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04화 (504/846)

504화

합리적인 이유는 있다.

《장연수 부장님은 정말 재치가…….》

《알면 일이나 해. 바빠 뒤지겠으니까.》

《충성!》

유저들이 지나친 속도로 강해지면 콘텐츠 고갈이 우려된다.

한국 게임에서는 일상적일 지경이다.

토끼공듀 Lv.2000 : 아……, 게임 개노잼 할 거 존나 없네 콘텐츠가 부족하네

할배 Lv.3000 : 망게임이 다 그렇죠 뭐

하루에 20시간씩 게임만 처하면서 계속 재밌길 바라는 유저들이 있다.

그렇게 급속도로 강해지면.

'보스들이 동네북이 되잖아.'

특히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옵션.

곱연산으로 적용되다 보니 데미지 체감량이 엄청나다.

시스템에서 배제시켰던 건 다시 생각해봐도 옳은 판단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을 뿐.

"근데 디렉터님."

"어. 어?"

"물론 아니겠지만 요즘 유저들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아서……."

운영팀 팀장 미쓰리.

그녀는 모를 것이다.

단풍잎스토리 정도로 큰 게임은 각 팀마다 업무가 확연히 구분된다.

패치의 세부 사항을 세세하게 전해 듣지 않는다.

단풍잎스토리에 얼마나 큰 핵폭탄이 숨겨져 있는지.

'보보보가 안 뜬다는 걸 사전 공지도 못했고.'

자신도 모르게 엄지손톱을 잘근 씹는다.

미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짚이는 바가 또 있었기 때문이다.

"어빌리티에서 특정 옵션 2개를 잠그고 재설정하면 일부 옵션이 높은 확률로 나온다네요."

"어?"

"그 BJ 있잖아요. 오정환. 자기 작이 잘 안된다고 막 투덜댔나 봐요."

일반 직원이면 모를 수 있다.

우연이라 치부하는 것이 당연하다.

확률인 이상 꼭 생각대로만 나오는 게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개발자 출신.

단풍잎스토리 개발부에서 수년간 근무까지 한 장연수로서는 다른 생각까지 닿는다.

'어빌리티 코딩이 아마 추가 옵션이랑 같았지?'

게이머 입장에서는 금 나와라 뚝딱! 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중 하나가 시간.

개발은 신속이 생명이다.

자신이 승진 코스를 밟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능력을 인정받았기 덕분이 크다.

"이참에 본때를 보여주죠?"

"큰일 날 소리를!"

"네?"

"아니, 점심 시간 끝나면 큰일이라는 거지. 미쓰리 나한테 너무 시간 뺏기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닌데요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전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어, 어어."

그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도 있을 뿐.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장점과 단점을 항상 함께한다.

'……어떡해야 하지.'

장연수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문제를 일으켰는지 짐작이 가버렸다.

이러한 실수.

유저 입장에서는 얼척이 없겠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사실 흔한 일이다.

오히려 그런 게 없으면 더 불안하다.

세상에 완벽한 프로그램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발자들끼리는 암묵적으로 수긍한다.

자신의 현재 직책이 개발자가 아니라서 문제지.

'…….'

총괄 디렉터.

책임지는 입장이 되자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단순히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더 잔머리가 굴러간다.

증거가 없다면 문제도 없는 게 아니냐?

실제로 많은 게임사에서 침묵 전략을 사용한다.

책임을 지기 싫은 건 세 살 먹은 애는 물론, 나이 먹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책임자로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어차피 펑이요는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으니까.'

약간 걱정될 만한 수준이다.

다른 BJ들도 크게 염려가 되지 않는다.

자기 밥그릇 아쉬워서라도 돈슨에 대들지 못한다.

그럴 만한 그릇의 인간이 없다.

단 한 명을 빼놓고 말이다.

단풍잎에 돌아오자마자 엄청난 짓거리를 하고 있는 오정환.

장연수는 들고 있는 커피가 식은 것도 잊을 만큼 오랜 고민을 마친다.

* * *

게임사와 게이머의 줄다리기.

아마 어느 게임이라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 게임사라면.'

해외 겜붕이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겠지만, 한국 정도로 심한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요구된다.

─오정환 유튜브 정리 영상 요약. txt

[대충 유튜브 캡처. jpg]

어빌리티 옵션 총 20개

2개 잠그면 1/18의 확률인데

100번 돌려서 일반몹 추뎀이 48번 나옴

계산기로 두들겨 보니 벼락 연속 2번 맞을 확률에 맞먹음 ㄷㄷ└에이, 그냥 우연이겠지 └무한 번 시행하지 않는 이상 증명은 불가능……ㅋㅋㅋ└뜬다는 걸 증명하기는 쉽지만 안 뜬다는 걸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글쓴이― 그런가?

총대를 메줄 인플루언서.

게임사가 게이머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수가 많아도 구심점이 없으면 개미떼에 불과하다.

'근데 아무도 안 하려고 하지.'

존나 힘들다.

그리고 리스크는 크다.

일반 유저면 모를까, 스트리머나 유튜버는 잃을 게 많다.

돈슨에 밉보이면 단풍잎 방송을 못할 수 있다.

하다못해 꼬장만 당해도 콘텐츠 진행이 골치 아파진다.

"확률적으로 말이 안 돼요. 이게 우연이라는 분들은 지금 편의점 가서 로또 1등 당첨 받아 와야 돼."

― 814만 분의 1ㅋㅋㅋㅋㅋㅋㅋ

―절대 우연이 아니지

―근데 로또 당첨 되는 사람도 있잖아?

―평생 운 다 썼다고 생각하면……

무엇보다 사람들이 안 따라온다.

편안한 거짓에서 불편한 진실로 눈을 돌리는 과정은 정말 어지간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찌저찌 불을 붙여도.'

그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국내 게임사들이 온갖 병크를 터트려도 수십 년간 별 탈 없이 회사를 운영해올 수 있는 이유다.

─단풍잎개돼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계산부터가 의구심이 드는 게 크리나 추뎀 같은 고급 옵션은 가중치 때문에 확률이 낮게 배정됨

"그럴 수도 있겠죠."

그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한다.

세상을 바꾼다는 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작 게임 하나 바꾸지 못하면 나라는 인물의 영향력은 그 정도라는 이야기다.

딸칵!

먼저 인과 관계를 증명한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

단풍잎스토리의 확률 메커니즘은 유저들의 생각과 달리 매우 투박하다.

----------------------------+

『어빌리티 배열』

STR 증가

DEX 증가

INT 증가

LUK 증가

점프력 증가

이동속도 증가

방어력 증가

최대 HP 증가

최대 MP 증가

공격력 증가

마력 증가

크리티컬 확률 증가

올스탯 증가

공격속도 증가

메소 획득량 증가

회피율 증가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증가

일반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증가

상태 이상 적에게 추가 데미지

방어력을 데미지로 전환

+----------------------------

레전드리 어빌리티.

이 21개 중에 하나가 선택되는 구조다.

2개를 잠그고 재설정하면 확률이 조금은 올라간다.

"제가 클라이언트 데이터를 추출해서 뽑아낸 건데 여기서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랑 상태 이상 적에게 추가 데미지 위치를 보세요."

―이런 것도 가능함?

―헐

―ㅁㅊ 해킹을 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반몹 추뎀이 딱 가운데 있네

어째서 비정상적인 결과가 생겼는지.

게임 데이터를 뜯어보면 대충 견적이 나온다.

'보스몹 추뎀이랑 상태몹 추뎀 사이에 일반몹 추뎀이 딱 끼어 있잖아.'

시스템이 대충 이러하다.

안쪽과 바깥쪽을 나눠서 확률이 50 대 50.

안쪽의 옵션이 일반몹 추뎀 하나밖에 없자 50% 확률로 나와버린다.

----------------------------+

∏ 레전드리 어빌리티

마력 30증가×

올스탯 20 증가×

크리티컬 확률 20% 증가○

+----------------------------

이 법칙을 알고 돌리면 특정 옵션을 의도적으로 뽑는 것도 가능하다.

귀하디귀한 크확을 계속 뽑아 나의 이론을 증명한다.

─사기플스토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혹시 추옵에 점프력+올스탯 자주 나오는 것도 그래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와 ㅅㅂ 소름 돋음

―점프력+올스탯 존나 많이 뜨던 게 저렇게 붙어있어서였나 ―진짜 명탐정 환난인데 ㄷㄷ

채팅창이 술렁인다.

머리가 받아들이고, 여론이 수용하고, 직접 실험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다소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불씨는 충분히 지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있을 수 있어.'

오래된 게임에는 거의 웬만하면 나타난다.

고치고 고친 코딩이 거의 누더기처럼 기워져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사이즈가 안 나온다.

그러니까 그 위에 덧씌우는 구조.

이를 반복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버그가 종종 터진다.

처음은 정말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네글자[스카니아-05]>> 아니, 조작이 진짜였어요?

구해조[스카니아-10]>> 공식 찾아내는 거 대단하네요 역시 정환님……

펑이요[스카니아-20]>> 펑이! 펑이!

나중에 그 실수를 캐치하고 수정하려고 보니 왠지 안 해도 될 것 같다.

인플루언서들 꼬라지가 개돼지랑 다를 게 없다.

"이렇게 클라이언트 뜯어내고, 공식 찾아내고 하는 게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당연한 거예요. 제 방송 초기부터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카텔이랑 핑크린이랑 시리우스 여제 어떻게 깼는지."

―최초 격파자

―핑크린 2년 동안 못 깬 거 깨지 않았낰ㅋㅋㅋㅋㅋㅋㅋㅋ―그때도 해킹해서 깸?

―무슨 와우나 리니지도 아니고 단풍잎에서……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랭커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했다.

어쩌다 아쉬운 패치 하나 하면 커뮤니티랑 고객센터가 뻥―! 하고 터져버린다.

'누구보다 먼저 들고 일어나서 지랄을 해야 되는데 안 해.'

조회수랑 별풍선 꿀빨 생각만 한 가득이다.

얼핏 같이 화내는 것 같아도, 돈슨에 직접적인 항의는 절대 안 한다.

뒤에서는 영상 올리고, 콘텐츠로 만들어서 개꿀 쪽쪽.

눈치 게임 하다가 사그라들었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즐메.

"님들아 저만 위대하고, 저만 잘난 게 아니에요. 솔직히 좀 잘나긴 했는데."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환이가 좀 치긴 하지 ㅇㅇ;

―하긴 옛날에는 랭커들을 보면 멋있다고 생각하긴 했음―클래식 단풍잎 그립네……

랭커가 게이머들을 대표하는 것은 당연했다.

달X조각사 같은 겜판소에서 거대 길드들이 괜히 등장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있었고, 실제로 영향이 컸거든.'

그런 애들이 대의명분을 떠들고, 지랄염병을 하는 것도 책임 의식을 전제로 한다.

랭커 입장에서 몰입해서 보면 또 다른 감정이 느껴진다.

보통 개돼지라고 하면 게임사들의 개돼지만 생각한다.

돈은 벌고, 책임감은 없는 인플루언서들의 팬도 개돼지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제가 지금부터 돈슨에 항의를 할 거예요. 제가 총대를 메면요. 님들이 도와줘야 돼요. 그리고 행동하지 않은 사람은 기억해야 돼요."

진정 그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응은 정해져 있다.

그렇지 않았다는 건 이유가 단 하나밖에 없다.

물론 돈이라는 것이 굉장히 묘하다.

없을 때는 모르는데, 한 번 가져버리면 잃을까 봐 아주 노심초사한다.

'그래서 나는 게이머로서의 나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걸 잃는 순간 달라질 걸 아니까.

솔직하고 순수해 얼핏 철없어 보여도 그 어떤 모습보다 본래의 나에 가깝다.

네글자[스카니아-05]>>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구해조[스카니아-10]>> 이런 건 본사 찾아가서 시위라도 해야죠 ㅎㅎ펑이요[스카니아-20]>> 펑이! 펑이!

현재의 그들은 아직 갱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썩어 빠진 정신머리를 근본부터 뜯어 고쳐준다.

REAL꼬마법샤[CH 01] : 베르사유 길드도 돈슨의 확률 조작 의혹을 단호히 규탄합니다

알사탕k[CH 07] : 乃乃乃

코물쥐[CH 18] : 이이잉~ 기모링~!

이미 고쳐준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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