풍잎 무자본으로 육성법. TMI
신규 유저: 버닝 서버에 아이디 생성
버닝 서버란? 니들 같은 뉴비들 가둬 놓는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 생각하면 됨 ㅇㅇ
복귀 유저: 머리 위에 뜨는 전구 깨면서 ㄱㄱ
접속 안 한 기간에 비례해 여러가지 줌
단, 자기가 너무 쪼렙이었으면 버닝 서버로 해도 됨
└그 뿌슝빠슝?
└올 이러면 할 만하지
└정신과 시간의 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복귀 유저라고 뭔가 주길래 열심히 했는데 걍 버닝섭 할 걸 ㅅㅂ
이를 해소시켜 주는 여러 가지 이벤트가 열렸다.
복귀 유저는 물론, 신규 유저들에게도 환영을 받으며 유저 수가 치솟는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관점.
안쪽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존 단풍잎BJ들도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Maple) 펑이요. 보보보에 메생 걸었다 3일 차」_ ?3, 892명 시청「Maple) 구해조. 전섭 1위 스공이 바로 저입니다」_ ?2, 500명 시청
「Maple) 네글자. 돌아온 오정환……, 하지만 네글자가 있다!」
_ ?1, 953명 시청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그 방법에 관해서 어리숙한 과거의 모습이 아니다.
이슈를 적극 활용하여 유입 시청자를 유치하고 있지만.
─그래서 스공 1위 누구냐?
요즘 대세 구해조 vs 돌아온 오정환
단갤러들이 보기에는 누구?
└구해조지
└오정환은 이미 롤에 오염됐음 단풍잎을 제대로 할 정신 상태가 아님 글쓴이― 스고이……
└DPS는 펑이가 더 위인데?
또 그 안에서 화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단풍잎스토리 갤러리.
오정환이 던진 불쏘시개에 의해 활활 타오른다.
스탯 공격력, 해당 유저의 강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지표다.
LoL의 티어처럼 단풍잎 유저들 사이에서는 자존심 싸움이 있다.
그것을 살살 긁은 것이다.
오정환이 과거에 레전드였고, 한 것도 많고, 잘난 것도 인정은 하지만 이제 와서?
─스공만으로 강함 나누는 단린이들 귀엽눜ㅋㅋㅋㅋㅋㅋㅋㅋ챌린저 1위가 롤 1위가 아니듯
스공 1위도 단풍잎 1위가 아님ㅇㅇ
진짜 랭커들은 보스몹 격파 시간 기준으로 이야기함
----------------------------+
ⓛ 잠재옵션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40%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30%
데미지 : +9%
+----------------------------
펑이요 무기 옵션 보이지?
스공에는 반영 안 돼도 보스몹에는 오히려 셈
그래서 실질적인 단풍잎 1위는 펑이요라고 하는 거임
└순수 실력도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펑이요 개새끼 해봐
└와 근데 옵션 쩔긴 하네
└요즘 대세는 방무 말고 보공임?
은근하게 가지고 있던 마음이다.
오정환이 살살 긁고, 팬들이 부추기자 BJ들의 마음속에도 경쟁심이 싹트게 된다.
물론 출혈 경쟁.
만만찮은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단풍잎BJ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차피 뽑아야 되는데.'
'이번 기회에 별풍 쓸어 담아서 템갈이 좀 해야지.'
'오정환은 반드시 이긴다.'
캐릭터의 스펙이 곧 콘텐츠.
단기적인 재미로 돈을 쏟아 붓는 오정환과 달리, 자신들은 두고두고 그 가치를 뽑아낼 수 있다.
즉, 회수가 되는 투자의 개념이다.
그렇게 불이 붙은 단풍잎BJ들 사이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아이템은.
─지금 단풍잎BJ들이 보보보에 미쳐버린. EU
빅뱅 초기만 해도 방어율 무시가 갑이었음
근데 요즘은?
세트템, 노블레스, 링크 스킬 등으로 수급 가능
각 직업의 전용템과 고유 스킬에 또 있지
보공 가치가 떡상하고 있는 이유임
└고마워요 면제겜웨건!
└나워는 스킬에서만 방무 55% 뽑아서 사실상 방무 필요 없음└그래서 BJ들이 보보보에 미쳤구나 └복귀하자마자 꿰뚫어본 오정환의 안목은 도덕책 ㄷㄷ
오정환이 언급한 보보보.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3, 약칭 보보보는 꿈의 옵션이라 불린다.
슬롯 머신으로 따지면 7―7―7의 잭팟이다.
워낙 확률이 극악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띄운 사람이 없다.
─큐브 확률 계산기로 무기 최상옵 뽑는데 드는 돈 계산해봄. txt 뽑을 확률은 0.0000002313%이며, 대략 8200억 원 (큐브 43억 개)이 필요합니다 메템 하나면 F―22 2대 사고도 500억 남음
└F―22 얼마 안 하네
└미국 생각보다 ㅈ밥 아니냐?
└단풍잎스토리>>>>천조국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단하다 면제겜!
그렇기에 더 이슈가 된다.
'최초'라는 타이틀만큼 사람들을 달아오르게 하는 것이 없다.
그 화제성에 숟가락을 얹는다.
단풍잎BJ들은 방송 흥행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쉽게 달성한다.
─펑이요광신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형 8200억 가능?
"내놔."
―8200억 달라고 빼애액!!
―쿨하네
―한 놈만 걸려라 ㅋㅋ
―여기 이재용 손자 없냐?
펑이요로서는 안타깝다.
보보보를 진심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미 쓴 1천만 원을 가량을 허공에 날린 셈이 됐다.
'난 흑우페이를 썼기 때문에 70만원은 이득 봤어.'
그럼에도 히죽 웃는다.
커뮤니티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8200억만큼 터무니없지 않다.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단풍잎스토리 아이템에는 크게 세 가지 옵션이 붙는다.
윗잠이라 불리는 잠재 옵션.
아랫잠이라 불리는 에디셔널 잠재 옵션.
그리고 최근에 추가된 추가 옵션.
'이걸 다 맞추면 그 정도 들겠지.'
그것도 레전더리 옵션이 3개가 나오는 슈퍼 잭팟이 기준이다.
하지만 레전더리―유니크―유니크 정도는 이따금 나온다.
--------------------------+
ⓛ 잠재옵션
공격력 : +12%
공격력 : +9%
공격력 : +9%
+--------------------------
이렇듯 말이다.
이것이 공격력이 아닌,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로 나오는 순간 자신의 목적은 이루어진다.
─펑천지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진짜 보공만 골라서 안 나오넼ㅋㅋㅋㅋㅋㅋㅋ
"아 천 개 고맙다. 돈슨 이 씹새끼들 주작 하는 것도 아니고."
―ㄹㅇ
―돈슨 개새끼
―필요한 옵만 골라서 안 나옴ㅋㅋㅋㅋㅋㅋ
―잘 안 나오는 옵션이 있기는 해
이러한 정보를 굳이 가르쳐줄 필요가 없다.
짜증을 내뱉고 있지만, 속으로는 본심을 숨기고 있다.
'보보보 먹어서 오정환을 이기고, 다른 옵션에서도 내가 앞서나가면.'
명실상부 단풍잎BJ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지난 1년간 죽자고 단풍잎만 해왔다.
복귀 유저는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정보를 안다.
그걸 바탕으로 앞서나간다는 계획.
----------------------------+
ⓛ 잠재옵션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40%
명중률 : +9%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30%
+----------------------------
'아니, 씨……. 또?'
그 첫 단추가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다.
* * *
단풍잎스토리의 사행성.
정말 상식을 벗어나는 정신 나간 수준이다.
'안 해본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랭커들은 아이템 하나에만 최소 수백만 원을 쓴다.
그래야만 상급의 옵션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오랜만에 복귀했더니 정말 많이 바꼈네. 에디셔널에 추가 옵션에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아."
―큐브 바를 게 너무 많아
―이래서 돈슨 돈슨 하는구나
―정말 전섭 1위 먹게?
―아무리 정환이라도 지출 좀 크겠는데 ㅋㅋ
그런데 장비 부위만 20개가 넘어간다.
업그레이드할 것도 많아서 아이템 세팅에만 달 단위로 시간이 소요된다.
'랭커 입장에서도 정말 등골 빠지고 피 말리지.'
그렇다면 돈슨의 입장.
어떻게 해야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유저가 더 상급의 옵션을 갈망해야 한다.
만족할 만한 아이템이 나와버리면 안 된다.
설마 하고 떠오르는 것을 저지르면 수익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아이템의 잠재능력을 재설정합니다.』
정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적당히 돌리는 척을 한다.
─독수리부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진짜 백만 원도 더 돌린 거 같은데 ㄷㄷ
"100개 감사합니다. 단풍잎 안 하시는 분들은 놀라실 수 있는데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롤에 100만원 지르면 사고 싶은 스킨 다 산다
―초단위로 2천 원이 날아가……
―롤붕이들 화들짝!
다소 쓰라린 지출이긴 하다.
이 정도는 해야 다른 BJ들도 자극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알면 좀 이상하잖아.'
단풍잎스토리의 확률 메커니즘.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니다.
주사위를 굴린다면?
시행 횟수가 많아질수록 각각의 수가 1/6씩 나온다.
그런데 단풍잎스토리는 그렇지 않다.
『분노한 카쿰의 벨트』
장비분류 : 벨트
STR : +18
DEX : +42 (18+24)
INT : +18
LUK : +42 (18+24)
마력 : +1
방어력 : +150
공격력 : +23
점프력 : +4 (0 +4)
올스탯 : +4% (0% +4%)
한 가지 가설을 설정한다면 이야기가 맞아 떨어진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조금 시간이 걸렸다.
"아~ 추가 옵션 부여하고 있는데 왜 자꾸 점프력이랑 올스탯만 붙냐."
―올스탯 좋은데?
―환생의 불꽃 돌리면 됨 ㄱㄱ
―설마 이것도 캐시로 돌리는 거냐
―ㅁㅊ 월급 살살 녹네
자연스럽게 모든 부위를 한 번씩 건든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깨달아버렸다.
'그런 느낌.'
시청자는 방송을 보는 게 아니다.
BJ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느끼는 것이다.
내가 지나가듯이 툭툭 뱉은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다.
나와 같은 생각이 은연중에 떠오른다.
─눈물겨운희생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혹시나 해서 아이템 확인하고 왔는데 점프력, 올스탯 엄청 많음!
"그래요?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냥 우연의 일치.
주사위를 10번 굴리면 6만 한 5번쯤 나올 수 있다.
돈슨 입장에서 그렇게 우길 수 있다.
실제로 개돼지들은 그런 변명을 수 년 동안 믿고 있었다고 한다.
"뭔가 이상하긴 해. 그래서 내가 한 가지 가설을 세운 게 있는데."
시동을 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