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화
<불편한 진실>
어빌리티.
한마디로 캐릭터에게 바를 수 있는 잠재 옵션이다.
『정말로 1개의 어빌리티를 재설정 하시겠습니까? (어빌리티 시뮬레이터 사용 시 어빌리티 등급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돈이 들지 않는다.
즉, 실험을 하는 데 있어 부담이 전혀 없다.
─해변에서만나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명성 겁나 많넼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접은 동안에도 패밀리가 열일을 했나 보네요."
―오정환팸 ㄷㄷ
―패밀리 시스템 삭제되지 않음?
―와 명성 1억이 넘네
―저거 거의 다단계 였는뎈ㅋㅋㅋㅋㅋ
대신 소모되는 것은 명성.
이전에는 패밀리 시스템이라고 하여 경험치 증가나 아이템 드롭를 버프에 쓸 수 있었다.
패밀리 시스템이 사라지고, 대체 시스템으로 나온 게 어빌리티다.
명성이 없는 유저는 캐시로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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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드리 어빌리티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20% 증가×
상태 이상에 걸린 대상 공격 시 데미지 19% 증가×
STR 2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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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기 때문에 부담 없이 돌린다.
승리를 알고 두는 체스처럼 체크메이트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간다.
"아 뭔가 이상하네? 왜 옵션이 랜덤이 아닌 것 같지?"
―?
―뭘 본 거임
―단풍잎특) 원하는 옵션 절대 안 줌
―일반몹 추뎀이 좀 많이 뜨는데
어빌리티는 세 개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그중 두 개를 잠그고, 하나만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면 확률 메커니즘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거지.'
아니, 평소와 다름없이 작동한다.
그렇기에 나올 수 있는 우연이 아닌 필연의 결과.
----------------------------+
∏ 레전드리 어빌리티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20% 증가×
상태 이상에 걸린 대상 공격 시 데미지 19% 증가×
일반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증가○
+----------------------------
마지막 옵션에 일반몹 추뎀이 매우 높은 확률로 나온다.
처음 몇 번은 우연이라 쳐도, 시행 횟수를 계속 늘려나가 보면.
─메이플개돼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이상할 정도로 자주 나오네;;
"그렇죠?"
개돼지라도 눈치를 채게 되어있다.
보통은 명성이 아까워서라도 못하겠지만, 나는 거의 무한정으로 돌릴 수 있다.
'실질적인 명성도.'
방송적 영향력.
시청자 수도 많고, 그동안 쌓아온 신뢰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깽판을 하루 이틀 쳐본 것이 아니다.
"저는 지금 이 현상과 추옵에 점프력+올스탯이 자주 붙는 이유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돼."
―헐
―명탐정 환난 ㄷㄷ
―진짜면 좀 많이 심각한 문제 같은데
―아니 랜덤이 아니었어??
차근차근 쌓아 올려 고점에 터트린다.
물린 개미들의 극대노를 즐길 시간이다.
* * *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간다.
─네글자약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님 피셜 소식 들으셨어요??
"아 들었지. 근데……, 그냥 우연 아니야? 너무 과민하셨던 거 아닐까?"
―방송국에 영상 다 남아있어요!
―일추뎀이 50% 확률로 뜨는데 그게 우연이라고??
―좀 말이 안 되긴 함
―멍꿀멍꿀!
이와 별개.
BJ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오정환의 말을 믿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아니, 돈슨이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있겠냐는 것이다.
시총이 조 단위가 되는 준대기업이, 양아치들이나 할 법한 짓을 한다고?
"난 잘 모르겠어. 중립 기어 넣을래. 만약 그게 사실이면 커도 너무 큰일이잖아?"
―돈슨 터지지
―판교에서 방 빼야 됨ㅋㅋ
―이거 일 커지면 오정환도 큰일임
―고소 당할 듯 ㅋ
지극히 일반적인 반응이다.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큰일과 마주하면 십중팔구는 눈을 돌린다.
불편한 진실.
암묵적으로 동의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꺼려진다.
차라리 그런 현실이 없었으면 좋겠다.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이면 단풍잎 망하잖아.'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
네글자는 단풍잎을 제외하면 별다른 특기가 없다.
대학도 중퇴했고, 몸을 쓰는 일도 못 한다.
대한민국에 1%도 안 되는 천룡인.
병역을 면제받았을 정도로 신체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뭔가 착오가 있었겠지. 그런 오해 가끔씩 있잖아? 가끔씩."
대체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사태가 커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이 꿀 같은 직업을 잃을 수는 없다.
─구해조좀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구해조 님은 이번 사태 입장 어때세요?
"무슨 사태야! 그냥 원하는 옵션이 안 나오니까 짜증 부린 거겠지. 니들도 내가 짜증 내는 거 존나 많이 봤잖아?"
―어제 덱 빼고 다 나왔지……
―ㄹㅇㅋㅋ
―아 큐브작 원투데이 하냐고~
―원래 뽑으면 갓겜이고 못 뽑으면 주작임
구해조의 반응도 마찬가지.
믿기지도 않거니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다.
자신도 돈슨을 틈만 나면 욕한다.
하지만 확률 조작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만에 하나 정말로 사실이면.
'템값 떨어지잖아!'
장난으로 치부할 소리가 아니다.
10개가 넘는 캐릭에 둘둘 두른 템값.
떨이로 처분해도 억 단위를 넘어가는 거금이다.
교환 불가형 아이템들까지 포함하면 정말 천문학적이다.
단풍잎스토리에 인생을 걸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한 번 더 사용하기』
『한 번 더 사용하기』
『한 번 더 사용하기』
.
.
.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큐브 돌리는 손을 멈추지 않고 있을 정도.
그렇다고 한사코 부정하기도 뭣하다.
단풍잎 유저의 특징.
돈슨 게임을 하면서 돈슨을 싫어한다.
돈슨을 옹호하는 모양새가 되면 민심이 지랄 날 위험이 있다.
"님들 저도 돈슨 싫어하죠. 돈슨 개X새끼들아! 근데 그것과는 별개로 확률 조작이 있겠어? 막말로 내가 지금까지 지른 큐브가 몇 갠데 설마 눈치를 못 챘겠냐고."
―그건 맞지 ㅋ
―돈슨 개X새끼들 속시원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조는 단풍잎에 인생 갈아 넣었음!
―그저 ^메^
적당히 비위를 맞춰준다.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 및 단풍잎 유저들은 충분히 만족한다.
템값 아까운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돈슨을 욕해도, 몸은 솔직한 지경이 되었다.
'…….'
펑이요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단풍잎에 인생도, 통장도 어지간히 갈아 넣었다.
"애초에 컴퓨터가 계산하는 걸 우리가 눈으로 어림짐작해서 판단하는 게 좀 웃기지 않나?"
―캬
―내 말이 그거임!
―오정환 그 새끼는 전부터 아는 척은 ㅅㅂ
―단풍잎 레전설에 LCK 우승 좀 하면 단가?
무엇보다 자존심.
만약 정말이라면 자신은 1년 동안 접은 오정환이 눈치 챈 걸 모르고 있던 호구 새끼가 된다.
악에 받쳐서라도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펑이요의 방송을 보는 애청자들도 같은 심정이다.
─오정환 이 새끼는 지가 무슨 게임의 신인 줄 앎ㅋㅋ정작 단풍잎 전체 1, 2위 하는
펑이요랑 구해조는 가만히 있는데
추하게 돌아왔으면 제발 좀 짜져 있었으면 ㅇㅇ
└뭐라누 롤 원탑인데
글쓴이― 응 펑이요는 단풍잎 원탑이야
└펑빡이 능지 보소
└펑천지 새끼라 대화 불가능 ㅋㅋ
자신이 떠받드는 BJ가 당해온 것들.
펑이요가 스스로 말을 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서열은 반대였다.
라이벌 관계인 오정환을 끌어내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펑이요 본인은 그 정도로 생각이 복잡하지 않다.
목적은 단 하나.
오정환을 이기는 것이다.
최근에 지른 캐시만 3천만 원 가까이 된다.
하루 종일 마우스를 딸칵 댄 탓에 오른손 검지 관절이 뒤틀릴 지경이다.
'그래도 흑우페이로 결제해서 거의 200만원은 이득 봤으니까.'
200만 원을 앉아서 번 셈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마음의 위안도 되고, 소극적으로 변할 뻔했던 소비 심리도 개선된다.
─발가락페티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혹시 보보보 안 뜨는 것도 돈슨이 확률 손 본 거 아닐까?
"……."
조금은 흔들리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게 단풍잎 유저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상상해 본다.
'설마.'
돈슨이 장난질을 치는 게 아닌지.
확률 공개를 하지 않다 보니 무심코 들어버린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럴 리 없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게임사다.
『※ 큐브를 사용하는 직업 또는 장비의 종류가 특정한 옵션이 더 자주 등장할 확률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정해진 가중치가 다른 수치로 변하는 등의 문제는 없습니다.』
이렇듯 공지사항에 명시도 해두었다.
바보가 아닌데 확인도 안 해보고 돌린 게 아니다.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즉, 슬슬 뜰 때가 되었다.
자신이 계산해본 바에 의하면 2~3천만 원 내에서 하나쯤 뜨게 돼있다.
"큰 거 온다 큰 거. 안 뜬다는 새끼들 딱 기다려!"
―이제 곧임?
―ㄹㅇ 보보보 뜨면 음모론 쓰던 새끼들 싹 다 버로우 할 듯 ―오정환 컷ㅋㅋㅋㅋㅋㅋㅋㅋ―개돼지가 주인을 물면 안 되지!
거진 3천만 원 가까이 투자했다.
아무리 독립 시행이라고 해도 이 정도 했으면 양심적으로 나와줄 것이다.
'설마 흐흐.'
레전더리 옵션이 2줄 나올지도 모른다.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가 110%면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자신을 따라잡기 위해 오정환이 큐브를 가는 모습이 벌써부터 상상된다.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펑이요와 다르게.
'…….'
장연수는 입안에 침이 바짝 마른다.
최근의 사태.
당연하게도 회사 차원에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디렉터님!"
"어, 어……. 미쓰리 왜?"
"제가 지나가다가 들었는데요.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이사님들이!"
만반의 준비 끝에 벌인 일이니 말이다.
대규모 패치를 준비하고, 오정환에게 협력 관계를 요청하여 크게 터트렸다.
회사의 중대사.
단풍잎스토리 부서의 직원들은 물론이고, 임원급의 높으신 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지금 단풍잎이 잘돼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죠! 접속자 수도 엄청 늘어났고, 지금 수익성도 장난 아니라고."
"아. 그, 그래?"
"디렉터님이 모르시면 어떡해요 헤헤. 지금 펑이요라고 단풍잎 대표 호구가 아이템 하나에만 3천만 원 썼어요!"
잘돼가고 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아득하게 말이다.
오정환으로부터 시작된 홍보 효과가 엄청나다.
자신들이 돈을 쏟아 부은 광고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그렇기에 장연수의 정신도 아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까 옛날에.'
개발부 부장이었던 시절.
단풍잎스토리의 수익을 위해 레전드리 옵션과 마스터 큐브 패치를 강행했다.
오정환과 틀어지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당시 워낙 바빴다 보니 스치듯 지나친 대화가 있다.
《어?!》
《왜 갑자기.》
《레전드리 옵션 말입니다. 지금 이대로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뭐가?》
아이템의 최상위 등급을 유니크에서 레전드리로 상향했다.
여느 패치가 그러하듯 밸런스 붕괴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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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별 옵션』 ―레전드리/유니크/에픽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40%/30%/15%
몬스터 방어율 무시 : +40%/30%/20%
공격력 : +12%/9%/6%
데미지 : +12%/9%/6%
올스탯 : +9%/6%/3%
+----------------------------
레전드리 등급이 생기면 하위 두 개의 옵션도 최소 유니크 등급으로 보정된다.
다른 옵션에 비해 효율이 지나치게 좋은 옵션이 생겨버린다.
《보보보랑 방방방이 너무 강해질 거 같은데…….》
《그럼 안 뜨게 만들면 되지.》
《아~ 그런 방법이!》
《패치 원투데이 해?》
과거의 회상.
당시보다 배는 통통해져 버린 볼을 타고 식은땀이 미친 듯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